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2017. 9. 12. 14:05 from MeDiTaTiOn/pOeM

오랜만에 학교에 들리니 많은 것이 변해있었다.

 

목을 틀어 본관 쪽을 보고 앉은 비룡은 더 녹이 슬어있었고,

공대 옆 스카이라운지 옥상은 깔끔한 카페가 되어있었다.

새 건물들이 예전 가건물들 자리에 우뚝 서있었고,

로케트 옆 비석은 비바람에 씻겨 내용을 알아보기 힘들게 마모되어 있었다.

 

하지만 예전 모습도 많이 남아있었다.

 

왠지 더 낡아보였지만 비행기는 그 자리에 남쪽을 바라보며 서있었고,

녹조가 가득 낀 인경호 위에는 새 몇 마리가 한가로이 떠있었다.

학생회관도 칠은 새로 했다지만 그 자리 옛 건물 그대로 였고

 

발목까지 오는 청바지에 하얀색 운동화

짧은 단발머리에 작은 눈

 

어쩌면 처음 그 모습은 시간이 지났어도 이렇게 생생할까

 

 

 

나는 학생회관 4층을 바라보며 한참을 그렇게 서있었다

이제 너는 아무 상관 않겠지만 

Posted by Tony Kim :

안녕

2017. 8. 29. 11:19 from MeDiTaTiOn/pOeM

그날

분주히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속에서 가볍게 어깨를 치며 너를 보냈었다.


너는 

버스 정류장을 향하며 나에게 손을 흔들었지.

 

지나는 차들의 불빛이 눈을 어지럽히고

멀어져 가는 너를 잠시 바라보다 나도 뒤돌아섰었다.

 

그날 

날씨가 어땠었는지, 어디를 갔었는지,

우리가 무슨 이야기들을 나누었는지 기억은 없지만

 

너를 보낼 때 나를 바라보던 너의 그 작은 눈빛과

어깨를 두드릴 때 손끝의 감촉은 아직도 생생한데

 

 

안녕.

 

 

선물처럼 그렇게 나란히 걷던 너와의 마지막 시간을 

오랫동안 잊기 힘들 것 같구나

 

Posted by Tony Kim :

'15년 독서 목록

2015. 12. 21. 10:23 from BoOk

아직 ‘15년이 한 열흘 정도 남았지만 이쯤에서 금년에 읽었던 책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1.     비잔티움 연대기 2, 3 (하드커버, 존 줄리어스 노리치)

-       서로마를 이은 제국의 천년의 갈등과 영화

2.     파운데이션의 서막. 파운데이션을 향하여 (아이작 아시모프)

-       명작은 아니어도 거대한 아시모프 세계관의 일단락

3.     강철도시 (아이작 아시모프)

-       잘못된 번역이 작품을 어떻게 망치는지를 보여주는 일례

4.     환영의 도시 (어슐러 르 귄)

-       SF가 단순히 아이들이나 읽는 우주전쟁만을 다루는 장르라고 생각하는 분들께 권하고 싶은

5.     사람의 세상에서 죽다 (리루이)

-       집단 폭력의 무서움. 백사전의 아름다운 부활.

6.     이 경계를 지나면 당신의 승차권은 유효하지 않다 (로맹 가리)

-       불편했던 위선자의 해피엔딩

7.     Howl’s Moving Castle (다이애나 윈 존스)

-       환상적이고 재치 넘치는 사랑 이야기

8.     어스시의 마법사 (어슐러 르 귄)

-       소문만 못했던 시리즈의 시작

9.     악몽 (조이스 캐롤 오츠)

-       한참이 지나서도 생각나는 첫 단편

10.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모리미 도미히코)

-       만화적인 상상력이 어우러진 경쾌한 사랑 이야기

11.   용재총화 (성현)

-       조선시대의 사람 이야기

12.   남은 날은 전부 휴가 (이사카 코타로)

-       왁자지껄. 휴가처럼 읽을 수 있는 코메디 한편.

13.   한국인은 미쳤다 (에리크 쉬르데주)

-       다른 문화를 이해 못한 것은 양쪽 모두

14.   고대에서 봉건제 사회로의 이행 (페리 앤더슨)

-       중세로의 전개에 경제적 불가피성

15.   수이전 (미상)

-       잃어버린 기록의 파편

16.   가면산장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       지루한 스토리. 심심한 반전.

17.   엘시드의 노래 (미상)

-       스페인 마초의 영웅담.

18.   스토너 (존 윌리엄스)

-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감동적인 인생이 담겨져 있다.

19.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1권 (플루타르코스)

-       만만치 않은 고전의 무게

20.   알리스 (유디트 헤르만)

-       상실의 소중함. 섬세한 우울함.

21.   첫사랑 (투르게네프)

-       고전에 감춰진 압도적인 사랑의 감정

22.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       순수한 영혼에 전쟁이라는 야만성이 남기는 깊은 상흔

 

Posted by Tony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