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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0.11.03 Ride with Devil

Ride with Devil

2000. 11. 3. 16:51 from MoViE
어제는 은랑이하고 퇴근하고 성산아트홀에서 오페라 '춘희'를 한다고 해서 보러갔다. 몇일전부터 예매하라고 말했는데 "모 가면 있을꺼야. 가서사지 모"하기에 알아서 해라 그리고 있었는데.... 통재라 표가 없었다. 2만원짜리 S석 표가 있기는 했지만 한장에 2만원이나 하고 현금이 2만원도 없는데 어떻게 들어가겠는가... 그냥 못보고 나왔다.

완전히 허무시리즈다.

차 가져가서 창원시청에다 주차시켰었는데 이건 또 모야. 어떤 놈이 에쿠스를 뒤에 사이드 걸고 주차시켜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뿐만 아니라 바로 에쿠스 앞에는 엘란트라가 사이드 걸고서 버티고있는게 아닌가. 에쿠스는 그나마 메모가 있어서 전화해서 간신히 빠져나왔다.

나왔다가 그냥 가기도 모하고 해서 던킨에 들려서 도너스하고 커피 한잔 마시고 집에 왔다. 그리고는 집에 들어오는 길에 그냥 들어오기도 허무해서 ... 비디오 하나 빌려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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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de with Devil..

제목만 들으면 무슨 공포 영화를 연상시키지 않는가? 서부영화다. 비됴 가게에 세개 준비되있는데 신프로임에도 불구하고 하나도 나가질 않았다. 사실 서부영화라서 좀 유행이 지난 맛도 있지만 이건 완전히 홍보가 안된 탓이다. 이안 감독의 영화고 꽤 볼만하다. 재미있는 감독 아닌가. 사실 영화 감독들은 어떤 일종의 풍이 있어서 만드는 영화들이 거의 비슷한 배경이나 소재를 다루기 십상인데 이안 감독은 별나게도 전혀 다른 소재들을 매번 다루고 있다. 결혼피로연에서는 현대를 배경으로 동성연애자 얘기를 하다가 센스앤 센서빌러티에서는 근세 영국으로 (미국이었나?) 가서 러브스토리를 다루고, 그러다 엉뚱하게 갑자기 칼들이 춤을 추는 와호장룡을 찍고서는 이번에는 서부영화다. 다음에는 SF나 2차대전을 다루지는 않을까?

처음에 영화는 사실 좀 희미하게 지나간다. 평안한 시절의 고향에서의 시간은 막연하게 남아있는 기억들처럼 뭐가 뭔지 정확하게 설명도 없이 띄엄띄엄하게 지나간다. 주인공은 분리주의자인 남부인인데 공화주의자들이 대부분인 독일계이기도 하다. 그리고 사실 그의 아버지는 독일계 공화주의자다. 누구는 내가 속한 곳에 아무런 판단도 필요없이 포함되기도 한다. 내가 경상도 사람이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게 당연하고 내가 전라도면 압도적으로 민주당을 밀어주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그러나 주인공은 마치 경상도 사람이 해태 타이거즈 응원하듯이 독일계임에도 불구하고 분리주의자 남부인이다. 친구의 아버지가 공화주의자들에게 살해되는 것을 보고 민병대에 가담하면서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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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자주 과격하고도 현실적인 총격전을 보여준다. 총을 맞아도 항상 가슴에만 맞고 한참 뜸들이면서 웃옷만 피에 적시며 죽어가는 고전적인 서부영화와는 표현이 다르다. 그렇지만 오랜 백인친구가 죽고서야 나는 자유를 얻었다며 멍한 시선을 보내는 흑인 민병대원이나 영화 마지막에 같은 민병대임에도 적전에서 자신에게 총을 쏘아대던 옛 동료와 우연히 마주치고도 총을 겨누고 그냥 보낸 뒤에 죽이려던 것이 아니었냐는 질문에 "아무 생각도 들지않았어. 그냥 본능적으로 그렇게 한 것 뿐이야."하면서 마무리 되는 것을 보면 이 영화는 사실 이안감독의 다른 영화가 그렇듯이 감성적인 측면이 더욱 주가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노예제도에 찬성하니 마니 하는 그 옮고 그름을 떠나서, 자신의 이념이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뛰어 다니지만 와호장룡에서 화려한 무술보다는 자신의 품위, 의리따위 때문에 결국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무 말도 못하다가 죽음에 이르러서야 사랑을 고백하며 후회하는 사람들을 보여주고 싶어했던 것처럼 결국 우리들은 피곤한 일상을 살아가는 불쌍한 사람들일 뿐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Posted by Tony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