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도덕경 17장

2020. 10. 30. 11:29 from BoOk/pHiLoSoPhY

太上 下知有之, 其次 親而譽之, 其次 畏之, 其次 侮之

태상 하지유지, 기차 친이예지, 기차 외지, 기차 모지

信不足焉 有不信焉

신부족언 유불신언

悠兮 其貴言 功成事遂 百姓皆謂我自然

유혜 기귀언 공성사수 백성개위아자연

 

많은 책에서 노자도덕경 17장을 지도자와 관련된 내용으로 설명하곤 합니다. 뭐 가장 좋은 지도자는 있는 듯 없는 듯하고… 등으로 말이죠.

 

하지만 비록 노자가 쓰여진 시기가 지금으로부터 수천년전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정말 있는지 정도만 사람들이 아는 지도자가 좋은 지도자라고 할 수 있을까요? 조직생활을 경험한 분들이라면 이런 의견에 쉽게 동의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세상 만사는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많은 일들이 일어나기 마련이고 이에 대한 적절한 대처를 통한 생존과 발전을 위해 리더는 끊임없이 그 구성원들과 소통하고 같이 고민하는 자리라는 생각입니다.

 

오히려 16장의 연장선상에서 17장은 Rule에 대한 설명이 아닐까 합니다.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들은 1년이 365일이고, 하루는 24시간이며, 지구는 태양 주변을 1년 주기로 돌고 있다는 사실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감기에 걸리는 것은 눈에 보이지않은 바이러스 때문이고, 강한 햇볕 아래 오랫동안 있으면 자외선으로 인해 피부가 짙은 갈색으로 변하게되는 것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0의 개념을 대부분 알고 있고, 자신의 키를 cm 단위로, 몸무게는 kg 단위로 알고있거나 이따금씩 살펴보죠.

 

“太上 下知有之”라는 말은 이러한 법칙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저는 이해했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공인되어 당분간은 논란이 없고 변할 듯 싶지 않은,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세상을 이해하게되는 그런 법칙말이죠.

 

사람들은 문제에 봉착하면 이를 해소하기 위해 수많은 대응책들은 내어놓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내놓은 대응책은 대부분의 경우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지는 못합니다. 노자 17장의 내용은 가장 높은 것이 그것이 법칙이었다는 것조차도 인식 못하는 것이 가장 높은 수준의 것이며 (굳이 또 예를 들자면 빨간불에서는 신호등을 건너지 말자는 것 같은?), 그 다음은 사람들이 새로 만들어진 법칙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열광하는 것이며 (親而譽之), 세번째 순위는 사람들이 그 법칙을 어길 경우 받게 될 처벌을 두려워하는 것이고 (畏), 그 다음은 그런 법칙의 존재 자체를 우습게 보거나 무시하는 것, 심지어는 경멸하는(侮) 것이 된다고 보는 거죠.

 

국가나 조직생활을 하다보면 정말 말도 안되는 규칙이나 Rule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불합리함을 느끼는데도 그러한 절차를 따르지 않으면 받게될 징계나 질책이 두려워 따르는 경우도 있고요.

 

“信不足焉 有不信焉”이라는 말은 우리가 현재 적용하고 있는 Rule에서 개선의 대상이 어느 것이 되어야 하는 것에 대한 기준은 아닐까 합니다. 조직에 적용되고 있는 어떤 Rule이 있는데 그로 수반되는 문제도 많고, 의구심이 생기게 되면 (信不足), 이 Rule에 대해서는 심할 경우 사람들이 신뢰를 하지않게되는 것이고 (有不信), 이것이 개선되어야할 법칙이 되는 것이죠.

 

“悠兮 其貴言 功成事遂”라는 문구는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겠으나,

 

조급하지 않게 (悠兮) 진행하며, 신중히 그 의견을 개진하여 (其貴言), 공을 이루고 일을 완수해야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의 지향점은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적용하고 있다고 말하는 수준까지되어야 한다는 것이고요. (百姓皆謂我自然)

 

노자의 1장을 생각하면 모든 법칙이 영원할 수 없다라고 전제하였지만, 어차피 바꿀거 대충 Rule을 만들거나 적당히 하자라는 의미가 아님을 17장에서 말하는 것 아닐까 합니다. 주어진 환경에서 가장 좋은 완결성을 갖춘 법칙을 지향하여 고민해서 만들어내야 한다. 그 이후에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모든 기존의 성과에 대해서도 더 개선할 점이 없는지를 생각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선순환 구조가 노자의 말하고자 하는 바로 생각됩니다.

Posted by Tony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