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도덕경 52장

2024. 12. 9. 13:17 from BoOk/pHiLoSoPhY

天下有始 以爲天下母

천하유시 이위천하모

旣得其母 以知其子 旣知其子 復守其母 沒身不殆

기득기모 이지기자 기지기자 복수기모 몰신불태

塞其兌 閉其門 終身不勤

새기태 패기문 종신부근

開其兌 濟其事 終身不救

개기태 제기사 종신불구

見小曰明 守柔曰 用其光 復歸其明 無遺身殃 是爲習常

견소왈명 수유왈강 용기광 복귀기명 무유신앙 시위습상

 

 

 

天下有始 以爲天下母

천하 만물은 모두 그 시작이 있으니, 이를 가리켜 천하 만물의 어미라 한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모든 것에는 시초가 있기 마련입니다. 몇 번 비유로 이야기를 했지만 숫자라는 개념이 생겨났기 때문에 우리가 알고 있는 수학공식도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이듯 말이죠.  때문에 여기서 시작이라는 이야기는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라는 의미보다는 시초 즉 근원이나 근본이 되는 무언가를 가리킨다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旣得其母 以知其子 旣知其子 復守其母 沒身不殆

이미 그 어미를 알고 있다면 그 자식을 알 수 있고, 그 자식을 알고 있다면 그 어미를 도탑게 지킬 수 있다. (이로서) 몸이 다하도록 위태롭지 않게 된다.”

 

근본이 정립되면 그로부터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또한 역으로 이렇게 파생된 새로운 결과물을 통해서 그 모태를 한층 더 좋게 만들 수 있습니다. 많은 경우에서 그런 것은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느 회사에서 신제품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해 보죠. 기존의 제품을 조합하던지 해서 신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고 (이를테면 세탁기와 건조기를 합친다던지 하는 식으로) 이렇게 만들어진 신제품에서 내가 기존 제품을 만들 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Idea를 얻어서 기존 제품을 더 좋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일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는거죠.

 

塞其兌 閉其門 終身不勤

그 바탕을 지키고 새어나가지 않도록 막아낸다면 종신토록 동요함이 없을 것이다.”

 

兌라는 단어는 주역에서의 兌卦 (태괘)를 가르킨 것으로 이해해야될 것 같습니다. 태괘는 ☱로 표현되며, 연못을 상징합니다. 앞장에서 계곡에 대한 비유가 많이 나왔었는데, 여기서 태괘 또한 이와 비슷한 의미로 사용된 것으로 이해됩니다. 또한 앞 구절의 母라는 단어와도 유사한 의미를 가진 단어로 이해해야 될 것 같습니다.

 

앞 구절에서 母, 즉 어미라는 단어가 모태가 되는 무언가를 가르킨다면 이 모태는 훗날 파생되어 생성되는 모든 것으로 바탕이 된다고 이해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므로 그 모태를 지킨다는 것은 어떠한 파생품을 만들어내더라도 기본이 되는 핵심 가치는 보존한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이것이 바탕이 된다면 시류에 따라 흔들리지 않게된다는 거죠.

 

開其兌 濟其事 終身不救

그 바탕을 열어놓고 일을 더한다면 종신토록 구함이 없을 것이다.

 

위의 문구와 대치되는 설명입니다.

 

기본이 되는 가치에 대한 변경 가능성을 열어놓고 그런 위에 무언가를 더한다면 의미있는 성과를 구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반복되는 이야기 같지만 이 내용은 결국 그것이 조직이 되었건, 제도가 되었건 아니면 제품이 되었건 정말 핵심이 되는 가치는 쉽게 바꿔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눈 앞의 성과에만 급급해서 다른 경쟁자들이 어떻게 하는지를 우리의 현실에 대한 고민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그냥 Copy만 하게된다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황에 빠지기 십상입니다. 도덕경에서는 이를 경계해야된다 말하고 있습니다.

