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3.07.19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2. 2011.05.26 노르웨이의 숲
  3. 2010.08.28 1Q84 (Book 3)
  4. 2007.04.19 해변의 카프카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3-07-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지금, 당신은 어느 역에 서 있습니까?모든 것이 완벽했던 스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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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니 오행이 사용된 것 같아 다소 흥미로웠습니다. 그런 점이 눈에 들어오다 보니 읽는 내내 그런 쪽으로 해석을 하게되더군요. 하루키의 이 신작은 다자키 쓰쿠루라는 주인공이 고교 시절 이후 절친이었던 5명의 모임에서 대학 입학 후 영문도 모르는 채 절교를 당하게 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이 모임은 주인공을 포함한 남자 3명과 여자 2명으로 이루어졌었는데 주인공인 다자키 쓰쿠루는 하루키 소설의 남자 주인공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다소 소극적이고, 내성적이지만 맡은 일에는 철두철미한 성격을 지닌 반면에 자기에게 닥친 사건은 타자화하는 듯한 성격을 가진, 극중 주인공 본인의 표현에 따르면 텅 빈 그릇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행에 연관되 생각하기 시작한 건 주인공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이름에 전부 특정 색의 한자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였는데요 주인공의 남자 친구 2명은 각각 청색과 적색을 의미하는 아오, 아카를 포함하고 (아카마쓰 게이 赤松 /오우미 요시오 青海 ) 여자 친구는 흰색과 검정색을 뜻하는 시로, 구로라는 한자를 이름 안에 가지고 있습니다. (시라네 유즈키 白根 柚木/구로노 에리 黒埜 ) 오방색으로 분류하면 청색과 적색은 양의 성격을 가지며 각각 동쪽과 남쪽을 상징합니다. 또한 를 뜻하기도 하고요. 백색과 흑색은 반면에 음의 성격을 가지며 서쪽과 북쪽을 상징합니다. 오행에서는 를 뜻하고요. 양의 성격을 가진 이름은 남성, 음의 성격을 가진 이름은 여성으로 분류가 되며 여기서 남는 것이 중앙을 의미하는 황색, 오행으로는 인데요. 비록 쓰쿠루가 이름에 색을 의미하는 한자를 포함하고 있지는 않지만 오행으로는 의 위치에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쓰쿠루라는 이름이 한자로 인데 만물을 키워내고 만들어내는 것은, 그리고 앞의 사행을 품어내는 것은 결국 의 역할이니까요. 쓰쿠루가 모든 물류와 이동의 연결점인 기차역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어느 정도 관련성을 가지게됩니다. (음양오행도에서 는 정중앙에 위치하여 나머지 사행을 연결하여 주는 위치에 놓여있습니다.)

 

나고야의 고교시절에 형성된 우정은 책 속의 묘사에 따르면 거의 완벽한 관계를 유지합니다. 주인공은 개성이 넘치는 네 친구들 가운데에서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이렇게 무미건조한 위치라는 생각을 가지지만, 본인이 이런 그룹에 속하게 된 것은 대단한 행운이라는 생각을 가지며 어울리게 되고요. 대학에 진학을 하게 되면서 나머지 친구들은 고향인 나고야 근처의 학교로 진학하지만 주인공은 기차역과 관련된 전공을 공부하기 위해 도쿄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을 하게됩니다. 그리고 얼마가 지나 영문도 모르는 채 나머지 네 명의 친구들에게서 절교를 당하게 되고요.

 

소설은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고 한참이 지나 주인공이 36이 된 시점에서 시작하게 됩니다. 한때 큰 충격을 받았던 주인공은 어떻게든 그 시절을 극복해냈고, 36의 나이에 이르러서야 새로운 애인에게 과거 친구들로부터 절교를 당했던 경험을 고백합니다. 그리고 애인의 충고에 따라 이미 십수년이 지난 그 사건에 대해 이유를 찾게되는 긴 순례의 과정을 시작하게 됩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소설은 하루키의 다른 작품보다는 대표작인 노르웨이의 숲을 많은 점에서 연상하게 합니다. 다른 작품에서 보이던 이분법적인 세계관 구도가 없어졌고 (아니면 굉장히 완화되었고) 비록 애인 관계는 아니지만 시로가 혼돈 속에 죽는 점도 노르웨이의 숲의 나오코를 연상시킵니다. 책의 마지막에 애인인 기모토 사라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것도 노르웨이의 숲의 미도리를 찾는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사람들이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에 열광했었던 많은 이유들이 있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마지막에 주인공이 미도리에 대한 사랑을 깨닫게 되는 과정이 인상 깊었었습니다. 이 작품에서도 쓰쿠루는 사라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것으로 작품을 마무리합니다. 돌이켜보면 거절 당하는 것이 두려워 진심을 표현 못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인생을 살며 두고두고 후회할 점을 남기게 되죠. 그녀가 그의 사랑을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누구든 인생에 시련을 겪으면서도 소중한 것을 찾고 지키는 것처럼 중요한 것은 없으니까요.

