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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네 집

2007. 8. 14. 09:31 from BoOk/nOvEl

 


그 남자네 집

저자
박완서 지음
출판사
현대문학 | 2004-10-23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낙서없는 상태 양호한 책 입니다. (책띠 그대로 )한국 현대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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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의 "그 남자네 집"은 어떻게 보면 "그 많던 싱아를 누가..."와 "그 산이 정말...."를 이어주는 삼부작의 마지막 같은 소설이다. (누구도 그렇게 말한 적이 없지만 내 느낌이 그냥 그렇다.) "..싱아.."에서의 유년기를 거쳐 "그 산이..."에서 처절했던 청년기를 지난 그 다음 이야기가 여기서 펼쳐진다.

 

책이 시작되는 시점은 현대로 올라가서 이미 노년이 된 "나"가 돈암동으로 이사를 간 후배의 집에 찾아가서 "그 남자네 집"을 찾아가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전작에서와 달리 지금의 "나"와 과거의 "나"가 시대를 번갈아가며 때로 그 당시에서, 때로는 그때를 돌아보며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전작들을 돌이켜보면 삼부작 중 첫번째라고 할 수 있던 "싱아"에서 더욱 그런 느낌이 강하지만, 과거에 대한 강한 향수와 "맞아 그때는 그랬었지 그런데 지금은 그런게 없어."라고 말하게 되던 좋았던 옛날에 대한 향수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된다. 마치 눈 앞에서 요리를 하는 것을 보는 것처럼 묘사된, 묘기 수준인 시어머니의 요리도 그래서 그것이 좋았다기보다는 "내 생전에 도저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시집의 식도락에 절망감을 느끼게 되었다."라고 혐오의 감정을 숨기지 않으며, "그 남자"와의 연애질도 결국은 이 지긋지긋한 현실을 외면하기 위한 현실도피임을 숨지지 않는다.

 

너무나 아름다웠던 유년시절이었다지만 국군과 인민해방군이 번갈아오가던 서울에서 전쟁시절을 보내고 그토록 사랑하던 오빠마져 잃고나서 이젠 모든 구닥다리 방식들이 혐오스럽도록 싫어졌던 것은 아니었을까?

 

크게는 "나"와 "그 남자"의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전후 우리들이 어떻게 그 시대를 지내왔는지를 주변의 인물들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양갈보가 된 춘희도, 지나칠 정도로 답답한 엄마도, 아들만 위해하고 무당 이야기라면 껌벅 넘어가는 시어머니도 여기서는 주변 인물이 아니게되고 그리고 그렇게 볼 수도 없게 한다.

 

마지막 춘희와의 전화통화 장면을 통해 작가가 얘기하고자 했던 것이 그때는 그렇게 엉망으로 망가졌다지만 결국은 우리가 이만큼 해냈다라는 것을 말하고자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세월이 그랬었고 주변환경이 그랬다지만 어차피 사람이 타락해가는 건 "그 남자"에게 악담을 퍼부었던 것처럼 어차피 모든 건 내가 만들어놓은 결과일 뿐이고, 우리는 자부심을 느낄 정도로 잘된 것도, 자괴감을 느낌 정도로 망가진 것도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아직도 끝이 나지는 않은 과정 중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Posted by Tony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