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2. 23. 08:03 from MeDiTaTiOn/pOeM
마을에 눈이 가득 내렸다

나는 한껏 웅크린 모습으로 길을 걷다 다쳤던 발목이 아파 잠시 나무를 의지하고 멈춰선다

개울가에 살얼음이 얼었고
머리 위 텅 빈 공간으로는 바람이 날랬다.

겨울이 차다.
버스 속 사람들은 핸드폰을 내려보느라 눈치를 못챘겠지만 그들의 열기가 구름처럼 버스 안을 가득 채우고 하얀 입김을 창 밖으로 쉴 새 없이 내뿜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앞길이 걱정되어 잠시 난감해한다
개울가 돌다리 위에는 송사리 한마리가 얼음으로 집에 가는 길이 막혀 답답해하며 한숨을 쉬고 있었다 (지나가는 나를 보는 표정이 공허하다)

나는 어쩔 수 없다
집으로 돌아가야하고 송사리 따위에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는 일이다, 눈의 무게에 나무 가지가 내려앉고 무릎까지 파묻히는 길을 헤쳐 지나간다.

여중생 무리들이 소근거리며 내 곁을 지나친다, 집에 도착하면 따뜻하게 술을 데워 마셔야겠다
Posted by Tony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