Posted by Tony Kim :

노르웨이의 숲

2011. 5. 26. 12:26 from BoOk/nOvEl
노르웨이의숲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지은이 무라카미 하루키 (열림원, 199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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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십 몇 년이 지나 다시 꺼내 읽었습니다. 책 자체는 97년 판인데 늦어도 98년을 넘기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창원에 있을 때 서울 올라오는 기차에서 읽으려고 마산역 근처의 서점에서 사서, 기차로 오가며 이틀 만에 다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만큼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죠. 책이 가진 여러 미덕 중에는 재미도 무시할 수 없는데 사실 재미있는 책을 찾기도 좀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책 자체도 재미있어야 되겠지만 읽는 사람과도 Code가 맞아야 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점이니까요. 아무튼 당시에는 그렇게 재미있게 읽었던 책인데 그래도 시간이 한참 지나 다시 읽으려니 절반은 새 책을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대략적인 이야기와 인물들만 기억 속에 뿌옇게 남아 오랫동안 헤어졌던 친구의 추억을 듣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실 노르웨이의 숲은 여타 하루키의 소설과는 형식이나 스타일에서 확연하게 차이를 보이는 소설입니다. 전으로도 그렇고 후로도 이와 비슷한 작품을 하루키의 소설 중에서는 찾기 힘듭니다. “1Q84”에서는 전작 대비 다소 느슨해진 측면이 있지만 하루키 소설에 일관되게 형성되는 구도는 현실과 이에 대비되는 초현실적인 다른 차원의 양분된 세계의 모습인데 이러한 구도를 통해 혹은 잠재의식에 내재된 갈등을 표현하기도 하고 다른 측면에서 사건을 조망하기도 하는 도구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소설에 익숙해진 독자들은 사실 이런 묘사에 당황하기도 하는데 심한 경우는 황당무계하다는 반응도 본 적이 있습니다. “노르웨이의 숲에서는 사실 이런 식의 초현실적이라던지 사이킥한 표현은 찾아볼 수 없는 그래서 오히려 다소 하루키의 소설로는 의외라고 할 정도로 일상적이고 평범한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습니다. (주인공들은 좋게 표현하면 개성이 굉장히 강한 사람들이지만)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노르웨이의 숲도 이분화된 세계의 구조를 가지고는 있습니다. “마의 산을 연상시키는 나오코의 요양소는 역에 내려 시골버스로 한참을 들어가 걷기를 한참인, 그렇게 세상과 너무나도 단절되어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현실과 대비해 너무나 평화롭고 아름다운 장소라는 점을 보면 말이죠.

 

하지만 노르웨이의 숲은 어찌되었든 스타일리쉬한 글 쓰기라기보다 스토리텔링에 더 무게 중심이 가 있는 소설입니다. 나오코와 와타나베, 그리고 미도리 세 명이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사이를 좁히고 어떻게 아프고 사랑하는지가 이 소설의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사랑은 너무도 압도적인 감정이어서 항상 기쁨의 모습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는 점을 새삼 되뇌이게 되더군요. 대부분 책을 읽다보면 같은 경우는 많지 않겠지만 자신들의 예전 아픔과 추억이 투영되는 것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하던 사람은 여기서처럼 죽음으로 헤어지는 경우는 흔하지 않더라도 오해로도, 변심으로도, 나약함으로도, 비겁함으로도 아니면 시기의 모습으로도 상실되어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내가 할 수 있었는데 안했던 것과 내가 막으려해도 막을 수 없는 것들로 좌절하고 힘들어하던 그러면서도 그녀를 보면 마음이 설레는, “노르웨이의 숲은 그렇게 옛 친구의 사랑 이야기처럼 다시 읽혀졌습니다.


