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완그린

2014. 3. 28. 13:48 from BoOk/nOvEl

 


블랙스완그린

저자
데이비드 미첼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3-12-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청소년기를 그린 소설 가운데재미로는 [호밀밭의 파수꾼] 이후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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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이 아름다웠다고 누가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을까. 돌이켜 보면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게 추억이라고는 하지만 나의 중고등학교 시절은 열등감을 떨쳐내려고 힘겨워하던 시기이자 진저리 나는 폭력에 시달리던 시간이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서 어머니께서 들려주신 선생님들의 이야기는 (들어내고 돈을 요구하고, 가식적인 애정을 과시하는) 그나마 남아있던 좋은 기억들도 착각이었다는 생각을 들게했다. 중학교 2학년 때 교생선생님이 내가 너희들 나이라면 어쩌고 하면서 중학교 시절의 무한한 가능성과, 미래를 결정지을 중요한 시기라는 등등의 얘기들을 늘어놓았다. 웃기는 소리다. 나이를 꺼꾸로 먹을 수도 없지만 다시 돌아간들 더 나아길거라고 그리 자신만만하게 얘기하는 것은 어이없다. (지금 다시 대입시험 보면 그때보다 잘 볼 자신있나?) 아직 닥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과거에 대한 미련은 보잘 것 없는 자기 변명에 불과하다.

 

제이슨 테일러는 포틀랜드 전쟁이 일어나던 1982년 블랙스완그린이라는 작은 동네에 살고있는 13살 소년이다. 아마 69년이나 68년생일 것이고 나하고 비슷한 또래라서 책을 읽다보면 귀에 익은 팝송이나 가수들이 언급되기도 한다. (언제적 가수냐.. 도나 섬머) 제이슨은 정말 생생하게 그 나이 또래의 아이가 가질 수 있는 모든 고민거리를 안고있다. 아버지는 권위적이고, 부모는 얼굴만 마주치면 으르렁대고, 누나는 히스테릭하다. 어느 순간 말더듬증까지 생겨 친구들에게 들킬까 안절부절하며, 딱히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어떻게 보면 남쪽으로 튀어의 지로가 연상되는데 (하긴 그쪽 가족들은 대책없이 사이가 좋지만) 심각한 학교 폭력에 왕따까지 소설 중반부가 넘어가면 시달리게 된다. 소설을 읽다보면 이런 지긋지긋했던 너의 과거가 기억나지 않냐?’라고 작가가 옆에서 얘기하는 듯한 생각이 들 정도다. 하긴 그렇다고 어른이 된 지금의 상황이 더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겠냐만서도... 나이가 많고 적고를 떠나서, 1980년대냐 2010년대냐를 떠나서 결국 생활은 지속적인 폭력으로부터의 저항과 자존감 쟁취의 연속이라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소설인 것 같다.

 

데이비드 미첼의 성장소설인 블랙스완그린은 분명 전작들의 독특한 구성과 다르게 완전히 평이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전작들과 연관된 인물들은 역시나 나온다는 것. 제이슨을 집요하게 괴롭히다가 나중에 호된 반격을 받게되는 닐 브로즈는 미첼의 데뷔작 "유령이 쓴 책"홍콩편에 나오는 영국인 변호사였고, 교구목사의 부인인 정신 사나운 그웬돌린 벤딩크스는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티머시가 갇히게 되었던 강제 요양원의 입주자 위원회 대표였었다. 상당히 비중있게 나왔던 마담 크롬린크는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작곡가 비비언 에어스의 딸로 등장했었다. 여기서는 우아 그 자체인 노부인이 되어 제이슨에게 시와 불어를 가르쳐준다. 그녀와 제이슨이 로버트 프로비셔가 작곡한 《클라우드 아틀라스 6중주》를 듣는 장면을 읽고 있노라면 작가는 다른 방식의 헤인 시리즈를 생각하는가 싶은 생각도 들게된다. (마담 크롬린크는 르 귄이 도대체 누구야?라는 식이었지만.)

