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 나흐트

2010. 2. 22. 22:50 from BoOk/hIsToRy
크리스탈나흐트
카테고리 역사/문화
지은이 마틴 길버트 (플래닛,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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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11월 7일 프랑스의 젊은 유태인 헤르셀 그린스판은 파리의 독일 대사관에서 외교관 폼 라트에게 총격을 가했다. 그리고 이후로 독일로부터 광기 어린 폭력이 시작되었다. 유대인 상점의 유리창이 박살이 나던 그날 밤을 사람들은 크리스탈 나흐츠, 수정의 밤이라 일컬었다. 전후 사정은 필요도 없었고 굳이 알려들지도 않았다. 이제까지 수백, 수천년을 그들과 같이 지내던 공동체의 역사는 하루 아침에 머리 속에서 지워져 이미 전체주의 파시즘에 발을 들인 그들은 천인공노할 유태놈들이 우리의 동포에 테러를 가한 것으로 상황을 단순화시켜 버렸다.

쇼비니즘, 파시즘, 제노포비아.

광기는 모든 논리를 뒤흔들었고 기존의 가치를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렸다. 수용소로 끌려가 학살 당한 유태인 중에는 1차 대전 참전용사들도 있었으며 이전까지 나라를 위해 희생하였다는 자부심에 철십자 훈장을 자랑스러워 했던 이들도 있었다. 어떤 가치가 5살 먹은 아이들을 수용소로 끌고가 살해하는 것을 정당화시킬 수 있을까. 저자는 수백의 사례와 탄압의 기억들을 인터뷰를 통해 때로는 직접 보내온 편지나 인용을 통해 당시 문명화된 20세기 유럽. 독일의 악몽 같았던 역사를 나열해내고 있다. 어떤 사람은 폭력에 가담하고 어떤 사람들은 폭력의 피해자가 되었으며 어떤 사람들은 도움을 주려했었고 어떤 사람들은 방관하며 물러나있기만 했다. 피해자들에게 소극적이지만 혐오감을 들어내는 사람들도 있었으며 자신의 노력이 미미함에 안타까워하던 이들도 있었다. 도움을 주려다 희생당하는 사람도 있었고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람이 근본적으로 선하다고 누가 말하겠는가. 영원한 피해자도 가해자도 역사 속에서는 기나긴 시간의 흐름 앞에서는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돌아보고 성찰하지 않으면 문명의 파괴자는 우리 스스로가 될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된다.
Posted by Tony Kim :

공무도하

2010. 1. 29. 12:32 from BoOk/nOvEl

공무도하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김훈 (문학동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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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작가마다 나름의 분위기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마련인데 김훈 작가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공무도하'를 읽다보면 전작에서와 같이 작품 안의 사람들의 피로한 일상이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읽는 사람의 마음을 답답하게 억누르고 있다.

계속되는 전쟁과 임금의 시기에 힘들어하는 이순신처럼, 사방이 틀어막혀 항복 밖에는 길이 없어졌는데 명분에 매달려 오도가도 못하는 인조처럼, '공무도하'에서는 기자인 문정수도, 그의 애인인 노목희도, 전직 소방관이었던 박옥출도 그리고 작품 안의 다른 모든 사람들도 그저 살아가기 위해 아둥거리는데 삶의 무게가 그처럼 녹녹치는 않아 비극이 눈 앞에 보여도 피하지 못하며 어두운 고통의 시간은 언제가 끝인지 가이없다.

이 피로한 일상을 건너 벋어나려는 사람들과 건널 수 없는 비극을 예상하며 쓰디쓴 숙명에 울부짖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수천년 전 여옥이 울부짖던 시의 제목 속에 스며들어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선도 악도, 아름답고 추함도, 산 사람과 죽음도 안개처럼 모호하게 바닷가 마을 해망을 배경으로 담아내었다.
Posted by Tony Kim :

민속촌

2010. 1. 24. 19:27 from FaMiLy
그 동안 날씨가 춥다는 핑계로 휴일이면 소파 앞에 전 가족이 진을 치고 앉아서 TV만 미친 듯이 보고 있는 것은 과연 사람답게 사는 것인가에 대해 숱한 의문과 자괴감이 엄습하여 가족 모두의 정신 건강 향상과 겨울 일광욕을 통해 심심을 다잡자는 의미에서 민속촌을 다녀왔다.


가자마자 줄타기 공연이 있어서 잠시 관람. 영화에서나 보던 줄타기를 첨으로 눈 앞에서 봤다. 진짜로 앞에서 보면 우와~~ 싶은 생각이 들게된다. (아니 어쩌면 저런데 안떨어지지??)


그러든 저러든 추운데 돌 계단 위에 앉아서 한 20분 보고나니 냉기가 슬근슬근 스며들어 전부 불앞으로 직행. 잠시 몸을 녹이고 관아로 이동..


눕자마자 정말로 경민이가 퍽 소리가 나게 곤장을 먹이는거 아닌가?!!


복수다.. 죽어봐라...


때리고 나서 밥 사줬다. 은랑이 아침에 열심히 김밥을 싸서 가져왔는데 추운 날씨에 얼어붙은 김밥은 모든 사람들의 기피대상이 되어버렸었다.


암튼 얼음썰매도 타고 아이들은 무지 좋아했다. 뭐... 아이들이 좋아하는 건 이해가 되는데... 은랑 아줌마 태우고 썰매 끌고 다니는데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

 
닭도 밖에 나와 바람을 쐬고 있는데 만물의 영장인 우리도 주말 동면은 이제 그만해야되지 않을까 싶었던 하루다.
Posted by Tony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