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可道非常道 도가도 비상도
名可名非常名 명가명 비상명
無名天地之始 무명 천지지시
有名萬物之母 유명 만물지모
故常無欲以觀其妙 고 상무욕이 관기묘
常有欲以觀其徼 상유욕이 관기교
此兩者同出而異名 차양자동 출이이명
同謂之玄玄之又玄衆妙之門 동 위지현 현지우현 중묘지문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 같지만 시간 나는데로 틈틈히 노자도덕경 내용을 정리하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당 부문 말도 안되게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뭐 어차피 개인적으로 정리하는 것이고, 시중에 나와있는 책들도 내용이 제 각각이니 여기 글 하나 올린다고 큰 일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노자도덕경은 우선 道와 名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道可道非常道 도가도비상도
名可名非常名 명가명비상명
모르는 한자는 하나도 없는데 보는 순간 이게 무슨 소리지 싶다.
생각 해보자면 사람들은 무언가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대상을 규정하고 (Naming) 그 후 대응 방안을 만들어 낸다. (Solution이나 Rule) 노자도덕경은 그러한 대응방안(道)과 대상을 규정하는 행위 (名)로부터 시작한다.
첫구절의 세문구 道可道는 이미 해결책이 나와있는 방안 정도로 해석하였다.
名可名 또한 이미 정의된 대상, 이름이 주어진 것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각 문구 뒤의 非常道와 非常名은 무슨 의미일까? 常자는 "항상 상"자이므로 常道와 常名은 변하지 않는 방안과 변하지 않는 정의 정도로 해석할 수 있지않을까 싶다.
위의 내용들을 전체적으로 풀어서 첫 두줄만을 정리하자면
"이미 수립된 법칙이나 해결책이 있더라도 이것이 변하지 않는 영원한 것이 될 수는 없으며, 어떠한 대상에 대해 내려진 정의도 영구 불변하지는 못한다."
인간들이 수립한 모든 법칙이나 규칙, 관습, 제도 등은 시간이 지나면 수정 / 보완되고, 변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지금은 매우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들도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면, 그리고 100년 200년이 지나면 변하지 않는 것이 드물다.
이런 사례는 예를 들자면 끝이 없다. 사람들은 오랜 기간동안 지구를 중심으로 천체가 움직이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과학의 발전으로 지구가 광대한 우주의 한 행성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우리나라는 수년 전까지 외도를 저지르면 법으로 간통죄를 처벌하였으나, 이제 그 법은 폐지되었다. 이름도 그렇다.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은 불과 백년전에는 한양이나 한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었고, 그보다 더 오랜 옛날에는 숱한 다른 지명으로 불리었을 것이다. 아직도 고고학자들은 한사군의 위치에 대해 논쟁하고 있으며, 고조선의 왕검성이 어디었는지에 대해서도 다른 이론들이 펼쳐지고 있다.
변하지 않는 법칙은 없으며, 주어진 이름 또한 영구할 수는 없는 것이다.
無名天地之始 무명천지지시
有名萬物之母 유명만물지모
여기 두 줄을 단순히 직역하면 "無名은 천지의 시작이며, 有名은 만물의 어머니이다"라는 정도로 해석이 될 수 있겠다. (어? 간단히 해석되네... 그런데 무슨 말이지?) 해석해놓고 보니 무슨 의미인지가 애매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단원은 名에 대해 한단계 더 설명을 자세히 하는 문장이라고 이해되었다. 아무튼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더 합당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천지가 시작되었을 때는 모든 것이 無名이었으나 (정의됨이 없었으나) 만물이 생겨남에 따라 有名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의미를 부여하고 이름을 지어주게 되었다)."
이를테면 뭐 김춘수의 "꽃"과 같은 문장이라고나 할까? 의미없던 무수한 세상의 모든 것들 중의 하나에 내가 이름을 지어주면서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는 그런...
※ 다른 의미로 생각하자면 無名은 사람들이 정의 내리지 않은 사물이나 현상이므로 천지의 모든 대상을 말하는 것이며, 有明은 그중에서도 의미가 부여된 대상이라는 식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비유를 들자면 우리가 통계를 할 때 관심을 가지는 대상 전체가 모집단이라고 한다면 이 전체에 대해 현상을 분석하는 것이 어려울 경우 그 중 일부는 표본집단으로 선출하여 이에 대한 현상을 분석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사람들이 이름을 짓고 방안을 수립하더라도 이는 전체 광대한 우주의 모든 현상 중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 일부에 대해 차츰 그 영역을 넓히면서 의미를 부여한다는 점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故常無欲以觀其妙 고상무욕이관기묘
常有欲以觀其徼 상유욕이관기교(요)
이 구절의 앞의 세 단어는 항상 無欲이라고 해석될수도 있겠지만 常無를 欲한다면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욕구가 있냐 없냐로 문장이 넘어가는 것이 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었고 非常을 常無로 바꿔서 표현한 것이라는 쪽으로 이해하면 좀더 앞의 내용과 연결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欲이라는 글자도 바란다나 욕망한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의미 전달이 다소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어서 하고자한다는 식의 의미로 해석했다.
