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도덕경 49장

2024. 5. 31. 14:24 from BoOk/pHiLoSoPhY

聖人無常心 以百姓心爲心
성인무상심 이백성심위심
善者吾善之 不善者吾亦善之 德善
선자오선지 불선자오역선지 덕선
信者吾信之 不信者吾亦信之 德信
신자오신지 불신자오역신지 덕신
聖人在天下 歙焉 爲天下渾心焉
성인재천하 흡흡언 위천하혼심언
百姓皆注其耳目焉 聖人皆孩之
백성개주기이목언 성인개해지
 
 
 
聖人無常心 以百姓心爲心
성인은 자신만의 고정관념을 가지지 않는다, 백성들의 마음을 지향하는 바로 삼는다.”
 
여기서 성인이라고 불리는 대상은 어느 사회나 집단에서 Rule을 수립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을 가르킨다 볼 수 있겠습니다. 도덕경이 쓰였던 고대사회에서는 군주를 가르켰을 가능성이 높죠. 요새 환경에서는 꼭 어마무시하게 높고 고고한 사람을 가르킨다 생각하지 말고,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조직의 리더 정도로 간주하면 어떨까 합니다.
 
아무튼 이런 성인은 상심 (常心) 즉 변하지 않는 마음은 없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좀 다르게 이야기한다면 어떤 의사결정이나 절차를 수립할 때 “어건 안되!”라던가 “이건 원래 이렇게 해야되!”라는 전제를 깔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다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겠죠.  
 
그리고 앞에서도 누차에 걸쳐서 강조되는 사항인데 나 혼자 독단적으로 일을 추진하지 않고 백성심 (百姓心) 즉 구성원의 마음을 의사 결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사실 이런 방식의 일처리는 이제는 다양하고도 많은 경우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어떤 신제품을 만들어낸다면 그냥 머리 좋은 몇 명들 둘러앉아서, 아니면 사장님이 고민해서 “그래 이렇게 만들자.” 하지는 잘 않습니다. 경쟁사는 어떻게 하는지, 그리고 소비자들이 기존 상품에 가지고 있는 불만과 개선 요구 사항이 무엇인지, 심지어는 고객들도 파악하지 잘 못하는 숨어있는 Needs까지 파악하려고 정말 치열하게 고민하죠.
 
이 모든 노력은 결국 ‘以百姓心爲心’ 즉 정책이나 개발의 수혜자 즉 소비자가 될 수도 있고, 조직원이 될 수도 있지만 그들의 생각과 욕구를 충족시켜야 되기 때문이죠. 내가 아무리 똑똑하고 높은 위치에 있어도 나 혼자 독단적으로 내린 결정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善者吾善之 不善者吾亦善之 德善
착한이에게 나는 선을 배풀며, 착하지 않은 이에게도 나는 역시 선을 배푼다. 덕이란 (대상을 가리지 않고 보편적으로) 더 나아지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善이라는 단어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善이라는 단어는 우선 착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좋다 좋아진다, 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죠. 이를태면 선물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를 생각해보시죠. 선물은 다른 사람에게 호의를 가지고 그 사람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무상으로 제공하는 물품을 뜻합니다. 사람들은 어떤 선물을 받았을 때 기뻐할까요? 본인이 그전부터 가지고 싶었거나, 생각한 적은 없지만 가지게되면 도움이 될 만한 물건을 받았을 때 아닐까요?
 
이미 앞에서 道는 가치평가가 배제된 모든 절차와 방안을 가르킨다고 이야기했고, 德은 이 모든 가능한 절차와 방안 중에서 현재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수혜를 주며, 가치를 향상시키는 방향이라는 이야기를 한 바 있습니다. 德은 善이다라고 여기서 그리고 노자는 강조합니다.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더 나아지도록 한다는 거죠. 그리고 그 덕은 대상을 갈라서는 안된다고 합니다. 착한 사람과 착하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는 것은 나의 주관적 가치관이나 편견이 반영되어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不善者가 惡人과 동의어는 아니라는 점을 상기하였으면 합니다.)
 
信者吾信之 不信者吾亦信之 德信
“(나를) 믿는 이에게 나는 신뢰를 주지만, 믿지 않는 이에게도 나는 역시 신뢰를 준다. 덕이란 (예측 가능하여 안정된) 믿음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앞의 문장에서 德이 무언가를 개선시키는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이어지는 문장에서는 德의 신뢰성의 중요함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대상에 구분없이 신뢰할 수 있어야 그것이 德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입니다. 새로운 선거제도가 나온다던지, 새로운 신상품이 개발된다던지, 새로운 금융제도가 나오는데 어느 특정 집단이나 사람에게만 유리하고 다른 대상에게는 일관되지 못하게 이렇게도 적용이 되었다가 저렇게도 변한다면 그걸 좋은 제도이며 제품이라도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결국 가치를 상승시킨다는 것은 지금보다 더 나아지게 하는 방향성을 가져야되는 것에 더불어 누구나 안정적으로 누릴 수 있는 신뢰성이 동반되어야 된다고 강조합니다.
 
聖人在天下 歙歙焉 爲天下渾心焉
성인은 하늘 아래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녹아들기 위해 천하에 머물며 (사람들과) 같이 호흡한다.”
 
사람들과 소통하라고 경청하라는 의미의 문장으로 해석합니다. 爲天下渾心이라는 마지막 문장에서 心이 사람들의 마음을 가르킨다면 이 문장은 ‘사람들의 마음과 하나가 되기 위해서’라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이를 위해 在天下 즉 현장 곳곳을 직접 가서 보고 머물러야 하며 歙歙焉 그곳의 사람들과 같이 호흡해서 한다라고 이야기합니다. (歙이라는 생소한 글자가 나오는데 저는 ‘들이쉴 흡’이라는 뜻으로 해석했습니다.)
 
百姓皆注其耳目焉 聖人皆孩之
백성들이 모두 그 귀와 눈을 주목하니, 성인은 이 모두를 아이들을 대하듯 덕을 미치게 해야한다.”
 
사실 현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눈에는 리더가 그 구성원들을 애 취급한다는 이야기가 좋게 받아들여지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글이 쓰여진 시대상도 감안을 해야겠지만, 이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리더의 의사결정 하나하나가 사람들 각각에게는 생사와 연관이 될 정도로 중요하고 절박한 내용일 수 있다는 점을 우선 자각해야된다. 그리고 이점을 명심하고 누구에게 치우침 없이, 우리가 아이들에게는 모두 잘해주고 싶고 좋은 말만 해주고 싶듯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효과가 미칠 수 있도록 절차를 수립하고 일을 진행해야된다,라는 이야기를 하고자한 것으로 해석하였으면 합니다.
 
마무리 하자면 노자는 무언가를 도모할 때 지금보다는 나아지는 방향성을 가져야되고, 또 모두가 신뢰할만한 것이어야 하며 이 모든 과정에는 사람들의 생각을 경청하여 그 의견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Posted by Tony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