以正治國 以奇用兵 以無事取天下 吾何以知其然哉以此
이정치국 이기용병 이무사취천하 오하이지기연재이차
天下多忌諱 而民彌貧 民多利器 國家滋昏
천하다기휘 이민미빈 민다이기 국가자혼
人多伎巧 奇物滋起 法令滋彰 盜賊多有
민다기교 기물자기 법령자장 도적다유
故聖人云 我無爲而民自化 我好靜而民自正 我無事而民自富 我無欲而民自樸
고성인운 아무위이민자화 아호정이민자정 아무사이민자부 아무용이민자박
“올바른 방식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병사는 예측하지 못하도록 전술을 세워 다뤄야하듯 천하를 얻으려면 무사함으로서 해야한다. 내 어떻게 이래야 함을 알겠는가는 다음과 같다.”
이번 장의 해석은 첫 문구부터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해석이 ‘바르게 나라를 다스리고 기묘한 방식으로 병사를 사용하며 무로서 일을 해야 천하를 취한다’라는 식이었는데, 이어지는 문구에는 앞의 두 내용, 以正治國 以奇用兵에 대한 언급이 없는 듯하였습니다. 그리고 以無事를 따로 떼어서 해석하는 것도 事를 명사로 본다면 거기에 대한 구체적 행위를 나타내는 동사, 동사로 본다면 목적이 되는 명사가 나와야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론적으로 以正治國 以奇用兵와 같이 ‘00으로 00을 한다’라는 표현의 완결성을 감안할 때 以無事와 取天下는 따로 나눠서 해석하기 보다는 以無事取天下라고 붙여서 해석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앞에서 이야기했듯 以正治國 以奇用兵에 대한 내용이 뒤에 나오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앞의 두 문구는 그냥 당연한 이야기, 마땅히 그러해야 되는 내용들을 이야기하고, 뒤에 이어 이와 같이 천하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을 취해야하는가 즉 無事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 이야기합니다.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 바른 방법을 통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또, 군대를 운용함에 적이 예상하지 못한 허를 찌르는 전략을 수립해야됨도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뒤 이어 천하를 얻으려는 방식 중의 우선되는 것은 無事함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여기서 이야기하는 無事는 어떤 것을 이야기할까요?
우리는 평소 별일 없다는 의미로 無事라는 단어를 종종 사용하곤 합니다. ( '무사하십니까?' 사극에서 자주 사용하는 듯하군요.) 이 단어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는 '안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큰 일 없이 안정되게 그날 그날을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나요? 결국 以無事取天下라는 문구는 나라를 얻기 위해 가장 우선되는 방도는 안정인 것을 강조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안정은 예측 가능한 미래를 생각할 수 있게하며 이에 대한 대비와 활용을 가능하게 합니다. 불안정한 사회는 어떤 모습을 그릴까요? 그에 대해서는 다음 문구에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天下多忌諱 而民彌貧 民多利器 國家滋昏
“천하에 (구체적인 근거없이) 꺼리고 기피하는 바가 많으면 백성들이 두루 가난해진다. 사람들이 이를 피해 모두 이문이 많이 남는 물건으로 몰리게 되면 국가의 혼란이 거듭되게 된다.”
막상 사람들이 권력을 가지게되면 자신의 권위를 과시하거나 내세우는 방식의 하나로 무언가를 비이성적으로 금지하거나 못하게 하는 일이 왕왕 있습니다. 많은 권위주의 정권에서 아직도 금서나 금지곡 또는 특정한 영화가 상영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가까운 예입니다. 아니면 권력 주변의 사람들이 이익을 독점하기 위해 이러한 규제가 경제 분야에도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특정 분야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뭐, 민생과 직결된 분야가 아니라면, 이에 대한 영향이 제한적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독제 정권은 Inner Circle의 이익만을 감안하여 정말 국가경쟁력의 핵심이 되는 분야에 대해서도 손을 댑니다. 이렇게 되면 그 전까지 해당 분야에 종사하던 사람들을 졸지에 생계의 터전을 잃게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즉 而民彌貧 백성들이 두루 가난해지게 되는거죠. 그러면 눌린 풍선은 다른 곳으로 몰리게됩니다. 사람들이 시장의 안정감을 신뢰하지 않는 순간, 단기적인 이익에 몰두하거나 아니면 환금성이 강한 분야에 치우치게 되는거죠. 나라의 자산이 두루 퍼지지않고 특정 분야로 몰린다면 그 나라의 건강도는 손상받기 십상입니다. 즉 國家滋昏 국가의 혼란이 거듭되게 되는거죠.
人多伎巧 奇物滋起 法令滋彰 盜賊多有
“사람들의 기교가 많아지고 기이한 물건이 많이 일어날 것이니, 이에 따라 법령이 많아지며 새로 만들어져 도적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번 문구의 내용은 앞에서 시작된 문제점이 어떻게 악순환에 빠지는 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권력자에게서 시작된 쓸모없는 규제가 결국은 국가의 자원이 타당한 곳에 투입되는 것을 막아서 국가의 기본적인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분야가 아닌 쪽으로 자원의 흐름을 왜곡시키고 이에 따라 문제가 발생되면 이를 규제하기위한 방도를 만들면서 또 그에 대한 문제가 발생되는 식으로 말이죠.
이에 대해서는 중남미의 사례를 들어도될 것 같습니다. 부패한 정권이 국가의 기반시설이나 이권을 소수의 Inner Circle에 독점되도록 한 결과, 많은 일반 민중들이 실업자가 되어 빈부차가 확대되게 되고, 이로 인해 돈이 되는 마약이나 범죄의 유혹에 노출되게 되면 국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근본적인 제도개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경찰력을 동원하여 단속을 추진하고, 이에 대항하여 거대한 범죄 카르텔이 형성되게되어 더욱 통제불능의 상황으로 빠지는 겁니다.
故聖人云 我無爲而民自化 我好靜而民自正 我無事而民自富 我無欲而民自樸
“이러한 이유로 성인께서 이야기 하기를 내가 바라는 바가 없어야 백성들이 스스로 어우러지고, 내가 고요함을 선호해야 백성들이 스스로 바르게 되며, 내가 일을 일으키지않아야 백성들이 스스로 부유해지며, 내가 사적인 욕심을 거두어야 백성들이 스스로 순박해진다 한다.”
중언부언할 내용은 없을 것 같습니다. 즉 57장에서 노자는 권력자가 자신의 사적인 혹은 측근의 이익만에 눈이 어두워 나라 전체를 혼돈스럽게하는 일을 벌이지 않기를 경계하라 이야기하고, 이렇게되면 백성들이 스스로 노력하여 나라가 더욱 부강해질거라 이야기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