 

見小曰明 守柔曰 用其光 復歸其明 無遺身殃 是爲習常

작은 것을 살핌을 밝힘이라 한다. 약한 것을 지킴을 강함이라 한다. 그 빛을 써서 돌아가 그를 밝히면 재앙이 몸에 남지않게 될 것이니 이런 과정을 학습을 지속하는 것이라 한다.”

 

앞에서 모태와 파생품 간의 선순환의 과정에 대해 이야기한 것을 염두에 두고 이 문구를 읽어야될 것 같습니다. 세상에 완전무결한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냥 정체되는 것도 없습니다. 무언가 결과물을 만들어내었다고 하더라도 무언가 놓친 것이 없는지 살펴야하고, 그리고 새롭게 알아낸 것을 활용하여 그 전부터 우리의 약점이었던 것을 강하게 하려는 과정이 반복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用其光 復歸其明이라는 문구는 결국 모태와 파생품 간의 선순환적인 상호 보완 과정을 통해 어둠에 묻혀있던 약점을 다시 돌아가 강화한다는 의미로 읽어야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절차가 잘 진행된다면 위험이 닥치지않을 것이라 이야기 합니다.

 

결국 개선점을 지속적으로 찾고 고민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말할 수 있겠습니다. 習常 즉 항상 배우는 과정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죠. 대단한 성과물도 시간이 지나면 더 좋은 방안이 나와 시대와 동떨어진 것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마지막이 아니고 배움을 지속해야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Posted by Tony Kim :

노자도덕경 51장

2024. 10. 16. 16:38 from BoOk/pHiLoSoPhY

道生之 德畜之 物形之 勢成之

도생지 덕축지 물형지 세성지

是以萬物莫不存道而貴德

시이만물막부존도이귀덕

道之尊德之貴 夫莫之命而常自然

도지존덕지귀 부막지명이상자연

故道生之 德畜之 長之育之 亭之毒之 養之覆之

도도생지 덕축지 장지육지 정지독지 양지복지

生而不有 爲而不恃 長而不宰

생이불유 위이불시 장이부재

是謂元德

시위원덕

 

 

道生之 德畜之 物形之 勢成之

도를 통해 무언가 만들어진다면 덕을 통해 이것이 길러지게 된다, 주위의 자원을 활용하여 형태를 갖추게 되면 기세를 얻어 성장하게 된다.”

 

앞 장에서도 이야기하였지만 대부분의 경우 무언가 새로운 것이 만들어진다면 “생성-성장-안정-소멸”의 생애 4단계를 거치게됩니다.

 

51장의 첫 문장도 이러한 개념의 연장선상에서 道와 德의 기능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자면 새로운 法을 만들어내려 한다면 기존의 입법 절차 즉 道에 의해서 만들어지게됩니다. (道生之) 그러면 단순이 입법절차만을 따르면 좋은 법을 만들 수 있을까요? 여기서 德의 역할이 주어집니다. 마주하고 있는 문제나 이슈를 해결하고 구성원들에게 최대한의 혜택이 주어지는 방안을 고민하는 德이 바탕이 될 때 좋은 법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德畜之) 이러한 법은 가용한 자원이나 환경을 최대한 참고하고 활용하여 그 구체적 형상이 완성되게 되고 (物形之)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어야 비로서 널리 쓰일 수 있게 됩니다. (勢成之)

 

是以萬物莫不存道而貴德 道之尊德之貴 夫莫之命而常自然

이러한 이유로 만물은 도가 있지 않거나 덕을 귀하게 여기지 아니하지 못하게 되며, 도를 존중하며 덕을 귀하게 여기는 것은 무릇 따로 명령하지 않아도 상식적이며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문장에서 莫不 (아니하지 못한다) 라는 문구는 뒤에 이어지는 存道 및 貴德 두 문구에 같이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하였습니다. 즉 存道하지 않을 수 없으며 또한 貴德하지 않을 수 없다, 라고 해석하였습니다. 도와 덕이 만물의 존재하고 생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로 사람들은 새로운 방안의 근본이 되는 도와 덕이라는 두 요소를 자연스럽게 존중하며 귀하게 여기게 된다 이야기합니다.   

