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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0.11.08 人生如朝露, 何自苦如此.

지금 서울의 부모님 댁에 가면 사서삼경이 한 질 있습니다. 빨간색 하드커버에 폼나게 한켠을 차지하고 있죠. 사서삼경이라고 하면 논어, 맹자, 중용, 대학 이렇게 사서하고 서경, 시경, 역경 이렇게 삼경을 통칭하여 하는 말입니다.

여기서 시시콜콜하게 사서삼경 얘기를 하자는 건 아니고....

암튼 그 책 한질에 별책부록같이 껴있는 책이 또 몇 권 있는데 그 중에 한권이 한자명언집입니다. 여기에는 사서삼경 뿐만 아니라 노자, 장자, 묵자, 순자 등등 다양한 출처를 가진 글들이 짤막짤막하게 실려있는데 상당히 두껍지만.... 암튼 짤막짤막해서 더 읽기는 쉽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인가... 암튼 집에서 그걸 읽다가 정말 멋있는 말을 찾았었죠.

人生如朝露, 何自苦如此.

宋名臣言行錄이라는 책이 출처로 되어있습니다. 정말 멋진 얘기 아닙니까? 인생은 아침이슬과 같거늘, 어찌 그몸을 수고스럽게 하겠는가. 마치 인생의 모든 고뇌를 달관한 듯한 노장적 이미지가 팍팍 와 닿더군요. 그야말로 감동이었습니다. 잊어먹을까봐 수첩에 꼭꼭 눌러서 적고 계속 읽고 외었습니다. 재수하면서 몸이 고단하거나 강박관념에 시달릴 때 틈틈히 그 문구를 상기하면서 마음을 달래곤 했었습니다.

지금 장가가고 우리집에는 동아일보를 받아봅니다. 첨에는 한겨례를 받아볼까도 생각했는데.. 동아일보에서 먼저 선수를 쳐버리더군요. 동아일보도 무난하다고 생각이 들어서 요즘은 동아일보를 받아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의 부모님 댁에는 조선일보를 받아보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별로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가끔 신문 읽다보면 "뭐 이런게 다있어?!"하는 말이 나오기도 하죠. 하지만 집에 있을때 이규태 코너는 즐겨읽곤 했습니다. 읽어볼만 합니다. 갑자기 왠 뜸금없이 조선일보냐 싶었죠? 이규태 코너 때문입니다.

대학교 일학년 때였었는데 아침에 신문을 어느날인가 읽다가 위의 人生如朝露, 何自苦如此. 에 관한 글을 읽게되었는데... 사실은 이 말을 한 사람이 정말 별볼일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송나라가 금에 밀려서 남송으로 전락하면서 나라가 기울자 송나라의 대신이었던 모모씨가 옛날에 우리나라 김시습 아저씨 하듯이 산에 올라가서 모든걸 잊고서 거의 거지같이 하고 살았답니다. 세상에는 항상 여기 붙고 저기 붙는 사람이 있는 법. 송나라에서 한참 잘나가다 나라가 망하자 마자 금에 붙어버린 한 장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아저씨를 꼬시러 산골짜기를 돌아돌아 찾아오게 되는거죠. 그리고는 만나서 한 얘기가 위의 말이었습니다. 어차피 살아야 얼마나 살겠냐? 뭐한다고 사서 고생인데? 그래봐야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그러니까 이런 얘기였던 셈이죠. 우리 나라에도 이거 비슷한 얘기가 생각나지 않습니까? 정몽주하고 이방원하고 뭐 어쩌고 말이죠. 그때 정몽주 선생께서는 이방원이 쓴 글에 답하여 이몸이 죽고죽어 하면서 유명한 글을 남겼는데... 송나라의 충신은 어떻게 했을까요? 좀더 과격한 방법을 썼습니다. 한마디 대꾸도 하지않고 바로 화장실에 가서 똥물을 퍼다 그냥 부어버린거죠.

무엇이든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가끔은 내 생활을 돌아보게도 하는 말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나는 어떻게 될것인지 그리고 내가 어떻게 해야될지 갈팡질팡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고나서 누군가가 아니면 내가 나 자신을 돌아봤을 때 나는 어차피 끝난 일인데 나 살 길이나 찾아보자라면서 조직에 남은 기간을 허송했는지, 붙어있던 나가던 최선은 아무튼 다하자였는지 말이죠.
Posted by Tony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