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oad

2008. 11. 13. 13:21 from BoOk/nOvEl

'The Road'라는 책은 작년 이맘때쯤 처음으로 알게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는데 어떤 신문에 추천도서로 나와서 수첩에 메모를 해놓았었다. 하지만 작년말은 홍루몽의 바다에 빠져있던 참이라서 뭐 다른 책에 손이 가지도 않았고 자연히 우선 순위에서 밀리게 되었다.

금년 들어서도 작년에 너무 소설만 읽은 거 아닌가 싶어서, 뭐 다른 종류의 책에 손이 먼저 가서 등등의 이유로 계속 인연이 없다가 카프카 책 읽고 나니까 막상 손이 가는 책이 없어서 조금 주저주저 하다가 (롯데마트에서는 카트에 집어넣었다가 반품하기도 했다.) 사서 읽었다. 뭐랄까... 다른 책은 그런 경우가 별로 없었는데 'The Road' 같은 경우는 그랬던게 책 Cover에 대문짝 만하게 '감히 성서에 비견될 만한...' 어쩌구 저쩌구 써놓은게 뭐랄까 신뢰감을 떨어뜨렸다고 해야되나. 암튼 그 표지는 계속 눈에 거슬려서 책을 조금 읽다가 벗겨내서 책을 읽은 동안은 치워두었었다. (잘은 몰라도 읽어본 바로는 성경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다.)

각설.

코맥 매카시의 소설인데 작가는 뭐 우리나라에서는 그닥 흥행에 성공하지는 않았지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영화의 원작자로 더 알려져 있다. (나는 영화도 첨에 좀 보다 말았다. 한 10분?) 'The Road'는 읽는 사람에 따라서는 굉장히 불편한 소설이 될 수 있다. 우선은 다루고 있는 내용의 비참함은 차치하더라도 작가는 어떠한 이유로 세상이 황폐해졌는지 소위 식인종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그러저러한 배경에 대해 전혀 설명이 없다. 단지 모든 것이 파괴되어 지상에는 새 한마리 날지 않을 정도로 철저하게 파괴되고 난 후를 배경으로 해서 어딘가 있을지 모를, 정상적인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을 찾아가는 아버지와 아이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특히 그 나이쯤의 아이를 가진 부모들이라면 감정 이입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 빨리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거칠고 아이는 부서질 듯 연약한데 어디에 있을지 자신조차 확신할 수 없는 희망을 찾아 떠나는 이러한 악몽 같은 여정은 책을 읽는 내내 독자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다. 어떤 면으로 보면 이 책은 마지막에 마음의 상처를 받는 대상이 아이라는 점이나, 그 이외에는 아무 의지할 곳이 없었던, 모든 희망을 기대할 수 있었던 그러한 대상을 마지막에 상실하게된다는 점에서 상당 부분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마지막 소년이 숨진 아버지 옆을 떠나지 못하고 우는 모습에 거실에서 혼자 책을 읽으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참기 힘들었다. 극한적인 상황을 그렸지만 모든 사람들이 결국은 험한 세상에서 가족들을 위해 때로는 양심에 어긋나는 짓을 해가면서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기도 하고.

Posted by Tony Kim :

연례발달보고서

2008. 11. 8. 12:27 from DiArY
월드비젼에서 연례발달보고서를 받았다.


금년에는 못 받고 내년에나 받을 줄 알았는데 왔다는 말씀. 별 내용은 없고 지금 몇학년인지 뭐 그런 내용들이 표시되어 있다. 연례발달보고서로 본 아노디는

지금 2학년이고
16명 중에서 12등이며 (흠 하위권이로군...)
평균 60점 정도의 성적을 받았으며
수학하고 운동을 좋아하고
친구들하고 친하게 지내고 다소 수다스러우며
건강상태는 양호하다.
키는 120cm
몸무게는 27kg
발 사이즈는 21cm


뭐랄까. 사진에서 보니까 옷은 깨끗하게 입고 있는데 신발도 안신고 있어서 좀 그렇다고 해야하나... (원래 신발은 안신나?)
암튼 기대도 하지않았는데 받아서 군에 있을 때 기대도 하지않은 편지 받았을 때 기분이라고 할까.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
Posted by Tony Kim :

아메리카

2008. 11. 3. 11:38 from BoOk/nOvEl
아메리카 (밀레니엄북스 60)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프란츠 카프카 (신원문화사, 2006년)
상세보기


