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도덕경 69장

2026. 8. 27. 16:04 from BoOk/pHiLoSoPhY

用兵有言

용병유언

吾不敢爲主 而爲客 不敢進寸 而退尺

오불감위주 이위객 불감진촌 이퇴척

是謂行無行

시위행무행

攘無臂 無敵 執無兵

양무비 잉무적 집무병

禍莫大於輕敵 輕敵幾喪吾寶

화막대어경적 경적기상오보

故抗兵相加 哀者勝矣

고항병상가 애자승의

 

 

用兵有言

吾不敢爲主 而爲客 不敢進寸 而退尺

병사를 씀에 이야기가 있으니, 무모하게 내 주관으로 도모하려하지 말고 객관적이 되려할 것이며, 무모하게 한 발짝 나아가려하지 말고 멀찍이 물러날 수 있어야 한다.”

 

기왕에 앞장에서 병법에 비유를 들어서인지 69장에서도 용병을 예로 들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첫 문장은 敢이라는 단어에 주목해야될 것 같습니다. ‘감히 / 무도하게’ 라는 뜻의 단어가 사용된 상황이라면 주변의 많은 사람이 말리거나 선택에 따른 결과가 불확실한 상황을 이야기 함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독단적으로 나의 의견을 밀어붙이는 일은 피해야된다 이야기합니다. 오히려 좀 객관적 입장이 되어봐야한다, 더 전문적 배경을 가진 사람에게 권한을 위임해서라도 상황을 냉철하게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야한다 말합니다.

 

무모한 전진은 적들이 준비해놓은 덫에 걸려드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상황이 불확실하거나 실패가 눈에 보이는 상황이라면 과감하게 전선을 뒤로 물려 전력을 재정비하는 것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是謂行無行

이를 가려켜 (하지 말아야할 것을) 하지 않음을 행하는 것이라 한다.”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종종 지금까지 해왔던 것이 아까워서이던가 아니면 단순히 밑의 사람들에게 세게 보이려는 등의 이유로 굳이 하지않아야 할 것을 고집을 부리며 밀어붙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굳이 그러지 말아야한다. 실패가 눈에 보이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가성비가 떨어지는 일은 아니함만 못한 것 아니겠습니까? 단순히 열심히 하려고만 하지말고, 안해야되는 또는 안해도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찿아내서 쓸모없는 역량 낭비를 줄이는 것이야 말로 중요하다 이야기합니다.

 

攘無臂 無敵 執無兵

분기하여 소매를 걷어올리지 말 것이며, 적을 깨부수려하지 말 것이며, 전쟁을 일으키려 하지 않아야 한다.”

 

분기탱천해서 전쟁을 일으킨다고 한번에 상대가 없어지는 경우는 역사 상으로도 흔하지 않습니다. (뭐, 징기스칸 같은 예외도 있지만) 보통 전쟁은 오랜 시간을 소모하기 마련이며, 기나긴 싸움 끝에 상대가 괴멸하더라도 승자 또한 상처를 받지않는 경우는 없습니다. 특정 상대와 대립하는 것은 결국 욱하는 상황이 트리거가 되어서는 안되며 원한에 사무쳐 상대를 없애버리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서도 안된다 경고합니다.

 

禍莫大於輕敵 輕敵幾喪吾寶

적을 경시하는 것은 막대한 화가 될 것이니 적을 가벼이 대하면 나의 보화들을 무수히 잃게될 것이다.”

 

결국 상대와 대립하기 전에 자신과 상대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냥 봐서 만만해보이는데 한번 건드려볼까, 하는 생각에 싸움을 걸었다가 박살이 나면 결국 나만 손해 아닐까요? 더더욱이나 나라 대 나라, 집단 대 집단의 경우 리더가 막연한 자신감에서 그리고 욱하는 마음에 상대와 대립한다면 조직 전체가 후과를 치를 수 있습니다.

 

故抗兵相加 哀者勝矣

이러한 이유로 병사에 맞서 서로의 힘을 모아야하는 상황이라면 슬퍼하는 쪽이 이기게된다.”

 

노자가 69장에서도 굳이 전쟁의 비유를 든 것은 집단과 집단 간의 갈등의 가장 극대화된 경우가 전쟁이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69장의 전반적인 내용을 보면 노자는 집단 간의 갈등에서 무조건 얻어내기만 하는 쪽은 없다고 이야기하려는 의도가 보입니다. (사실이 그렇기도 하고요.) 집단 간의 대립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를 적대시하고 대립하게 되면 그것이 개인 간의 주먹질이 되었던, 기업 간의 소송전이 되었건 적게든 많게든 쌍방에 손실이나 피해가 발생되기 마련입니다. 어차피 벌어질 싸움이라면 그리고 내부 역량을 총집결해야된다면 이러한 상황을 냉철하게 이해하고 피치못할 상황을 애통해하며 잃어버릴 것을 최소화하려는 쪽이 근거없는 낙관론에 빠져 상대를 우습게보는 편보다 승산이 높을 것이라 이야기합니다.

