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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도 덥고 뭔가 재미있는 책을 읽고 싶던 차에 '공중 그네'의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다른 작품인 '남쪽으로 튀어!'를 읽었습니다. 뭐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많이 읽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공중 그네'를 재미있게 읽었던 독자라면 이 작품도 충분히 재미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입니다.
'남쪽으로 튀어!'는 우에하라 이치로의 아들 우에하라 지로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다소 황당, 성장 소설입니다. 뭐 책 소개를 읽어보면 대략 짐작이 되겠지만 '공중그네'에서 이라부라는 못말리는 능글맞은 의사가 있었다면 여기에는 '우에하라 이치로'라는 대략 난감 무한 폭주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평범하게 살고싶은 지로에게 있어서 누가 일본 국민한다고 했냐는 식으로 세금이나 국민연금 거부는 물론이고 아이들 등교 거부 (정확하게는 등교방해)까지 불사하며 문제를 일으키는 아빠가 어떤 존재일지는 안봐도 상상이 됩니다. 분위기는 글쎄 뭐 아주 똑 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영화 '기쿠지로의 여름'과 같은 느낌이랄까요?
소설은 크게 도쿄에서의 생활이 그려진 1권과 오키나와에서도 한참 떨어진 이리오모테 섬에서의 2권으로 나누어집니다. (이리오모테 섬. '아즈망가 대왕'이 생각나는 군요. ㅋㅋ) 소설을 읽다보면 마치 박완서의 소설을 읽을 때처럼 어떻게 초등학생의 생활을 이렇게 생생하게 묘사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 감탄하게 됩니다. 사실 재미를 떠나서 책을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지로가 불량학생 가쓰에게 시달리며 친구들과 마치 세상의 마지막이라도 된 것 같이 고민하는 모습이라던지 생전 본 적이 없던 외할머니가 찾아오자 지로의 동생이 흥분하는 모습들을 보자면 정말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의 머리 속에 퐁당 들어갔다 나온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생생한 묘사에 감탄하게 됩니다.
사실 별 것도 아닐 수도 있는데 라는 생각이 들고, 나이 들고 돌아보면 웃을 수 있는 추억이야,라고 간단하게 얘기할 수도 있지만 정작 나이가 들어서 지금 아웅다웅하고 머리를 싸매는 고민들도 그럼 대단한 건가,라고 책을 읽다보니 자신에게 되뭇게됩니다.
'남쪽으로 튀어!'를 위시해서 다소 황당하고 엽기스러운 케릭터들이 일본 영화나 소설에 심심치않게 나오는 건 우리나라도 그런 경향이 있지만 빡빡한 일본 사회에서 소설에서나마 이런 주인공을 만들어내어 어떤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싶어서인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