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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당하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추사라고 해야 사람들은 '아하 추사 김정희!'하고 얘기한다. 책을 처음 사서 가지고 다니는데 같이 가던 사람들이 무슨 책이냐고 해서 보여주면 처음 반응이 대체로 이렇다.
이 책은 순전히 작가를 보고 골랐다. 그리고 작가가 하는 말을 믿고 책을 샀다. 이 글의 작가는 유명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유홍준 교수. 책 자체는 상당히 고급스럽다. 이렇게 반질반질한 재질의 책은 첨이다. 타임지나 뉴스위크 같은 주간지 재질의 종이를 사용하고 있다. 책 내용 틈틈히 글이나 글씨 그리고 완당이 머물렀던 곳 같은 사진들이 포함되어있어 그런것 같다. 책 자체도 그래서 그런지 비싸다.
총 3권의 책은 굴곡이 심했던 완당의 삶과 성과들을 차분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실 우리는 우리의 문학이나 역사적 인물에 대해서 잘 알지를 못한다. 추사체에 대해서는 학교에서 듣지만 추사체가 과연 어떻게 생겼는지는 학교 다닐 적에도 미술책 한 곳에도 없었던 것 같다. 반만년 역사니 뭐니 하지만 서양의 번역된 시를 외어도 우리의 조선시대의 한시는 외면한다. 이렇게 된 데에는 아무래도 교육의 영향이 있지않나 싶다. 물론 내가 고등학교때 서양시를 번역한 것을 국어시간이나 다른 시간에 열심히 배웠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등학교까지의 교육에서 우리 고전은 유독 한글로 표현된 것을 고집하고 한문으로 쓰여진 것은 아예 없는 것처럼 무시되었다. 덕분에 누가 뭐라고 해도 치열한 논쟁과 뼈를 깎는 정진이 깃들여진 선조들의 한문학은 지금도 일반 대중들에게는 논외의 사항이다.
김정희는 사람들이 알고있는 것처럼 글만 잘 쓰던 명필은 아니었다. 금석학의 대가였으며 사상적으로도 평생을 통해 정진했으며 많은 문헌들과 기록들이 남아있다. 그런데 우리는 왜 김정희를 그렇게 밖에는 모르고있었을까. 그의 사상과 삶과 모든 성과들은 다 사라져 버리고 왜 추사체만이 남아있을까. 마치 다빈치의 그림으로만 그를 기억하는 것처럼.
결국 우리가 카프카를 독일어로 읽을 수는 없는 것처럼 우리의 고문학에 대해서도 활발한 번역과 이를 대중에 전파하려는 시스템적인 지원과 노력이 있어야 하지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국수주의냐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지만 국수주의라는 말이 부끄러울 정도로 우리는 너무 우리자신의 역사와 문학과 철학에 무지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