 

Posted by Tony Kim :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3-07-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지금, 당신은 어느 역에 서 있습니까?모든 것이 완벽했던 스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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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니 오행이 사용된 것 같아 다소 흥미로웠습니다. 그런 점이 눈에 들어오다 보니 읽는 내내 그런 쪽으로 해석을 하게되더군요. 하루키의 이 신작은 다자키 쓰쿠루라는 주인공이 고교 시절 이후 절친이었던 5명의 모임에서 대학 입학 후 영문도 모르는 채 절교를 당하게 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이 모임은 주인공을 포함한 남자 3명과 여자 2명으로 이루어졌었는데 주인공인 다자키 쓰쿠루는 하루키 소설의 남자 주인공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다소 소극적이고, 내성적이지만 맡은 일에는 철두철미한 성격을 지닌 반면에 자기에게 닥친 사건은 타자화하는 듯한 성격을 가진, 극중 주인공 본인의 표현에 따르면 텅 빈 그릇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행에 연관되 생각하기 시작한 건 주인공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이름에 전부 특정 색의 한자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였는데요 주인공의 남자 친구 2명은 각각 청색과 적색을 의미하는 아오, 아카를 포함하고 (아카마쓰 게이 赤松 /오우미 요시오 青海 ) 여자 친구는 흰색과 검정색을 뜻하는 시로, 구로라는 한자를 이름 안에 가지고 있습니다. (시라네 유즈키 白根 柚木/구로노 에리 黒埜 ) 오방색으로 분류하면 청색과 적색은 양의 성격을 가지며 각각 동쪽과 남쪽을 상징합니다. 또한 를 뜻하기도 하고요. 백색과 흑색은 반면에 음의 성격을 가지며 서쪽과 북쪽을 상징합니다. 오행에서는 를 뜻하고요. 양의 성격을 가진 이름은 남성, 음의 성격을 가진 이름은 여성으로 분류가 되며 여기서 남는 것이 중앙을 의미하는 황색, 오행으로는 인데요. 비록 쓰쿠루가 이름에 색을 의미하는 한자를 포함하고 있지는 않지만 오행으로는 의 위치에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쓰쿠루라는 이름이 한자로 인데 만물을 키워내고 만들어내는 것은, 그리고 앞의 사행을 품어내는 것은 결국 의 역할이니까요. 쓰쿠루가 모든 물류와 이동의 연결점인 기차역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어느 정도 관련성을 가지게됩니다. (음양오행도에서 는 정중앙에 위치하여 나머지 사행을 연결하여 주는 위치에 놓여있습니다.)

 

나고야의 고교시절에 형성된 우정은 책 속의 묘사에 따르면 거의 완벽한 관계를 유지합니다. 주인공은 개성이 넘치는 네 친구들 가운데에서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이렇게 무미건조한 위치라는 생각을 가지지만, 본인이 이런 그룹에 속하게 된 것은 대단한 행운이라는 생각을 가지며 어울리게 되고요. 대학에 진학을 하게 되면서 나머지 친구들은 고향인 나고야 근처의 학교로 진학하지만 주인공은 기차역과 관련된 전공을 공부하기 위해 도쿄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을 하게됩니다. 그리고 얼마가 지나 영문도 모르는 채 나머지 네 명의 친구들에게서 절교를 당하게 되고요.

 

