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화점

2009. 1. 19. 13:22 from MoViE

은랑 여사께서 하도 보고 싶다고 하셔서 어제 처갓집에 갔을 때 둘째를 장모님한테 맡겨놓고 봤습니다. 신촌 아트리온에서 봤는데 주말인데도 극장이 거의 텅텅 비었더군요. 군데군데 연인들만 자리를 잡고 앉아서 보는 한적한 분위기였습니다. 뭐 개봉한지가 좀 되서 그런건지 생각보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암튼 의외더군요.

영화 내용은 뭐 간단합니다. 호모 섹슈얼이었던 고려왕이 성적 취향 상의 이유로 2세를 못보게되어 권력 기반까지 위태로워지니까, 내가 하기는 싫고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하다가, 맞다 그렇게 하면 되지,라는 생각에 섹스 파트너였던 호위무사 홍림을 왕비하고 연결해줍니다. 첨에는 그런 생각이었겠죠.



'나랑 마찬가지로 너도 별로 내키지는 않겠지만 넌 암튼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내가 어려운 걸 도와줘야되지 않겠어?'

그리고 같은 취향이라고 생각했을테니 나중에 서로 눈이 맞는 의외의 사태로 일이 벌어지지도 않을거라 생각했을테고요.

그런데 이런. Wrong Idea!

둘이 붙여놨더니 홍림군께서 그만 이성이 눈을 뜨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지게됩니다. 호모라고 믿었던 홍림은 그러면 바이섹? 아니면 사실은 호모를 가장한 헤테로? 그 뒤는 예상된 수순.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힌 (사실 단초는 자기가 다 제공한 거지만.) 고려왕은 질투에 눈이 멀어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는다는 얘기입니다.

사실 좀 어이없는 스토리 아닌가요? 나는 호모 섹슈얼은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자신의 섹스 파트너를 다른 사람과 공유한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동성애자 사이에서도 어이없는 상황일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쪽 Inner Circle에서의 사연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지만 그래도 영화 보고 나중에 생각해보니 이건 뭐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이나 몰이해도 반영된 그런 영화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영화를 보는 내내 사실 별관계는 없는데도 이병헌 주연이었던 '달콤한 인생'이 많이 연상되더군요. 보스에게 버림받는 거라던지, 그 모든 사태의 원인이 보스의 여자였다는 것부터 그리고 사실 보스가 만들어놓은 문제 때문에 아니면 충성을 시험해보기 위해 맡긴 일 때문에 부하가 보스에게 버림받고 복수를 준비하는 것 등등... 마지막에 홍림이 고려왕에게 울분을 표하던 장면에서는 "개처럼 부려먹던 나를!"이라며 분을 참지 못하던 이병헌의 모습이 오버랩되더군요.


뭐 사실 그닥 인상 깊은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조인성의 베드신은 너무 자주 나와서 나중에는 조금 식상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화제가 된 조인성과 주진모의 베드신도 사실 키스만 열심히 하는 수준이었고요. 스타일과 미술도 눈이 피로하다는 생각이 들게 지나치게 번잡스럽다는 인상이었습니다. 화젯거리를 위해 베드신에 스토리가 죽어버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느껴지던 유하 감독의 박력이 어디론가 다 사라져버린 것 같아서 다소 실망해다고 해야될까요?

암튼 여자분들은 좋아하는 것 같더군요. 은랑 여사께서 영화가 끝나고 화장실에서 듣기로는 조인성의 다수의 노출신에 여자분들께서 굉장히 흐뭇해하더라는 후문입니다. (아유 지금 실컷 봐야지 언제 또 그런게 나오겠어 호호홍~~~ ㅡ.ㅡ;;) 송지효가 열받을 일 아닌가요? 어떻게 남자배우 노출신이 더 화제가 되니 말입니다. ^^ 

 

Posted by Tony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