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탁 구매기

2008. 10. 6. 13:21 from FaMiLy

어릴 적 엄니와 같이 점퍼를 사러 갔던 슬픈 추억 이후로 나는 왠만하면 울 엄니와의 쇼핑을 피한다. 국민학교 4학년인가 5학년 때로 기억하는데 점퍼 하나 사면서 강남고속버스 터미널 안의 상가에서 장장 3시간을 아저씨와 싸우고 거의 반값에 가격을 후려치는 전투력을 보여주셨는데 추운 겨울날, 당시로서는 난방도 잘 안되는 상가에서 벌벌 떨면서 그 어린 나이에 그것도 세시간을 같은 자리에 서있었던 슬픈 기억은.... ㅠㅠ

암튼 엄니는 뭐 다른 아줌마들도 마찬가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유독 쇼핑만 나서면 그 특유의 전투의지가 발동되어 거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가격 후려치기와 상대방 진 빼기에 (같은 편 동행자들도 기진맥진...) 탁월한 강점을 가지고 계시다.

정백이가 뭐 11월 쯤에 중국으로 발령이 날 것 같다는 다소 찜찜한 소식에 토요일에 애들을 데리고 집에 갔었는데 부엌에서 은랑과 엄니가 둘이서 쑥덕쑥덕 하더니 한 12시쯤 밖에 나가자는 것이 아닌가. 모지... 난 집에 가려고 했는데... 엄니가 닥치고 나오라고 하셔서 질질 끌려나갔다. 이제 보니 쇼파 옆에 협탁을 하나 사려고 계획 중이라는 은랑의 말 한마디에 엄니의 쇼핑 전투력이 다시 Turn On 되어버린 상황이었다. 방배동 가구거리에 가서 물건을 보고 사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져버린 것 같았는데 뭐 이미 되돌리기 힘든 상황임이 분명한지라 따라 나섰다. (오늘은 도대체 몇시간이나... ㅠ.ㅠ)

한 10분쯤 그러고 집을 나서서 걸어가는데 정백이한테서 전화가 왔다.

"앞집 아저씨가 차 빼달라는데."

오케이! 전화를 바로 끊고 엄니에게 이러저러 해서 돌아가야겠으니 은랑과 즐거운 쇼핑되세요 하니까. 열쇠 있는 위치 가르켜주고 정백이가 차 빼라고 얘기하라고 하신다. (이론. 열쇠를 집에... ㅠㅠ)

정백이는 오토만 몰아서 힘들 거라고 해도 뭐 부산 가는 것도 아니고 잠간 차만 빼서 집어넣는 건데 그것도 못하냐면서 뭐라고 하셔서 결국은 굴복하고 말았다. (결국 정백은 대우차 후진 방법을 몰라서 한참 고생했다는 후일담.)

암튼 그래서 다시 가구 보러 갔다. 그리고 3시간을 물건도 사지 않으면서 가게들만 섭렵하였다. 알고보니 이건 시장 조사였다. 늦은 아침을 먹고 점심도 안먹은 터라 배도 고프고 이거 뭐 이렇게 오늘 꼭 사야되는건가 싶기도 하고.

그리고 돌아다니다가 난데없이 태평백화점으로 가서 경민이 침대 커버를 사는 것 아닌가? 황토 제품이라서 알러지에 좋다고? 은랑은 옆에서 "마조 마조. 안그래도 사려고 했어." 이건 뭐..... 그리고는 백화점에서 물건을 깎기 시작하셨다. (아니 백화점은 원래 정가 아닌가?) 그리고 한 15분을 싸우더니 결국은 2만원 깎었다. 12만원짜리 10만원에 구매. 모... 모냐... 백화점에서도 깎을 수 있는거였단 말인가?

암튼 그래서 생각도 하지않은 10만원 지출이 발생을 했다. 백화점을 나오면서 엄니에게 얘기했다. 이제 시장 조사는 충분히 했으니 수원에 가서 딴데 몇군데 더 보고 사겠다고. 엄니는 택도 없는 소리라는 듯 나의 얘기는 한 귀로 흘려버리고 방배경찰서 앞에는 가보지 않았으니 한번 가보자며 총총거리며 앞장서셨다. 뭐 .... 어쩌겠는가? 따라가야지.

그리고 결국 거기에서 은랑과 엄니의 맘에 드는 제품을 발견했다. 모 한번 사러나온 김에 다 사자면서 침대 옆에 놓을 협탁과 소파 옆에 놓을 협탁 두 개를 골랐는데 마침 재고 정리 중이라서 28만원 제품 24만원, 18만원 제품 155000원으로 나와있었다. 