소설은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고 한참이 지나 주인공이 36이 된 시점에서 시작하게 됩니다. 한때 큰 충격을 받았던 주인공은 어떻게든 그 시절을 극복해냈고, 36의 나이에 이르러서야 새로운 애인에게 과거 친구들로부터 절교를 당했던 경험을 고백합니다. 그리고 애인의 충고에 따라 이미 십수년이 지난 그 사건에 대해 이유를 찾게되는 긴 순례의 과정을 시작하게 됩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소설은 하루키의 다른 작품보다는 대표작인 노르웨이의 숲을 많은 점에서 연상하게 합니다. 다른 작품에서 보이던 이분법적인 세계관 구도가 없어졌고 (아니면 굉장히 완화되었고) 비록 애인 관계는 아니지만 시로가 혼돈 속에 죽는 점도 노르웨이의 숲의 나오코를 연상시킵니다. 책의 마지막에 애인인 기모토 사라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것도 노르웨이의 숲의 미도리를 찾는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사람들이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에 열광했었던 많은 이유들이 있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마지막에 주인공이 미도리에 대한 사랑을 깨닫게 되는 과정이 인상 깊었었습니다. 이 작품에서도 쓰쿠루는 사라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것으로 작품을 마무리합니다. 돌이켜보면 거절 당하는 것이 두려워 진심을 표현 못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인생을 살며 두고두고 후회할 점을 남기게 되죠. 그녀가 그의 사랑을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누구든 인생에 시련을 겪으면서도 소중한 것을 찾고 지키는 것처럼 중요한 것은 없으니까요.

Posted by Tony Kim :

형제

2013. 7. 10. 15:34 from BoOk/nOvEl

 


형제

저자
위화 지음
출판사
X휴머니스트출판그룹(구)휴머니스트_강남 | 2007-07-02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한국인이 가장 열광한 대륙의 작가 위화의 장편소설 [형제]화장실...
가격비교

위화의 형제는 총 3권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의붓형제인 이광두송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1권이 문혁을 전후한 시기의 소년기가 중심이라면 2권과 3권은 개혁개방 이후 현재에 이르는 중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세권의 책을 모두 읽고 나서의 느낌이라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2권 정도의 시기에서 이야기가 마무리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형제” 1권을 읽기 시작하면 정말 대단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됩니다. 두 의붓형제의 부모가 되는 이란송범평의 이야기가 1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작가는 읽는 이가 때로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게 하다가도 한편에서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게하는, 글을 읽는 내내 독자가 소설 속의 내용과 주인공에 공감하게 만드는 놀라운 글쓰기를 보여줍니다. 주인공 이광두의 어머니인 이란의 이야기는 어쩌면 이 소설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이끌어가는 기둥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은데 가난하며 보잘 것 없던 미망인인 그녀가 기적처럼 송범평과 인연을 맺고, 그녀는 송범평에게서 평생 느껴보지 못한 사랑을 받게됩니다. 문혁의 광기에 송범평은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지만 그녀 평생에 잠시나마 누릴 수 있었던 사랑의 기억은 피도 섞이지 않은 두 남자를 형제로 강하게 엮어주며 1권 마지막에 송강이 이란의 무덤가에서 홀로 엄마 안심하세요. 밥이 한 그릇 밖에 없으면 꼭 광두를 먹일게요. 옷이 한 벌 남으면 꼭 광두를 입힐게요.”라며 맹세하게 되는 바탕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권을 시작으로 두 형제의 삶은 전혀 다른 괘적을 따릅니다. 이광두가 개방개혁의 시기에 때로는 인맥으로, 때로는 사업가적 Mind로 승승장구하며 부를 쌓은 반면에 송강은 사랑하는 부인을 맞이하여 소박한 가정을 꾸리지만 점점 도태되어 생활 자체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몸 마져도 돌보지 못하는 상황에 빠지게 되고맙니다.

 

2권까지는 그랬다고 하더라고 3권에서의 Episode는 어안이 벙벙하게 합니다. 전국처녀대회니 인공 처녀막이니 하는 내용도 어안이 벙벙해지는데 송강은 동업자의 꼬임에 빠져 인공가슴 수술까지 받아 몸을 망치는 설정부터 이광두와 송강의 처인 임홍의 불륜에 이르게되면 작가가 나름 현대 중국의 성공의 이면에 발생되는 인간성 상실과 심각한 빈부차로 인한 도덕적 병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1권과 2권까지 이어지던 공감대가 한 순간에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한 상황에 엉켜버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3권에서의 과장된 전개에도 불구하고 형제1권만의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소설이라는 느낌입니다. 이란이 송범평과 함께 주위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시내를 걷던 그 내용만으로도 말이죠.

Posted by Tony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