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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7.19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3-07-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지금, 당신은 어느 역에 서 있습니까?모든 것이 완벽했던 스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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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니 오행이 사용된 것 같아 다소 흥미로웠습니다. 그런 점이 눈에 들어오다 보니 읽는 내내 그런 쪽으로 해석을 하게되더군요. 하루키의 이 신작은 다자키 쓰쿠루라는 주인공이 고교 시절 이후 절친이었던 5명의 모임에서 대학 입학 후 영문도 모르는 채 절교를 당하게 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이 모임은 주인공을 포함한 남자 3명과 여자 2명으로 이루어졌었는데 주인공인 다자키 쓰쿠루는 하루키 소설의 남자 주인공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다소 소극적이고, 내성적이지만 맡은 일에는 철두철미한 성격을 지닌 반면에 자기에게 닥친 사건은 타자화하는 듯한 성격을 가진, 극중 주인공 본인의 표현에 따르면 텅 빈 그릇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행에 연관되 생각하기 시작한 건 주인공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이름에 전부 특정 색의 한자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였는데요 주인공의 남자 친구 2명은 각각 청색과 적색을 의미하는 아오, 아카를 포함하고 (아카마쓰 게이 赤松 /오우미 요시오 青海 ) 여자 친구는 흰색과 검정색을 뜻하는 시로, 구로라는 한자를 이름 안에 가지고 있습니다. (시라네 유즈키 白根 柚木/구로노 에리 黒埜 ) 오방색으로 분류하면 청색과 적색은 양의 성격을 가지며 각각 동쪽과 남쪽을 상징합니다. 또한 를 뜻하기도 하고요. 백색과 흑색은 반면에 음의 성격을 가지며 서쪽과 북쪽을 상징합니다. 오행에서는 를 뜻하고요. 양의 성격을 가진 이름은 남성, 음의 성격을 가진 이름은 여성으로 분류가 되며 여기서 남는 것이 중앙을 의미하는 황색, 오행으로는 인데요. 비록 쓰쿠루가 이름에 색을 의미하는 한자를 포함하고 있지는 않지만 오행으로는 의 위치에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쓰쿠루라는 이름이 한자로 인데 만물을 키워내고 만들어내는 것은, 그리고 앞의 사행을 품어내는 것은 결국 의 역할이니까요. 쓰쿠루가 모든 물류와 이동의 연결점인 기차역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어느 정도 관련성을 가지게됩니다. (음양오행도에서 는 정중앙에 위치하여 나머지 사행을 연결하여 주는 위치에 놓여있습니다.)

 

나고야의 고교시절에 형성된 우정은 책 속의 묘사에 따르면 거의 완벽한 관계를 유지합니다. 주인공은 개성이 넘치는 네 친구들 가운데에서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이렇게 무미건조한 위치라는 생각을 가지지만, 본인이 이런 그룹에 속하게 된 것은 대단한 행운이라는 생각을 가지며 어울리게 되고요. 대학에 진학을 하게 되면서 나머지 친구들은 고향인 나고야 근처의 학교로 진학하지만 주인공은 기차역과 관련된 전공을 공부하기 위해 도쿄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을 하게됩니다. 그리고 얼마가 지나 영문도 모르는 채 나머지 네 명의 친구들에게서 절교를 당하게 되고요.

 

소설은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고 한참이 지나 주인공이 36이 된 시점에서 시작하게 됩니다. 한때 큰 충격을 받았던 주인공은 어떻게든 그 시절을 극복해냈고, 36의 나이에 이르러서야 새로운 애인에게 과거 친구들로부터 절교를 당했던 경험을 고백합니다. 그리고 애인의 충고에 따라 이미 십수년이 지난 그 사건에 대해 이유를 찾게되는 긴 순례의 과정을 시작하게 됩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소설은 하루키의 다른 작품보다는 대표작인 노르웨이의 숲을 많은 점에서 연상하게 합니다. 다른 작품에서 보이던 이분법적인 세계관 구도가 없어졌고 (아니면 굉장히 완화되었고) 비록 애인 관계는 아니지만 시로가 혼돈 속에 죽는 점도 노르웨이의 숲의 나오코를 연상시킵니다. 책의 마지막에 애인인 기모토 사라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것도 노르웨이의 숲의 미도리를 찾는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사람들이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에 열광했었던 많은 이유들이 있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마지막에 주인공이 미도리에 대한 사랑을 깨닫게 되는 과정이 인상 깊었었습니다. 이 작품에서도 쓰쿠루는 사라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것으로 작품을 마무리합니다. 돌이켜보면 거절 당하는 것이 두려워 진심을 표현 못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인생을 살며 두고두고 후회할 점을 남기게 되죠. 그녀가 그의 사랑을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누구든 인생에 시련을 겪으면서도 소중한 것을 찾고 지키는 것처럼 중요한 것은 없으니까요.

Posted by Tony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