한때 카프카에 푹 빠진 적이 있었다. 창원에 있었을 때 쯤으로 생각되는데 그때는 카프카 책이라면 뭐 일단 읽고 보자라는 식이어서 많이 사서 읽었었는데 카프카 단편집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지금도 그 책이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단행본 책 안에 '변신','유형지에서' 같은 단편들이 통째로 모여있는데 그 중에서도 '시골 의사'를 읽고서는 완전 뻑이 가버렸었다. 세상에 이런 환상적인 묘사라니. 그런데 문제는 카프카가 워낙에 빨리 요절을 해서 인지 작품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에 있다. 카프카의 장편도 단지 세편뿐인데 그나마도 2편은 미완이라는 평가를 받고있다. 한 10년 전쯤으로 기억하는데 암튼 '심판'하고 '城'도 그때 읽었었다.

나머지 미완성 소설인 '아메리카'는 일단 정말 심하게 미완성이라는 평도 있었고 해서 '城'을 읽고서의 그 찜찜함에, 그리고 뭐 다소 손이 안가는 제목 때문에도 읽지않고 있었다. 그러고 있었는데 10월 초에 갑자기 카프카 소설이 읽고 싶어지는게 아닌가. 그러고 보니 집에 남아있는 카프카의 책은 첨에 읽은 그 단편집이 유일했다. 도대체 결혼전에 내가 사서 봤던 그 많은 책들은 어떤 놈이 다 들고 간거냐. 암튼 생각난 김에라고 뭐 크게 고민할 필요없이 읽지않고 남겨두었던 '아메리카'를 사서 읽었다.

뭐 카프카의 평에 빠지지않고 언급되는 것처럼 카프카는 개인적인 환경에 영향을 크게 받은 작가였다.

독일인도 아닌데 독어로 소설을 썼으며
유태인이지만 유대교도는 아니었으며
소설가였지만 이러저러한 주변 여건 때문에 보험회사 사무실에서 일을 했으며
많은 여성들과 결혼 직전까지 교제했으면서도 결국은 파혼을 거듭하여 독신으로 지냈었다.

실존이라는 명제를 소속됨에서 찾으려했고 평생을 프라하에서 벋어나지 못했을만큼 정적인 삶을 살았으나 어디에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던 인생을 살았었던 카프카의 소설에는 특유의 몽환적인 묘사 가운데 홀로 떨어진 주인공들의 비참한 외로움이 일관되게 자리잡고 있다. 이 소설에서도 주인공 카를은 끊임없이 그의 주변 인물이나 환경에 적합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며 안착하려 하지만 불합리한 이유로 안정적인 상황에 머무르지 못하고 추방을 반복하여 당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미국에서 만난 외삼촌의 집에서도, 첫 직장인 호텔에서도 카를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았지만 불안하게 남아있던 이런저런 이유들 때문에 뭐라 제대로 변명조차 못하고 쫓겨나 방황하게 된다.

막연한 불안감이 현실화되어 주인공을 좌절시키고 파멸시키는 중에 여느 카프카의 소설에서와 같이 끊임없이 막연한 기대감과 우연한 만남에 기대서라도 정착하려는 주인공을 보면 안정을 희구하지만 언제던 타인의 그리고 외부적인 여건으로 삶의 기반이 전부 흔들릴 수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 반영된 것 같다는 생각이 떨쳐버리기 힘들다.

소설 자체만을 놓고 보면 '아메리카'는 심하다 싶을 정도의 미완성 작품이다. '城'과 같이 마무리가 되지않은 결말 뿐 아니라 마지막 단원과 이전 단원 사이의 시,공간적인 흐름의 단절은 통채로 몇 단원이 누락되었다는 생각까지 들게한다. 연표로만 봐서는 세 장편 중에 가장 먼저 집필이 시작되었던 작품임에도 마지막이 너무나도 불완전한 모습으로 마무리된 이 소설은 그래서인지 오히려 독자들로 하여금 일종의 열린 결말의 형태를 가진, 다른 카프카의 비극적인 결말과는 다른 희망적인 결말을 기대하게 만드는 소설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카를은 그 숱한 방황에 고난의 시간들을 뒤로 하고 결국은 미국 어딘가에서 그의 어릴적 여자친구인 '파니'와 함께 웃는 모습으로 남게되지 않았을까하는 그런 기대를.

Posted by Tony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