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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18 빼앗긴 자들 (The dispossessed)

체제에 대한 고민을 담고있는 SF 소설이다. 어슐러 K. 르귄의 이 소설은 이른바 헤인 시리즈로 일컬어지는 연작 중의 하나로 '엔서블'이라고 불리게 되는 통신 장치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쉐벡이라는 물리학자의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SF 소설이라고 하면 우주선이 날아다니는 우주전쟁이나 외계인들과의 충돌 혹은 최첨단 과학 기술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야기를 떠올리게 되는데 '빼앗긴 자들'은 비록 먼 외계의 떨어진 두 행성에 대한 이야기라지만 그러한 상상력의 산물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사회 체제에 대한 논의에 Focus를 맞추고 있다.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까마득한 시간이 지난 미래에 아나레스와 우라스라는 두 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아나레스의 사회적 모순에 저항하던 아니키스트들이 위성인 우라스로 집단 이주를 하여 새로운 세계를 마련하고 150년의 세월이 지난 시점의 이야기로 아나레스에는 아직도 전체주의적 자본주의 사회와 공산 독제체제가 충돌하고 있고 우라스로 이전한 사람들은 나름의 별도의 언어까지 만들어내 무정부 상태의 공동주의 사회를 만들고 서로 간의 교류를 닫고 있었다.

1973년이라는 이 책이 쓰여진 시기를 생각하면 이러한 소설의 주제는 결국 당시에 세계가 고민하던 문제가 녹아든 것으로 저자는 당시의 냉전의 절정을 이끌어낸 양대 세력의 모순과 히피문화로 논의되던 아나키즘까지 먼 미래의 외계를 배경으로 현실화하여 체제와 이론이 사람을 구원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독자들에게 던져주고 있다.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끊임없이 결국 어떤 체제이냐도 중요할 수 있지만 나름의 가치나 기득권을 만들어내기 마련이고 이것을 지키기 위한 세력과 불만을 가지는 세력 간의 투쟁이 만들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어느 한 때의 역사적 사건이 그 후의 모든 문제를 풀어줄 수는 없는 일이다. 사람들은 그렇게 믿고싶어하지만 인생이 그렇듯이 어느 하나를 이루고 나면 그 다음 문제가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고 사람이 존재하고 집단이 존재하고 사회가 존재하는 한은 인류는 끊임없이 문제를 풀기위해 대립하고 화합하고 고민해야된다는 단순한 사실을 이 책은 일깨워준다.

헤인 시리즈는 처음으로 읽었는데 앞으로 한 두권은 더 찾아볼까 생각 중이다. 즐기기 좋은 훌륭한 책이다. 

Posted by Tony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