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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번호는 개뿔...

2009. 9. 1. 20:21 from FaMiLy
뭐 한 달 전에 큰 맘 먹고 결혼하고 내내 보던 대우 탱크 28인치 볼록 TV를 빠이빠이 하시고 최첨단 40인치 LCD TV로 개비했다. 전에 사내 판매로 홈씨어터도 있던터라 우리집의 AV 시스템은 그야말로 남부럽지 않은 조건을 갖추게 되었다고 할까?

암튼 그건 그렇고.

은랑도 나도 늦게까지 일을 하는터라 사실 애들은 아직 어리고 또 우리때하고는 틀려서 이래저래 하는 것들이 많은지라 숙제는 항상 생기는데 옆에서 봐준다고 해야 밤 늦게 집에 와서야 가능하니 집에 와서 매일 보는 건 12시가 다되도록 애를 잡는 은랑과 피곤한 눈의 경민이.

은랑께서는 그간 이 모든 원흉의 주범은 TV라고 보고 전원도 뽑아보고 안테나 선도 뽑아봤지만 집에 돌아와 발견하는 건 그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뿌듯한 표정으로 TV를 시청하시는 경민군의 모습이었다.

"엄마, 이게 빠져있어서 여기다 꽂으니까 TV가 잘나온다~~ㅋㅋ"

그런 은랑에게 이 모든 고민거리를 단방에 날려버릴 묘책이 생겼으니 새로 산 최첨단 LCD TV에는 채널 잠금 기능이 있었던 거시였다!

뿌듯한 마음으로 모든 채널을 잠궈버리고 비밀번호 설정하고 오늘은 뭐 지가 날고 기어도 별수 없겠지,라고 맘 푹 놓고 일에서 돌아오신 홍여사께서는 문을 열자마자 공황상태에 빠지고 말았는데.

"아니! 너 어떻게 TV를 보고있는거야!~~"

그렇다. 경민군은 아주 편한 자세로 쇼파에 앉아 TV를 시청하고 계시는 것이었다. 놀라서 어쩔줄 몰라하는 엄니에게 다가와 경민군 친절하게 방법을 가르쳐주신다.

"엄마. 비밀번호 7777만 계속 누르면 되는데~~"

뭐 비밀번호 까먹으면 back door로 만들어놓은 것 같은데. 어떻게 그걸 알아냈단 말인가. 우리 아들은 걍 해커가 천직이란 말인가? 집에 돌아와 놀라워하는 내 앞에 은랑은 모든 것을 채념한 표정으로 맥주를 들이키며 한마디 하신다.

"비밀번호는 개뿔...." 
Posted by Tony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