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도덕경 18장

2020. 11. 2. 10:46 from BoOk/pHiLoSoPhY

大道廢 有仁義 智慧出 有大僞

대도폐 유인의 지혜출 유대위

六親不和 有孝慈 國家昏亂 有忠臣

육친불화 유효자 국가혼란 유충신

 

노자도덕경 18장에 대해서 많은 경우 이상적인 세상에서의 큰 가 없어지고 나니, 그 진리를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 큰 에 비해 보잘 것 없는 인의 같은 것들이 강조되었다는 식의 해석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내용도 조금 다르게 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입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기존의 사회체계가 송두리째 바뀌게되는 일이 발생되곤 합니다. 이를테면 프랑스 혁명으로 수백년간 굳건하게 자리잡았던 전제 군주정은 그 뿌리부터 흔들리고 공화정이라는 새로운 체계가 들어서게 됩니다. 공화정이 그렇다고 한 순간에 프랑스에 자리 잡은 것은 아닙니다. 끊임없는 혁명 세력과 반혁명 세력간의 물리적, 이론적 공방이 이어졌었고, 때로는 군주정으로 역행하는 시기들을 거치고야 공화정 체계가 확립되게 됩니다.

 

여기서 大道廢라는 말은 그래서 가장 상위의 큰도를 사람들이 알지 못한다는 의미로 해석하기 보다 (이렇게 해석하면 1장의 절대적이고 영원한 진리는 없다라는 말과도 배치된다는 것도 감안해야됩니다..) 기존의 큰 질서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된다는 말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생각입니다.

 

개혁과 혁신은 기존 질서에 대한 의문이나 용도폐기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물론 그 질서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을 때에 닥쳐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겠고, 선견지명이 있는 경우 미리 위험을 감지하고 방안을 수립하는 차이는 있겠지만요. 그리고 그런 의문이 있은 이후에 무엇이 옳은 것 (仁義)이고 어떤 것이 더 현명한 방안(智慧)이며, 지금까지 당연한 듯 행했던 일들 중이 어떤 것이 잘못된 것(大僞)인가를 알게 되는 것입니다.

 

문제를 인식하게 되면, 예를 들어 육친이 (부모, 형제, 자녀) 불화하게 되면 누가 그제서야 효자였었고, 자애로운 사람이었는지를 알게되며, 국가가 위기에 처해서야 진짜 이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신하였는지 드러나게 됩니다.

 

종합하자면 노자도덕경 18장은 무언가를 개선하려면 말단에 머물기보다 근본적 부분까지 개선을 고민해라, 그래야 무엇이 남길 부분이고, 무엇이 근본 이슈였는지 알게 된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문제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고요. 그냥저냥 좋은게 좋다고 덮고 지나가다 보면 누가 정말 조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었는지, 누가 정말 나를 생각하는 자식이었는지, 그동안 나의 눈을 가리고 임기응변과 감언이설로 조직에 암적인 역할을 하던 사람과 절차를 모르고 넘어갈 수 있다는 거죠.

 

흔히 위기는 기회다라는 말이 18장에 가장 적합한 다른 표현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전까지 의문을 품지않고 적용되었던 Rule이 그 수명을 다하게되면, 새로운 질서를 세우기 위한 그리고 새로운 질서에 부합하는 마땅하고 옳은 방안이 드러나게 된다. 새로운 지혜가 나오게 되며 무엇이 가장 큰 문제였었는지도 드러나게 된다. 마치 가족간에 불화가 생기고서야 가족 중 누가 효자이고 어진 어른이었는지를 알게되는 것이며, 나라가 혼란에 닥쳐서야 충성스러운 신하가 누구였는지를 알게되는 것과 같다.

Posted by Tony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