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도덕경 23장

2021. 6. 4. 14:06 from BoOk/pHiLoSoPhY

希言自然
희언자연
故飄風不終朝
고표풍불종조
驟雨不終日
취우부종일
孰爲此者 天地
숙위차자 천지
天地不能久
전지상불능구
而況於人乎
이황어인호
故從事於道者
고종사어도자
道者同於道
도자동어도
德者同於德
덕자동어덕
失者同於失
실자동어실
同於道者 道亦樂得之
동어도자 도역락득지
同於德者 德亦樂得之
동어덕자 덕역락득지
同於失者 失亦樂得之
동어실자 실역락득지
信不足焉 有不信焉
신부족언 유불인언
 
33장의 내용은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과 일을 도모하여야 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내용을 처음부터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希言自然이라는 문구는 이런저런 해석들이 있으나, 저는 “말을 아낌이 자연스럽다”로 해석하였습니다. 때로 리더가 말을 아끼면 (간섭이 없으면) 일은 저절로 돌아간다던지 하는 해석이 있던데, 지금까지 살면서 그런 경우를 본 적이 없습니다. 내버려두면 많은 경우 갈팡질팡하게 되거나 내팽겨져 아무 진전이 없는 경우가 발생되게 되죠. 따라서 希言自然이라는 이야기는 독단을 부리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서두를 꺼낸 것이지, 아무 관여도 하지 말라는 의미는 아닌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 뒤의 두 문구는 리더가 아무리 잘나더라도 혼자 일을 독려할 수 없음을 비유적으로 설명합니다. 故飄風不終朝  표풍도 아침 내내 불지는 못하며, 驟雨不終日 소나기도 하루 종일 내릴 수 없다. 孰爲此者 天地 이렇게 하는게 누구인가? 거룩한 하늘과 땅이다. 天地不能久 이 대단한 하늘과 땅도 길게 못하는 것을 而況於人乎 사람이 어쩌 하겠는가? 라고 이야기 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회오리 바람과 소나기를 비유로 들었다는 점입니다. 바람에도 여러 바람이 있으며, 비가 오는 방식도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회오리와 소나기는 그중 어쩌면 극단적인 경우를 가르키는 것일 수 있습니다. 마치 리더가 구성원들을 몰아붙이는 것과 같은 상황을 비유한 것 처럼요. 그리고 노자는 이런 다그침은 오래 갈 수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려 한 것 같습니다. (뭐 태풍은 오래 불긴 합니다.) 希言에서의 言은 아래사람을 닥달하는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그런 상황을 적게해야 일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라고 해석하였습니다. 
 
또한 앞에서도 많이 이야기하였으나, 노자는 리더 혼자의 독단에 치우치지 말 것을 반복하여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능력이 탁월한들 천지에 비할 것이며, 천지도 못하는 것을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의미죠. (천지의 비유를 뒤에 들 것을 염두에 두고 첫 문장에 自然이라는 단어를 사용된 듯도 합니다.)
 
그럼 리더는 대안으로 어떤 자세를 가져야될까요?
 
故從事於道者 즉, 道者에 따라 일을 도모하라고 합니다. 그럼 道者라는 말은 무엇일까요? 道者同於道, 즉 같은 道를 가진 사람들 혹은 같은 道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道者라 한다고 설명합니다. 앞에 말한 바와 같이 道는 방안이나 Solution이라고 한다면, 德은 가치관이 투영된, 즉 선택에 관련된 이야기이고, 이 장에서 새로이 나오는 失이라는 단어는 德에 대치되는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덜어내야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로 저는 해석하였습니다.
 
즉, 뒤의 두 문구 중 德者同於德는 어떤 가치가 더 나은 것인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가르키며, 失者同於失은 덜어내야할 것이 어떤 것인지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을 이야기 합니다.
 
우리가 집단을 만들어 공통적으로 적용될 제도를 만들고, 프로세스를 개선하며, 일을 추진하는 것은 같은 지향점을 가진 사람들이 이를 통해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예를 들면 회사에서 최고경영자로부터 현장 노동자까지 많은 사람들은 수많은 토론과 회의 그리고 조사를 통해 회사의 주요 추진과제를 선정하며 그 목표를 다하기 위해 매진합니다. 사람들이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는 것은 수립된 방향으로 일을 하면 회사나 구성원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렇게 같은 지향점을 가지고 있어야 同於道者 道亦樂得之 수립된 방안을 기꺼이  받아들이게 되며, 同於德者 德亦樂得之 추진하는 방향성을 기쁘게 받아들으며, 同於失者 失亦樂得之 혹여 희생하거나 줄여야되는 부분도 이견없이 추진하게 됩니다. 뜻을 달리하는 경우, 아무리 강압적으로 행동을 강요한들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에 대비해 일의 효율은 떨어지게 되며, 성과 또한 낮게 될 것입니다.
 
信不足焉 有不信焉 대치되는 이 마지막 문구는 언뜻 말장난처럼 느껴지지만,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구성원 간에 리더와 실행 인원들 간에 신뢰가 부족하면, 앞으로 해야되는 일들에 대한 근본적 불신이 일게된다는 의미입니다. 이러면 더 이상 이들은 같은 목적을 가진 집단이 아니게 됩니다. 같은 철학과 목적과 지향점을 가지지 않고되는 거죠.
 
33장에서 노자는 첫머리에 말을 아끼라 조언합니다. 나만 떠드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거죠. 대신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찾던지 아니면 사람들과 협의를 통해 같은 뜻을 가지도록 하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것이 전제가 되어야 일이 무릇 이루어질 것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Tony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