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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본기

2009. 2. 23. 12:18 from BoOk/hIsToRy


사마천의 사기는 본기, 열전, 세가, 표, 서 다섯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최근에 본기 번역본을 찾게되서 사보았다. 연달아 읽기는 뭐해서 다른 책 한권 읽고 다음에 세가를 사서 볼까 생각 중이다.

사기 본기는 인물 위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열전이나 세가와 달리 오제 때부터 시작해서 한무제까지 제왕 중심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구성되어 있다. 오제본기, 하본기, 은본기 등의 내용은 아무래도 오랜 시간이 지나 집필이 되서인지 내용이 단편적이어서 마치 삼국사기를 읽었을 때의 느낌이 드는데 진시황본기로부터는 사마천이 생존하던 시기와 아무래도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은 이유에서인지 상세하고도 치밀하게 기술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초한쟁패의 역사를 재미있게 읽었던 사람이라면 본기도 재미있게 볼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초한쟁패의 사서나 소설이 아무래도 진시황 말기로부터 시작되던 것을 생각하면 훨씬 전의 역사로부터 이해가 가능하게 되며 또한 한고조 이후의 여태후까지의 역사의 흐름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소설만큼 세세한 묘사는 아닐지라도 나름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해준다. 열전의 내용을 다시 꺼내어 봐도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사실 열전만을 볼 때는 역사적인 전후 관계에 대한 이해나 지식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놓칠 수 있었던 의미들을 다시 곱씹어 볼 수도 있지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기의 우수함은 역사의 나열에 그치지않은 사마천의 문학성에 있지않나하는 생각이다. 사실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비교를 하자면 삼국사기의 내용은 부끄러울 정도로 부실하다. 삼국사기의 단순한 사건의 나열과 그나마도 부족한 내용을 보면 작가의 역량 또한 영향을 미치지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大風起兮雲飛揚     큰바람 불어 구름 흩날리고
威加海內兮歸故鄕  위세가 해내에 떨쳐 고향에 돌아왔네
安得猛士兮守四方  어떻게 하면 맹사를 얻어 사방을 지키게 할까

유방이 천하를 평정하고 고향인 패현에 들러 잔치를 열면서 아이들에게 부르게하였던 '대풍가'로 사기 내의 기록에 의하면 유방은 이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촌구석 건달 출신이었던 유방이 천하를 평정하여 천자가 되었을 때의 감회를 이만큼이나 공감할 수 있게 묘사할 수 있는 것은 사마천이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사기의 우수함을 논하는 자체가 사기에 대한 모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Posted by Tony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