 

故道生之 德畜之 長之育之 亭之毒之 養之覆之

고로 (앞서) 도를 통해 무언가 만들어진다면 덕을 통해 이것이 길러지게 된다 이야기한 것이다. 키우고 기르며, 안정되게도 독이 되게도 하며, 기르기도 하지만 엎어버리기도 한다.”

 

道와 德의 역할은 결국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길러내기 위한 도구로서 활용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과정에서 여러 선택을 하게된다는 거죠. 키우고 기르는 대상이 있는 반면에 어떤 대상은 머무르거나 아예 없애버리기도 하는 것이고요. 어떤 것은 성장시키기도 하지만 동시에 어떤 것은 덮어버리기도 하는 것입니다.

 

生而不有 爲而不恃 長而不宰 是謂元德

만들되 소유하지 않으며, 위하되 기대지 않고, 키워주되 다스리려하지 않아야한다. 이를 가르켜 기본이 되는 덕이라 한다.

 

그렇다면 이렇듯 중요한 역할을 하는 德의 방향성은 어떠해야 할까요? 노자는 여기서 크게 3가지 방향성을 가져야한다 이야기합니다.

 

生而不有, 즉 리더가 본인의 소유물로 하기 위해 만들어내서는 안된다, 공공의 복리를 위한 목적을 지향해야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많은 경우 일정 성과를 거둔 리더들이 무언가 성과를 만들어내면 그 결과물이 자신의 소유물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소유하고 나의 이익에 부합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경계해야되지 않을까요? 결국 리더라할지라도 그 위치에서 단지 그 역할을 했을 뿐이니까요.

 

그리고 爲而不恃 구성원을 위한 결과물을 만들어야지 구성원에 기대어서 일을 추진해서는 안된다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기댄다는 이야기는 다향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어보입니다. 그냥 사람들 하자는데로 (그것도 소수의 주변 사람들) 책임감 없이 행동하는 것을 경계하는 의미일 수도 있고 아니면 맹목적으로 어떤 지향점에 집착하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어보입니다. 아니면 만들어지 결과물에 나의 이익을 결부시켜 여기에 기생하려는 것으로 볼 수도 있고요. 어떠한 경우가 되었건 전체 큰 그림에서 성과를 또는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에 목적을 둬야지, 다른 의도를 가져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로 해석됩니다.

 

마지막으로 長而不宰 즉 성장시키되 다스리려하여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간단히 말하여 내가 키워줬으니 내가 하라는데로 해, 해서는 안된다는거죠. 生而不有라는 첫 문구와 일맥상통하는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나는 나의 역할을 하였을 뿐 이를 통해 나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도구로 악용하지는 말라는 이야기로 해석됩니다. 그리고 이 세가지가 바탕이 되는 덕이어야한다 이야기합니다.

Posted by Tony Kim :

노자도덕경 50장

2024. 6. 26. 14:20 from BoOk/pHiLoSoPhY

出生入死

출생입사

生之徒十有三 死之徒十有三 人之生動之死地亦十有三

생지종십유삼 사지종십유삼 인지생동지사지역십유삼

夫何故 以其生生之厚

부하고 이기생생지후

蓋聞 善攝生者

개문 선섭생자

陸行不遇兕虎 入軍不被甲兵

육행불우시호 입군불피갑병

兕無所投其角 虎無所措其爪 兵無所容其刃

시무소투기각 호무소조기조 병무소용기인

夫何故 以其無死地

부하고 이기무사지

 

 

 

出生入死

밖으로 나옴은 태어남과 같고, 안으로 들어감은 죽음과 같다.”

 

세상의 많은 일들은 어쩌면 생명이 나고 죽음과 비슷한 여정을 거칩니다. 나라도, 제도도, 기업도, 문화도 생겨나 발전하고 전성기를 누리다 어느덧 쇠퇴하여 소멸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노자도 비슷한 비유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앞에 명확하게 쓰여있지는 않지만 나고 들어가는 대상이 여기서는 道라고 생각됩니다.