위의 내용이 모든 것이 영구불변하지 않고 계속 변한다는 점에 대해 논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모든 것이 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이를 전제로 모든일을 해나가려 한다면 ..." 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 밑의 문장은 "변치않고 영속하는 것을 찾는다면..."으로 대치적 개념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 다음은 妙와 徼에 대해서 적절한 의미를 찾는 것이 필요한데 상호 대치되는 개념이라는 점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해석도 필요했다. 妙라는 단어는 사실 그 사전적 의미가 다소 확실해서 이론의 여지가 달리 없을 것 같다. 묘책이나 묘약이라는 단어서 쓰이는 의미를 생각하면 잘 드러나 있지는 않으나 어렵게 찾아낸 궁극적인 해결책이라는 의미가 됨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러면 徼는 무엇일까? 사전적으로는 "구하다, 순찰하다, 돌다" 등으로 해석될 수 있다. 나는 "돈다"는 내용에 주목했다. 妙가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궁극의 진리나 해결책이라면 徼는 밖으로는 들어나 있으나 계속적으로 움직이고 변모한다는 것이 아닐까?
위의 내용들은 정리하여 이 두줄을 아래와 같이 정리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모든 것이 변하지 않는 것이 없음을 알고 무언가를 해나가려 한다면 그 깊은 진리를 알아낼 수 있을 것이나, 종시 불변하는 영구불변의 것을 원하고자 한다면 결국 그런 것은 없으며 한 때의 진리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해가는 것을 보게될 것이다."
此兩者同出而異名 차양자동 출이이명
同謂之玄 玄之又玄 衆妙之門 동 위지현 현지우현 중묘지문
1장의 마지막 두 문구다. 여기서 兩者는 마지막 異名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無名과 有名이라고 유추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즉 有名과 無名은 다른 이름을 가졌으나 같은 근원을 가졌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겠다. 사실 이 다음 문구가 해석이 다소 난해하다.
우선 두번째 문구의 同이 무엇을 나타내는 것일까? 위에서 이야기한 근원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異名을 가진 有와 無에 대해 언급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단순히 '모두' 또는 '같이' 라는 의미로 사용되었을 수도 있다. 여기서는 '모두'라는 의미로 이해하였다.
그리고 玄이라는 말도 어떤 의미인지 모호하다. 玄이라는 한자의 의미는 사실 간단하다. 천자문 제일 첫문장에 나온다. (天地玄黃) 검을 현이다. 사전을 찾아보면 다른 의미들을 찾아볼 수 있는데 여기서도 딱히 어느 의미가 적합할지도 의문이다. 다른 의미로도 해석을 하려 했는데 대학 1장을 읽다보니 반대되는 의미로 이해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 1장의 첫 구절은 "大學之道 在明明德"이라는 말로 시작하는데 여기서 "明"자는 구성원들 간의 Consensus가 이루어진, 쉽게말하자면 뻔한 상식, 당위성을 가진 덕이라는 의미로 쓰이는데, "玄"은 그 반대로 아직 의미가 정해지지 않은 또는 더 깊이 의미를 가지자면 미쳐 고려의 대상이 되지못한 대상을 가르키기 위해 사용된 형용사로 보았다.
위의 내용들을 반영하여 두 문장을 해석하자면
"이 두가지 無名과 有名은 이름은 다르나 결국 같은 뿌리에서 비롯되니, 이 모두는 어두운 무지의 영역에서 비롯되어 玄이라 이른다. 어둡고도 어두우나 모든 근본적 이치가 이로부터 비롯된다."
조금 다른 방식으로 설명하자면 Six Sigma의 기본 절차는 DMAIC다. Define / Measure / Analyze / Improve / Control 인데, 우선 우리가 아는 범위 내에서 문제를 규명하고 (Define) 이후 우리가 정확히 알지 못하는 대상에 대한 확인을 위해 측정 (Measure) 및 분석 (Analyze)를 하며 이후 이에 대한 개선 (Improve)와 개선 이후의 관리 (Control)에 대한 계획을 세운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노자 첫장의 名은 결국 Define / Measure / Analyze 절차와 관련되며 뒤에 계속 언급될 道에 대한 이야기는 Improve 및 Control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위에 이야기한 내용들을 묶어서 아래와 같이 풀어본다.
"이미 수립된 법칙이나 해결책이 있더라도 종래 변하지 않는 영원한 법칙이나 해결책이 될 수는 없으며, 어떠한 대상에 대해 내려진 정의도 영구 불변하지는 못한다. 천지가 시작되었을 때는 모든 것이 정의됨이 없었으나, 만물이 생겨남에 따라 사람들이 의미를 부여하고 이름을 지어 나름 대상을 규정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모든 것이 변하지 않는 것이 없음을 알고 무언가를 도모한다면 그 깊은 진리를 알아낼 수 있을 것이나, 종시 불변하는 영구불변의 것을 찾고자 한다면 결국 그런 것은 없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같은 대상이어도 의미가 변해가는 것을 보게될 것이다. 이 두가지 無名과 有名은 이름은 다르나 결국 같은 뿌리에서 비롯되니, 이는 드러나있지 않았던 어두운 무지와 미지의 상태이다. 어둡고도 어두우나 결국 모든 근본적 이치가 이로부터 비롯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