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도덕경 19장

2020. 11. 9. 11:07 from BoOk/pHiLoSoPhY

絶聖棄智 民利百倍

절성기지 민리백배

絶仁棄義 民復孝慈

절인기의 민복효자

絶巧棄利 盜賊無有

절교기리 도적무유

此三者以爲文不足 故令有所屬.

차삼자이위문불족 고령유소속

見素抱樸 少私寡欲

견소포박 소사과욕

 

노자도덕경 19장에 대해서도 많은 경우 뭔가 규율이나 강제할 수 있는 논리들을 (聖, 智, 仁, 義 등) 없애면 민중들이 알아서 잘하게 된다라는 식의 해석이 많이 있습니다. 하기만 그런 논리라면 앞장에서 부정적으로 표현되었던 孝慈라는 문구가 여기서는 왜 긍정적 의미로 사용되는지 앞뒤가 않맞는 느낌을 받게됩니다.

 

저는 19장의 첫 3문구는 뒤의 내용을 지향점으로 해서 앞의 행동을 진행하라는 식으로 풀어보았습니다. 앞장에서 잔가지가 아닌, 근본적 개선에 대한 강조를 하였다면 그 지향점이 무엇이어야 한다라는 구조로 말이죠. 이 경우 첫 세 문구는 아래와 같이 해석됩니다.

 

絶聖棄智 民利百倍 (절성기지 민리백배)

백성들의 이익을 백배로 늘릴수 있는 방향이 되도록 기존에 떠받들던 성스러운 것을 끊고, 당연한 듯 받아들이던 지혜를 버려야 한다.

 

絶仁棄義 民復孝慈 (절인기의 민복효자)

사람들이 효와 자애로움을 다시 되찾도록 기존에 어질다고 생각했던 행위와 의로움의 기준을 폐기하고 근본부터 다시 수립해야한다

 

絶巧棄利 盜賊無有 (절교기리 도적무유)

나라에 도적들이 없어지도록 교묘하고 이익이 나올 여지를 찾아 없애야 한다.

 

絶聖으로 시작하는 첫 구절은 어찌보면 맹자의 역성혁명의 근거와 일맥상통하는 내용이기도 하다는 생각입니다. 성스러운 것들, 그리고 떠 받드는 지식들의 존재의 근거는 그리고 그 시작은 백성들을 더욱 풍요롭게 하자는 것이었다지만 시간이 지나며 주객이 전도되어 왕조나 종교가 그리고 이론이 主가되는 경우가 인류 역사에는 허다합니다. 노자 19장은 지금의 질서가 결국 그 근본에 배치되는 상황이라면 과감하게 잘라내야된다는 이야기로 이해됩니다. 성서럽게 받들던 왕조일지라도, 지혜로운 것으로 떠받들어지던 철학이나 종교일지라도, 어진 것으로 의로운 것으로 떠받들여지던 관습들도 이러한 체계와 절차와 이론들이 본말이 전도되는 상황이 되어 그 기능을 더 이상 수행하지 못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면 근본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의미로 말이죠.

 

그리고 거기에 더해서 나라의, 사회의 도적들이 법의 구멍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일이 없도록 그 허점을 찾아서 보완해야된다는 것도 강조합니다. 이상에만 치우치지 말고 현실적인 실무적인 부분도 치밀하게 살펴야된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그리고 이러한 세가지 행위는 책상에 앉아 문구나 서류로서만 집행해서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므로 (此三者以爲文不足) 마땅히 소속된 사람들에 대해 직접 그 명령을 수행해야된다고 말합니다. (故令有所屬)

 

그리고 이러한 개혁활동은 소박한 사람들을 찾아 그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는 (見素抱樸), 또한 나의 개인적 또는 나와 가까운 사람들의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少私寡欲)

 

 

개혁의 진행방향은 우리가 성스럽게 떠받들던 것들과 지혜로서 우러러보던 것들이 사람들의 이익에 기여하는지 살펴봐서 구성원 전체의 이익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과감히 이를 떠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가 당연한 듯 받아들이던 仁과 義의 도덕적 관념이나 관습들도 더 이상 변화된 세상에 기능을 못하는 유효하지 않은 것이 되었다면 이에 더 이상 연연하지 말고, 사람들이 효와 자애로움을 되찾을 수 있도록 새로운 방향을 찾아봐야 한다.

기존의 절차나 체계들을 더 정교히 하고 인센티브를 부여하여도 이는 부질없는 일이 될 뿐이라면 말단을 개선하는 행위를 그만 두어야 이에 빌붙어 세상을 좀 먹는 도적들을 없앨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도자라면 이러한 행동은 책상머리에 앉아 문서로만 공포해서는 아무리 좋은 내용도 충족되지 않을 것이다. 마땅히 그 소속된 집단에 직접 참여하여 새로운 령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개선활동의 또한 근본 목적은 사회의 소박한 일반대중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나의 개인적인, 일부 특권층의 욕심을 위한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Posted by Tony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