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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국내도서
저자 :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Светлана Александровна Алексиевич) / 박은정역
출판 : 문학동네 2015.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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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라는 다소 긴 제목의 이 작품은 세계2차대전 당시 참전했던 200명 가량의 당시 소비에트 여성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어쩌면 크리스탈 나흐츠와 비슷한 구도를 가졌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2015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지만 어쩌면 문학작품으로서는 그저 그런 정도의 책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참전자들의 에피소드 외의 작가의 Comment는 어쩔 때는 지루하기도, 어울리지 않게 비장하게도 아니면 불필요하게 반복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사실 2차대전 발발 이전 나치 독일과 소비에트 연방은 상호 불가침 조약을 맺고 있던 관계였습니다. (조약을 맺을 당시 서방의 프랑스와 영국은 멘붕에 빠졌었죠.) 그러던 독일이 1941 6월에 전격적으로 소련 침공에 나섭니다. 지금도 이때 독일 침공의 배경이나 적절성 여부에 대해 여러 논란이 있지만 아무튼 침공 초기만 놓고 보면 독일의 승승장구였습니다. 1930년대 소비에트 내부에 발생된 숙청에 의해 전력이 크게 약화되었다는 의견 등 참패의 원인에 대한 여러가지 의견이 있지만 아무튼 소비에트의 주력군은 전쟁 초기 거의 괴멸 상태에 빠지게 되고 삽시간에 레닌그라드까지 밀리게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많은 여성들이 참전하여 전선으로 달려갑니다. 최전방의 고사포 부대, 저격수, 전투기 조정사로부터 세탁병, 의무병, 통신교환수 등 다양한 부문의 참전자들의 증언이 책 전체에 걸쳐 소개됩니다.

 

당시의 특수한 시대적 상황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이 책의 사연들을 읽다 보니 불과 열여섯, 열여덟에 불과한 아이들이 전쟁의 참화에 휩쓸리는 사실 하나로도 가슴이 답답해짐을 느꼈습니다. 누구는 원피스 차림으로 또 누구는 가진 돈을 털어 사탕을 한꾸러미 사들고 전선으로 향했습니다.

 

이 작품의 주목할 만한 점은 소수자인 여성의 입장에서 참전 경험을 풀어놨다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때로는 여성의 감성을 다루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여성이라고 남성보다 더 연약하다던지 감성적이라던지 하는 점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여성 중에도 감성이 풍부한 사람이 있고 안그런 사람도 있습니다. 똑똑한 사람도 있고 멍청한 사람도 있을 거고요. 키가 큰 사람도 있고 작은 사람도 있습니다. 비중이 좀 더 많냐 적냐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이건 남성이라고 다를 바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조국을 위해 뛰어든 군에서 여성은 결국 소수자에 머무를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전쟁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참전용사들이 받은 싸늘한 냉대는 그래서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조국을 위해, 공산주위를 위해 꽃 같은 청춘을 바쳤다. 전쟁에 돌아오고 나는 더 이상 보통 여자가 될 수 없었다. 지금도 붉은 색은 꽃조차도 바로 쳐다보지 못하게 된 나에게 조국은, 가족은, 이웃은 전쟁터의 남자들에 둘러싸여 몸을 굴린 추잡한 여자로 모함하고 포로로 잡혔으면서 왜 죽지않고 살아남았냐며 배신자의 낙인을 찍었다며 울분을 토합니다. 비난 받을 사람이 누구냐? 전쟁이 터지면 막강한 소비에트의 전사들의 칼에 적들이 살아남지 못할 거라고 인민을 기만한 그들이, 파시스트의 탱크부대에 대항하라고 기마대를 보낸 그들이 조국을 배신한 사람들이 아니냐고.

 

영화로도, 소설로도 아니면 음악이나 미술로도 전쟁을 다룬 작품들은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국가 대 국가라는 전쟁의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희생되는 이름 없는 전사들에게 결국 전쟁은 야만적인 폭력에 불과하다는 점을 이 작품은 다시 일깨워줍니다.

Posted by Tony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