 

단순히 나 기분 나쁘다고 또는 마음에 안든다고 상대와 대립하지 말아라, 더더욱이나 리더라면 그래서는 안된다. 불가피하게 분쟁이 일어난다면 상대와 나를 냉정하게 판단하여야 하며 상대를 우습게보고 준비없이 임해서는 안된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Posted by Tony Kim :

노자도덕경 68장

2026. 8. 7. 09:41 from BoOk/pHiLoSoPhY

善爲士者 不武 善戰者 不怒 善勝敵者 不與

선위사자 불무 선전자 불노 선승적자 불여

善用人者爲之下 是謂不爭之德 是謂用人之力

선용인자위지하 시위부쟁지덕 시위용인지력

是謂配天古之極

시위배천고지극

 

 

善爲士者 不武 善戰者 不怒 善勝敵者 不與

“선함을 추구하는 사대부는 무력을 행하지 않으며, 전쟁에 좋은 결과를 얻으려는 자는 분노하지 않는다. 적과의 승부에 좋은 결말을 바라는 장수는 (상대가 원하거나 도발하는데로) 따라가지 않는다.”

 

갑자기 무력과 전쟁 그리고 적에 대한 승부 이야기가 첫 구절부터 나옵니다. 그런데 첫 줄의 세가지 내용이 모두 참으라는 이야기로 일관합니다.

 

첫 문장은 좋은 일 하려는 선비라면 무턱대고 나 힘 좀 쓴다고 상대방을 두들겨 패서는 안된다고 이야기하고, 두번째 문장에서도 좀 더 확대해서 나라와 나라간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열 받아서 흥분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리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세번째 문장에서도 정말 불구대천의 적일지라도 정말 좋게 이기고 싶다면 시비를 걸어도 아예 거기에 응하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종종 노자도덕경 68장을 병서의 내용으로 설명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병서 치고는 참아라 싸우지 말아라 라는 식이니 그렇게 보는 것도 애매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갑자기 막판에 다와서 병서가 된다니 좀…)

 

물론 손자병법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기는 합니다. 전쟁은 국가의 존망을 가르는 대사이니 함부로 저질러서는 안되며 특히나 적국을 침범하는 것은 병참 측면에서 본진과의 거리가 멀어져 불리하니 가급적 싸우지않고 외교적으로 풀 수 있는 것은 풀어야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위의 내용도 그런 손자병법의 내용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노자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고수들은 왠만하면 참고 잘 싸우지 않는다 예를 드는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태권도 정말 고수들이 길에 가다가 맘에 안든다고 사람 두들겨패지는 않는 것 같은 뭐 그런 얘기 말이죠.

 

善用人者爲之下 是謂不爭之德 是謂用人之力

사람을 잘 다루는 자는 자신을 낮추니 이를 가르켜 다투지않는 덕이라 하며 사람을 다루는 힘이라 한다.”

 

그리고 두번째 문장에서는 이야기를 바꿔서 사람을 다루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결국 첫 문장은 두번째 문장을 이야기 하기 위한 밑밥이었다는 생각입니다. 두번째 문장이 노자가 정말 이야기하고 싶었던 핵심인거죠.

 

우리는 살면서 숱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지냅니다. 뭐 가족이 될 수도 있고, 친구도 될 수 있고 아니면 사업적으로 일정 기간동안 만나거나 직장에서 동료로서 관계를 맺고 지내기도 합니다. 또한 그 관계도 나와 수평적인 관계도 있겠지만 체계상 아니면 암묵적으로 나의 위에 있는 사람들을 대할 수도 있고, 나의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상대해야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숨 쉬고 있는 한은 많게든 적게든 끊임없이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며 살게되는 것이죠.

 

노자는 이러한 대인관계를 잠재적으로 갈등 요소를 품고있다고 해석한 듯 합니다. 살다보면 이야기 안통하는 상대를 보면 욕을 한바탕 해주거나 뒤통수를 한대 갈기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툭툭 건드리며 비아냥 거리는 상대국가를 보면 당장 처들어가서 쑥대밭을 만들고 싶은 경우도 있을 수 있고요. 하지만 이래서 당장 속은 시원할지 몰라도 조금만 멀리 보면 더 엉망이 되는 경우를 왕왕 보곤 합니다. 좀 흥분을 가라앉히고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래봐야 득 될게 없다는 것을 알게되죠.

 

첫 문장과 두번째 문장을 종합하면  ‘겸손해라, 좀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흥분하거나 다투지말아라, 이게 사람을 다루는 가장 기본이 되는 힘이다. 앞에서도 좀 언급했지만 무술의 고수들이 아무대서나 주먹질하는 거 봤냐? 그리고 피치못하게 전쟁이 벌어지더라도 거기서 정말 잘 이기려면 흥분하지말고 냉정하게 상활을 보며 결정을 내리는 편이 전쟁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정말 불구대천 원수로 생각하는 자가 있다면 아예 상종하지 말아라. 좋은 관계도 있지만 맘에 안드는 사람과 싸우지않는 것도 사람을 대하는 역량이다. 그냥 차분하게 자신을 낮추고 관계에 임해야 한다’. 가 아닐까 합니다.

