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미술관 & 김환기

2008. 3. 24. 22:40 from DiArY

토요일에는 애들 데리고 과천 미술관에 갔다왔다.

생활의 지혜 하나!

날씨가 좋은 날에는 과천에 가려면 일찍 서두르던가 아니면 아예 늦게 나와야한다.

요즘 은랑여사 한참 로스트에 빠지셔서 아침 식사 느긋하게 하면서 로스트 한편 땡기고 "그럼 한번 가볼까?"하면서 여유를 부리면서 11시반에 집에서 나왔는데 미술관 도착하니 2시 약간 넘었다. 중간에 정말 부글부글 끓는데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2층 전시관 한쪽 보고 나니까 두 놈들이 배고프다고 난리를 부려서 밑에 카페테리아에 데리고 갔는데 예전에는 그렇지 않더니 미술관께서 워낙에 깔끔하게 변신하기로 하셨는지 샌드위치/쿠키/음료수 밖에는
팔지를 않는 것이었다. 뭐 별수 없이 있는 것 중에서 딸기 쥬스하고 샌드위치, 쿠키 먹이고 나니까 3시반. (아놔.... 이게 뭡니까?)

어제까지는 날씨도 좋더니 구름 쫙 끼고 바람 생생~~ 그나마 동물원으로 가지 않기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제 정말 그림 보러 가자하면서 나와보니 같이 붙여놓으니까 둘이 장난치고 때쓰고 난리가 아니라서 경민이는 나하고, 수민이는 은랑하고 나눠서 관람에 들어갔다는 말씀.

과천 미술관은 고1때 첫번째 모의고사를 보고나서 명호하고 병헌이하고 같이 처음으로 와봤었다.
아마 병헌이가 가자고 해서 셋이서 왔었던 것 같은데 반포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갔었던 기억이 난다.
암튼 그 녀석들도 엄청난 짠돌이여서 점심도 안먹고 미술관으로 바로 갔었는데 한 세시쯤 되니까
너무 배가 고파서 천장이 뱅뱅 돌아가는 것 같았다. 그래도 무슨 오기가 발동을 했는지 먼저
"밥 먹고 합시다."라는 사람이 없어서 꾹꾹 참아가며 구경을 했었다.

 

그때는 첨으로 미술관이라는 곳을 가봐서 그랬었는지 굉장히, 뭐라고 해야하나 좋았다고 해야하나, 인상 깊었다고 해야하나. 암튼 그런 Mood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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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김환기 그림을 봤었는데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는거였다. (배가 고파서 그랬나?)
미술책에서 비록 보던 그림이었다지만 거친 질감이 살아있는 큰 캔버스 위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니
말 그대로 감동의 물결이 머리를 때리는 것 같았다. 좀 서서 그림을 보고 있는데 명호하고 병헌이가 배고파 죽겠구만 안가고 뭐하는거야 라는 식이어서 ....

우리 집하고 미술관 좀 그런 인연이 있는건지 간만에 미술관에 오신 경민군은 다리 아프다고 계속 찡얼거린다. 하긴 무슨 감흥이 있으시겠어요. 초딩 이제 2학년인데.

전시하는 그림들이 자주 바뀌는지 김환기 작품은 두세점 뿐이였지만 그래도 반갑기는 매한가지였다.

두 녀석 다 지금 미국에 있는데 연락도 끊긴지 오래고 어째 잘들 지내는가 싶다.

Posted by Tony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