其政悶悶 其民淳淳 其政察察 其民缺缺
기정민민 기민순순 기정찰찰 기민결결
禍兮福之所倚 福兮禍之所伏 孰知其極
화혜복지소기 복혜화지소복 숙지기극
其無正 正復爲奇 善復爲妖
기무정 정복위기 선복위질
人之迷 其日固久
인지미 기일고구
是以聖人 方而不割 廉而不劌 直而不肆 光而不燿
시이성인 방이불할 렴이불귀 직이부사 광이불휘
“어느 나라 정부에 문제가 많아 고민이 심해지더라도 그 백성들은 오히려 더 순박해질 수 있으나, 그 정부가 꼼꼼히 살피어도 그 백성들의 삶은 더 나빠질 수 있다.”
여기서 悶이라는 한자는 고민하다, 번민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悶悶이라고 두번 반복하여 이야기 함은 나라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는 상황을 의미한다고 생각해야될 것 같습니다. 이렇듯 고민하는 이유는 우선 나라에 어려움이 닥쳐서라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정책을 어떤 방향으로 수립할지 선택의 문제가 걸려있어서일 수도 있겠습니다. 아무튼 당면한 문제 때문이던 아니면 정책 방향 수립의 어려움 때문이건 고민이 많다는 것은 앞으로 어찌할까하는 선택에 신중한 상황이라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 나라의 기본 구성이 되는 백성들은 오히려 더 淳淳 더 순박해지게 된다고 이야기 합니다. 이유는 위기 앞에 결집하는 것일 수도 있고, 고민하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될 수도 있겠죠.
이에 이어지는 다음 상황은 察察 즉 살피고 살핀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察이라는 한자는 따진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정부가 나라 안에 돌아가는 것을 매우 세밀하게 따지고 감시하려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察이라는 글이 앞의 悶 즉 고민한다는 이야기와 댓구를 이루는 것을 감안하면, 정부 자체에 대한 성찰은 없이 구성원들만 속된 말로 갈궈대는 상황을 의미할 수도 있고요. 이 경우 백성들은 缺 즉 이지러진다고 이야기합니다. 缺缺이니 매우 이지러졌다, 매우 삐뚤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겠죠.
요약하여 얘기하면 문제가 많은 상황에서도 오히려 구성원들은 더 나아질 수 있는 자질이 고양될 수 있지만, 리더들이 관리에만 집중하는 상황에서는 구성원들의 일탈이 갈 수록 심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禍兮福之所倚 福兮禍之所伏 孰知其極
“화는 복이 있는 곳에 기대어있고, 복은 화근이 있는 곳에 깔려있으니 그 지극함을 누가 알겠는가.”
주역 어느 문구에 나올 듯한 문구입니다. 뭐 따로 추가할 내용이 없을 것 같습니다.
其無正 正復爲奇 善復爲妖
“모든 일에 절대적으로 옮은 것은 없다. 한 때 옳았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 기이한 것이 되며, 한 때 선한 것으로 간주되었던 것도 시간이 지나면 요사스러운 행위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앞의 문구에서 화와 복은 모든 상황에 정도의 차이가 있더라도 내포되어있다는 이야기를 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其無正이라는 첫 문구는 결국 어떤 상황도 끝없이 좋을 수 없고 또한 끝없이 나빠질 수도 없으며 항상 만능열쇠로 적용될 수 있는 정답은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한때의 정답도 오답이 될 수 있고, 한때 사람들이 선한 행위로 받아들이던 것도 언젠가 전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죠. 여기서 復이라는 말은 이러한 순환이 반복된다라는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 사용된 듯 합니다. 돌고돈다는 거죠. (패션도 돌고 돌지않나요?)
여기까지의 내용은 노자 1장에서 내세웠던 ‘지금 통용되는 규정과 방식이 앞으로도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이야기와 뜻을 같이 합니다. 하지만 1장에서의 내용이 끝없는 변화에 대한 자세를 요구한 것이라면 여기서는 극단에 이르지 말라는, 현재의 방식이 더 할 나위 없이 좋다는 오만으로 살피고 따지기만 하지말고 겸손하게 고민하고 또 고민하라는 결국 자세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하고 싶은 듯 합니다.
人之迷 其日固久
“사람이 미혹되면 그러한 날이 고착되어 오래되게 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잘 변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거죠. 그리고 이렇듯 고착되면 거기에서 재앙이 시작되게된다 경고하고 있습니다.
是以聖人 方而不割 廉而不劌 直而不肆 光而不燿
“이런 이유로 성인은 방향을 정하지 편을 나누지 않으며, 청렴할 뿐이지 돈을 아껴 사람을 다치게하지는 않으며, 곧은 품성을 가지는 것을 오만한 것과 착각하지 않고, 빛이 나되 휘황찬란해지려 하지 않는 것이다.”
여기서 댓구를 이루는 것의 기준은 무엇일가요? 저는 ego 라는 생각이 됩니다. 내가 중심이 된 결정이나 행동은 타인의 반발을 부르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의 배경에는 독선과 독단이 깔려있기 십상입니다. 여기 이야기된 댓구가 되는 두 문자들의 기준이 명확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결국 첫 문구의 悶이라는 글자가 Key Word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 순간 가장 옳은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된다는 거죠. 고민한다고 항상 좋은 답이 나올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더 나은 것이 없을까 고민을 시작하는 것에서 모든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