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常無名 樸雖小 天下莫能臣也
도상무명 박수소 천하막능신야
侯王若能守之 萬物將自賓
후왕약능수지 만물장자빈
天地相合 以降甘露
천지상합 이강감로
民莫之令而自均
민막지령이자균
始制有名 名亦旣有 夫亦將知止
시제유명 명역기유 부역장지지
知止 可以不殆
지지 가이불태
譬道之在天下 猶川谷之於江海
비도지재천하 유천곡지어강해
道常無名 樸雖小 天下莫能臣也
“방도가 있더라도 그 이름이 없다면, 아무리 보잘 것 없고 미미한 문제일지라도 천하는 이를 다스릴 수 없게된다.”.
노자의 첫장을 여기서 돌이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名은 Naming, 즉 대상을 규정하는 절차로 해석한다면, 32장의 첫 구절 ‘道常無名’, 즉 이름이 없는 방도라는 것은 여하한 이유로 채택되지 않은, 그러므로 이름조차 주어지지 않은 방도라 생각하는 것이 타당한 해석이라고 생각됩니다.
(간혹 ‘도는 영원하지만 그 이름을 드러내지 않는다.’라고 해석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멋있어 보이는 해석이긴 하지만.. 무슨 말이죠?)
좀 더 설명을 해보도록 하죠. 예를 들어 차도에서 사람들이 지나가는 방안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냥 주변을 살피고 보행자의 판단 아래 눈치껏 건너는 방법이 있을 수도 있고, 모든 도로에 지하도나 육교를 설치하는 방안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신호등을 설치하여 빨간불이 나오면 서고, 파란불이 나오면 건너가는 걸로 약속을 정할 수도 있고요. 이것 외에도 여러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방안이 10가지, 20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모여앉아서 어느 방안을 채택할지 고민을 하게되죠. 아무튼 채택되지 않은 방안들은 모두 ‘道常無名’ 즉 규정되어지지 않은 (즉, 채택되지 않은) 방도가 되게되는 겁니다.
‘樸雖小’ 소박하고 비록 작은, 즉 아무리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문제도 ‘天下莫能臣也’ 세상사람들은 다스릴 수 없게됩니다. 생각해보시죠. 길 건너는 것 아무렇지도 않은 문제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명확한 방안이 없다면 이 쉬운 이슈도 풀리지 않은 문제로 남게됩니다.
侯王若能守之 萬物將自賓
“지도자가 만약 이를 (만들어내어) 지켜낸다면, 만물이 장차 스스로 찾아들 것이다.”
노자는 이러한 경우 여러 방도 중에 합당한 방도을 선택하여 이를 유지시키는 것이 군주의 역할이라고 생각하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러한 과정이 주변의 의견을 물리치고 현실에도 맞지않는 방도를 독단적으로 수립하여 강요하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닐겁니다. 구성원들의 합의를 통해 최적의 방안을 만들어내고 이를 현실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고 조금 더 보완하여 이야기하겠습니다. ‘萬物將自賓’ 이런 지도자에게는 모든 사람들이 찾아온다, 즉 모이게 된다는 말이겠고요.
문제가 눈 앞에 닥쳐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뭉게고 아무것도 안하는 리더들을 종종 보곤합니다. 둘 중의 하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능하거나 무책임하거나. 그것이 문제를 대응하는 것이건 아니면 상황을 개선시키는 것이건, 여러 방안 중에 결국 하나의 방안을 채택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것은 리더의 몫입니다.
天地相合 以降甘露
“천지가 서로 간에 화합하면 감로가 내리게된다.”
이 문장은 앞의 28장의 내용에 연결선상에서 이해를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서로 알맞은 조합을 통해 개선방안을 채택하게되면, 여름철 내리는 단비와 같이 구성원들이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표현으로 이해됩니다.
民莫之令而自均
“사람들이 지시하지 않아도 스스로 따르게 된다."
어떤 사회에 제도나 풍습, 관습 등도 그 구성원 간의 합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방도가 구성원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어떻게 보면 그 방도와 구성원이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죠. 사람들이 자신에게 손해가 된다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그 취지를 공감하지 않는다면 어떤 방도도 넓게 받아들여지지 못합니다. 반대로 그 취지에 공감하고, 효과에 동의한다면 그리고 그 방도를 따르는 것이 나에게도 도움이 되고 이익이 된다면 누가 따로 지시하지 않더라도 따르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신호등이 바뀔 때를 기다리는 것은 잠시 기다리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시간을 단축한다는 것을 누가 따로 상기시키지 않더라도 알고있기 때문입니다. 마트에서 계산하기 위해 줄을 서는 것도 그렇고 아무리 희미해도 차를 몰면서 중앙선을 지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 입니다.
始制有名 名亦旣有 夫亦將知止
“새로운 제도를 시작하면 이름이 주어진다. 하지만 이 이름 또한 언젠가는 다함이 있다. 뭇사람들 역시 언젠가는 끝날 것임을 알고 있다.”
앞에서 새로운 대안이나 방안을 제시하는 리더의 자질에 대해서 이야기 하였다면, 지금부터는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1장에서부터 시작해서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내용인데, 노자는 여기서 영원한 것은 없으며 모든 것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 마련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 Originality를 영원히 유지시키는 제도도, 법칙도, 관습도 있지않습니다. 우리 모두는 지금 통용되는 방안이 언젠가는 어떠한 형식으로든 끝날 것음을 경험상으로, 아니면 본능적으로라도 알고 있습니다.
知止 可以不殆
“멈출 때를 알면 가이 위태롭지 않을 수 있다.”
기존의 것을 멈춘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시작해야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기존의 방식이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이대로 타성에 젖어 기존의 방식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것을 아는 것은 그래서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그냥 하던 데로 하면 되겠지, 라고 생각하며 기존의 관습에 안주해서는 어느샌가 위기에 처해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입니다.
주변의 국가들은 소총병으로 변모하는 시대에 장검을 휘두르는 기사들에 안주하는 나라가 있던가고 생각해보시죠. 그 나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무리 기존의 제도나 세력이 강고하게 자리 잡았더라도 변화가 눈앞에 다가왔다면 변해야합니다. 아니면 과거의 영화를 뒤로한 채,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지게 되는 것이죠.
譬道之在天下 猶川谷之於江海
“비유하자면 천하의 道라는 것은 마치 강과 바다로 흐르는 물줄기와 같아 끝없이 흐르는 것이다.”
세상의 원리라는 것은 계속 일정한 흐름을 가지고 변화한다는 이야기를 다시 하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환경에 끝임없이 적응해야되며 나도 변화해야 합니다. 안일하게 기존 방식만을 유지할 것이 아니다. 세상이 그러하니 나만 변하지 않을 수는 없다라고 이야기 하며 노자는 32장을 마무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