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도덕경 48장

2024. 5. 20. 14:19 from BoOk/pHiLoSoPhY

爲學日益 爲道日損

위학일익 위도일손

損之又損 以至於無爲

손지우손 이지어무위

無爲而無不爲 取天下常以無事

무위이무불위 취천하상이무사

及其有事 不足以取天下

급기유사 부족이취천하

 

 

 

爲學日益 爲道日損  

배움의 목적은 하루하루 지식을 더하는 것에 있고, 도의 목적은 하루하루 이를 덜어냄에 있다.”

 

이미 앞에서 누차 이야기한 바와 같이 道는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목적이 요리이면 도는 레시피가 될 것이고, 공학이면 물리법칙이 될 것이며, 통치라면 법이 될 수도 있겠죠.

 

예를 들어 회사에서 어떤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여러 절차가 있다고 합시다. 그전부터 해왔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해서 지금 당장 문제가 되지 않으니까, 그냥 기존의 승인 절차와 거쳐야되는 검증 과정을 무비판적으로 수행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 필요한 절차와 과정인가를 고민하다보면 제도를 만드는 당시와는 다르게 현재 시점에서는 정말 불필요한 항목들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노자는 개선이란 덜어내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냥 단발성으로 행하는 것이 아니고 꾸준히 매일매일 추구하여야되는 행위라고 강조합니다.

 

損之又損 以至於無爲

더 이상 (개선)할 바가 없을 때까지 덜어내고 덜어내야 한다.”

 

다들 생각하는 바가 있겠지만 더 이상 덜어낼 것이 없는 수준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앞에서 노자가 이야기한 내용과도 조금 어긋나는 이야기일 수도 있고요. 저는 그냥 그렇게 지독하게 개선을 추구해야한다는 이야기를 강조하여 표현한 정도로 이해하려 합니다.

 

無爲而無不爲 取天下常以無事

바라는 바가 없음은 바라지 않는 바가 없는 것과 같다, 천하를 취함은 더 이상 (개선)할 것이 없는 상태가 유지되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이와 같은 취지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無爲而無不爲라는 문구는 無爲라는 용어가 더 이상 개선할 바가 없는 완전무결한 상태를 나타내는 표현이라면 그것은 無不爲 즉 안하는 것이 없는 상태로 바꿔 이야기할 수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소위 無爲가 그냥 아무것도 안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모든 것을 다 해본 다음에 더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이야기죠.

 

取天下라는 상태가 단순히 천하를 손에 넣었다가 아니라 최상의 상태, 즉 이룰 수 있는 최고의 상황이라고 한다는 이것은 常以無事 항시 무언가 더 할 일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는 것이죠.

 

及其有事 不足以取天下

그와 더불어 해야될 일이 있다면 천하를 취했다 이야기하기에는 부족한 상태인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이야기하는 取天下라는 용어는 조금 풀어서 설명하면 천하제일의 상황 또는 수준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노자는 계속 개선해야된다, 당신이 봐서 무언거 더 해야될 것이 있다고 냉정하게 판단되면 당신은 아직 그 분야에서 최고라고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라고 이야기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노자도덕경은 그냥 넋 놓고 아무 것도 하지말라는 이야기를 하는 철학책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개선하고 또 개선해라, 덜어낼 수 있는 불필요한 절차나 규정이 없는지 항상 살펴라, 지금 무언가 이루었다고 그게 영원할 거라 생각하지 말아라, 라는 이야기를 반복하여 지극히 현실에 대한 냉철한 직시를 강조하는 책이라고 새삼 느끼게 됩니다

 

Posted by Tony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