 

生之徒十有三 死之徒十有三 人之生動之死地亦十有三

사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열 중 셋이며, 죽는 방향으로 가는 것도 열 중 셋이다. 살고자하였으나 죽는 땅으로 가는 것도 열 중 셋이다.”

 

앞에서와 같이 모든 것들은 새로 세상에 나타나면 길던 짧던 소멸의 과정에 접어들겠지만 얼마나 빨리 사라지냐는 다른 문제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라면회사에서 신제품을 한 해에도 고민하여 여러 개를 만들어내지만 이중 시중에서 의미있는 매출을 올리는 제품은 그 중 일부에 그칠 것입니다. 회사에서나 나라에서 뭔가 더 나아지게 하기 위해 새로 도입하는 제도나 절차도 몇 가지는 효용성이 입증되어 정착되겠지만 사람들에 관심에서 사라지는 것들도 있기 마련이고요. 노자는 이렇게 새로 만들어진 (이를 테면 道가) 방향을 잘 잡아서 10에 3은 살아남지만, 반대로 10에 3은 애당초 방향이 잘못되어 빨리 사라진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30%는 살려고 발버둥치지만 죽어 사라진다 이야기합니다.

 

夫何故 以其生生之厚  

이는 어째서인가? 그 시작부터 살아남는 방안이 두텁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여러 다른 결말의 원인은 처음부터 방향성을 제대로 잡았는지가 중요하다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 방향성에는 성공의 요인이 더 확실히 그리고 두텁게 고려되었기 때문이라 이야기합니다.

 

결국 이 이야기는 道의 완결성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제대로된 방향성을 가지고 여러 경우의 수를 미리 따져서 실패의 요인을 최소화하거나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둬야된다는 거죠. 앞에서 이야기한 라면의 이야기를 한다면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해서 시중의 제품들에 대해 사람들이 어떤 점을 아쉽게 생각하는지 어떤 새로운 제품을 원하는지 고민하고 적정한 가격에 사람들의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제조방법을 다각도로 고민한 제품만이 그나마 성공의 가능성을 볼 수 있지만, 이도저도 아닌 그냥 기존 제품의 Copy나 즉흥적인 요소만을 남을 따라서 만든다면 얼마 안가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蓋聞 善攝生者 陸行不遇兕虎 入軍不被甲兵 兕無所投其角 虎無所措其爪 兵無所容其刃

대개 건강하게 잘 생을 유지하는 사람은 땅으로 가도 사나운 뿔소나 호랑이를 만나지 않고, 군에 들어가도 적군에게 당하지 않는다 들었다. 뿔소가 그 뿔을 휘두르거나 호랑이가 그 발톱을 할퀼 바를 없애고, 적군 또한 그 칼을 사용할 바를 (미리) 없애기 때문이다.”

 

陸行不遇兕虎이라는 문장은 무언가 섭생에 신묘한 능력이 있는 사람은 아무 곳이나 가도 맹수를 만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럴 가능성 자체를 사전에 방지한다는 이야기이죠. 산으로 간다면 맹수에 대비하도록 미리 사람을 여럿모아 맹수가 접근 자체를 못하도록 준비하거나 그도 안되면 안전한 길로 가는 식으로요. 군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난무하는 총칼이 나만을 피해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전쟁 자체가 안일어나도록 조치하거나,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철저한 훈련을 통해 살아남는 방법을 몸이 익혀야할 것입니다. 상대가 그 폭력을 휘두를 여지를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죠.

 

夫何故 以其無死地

어째서인가? 이것이 없다는 건 즉 죽을 곳에 처했다는 의미를 뜻하기 때문이다.”

 

말은 길었지만 결국 준비가 없다면 (以其無)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死地) 무언가를 새로 만든다면, 아니면 새로 시작을 도모한다면 철저한 사전 준비와 Case별 Simulation을 통해 실패의 여지를 사전에 방지하는 것. 그것이 전제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노자는 50장에서 이야기합니다.

 

Posted by Tony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