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善若水 상선약수
水善利萬物而不爭 수선이만물이부쟁
處衆人之所惡 故幾於道 처중인지소오 고기어도
居善地 心善淵 거선지 심선연
與善仁 言善信 政善治 事善能 動善時 여선인 언선신 정선치 사선능 동선시
夫唯不爭 故無尤
부유부쟁 고무우
7장까지의 내용이 道와 名에 대한 내용이었다면, 8장에는 새로이 善이라는 주제가 등장합니다.
善이라는 단어는 착하다는 뜻도 있고, 좋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道가 일을 행하는 방식이라 생각한다면, 세상에는 좋은 道도 있을 것이며 나쁜 道도 있을 것입니다. 道라는 말 자체가 절대적으로 옳다는 의미를 가지는 것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道는 그냥 방법일 뿐입니다.)
첫장에서 이야기 했다시피 절대적이고 영구불변한 道가 있지않다면, 사람들은 계속 더 낫거나 새로운 방안을 만들려할 것이고, 여러 방안 중 한가지 방안을 선택하여야 한다면 합리적 기준은 그중 어느 것이 더 낫냐는 점을 고려할 것입니다.
上善若水 상선약수
그래서 善이라는 단어가 나왔다고 생각됩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最善이라는 단어도 아니고, 첫 문장은 上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지식은, 그리고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결국 우리의 경험에 한정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우리가 지금 몰랐더라도 더 나은 선택지 또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방안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最善은 그 말 그대로 가장 나은 방법이라는 뜻인데 시간이 지나 더 나은 방법이 나온다면, 그 순간 그 방법은 最善이 아니게 되는거죠.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는 선택지 중 나은 방법이라는 의미에서 上善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Most가 아닌 More, Best가 아닌 Better) 그리고 노자는 上善은 물과 같다는 얘기를 합니다.
水善利萬物而不爭 수선이만물이부쟁
處衆人之所惡 故幾於道 처중인지소오 고기어도
물의 장점은 만물을 이롭게 하되 그 이익을 다투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7장의 天長地久와도 의미가 상통합니다.) 또한 사람들이 싫어하는 장소에 있어 道에 다가선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식당을 한다고 합시다. 물론 장사는 이윤을 남기는 것이 목적이지만 모든 활동이 이윤 극대화에만 집중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저가의 재료만 사용하고, 가격은 주변 시세보다 높게 책정하고 .... 다른 쪽에 대한 고민없이 이렇게 이익만 고려한다면 진짜 이익이 나게될지도 의문입니다. 그보다는 사람들이 어떤 맛을 좋아하는지 고민하여 좋은 메뉴를 만들어내고, 사람들이 만족해할만한 가격대가 어느 수준인지 고민하고, 또 식당은 어떻게 하면 찾아오는 손님들이 편안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식사를 할 수 있을지, 불편한 점이 무엇일지 손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결론적으로 손님을 더 많이 찾아오게 하는 것 아닐까요? 이익은 그 결과로 자연스럽게 따라오고요.
더러운 것, 힘든 것, 어려운 것 좋아하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회피하거나 남에게 떠넘기는 것이 더 편할 수 있습니다. 회사의 어느 특정 공정에서 불량이 계속 생기면, 그냥 원래 그런거야 하고 놓아둘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게 좋은(善) 방법은 아니겠죠. 편하게 쉬운 일만 하면서 근무시간 보내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오히려 귀찮고 주저하는 마음은 제쳐두고 문제의 원인을 찾기위해 우선 힘들고 어려운 점에 다가서야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居善地 心善淵 거선지 심선연
물의 자연적 특성을 관찰하면 하늘의 수증기가 비가 되어 땅으로 향하는 것으로 시작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후 작은 개울과 개천을 거쳐 연못이나 강, 바다로 흘러들어가겠죠.
이 두 문구는 上善의 방안(道)을 물의 특성에 빗대어 이야기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뜬 구름같은 형태로 공중에 머무르는 수증기는 액체 형상의 물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우선 그러나 일단 물이라는 형상을 가지게 되면 비가 되어 공중에서 땅으로 향합니다. 道는 하늘 (비현실적 관념 세계)에 있지않고 땅 (현실)에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그리고 내린 비는 결국 모이고 모여 큰 연못에 모이게 됩니다. 이 淵이라는 단어는 이미 4장에도 한번 나온바 있습니다. 비가 되어 내린 강물은 땅 위의 온갖 더럽고 지저분한 것들도 쓸어 연못으로 모아담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모여 연못에는 생명체들의 터전이 형성되게 되죠.