Posted by Tony Kim :

1Q84 (Book 3)

2010. 8. 28. 09:27 from BoOk/nOvEl
1Q84.310월-12월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지은이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동네,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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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3권은 700 Page가 넘는 상당한 분량의 책입니다. 하지만 거의 모든 하루키의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부피가 부담으로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상당한 흡인력을 가지죠. 어느덧 읽다보면 마지막 Page에 도달하게 되고 맙니다. 가히 Story Telling에 있어서는, 독자들의 눈을 끌어당겨 몰입하게 하는데는 하루키는 천부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거의 최고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죠.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건 그래서 작가는 무엇을 얘기하고자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사실 3권을 읽기 전까지 다소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던게 "해변의 카프카"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와 같이 기존 하루키의 소설들에 나오는 세계는 완전히 구분된 두개의 세계로 이루어져있었는데 그 경계가 완전히 무너진 듯한 느낌이 들어서였습니다. 지금 세계에서 갑자기 없던 달이 하나 더 생겨버렸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거죠.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아오마메와 덴코는 비상계단을 통해 달이 하나뿐인 세계로 넘어오게되고 지금까지 "그쪽" 세계에서 있었다는 쪽으로 이야기가 일단 정리됩니다.

그러면 두개의 달은 뭐였을까죠? 리틀피플은? 공기번데기는? 소리는 어떤 의미였죠?

상징으로 받아들이기에 힌트가 적고 쫓고 쫓기는 추격전에서 아오마메와 덴코가 마침내 만나게 되었지만 이들 주인공들이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될지, 달이 하나뿐인 이쪽 세계에서 둘은 결국 행복해졌을지, "선구"로부터 도망가는 것이 그들의 운명이었는지, 아니면 맞서게될지 모든 것이 아직은 빈칸이 느껴집니다.
Posted by Tony Kim :

해변의 카프카

2007. 4. 19. 13:45 from BoOk/nOvEl

 


해변의 카프카(상)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출판사
문학사상사 | 2003-07-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66057]462 쪽깨끗합니다!!《해변의 카프카》는 23년간의 ...
가격비교



하루키를 처음 읽은 것은 한 5년 전에 기차 타기 전에 서점에서 우연히 "노르웨이의 숲"을 사서 읽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사실 그전까지는 하루키가 유명한 줄도 몰랐고, 노르웨이의 숲도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인기가 있는 책인 줄도 몰랐었다. (그냥 우연히 잡힌 책이다.) 창원에서 서울까지는 5시간이 걸리는데 거의 서울에 도착하면서 다 읽었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재미있는 책이고 인상에 남는 책이었지만 어쩐지 여기저기 다른 책들과 비슷한, 어디선가 읽었던 듯한 기억이 나는 곳들이 많아서... (요양소 부분은 토마스 만의 글의 연상하게 한다.) 그닥 대단하다는 생각은 들지를 않았다. 그러나 그후에 "태엽감는 새"를 읽고 "세상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읽고서는 하루키에 완전히 반하게 되고 말았다.

 

"해변의 카프카"에서도 하루키 대부분의 작품에 나타나는 특징이지만 초현실적인 설정과 주변의 모든 상황에 대한 담담한, 어쩐지 초연한 듯한 등장인물들의 특징이 여지없이 나타난다. 사에키상과 나카타상의 그림자 이야기는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연상하게도 한다.

 

하루키는 그전에도 한번 사용되었던 그림자의 이미지를 왜 또 사용했었을까? 외부의 영향에 대해 자신을 통해 굴절하여 다시 외부로 표현되는 이미지가 반밖에 남지않았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될까?

 

하루키는 그전보다도 소설 곳곳에 갖가지 상징들과 은유들을 심어놓아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한장 한장을 그냥 넘기기 힘들게 하고있다. 그러나 하루키의 또 다른 매력이라고 하면 그 수많은 상징들로 독자들을 곤혹스럽게 하면서도 또한 그 특유의 스토리라인을 이끌고하는 힘으로 어쩌면 많다면 많을 수도 있는 분량의 글을 순식간에 읽어버리게 한다. 해변의 카프카는 전작보다도 더욱 유머러스하며 추리소설과 같이 흥미진진하다.

 

일독! 권할만한 흥미진진한 하루키의 소설이다.

Posted by Tony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