엄니 "이게 괜찮겠군." 하시더니 밝은데서 한번 보자, 반대로 돌려서 한번 보자, 어쩌자 저쩌자 하면서 영업사원을 부려먹기 시작하셨다. 불쌍한 영업 아저씨 한번 팔아보겠다면서 무거운 협탁을 이리저리 옮겨대기를 한 10분. 본격적인 가격 흥정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좀 깍아주셔야지 이건 좀 비싸네..."
(큰 결심을 한 듯.) "그러면 5000원씩 빼서 전부 만원 깍아드리죠."
"어머, 그게 뭐 깍아주는거야. 그러면 모하러 여기서 사겠어."
"그...러면 얼마정도면..."
"뭐 저거 24만원 짜리는 22만원 정도 주면 되겠고. 두개 해서 25만원에 합시다."
"@.@~~~ "
 
순간 아저씨의 얼굴에 살기가 도는 것 아닌가? 모냐 그러면 하나는 3만원 깍아서 사고 15만원짜리는 번들도 3만원 주고 사시겠다는 건가? 그것도 들었다 놨다를 한참 시키고 나서... 나도 당황해서 엄니의 얼굴을 쳐다보았는데 엄니는 여유작작한 표정이시다.

"아니 그렇게는 못팝니다. 댁이 어디신데요?"
"경기도 화성인데요."
"차는 어디...."
"아유 아저씨 배달해주셔야지."

순간 아저씨의 동공이 탁풀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 어머니. 그렇게는 안됩니다. 직접 들고가셔도 그 가격에는 못해드리는데 배달까지는 안되요."
그리고 둘이 옥신각신.

조용히 있다가 끼어들었다.

"뭐 지금 당장 두개 다 살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쇼파 협탁만 하나 사는게 좋을 것 같은데."

엄니 좀 재미없다는 표정이시다가 뭐 니 돈 주고 사는거니까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 되시더니 20만원에 배달을 해달라고 하신다.
맙소사... 24만원짜리가 순식간에 20만원이 되다니. 더 웃기는건 아저씨도 20만원에 순순히 응하는 표정이라는 것. 하지만 절대로 배달은 못해주겠다고 우겨서 결국 차에 실고가는 조건으로 20만원에 낙찰. 계산하고 나왔다.

집에 오면서 엄니에게 물었다. 정말 25만원에 두개 주고 살 생각이었냐고. 엄니 잠시 생각하는 모습이더니.

"35만원이라고 안그랬냐?"

알고보니 작전상 25만원이라고 한 것이 아니고 말 실수였다는....

그리고 사당동 집에 오니 5시반. 저녁 먹고 (배가 고파 머리가 어질어질 했다.) 집으로 오는 길에 들려서 가구는 들고왔다.  물건은 사게 샀었는지 모르겠지만.... 아 배고파...

암튼 엄니 짱 입니다요.

 

Posted by Tony Kim :

부의 미래

2008. 10. 1. 15:19 from BoOk/sOcIaL
부의 미래
카테고리 경영/경제
지은이 앨빈 토플러 (청림출판, 2006년)
상세보기

"부의 미래"라는 제목은 다소 책 내용과도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원제는 "Revolutionary Wealth".

제 3의 물결등으로 유명한 앨빈 토플러의 글입니다. 발간되고 2년이 지나서 읽는다는 점이 조금은 후회가 되더군요. 사실 그전에도 몇번 사서 볼까 하는 생각은 있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주저하다가 이제야 사서 읽었습니다.

처음 몇 챕터의 내용을 읽다보면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인지 모르겠지만 어쩐지 상식적으로 이미 알려져있는 내용들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게됩니다. 하지만 중간을 넘어가게되면서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책의 내용은 2차 산업 시대에 아직도 기반을 두고있는 여러 제도와 사회 구조로부터 해석되는 부의 개념이 3차 산업과 지식기반 활동에 따라 어떤 모습으로 변모하고 변모할 것인지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프로슈머, 세계적 관점에서 바라본 자산의 폭발적 증가, 극빈 계층의 현저한 감소등을 근거로 앨빈 토플러는 미래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낙관하고 있습니다.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현재의 미국발 경제 위기를 보고있자면 이 책에서 다루고있는 내용이 어느 정도까지는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또 완전히 전적으로 옳다고 보기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린스펀 시대에 모두가 손을 모아 합창하며 칭송하던 탈규제 세계화의 성과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니까요. 또한 미국의 제국주의적 활동에 대한 저자의 항변에 대해서는 미래학자이자 일부 경제적 측면만을 고려한 것이었겠지만 그러한 언급만으로도 책의 가치가 손상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책에서 언급되는 2차 산업 시기에 제도화되고 이미 기득권을 가진 낡은 제도의 개혁 방향에 대해서는 진지한 고민과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할 수 밖에 없지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소 많은 분량의 내용에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최근의 독서 중에서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Posted by Tony Kim :

With Rick

2008. 9. 18. 22:27 from FaMiLy
HDD 공동 Nego 마지막 방문지로 Orange County에 갔었을 때 LA에 살고 있는 Rick하고 큰아버지, 큰어머니를 뵈었다. 깜빡하고 큰아버지 뵐 때 사진기를 가지고 나가지 않아서 아쉽게도 사진은 찍지 못했다. 아래는 수요일 저녁에 Rick이 호텔로 찾아왔을 때 찍은 사진.


배웅하면서 Rick의 사진기로 찍었다. 뭐 Cannon DSLR이었는데 그냥 고히 묵히고 계시는지 작동법을 잘모르고 있더라는....
ㅡ.ㅡ;;

아래는 같이 보내온 추적 제사 사진. 어떻게 차례를 지내시나 했는데 거의 저렇게 지내시는 것 같다.


두분 다 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
Posted by Tony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