이 두 문구가 의미하는 바는 좋은 방안은 (上善의 道) ① 뜬구름 잡는 비현실적 상황보다는 현실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② 모든 좋고 나쁜 것들을 총체적으로 고려해야한다. 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與善仁 言善信 政善治 事善能 動善時 여선인 언선신 정선치 사선능 동선시
이 다섯 구절은 현실에서 최선의 방안을 도출해내는 다섯 가지 단계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① 사람들과 같이 방안을 도출하되 어질고 너그러워야 한다
② 그러나 내가 의견을 제시할 때는 구체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여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어야 한다
③ 도출된 방안은 최대한 구성원의 합의를 이뤄 그 결과에 대해 사람들이 승복하고 따르도록 해야한다
④ 방안을 수립함에는 나에게 주어진 자원과 능력 등을 감안하여 현실적인 방안이 도출되도록 해야하며,
⑤ 최종적으로 일을 추진함에는 주변 환경 등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夫唯不爭 故無尤 부유부쟁 고무우
이 문장은 "夫"자를 어떻게 사용하냐에 따라 두가지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은 사람들이 오직 다투지 않으니.... 라고 해석이 될 수도 있고, 두번째는 不와 의미는 같으나 발음이 같은 다른 문자를 일부로 사용한 것으로 보아 "유일한 것을 고집하지 않고 다툼이 없도록한다"라고 해석하는 방법도 있죠. 저는 두번째 방법을 선택하겠습니다.
"물 흐르듯 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내 의견만 맞다고 고집하지 않고, 순리대로 행하여 억지 다툼을 만들어내지 않는다면 수립된 방안을 수행하여 만들어지는 결과가 크게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서로 탓할 일도 없을 것이라는 의미이겠죠.
물론 세상을 살면서 논쟁거리를 무조건 회피하고, 좋은게 좋을거지 하는 건, 비겁하거나 기회주의자들이나 취하는 태도입니다. 마지막 문구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닐 겁니다. "唯"자를 앞에 내세운 것은 나만, 내 의견만 옳다라는 입장을 고수하지 말자는 내용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를테면 독선은 하지말자는 의미죠.
唯一主意, 파시즘, 全體主義, 나치, 스탈린 독재, 모택동 문화혁명, 김일성 주체사상, 박정희 유신
상대성을 인정하지않고 나만이 옳다고 하는 주의 / 주장이 얼마나 사람들을 피폐하게 만드는지 역사는 말하고 있습니다.
① 너그럽게 상대방을 인정하고 논의하되 ② 다만 나의 의견에 대해서는 상대방이 신뢰할 수 있도록 나부터 준비를 하며 ③ 그래서 결론적으로 만들어진 방안이 구성원의 합의에 의한 것이 되어 사람들이 최대한 참여하는, 다스려지는 방향으로 만들어지도록 하고 ④ 이렇게 만들어진 방안은 나의, 우리의 능력과 가지고 있는 자원을 고려해야하며, 이를 기반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구체적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⑤ 결론적으로 일을 시작한다면 나와 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주변의 시세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된다는 의미이겠죠.
아래와 같이 정리합니다.
"방안을 수립함에 있어서는 물과 같아야 한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되, 다투지 않는다. 사람들이 찾거나 하기 싫은 곳에 흘러드니 도에 다가서게 된다. 물이 땅에 내려 많은 것들을 쓸어내려 연못으로 흘러가듯 무리함 없이 방안을 수립해야된다. 너그럽게 상대방을 인정하고 논의하되, 나의 의견에 대해서는 상대방이 신뢰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며, 그래서 결론적으로 만들어진 방안이 구성원의 합의에 의해 다스려지는 방향으로 진행되도록 해야하며, 이렇게 만들어진 방안이 과연 나의, 우리의 능력에, 가지고 있는 자원을 고려했을 때 이루어질 수 있는지 고려하여 구체적 계획을 수립할 것이며, 일을 일단 시작한다면 모든 주변의 상황과 시세를 고려하여 진행해야 된다. 나만이 옳다 고집하지 않고, 다투지 않는다면 이러한 방안이 수행된 결과에 대해 사람들이 탓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