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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7.06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0)

저자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출판사
작가정신(도). | 2008-08-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판타지와 연애소설의 즐거운 만남! 제20회 야마모토슈고로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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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에는 그냥 평범한, 소프트한 일본 소설이구나,라는 생각이었습니다. 3층 버스니 하는 본토초에서의 술판은 곤 사토시의 애니를 책으로 보는 듯한 생각도 들었고요. 하지만 책을 읽다보니 묘하게 대학 때 생각이 들더군요. 좋아하는 여학생 생각에 끙끙대고, 공부는 뒷전으로 미루고 허름한 술집에서 사람들과 같이 잔을 주고 받던.

 

2학년 때 캠퍼스 어디에선가 그 애와 우연히 마주쳤습니다. 그냥 가볍게 인사만 하고 헤어졌는데 갑자기 얼마 안가서 미치도록 그 애가 다시 보고 싶어지는 것이었습니다.

 

당시에는 핸드폰도 없던 때라서 (삐삐도 없었죠.) 무작정 학교를 뒤졌습니다. 도서관, 학생회관, 5호관…. 이렇게 뒤지다보면 우연히라도 다시 그 애와 마주칠 것 같았었고, 만나면 좋아한다고 고백해야겠다는 생각이었죠.

 

하지만 결국 그런 우연을 가장한 행운은 나에게 오지않았었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학교를 온통 뒤진 결과는 지나가던 선배들이었고. 붙들려서 후문가에서 쓴 소주만 퍼 마셨었죠. (이런 젠장)

 

뒤에 가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날 우연이라도 그 애와 다시 마주쳤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그렇게 우연히 만나 고백했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라고 말이죠.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 뒤로도 숱하게 기회가 있었는데 못했던 것 뿐이고, 이런 생각은 그냥 찌질했던 당시의 나와 그렇게 놓쳐버린 미련에 대한 변명에 지나지 않겠죠.

 

남자 주인공은 본토초에서 술독에 빠지고, 더운 여름 헌책방 거리에서 매운 음식에 시달리고, 학교 축제에서는 그야말로 목숨까지 왔다갔다할 정도로 곤경을 겪으며 그냥 해자만 메우다 끝나는 것 아닌가 싶게 그녀와의 기회를 잡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런 느낌의 소설이 그렇듯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로 마무리되어 '인생의 고통은 이런 것이었다'라는 식으로 결론 날리는 없겠죠.

 

비록 가볍다지만 추억들이 새록새록 돋아나 읽는 내내 즐거웠던 책이었습니다.

 

Posted by Tony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