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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타 뮐러의 ‘숨그네’는 굳이 나누자면 수용소 문학으로 분류가 될 수 있는 작품인데요 수용소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솔제니친의 ‘수용소 군도’, ‘이반 데이소비치의 하루’ 같은 작품들도 여기에 나뉘어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조금 이 작품이 특이하다고 굳이 말을 하자면 기존의 수용소 문학 작품은 공산독재국이나 (중국이나 소련 치하의) 파시스트 정권하에서 탄압받던 자국민이나 피지배민 (주로 유태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다면 이 작품은 이차대전 이후 공산화된 루마니아 정권 하에서 소련으로 강제 소집된 독일계 루마니아인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고보면 우리나라는 정말 착한 국민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해방 이후 식민지 시대에 있었던 과거사에 대해 이런 보복적인 조치는 거의 없었던 것 같으니 말입니다. 5년 만에 바로 전쟁이 터진 것도 이유가 될지 모르겠지만 일본인에 대한 보복은 고사하고 자국의 매국노에 대해서도 관대하기 이를 데 없었으니 선한 건지 배알이 없는 건지 가끔 헥갈리곤 합니다. (누구는 이웃나라에 남아있던 독일인도 아니고 독일계까지 강제 수용소에 쳐넣어서 보복을 하는데 말이죠.)
작품의 취지와는 좀 동떨어진 Comment였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전쟁범죄와는 아무 상관없던 독일계 루마니아 인들을 노동수용소에 강제 소집하여 학대하는 것은 정의와는 아무 상관없는 집단의 폭력에 불과하니까요. 작품은 사실에 기조하여 작성된 작품입니다. 저자와 지인관계이던 ‘오스타 파스티오르’라는 여성의 경험담에 기초한 작품인데 주인공은 17세의 게이 소년 ‘레오’로 설정하였습니다.
작품은 시간의 흐름으로 전개되지만 구조는 Episode식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Episode와 Episode간의 연속성이 다소 느슨하여 사실 작품에 몰입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고통스러운 상황이 모호하면서도 자기 중심적인 묘사로 나열되어 독자의 마음까지도 무겁게 짖누르는 것 같더군요. 아무튼 꽤 오랜 시간에 걸쳐 읽었습니다.
주변의 사람들이 하나둘 희생 당하는 중에도 레오는 결국 살아남아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상처 받은 영혼은 장소만 바뀌었을 뿐 계속 고통 받게 되죠. 폭력은 아무 정당성도 주지 못한다는 것을 새삼 되뇌이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