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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1.02 소리
  2. 2017.09.12 학교에서
  3. 2017.08.29 안녕
  4. 2015.02.09 寄銀協律

소리

2017. 11. 2. 13:55 from MeDiTaTiOn/pOeM

공감하기 어려운 말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있다
받아들이지 못할 말을 당연하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공간은 주장에 뒤덮이고 확성기처럼 쏟아내는 말들에 잠시 멍한 상태가 된다

말을 못 찾아 허둥대는 사람들, 얼굴을 붉히지만 설득을 포기하는 순간


주장과 선택은 각자의 몫이라지만, 강요와 방관의 경계는 어떻게 구분되는가

Posted by Tony Kim :

학교에서

2017. 9. 12. 14:05 from MeDiTaTiOn/pOeM

오랜만에 학교에 들리니 많은 것이 변해있었다.

 

목을 틀어 본관 쪽을 보고 앉은 비룡은 더 녹이 슬어있었고,

공대 옆 스카이라운지 옥상은 깔끔한 카페가 되어있었다.

새 건물들이 예전 가건물들 자리에 우뚝 서있었고,

로케트 옆 비석은 비바람에 씻겨 내용을 알아보기 힘들게 마모되어 있었다.

 

하지만 예전 모습도 많이 남아있었다.

 

왠지 더 낡아보였지만 비행기는 그 자리에 남쪽을 바라보며 서있었고,

녹조가 가득 낀 인경호 위에는 새 몇 마리가 한가로이 떠있었다.

학생회관도 칠은 새로 했다지만 그 자리 옛 건물 그대로 였고

 

발목까지 오는 청바지에 하얀색 운동화

짧은 단발머리에 작은 눈

 

어쩌면 처음 그 모습은 시간이 지났어도 이렇게 생생할까

 

 

 

나는 학생회관 4층을 바라보며 한참을 그렇게 서있었다

이제 너는 아무 상관 않겠지만 

Posted by Tony Kim :

안녕

2017. 8. 29. 11:19 from MeDiTaTiOn/pOeM

그날

분주히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속에서 가볍게 어깨를 치며 너를 보냈었다.


너는 

버스 정류장을 향하며 나에게 손을 흔들었지.

 

지나는 차들의 불빛이 눈을 어지럽히고

멀어져 가는 너를 잠시 바라보다 나도 뒤돌아섰었다.

 

그날 

날씨가 어땠었는지, 어디를 갔었는지,

우리가 무슨 이야기들을 나누었는지 기억은 없지만

 

너를 보낼 때 나를 바라보던 너의 그 작은 눈빛과

어깨를 두드릴 때 손끝의 감촉은 아직도 생생한데

 

 

안녕.

 

 

선물처럼 그렇게 나란히 걷던 너와의 마지막 시간을 

오랫동안 잊기 힘들 것 같구나

 

Posted by Tony Kim :

寄銀協律

2015. 2. 9. 16:09 from MeDiTaTiOn/pOeM

五歲優游同過日, 一朝消散似浮雲

다섯해를 넉넉히 즐기며 같이 하루를 보냈는데, 하루아침에 뜬 구름과 같이 흩어져버렸습니다.

 

琴詩酒伴皆抛我, 雪月花時最憶君

거문고와 시와 술을 같이 하던 이들이 모두 나를 떠나, 눈과 달과 꽃이 아름다울 때면 그대가 가장 그립습니다.

 

幾度聽雞歌白日, 亦曾騎馬詠紅裙

몇번이나 황계를 듣고 백일을 불렀던가요, 또 말을 타면 미인을 노래했었죠.

 

吳娘暮雨蕭蕭曲, 自別江南更不聞

오나라 아가씨가 소소히 밤비 내릴 때 부르던 그 노래를. 강남 떠난 후 다시 듣지 못했답니다.

 

寄銀協律 (은협에게 보내는 율시) - 白居易 (백거이)

Posted by Tony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