 

是謂配天古之極

이것이 하늘의 오래된 지극한 이치에 부합한다.”

 

세상이 어떻게 변해도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여도 결국 사람을 대하는 그리고 관계를 맺음에 있어 갈등을 다루는 방법은 위의 내용에서 크게 변할 것이 없으며 뭐 소위 만고의 법칙이니 명심해라 라며 이야기를 마무리 합니다.

 

Posted by Tony Kim :

BC군을 생각하며

2026. 6. 30. 14:38 from DiArY
그와는 대학에서 만난 사이다. 나는 1년 대학입학에 실패하여 재수를 했던터라, 한살 차이인 그와는 같은 학년으로 입학했었다. 잘 기억은 나지않지만 그는 나와는 다른 과였었는데, 졸업한 고등학교가 같았던지라 당시에는 매우 활발했던 고등학교 동문 모임에서 서로를 알게되었었다.

 

 
군대 가기 전까지 나는 동문 사람들에게 푹 빠져있었다. 같이 조인트로 동문 모임을 했던 여고 출신 친구들을 만나러 나간 것도 있었지만, 남고 출신 선배들이나 후배들과도 친하게 지냈었다. 우리는 주중에는 거의 매일 만났었고, 주말이나 방학에도 노량진이나 상도동에서 틈틈히 만나곤 했었다. 그도 마찬가지였는데, 그는 특히 우리과 출신 선배들과 사이가 좋았어서 선배들이 많이 모여있던 서클도 가입했었고, 나중에는 대학원을 우리과 전공으로 옮겼었는데 그 연구실에 선배들이 몇몇 있었던 것도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그는 고등학교 1년 선배였던 우리 기와도 친하게 지냈고 졸업한 후에도 모임이 있으면 찾아와 어울리곤 했다. 누가누구를 예전에 좋아했었다는 둥의 실없는 소리를 해대며 분위기를 재미나게 하기도 했었다. 우리 기 친구들도 그런 그를 꺼리지않고 좋아했었으며 종종 모임이 있으면 일부러 연락해 초대하곤 했다. 하지만 정작 자기 동기들과는 그렇게 가깝게 지내지는 않았었다. 사실 그 깃수 후배들이 서로 적극적으로 만나지는 않았던 것도 있었으니 전적으로 그에게 이유가 있었다고는 이야기할 수 없겠다.  오히려 본인과는 다섯 기수 차이가 나는 후배들과 더 잘 어울렸었다. 
 
그는 학교에서 석사 뿐 아니라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공부에 재미가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그가 석사 학위를 마칠 즈음해서 IMF가 터진 것도 영향을 줬을 것이다. 이 때문에 박사 학위를 받고도 막상 아주 괜찮은 곳에 취직할 만한 상황은 되지 못했던 것 같다. 학위 취득후 강사도 했었던 것 같고, 작은 회사에도 몇몇 다니다가 나중에는 사업을 시작했고 비록 규모는 작더라도 사업이 커나가는 듯 보였었다. 졸업후 모임에서나 내가 가산동에서 근무할 때 따로 찾아오기도해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대기업 상대로 어려운 점들을 이야기하곤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일이 잘 되어가는구나 라고 생각했었다. 
 
문제는 작년 초쯤 생겼던 것 같다. 대기업에 설비를 납품했었는데, 하역 중에 제품에 손상이 발생한 것이었다. 애초 잘못된 제품을 납품한 것도 아니고, 이건 운송회사나 하역작업자의 책임인데 대기업 담당자는 제품이 정상 상태가 아니라며 대금 지급을 막아버렸던 것 같다. 정확한 피해 규모는 알 수 없지만 작은 규모의 회사에 이건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얼마 안지나 나에게도 전화가 와서 여윳돈이 있으면 좀 빌려줄 수 없겠냐는 이야기를 했었다. 완곡하게 내가 충분한 도움이 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었다. 월급에 기대어사는 처지에 융통할 수 있는 금액도 몇백에 그칠 것이고 그마저도 사실 주저되는 점이 있었다. 
 
그리고도 몇번을 더 그와는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이와 관련된 어려움을 내비치지않고 밝은 모습이어서 나는 어렵게라도 일이 수습된 것으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잘못된 생각이었다. 나흘전 그에 대한 이야기가 돌았고, 몇번의 수소문 끝에 그가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일이 그렇다보니 마지막 가는 길도 가족들끼리 치른 듯 했다. 
 
30년이 넘는 시간을 알던 사이었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가버리니 마음이 아팠다. 그에게 어떤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도 가슴에 걸렸다. 같이 아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놔누면서도 뭐라 해야될지 모를 지경이었다.
 
후배라지만 한살 차이이니 친구나 다름없었다. 오랜 추억이 그의 얼굴과 겹치니 더욱 애통할 따름이다. 
그의 명복을 빌 뿐이다. 
Posted by Tony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