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벨룽겐의 노래'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7.04.20 니벨룽겐의 노래

니벨룽겐의 노래

2007. 4. 20. 13:40 from BoOk/nOvEl

 

니벨룽겐의 노래
국내도서
저자 : 작자미상 / 허창운역
출판 : 범우사 2000.10.01
상세보기

 

 

우선 얘기하자면 "니벨룽겐의 노래"는 솔직히 잘못 알고 사서 읽은 책이다. 바그너 악극 "니벨룽겐의 반지"와 같은 내용으로 알고 악극을 몇일을 앉아서 들을 시간도 기회도 없으니까 궁금한데로 책으로 읽자라고 해서 사서 봤는데 악극과는 틀린 내용이다. 말하자면 그중 일부 이야기라고나 할까. 지크프리드가 전편에 나오지만 중반부에서 죽고 판타지적인 내용이라기보다는 어두운 시대극적인 느낌이 강하다. 구비문학으로 작가도 미상이며 시대적 배경도 모호하다.

 

책을 펼치면 사실 생소한 양식으로 구성이되어 책을 읽는 것 자체도 망설여진다. 구성 자체는 성경의 구성과 같은 형식을 띄고있어서 단락단락이 나누어져있으며 문체는 시가적인 형태를 띄고있다. 그래도 어찌되었든 일단 읽기 시작하면 그렇게 딱딱하거나 어려운 책은 아니다. (번역의 영향일 수도 있겠지만..) 범우사 문고판으로 사서 읽었는데 번역 자체가 매끄럽게되어 어색하다던가 막히는 부분이 없이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의 내용은 지크프리드가 라인강 유역의 왕국의 공주 크림힐트의 아름다움을 전해듣고 그녀를 신부로 맞이하기 위해 찾아나서는 것으로 시작한다. 크림힐트의 오빠인 군터는 동생인 크림힐트를 신부로 내어주는 조건으로 이웃나라의 브룬힐트를 신부로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줄것을 부탁하고 마침내 지크프리드의 도움으로 혼인을 성사시키게되지만 의심을 품은 브룬힐트가 군터와의 동침을 거부하자 재차 부탁을 하여 지크프리드가 마법의 망토로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브룬힐트를 힘으로 제압하여 군터와의 동침을 도와주어 (브룬힐트는 엄청한 힘의 소유자였다.) 마침내 크림힐트와의 혼인을 성사시키고 고국인 네덜란드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 전반부의 내용이다. 여기까지의 내용으로만 보면 그냥 전형적인 중세 고전의 해피엔드 스토리로 마감하려는 것이 나머지 후반부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못내 의심을 품은 브룬힐트가 지크프리드와 크림힐트를 초대하여 크림힐트와의 설전중에 사실의 내막이 폭로되어 모욕을 당한 후 라인의 기사들이 음모를 꾸며 지크프리드를 사냥중에 암살하는 것으로 비극이 시작되게 된다. 결국 크림힐트는 수년간을 와신상담하며 복수만을 기다리다 훈족의 왕 에첼과 혼인을 하게되면서 음모를 현실로 옮기게되며 군터 일족을 초대하여 결국은 모두가 비극적인 피의 최후를 맞이하게되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이 난다.

 

책의 내용과 악극에서 중복되면서 (조금 틀린데) 일치되는 것은 지크프리드가 브룬힐트를 만나서 군터의 신부로 만들게되는 부분인데 여기서는 이전부터 이미 둘간에 사연이 있어서 브룬힐트가 지크프리드를 사랑하고 있었으며 이것이 원인이 되어 질투로 인해 암살을 사주하는 것으로 바그너의 악곡에서는 나오는 걸로 전해진다.

 

책의 주인공들은 단순히 선악의 구도로 구분하기에는 자신의 주인과 나름내로의 신념에 의해 행동하는 것으로 나와 무리가 있다. 다르게 표현하면 악당으로도 표현될 수 있는 하겐과 같은 인물도 사실 나름대로의 신념과 자신이 속한 영주에게 충성을 위해 음모와 암살을 수행하며 마지막 부분의 전투 장면은 영웅적인 면모를 의도적으로 강조한 측면도 없지않다. 이 이야기의 비극은 결국 피의 복수가 아니고서는 자신의 명예를 보상받을 수 없었던 중세의 사회적인 구조에 기인하지않는가도 싶다.

 

책의 내용과 무관하게 이런 비장미를 느낄 수 있는 건 이러한 고전이 아니고서는 표현하기도 나타내기도 힘들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된다. 피의 복수를 위한 내용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암울한 복선들을 나타내며 중세문학의 고유의 분위기를 느끼게 해준다. 흔치 않은 중세의 고전을 느낄 수 있는 좋은 독서의 기회였다.

 

결론 : 멋있는 고전이다. 반드시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다.

Posted by Tony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