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중학생일 때 이외수 작품을 처음으로 읽었었습니다. '칼'이라는 작품이었는데, 뭐랄까 하도 읽은지가 오래되서 정확하게 내용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독하다고 할까, 악에 받쳤다고 해야되나 뭐 그런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주인공의 죽음이라는 비극으로 마무리되는 '칼'은 이외수의 5감소설 중 광기로 분류되었다니 제 느낌이 그렇게 크게 벋어나지는 않은 듯 합니다.
그리고 나서 소설은 아니지만 '사부님, 싸부님'이라는 만화를 봤었고 그리고 나서는 이외수의 작품을 찾아읽지는 않았었습니다. 그때 쯤이 고등학생 때였었고 당시의 한국작가 중에는 이문열이라는 압도적인 작가를 넘어서는 사람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었으니까요.
어찌되었는 나에게 있어 이외수 작가는 이후 굉장히 오랜 시간 인연이 없었는데 이번에 '벽오금학도'를 읽게 되었습니다.
'칼'을 읽을 때는 몰랐는데 '선계'라는 소재가 (다른 작품도 읽어봐야겠지만) 이외수의 소설에 중요한 장치 중의 하나라는 느낌입니다. 어쩌면 황당스럽다는 생각이 들게 할 수도 있는 점인데 꼭 그렇게 볼 필요가 없는 것이 사실 그렇게 따지다보면 카프카의 책은 어떻게 읽으며, 무라카미 류의 소설도 황당한 면이 있기는 마찬가지이니까요. 이외수의 스타일이 그렇다고 받아들이는 편이 맞는 것 같습니다.
'벽오금학도'는 무척이나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책입니다. 군더더기가 빠진 말끔한 문체와 이야기가 이 작품의 큰 장점 중의 하나입니다. 소설에서 어떤 큰 느낌이나 의미를 찾기 보다 앞뒤가 꽉차게 들어맞아간다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설명될 수 있으니까요.
'강은백'에게서 깨달음을 얻었다기 보다는 공감을 하게되었다고 하는 편이 더 가까운 소설입니다. 왠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다른 작품은 몰라도 '칼'은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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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6.30 벽오금학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