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라 시대의 사랑

2009. 1. 15. 11:55 from BoOk/nOvEl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을 읽었습니다.

뭐랄까. 좀 차별화가 되는 Love Story이기는 합니다. 대부분의 Love Story가 한참 젊은 20~30대의 주인공들을 내세우는 반면에 이 소설은 10대에 만났던 두 연인이 70대가 될 때까지, 그리고 70대가 되어서야 연결이 되는 것으로 그려지니까요.

플로렌티노 아리사는 우체국에서 일하던 젊은날 우연히 페르미나 다사를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지지만 페르미나의 느닷없는 변심으로 둘은 헤어지게 되고 그로부터 정말 기나긴 기다림이 시작되게 됩니다. 소설은 크게 플로렌티노, 페르미나 그리고 그녀의 남편인 우르비노 박사의 일상을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뭐 내용이야 소설을 읽어보면 되는거지만, 굉장히 지루하게 읽은 소설이라는게 솔직한 인상입니다. 남미 사람들을 만나본 적도, 아는 사람도 없으니 선입견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뭐랄까. 남미형 마초의 일대기라고 해야되나, 그런 생각도 들었고요. 누구에게는 지고지순의 기다림으로 보일 수도 있었겠지만 글쎄... 그러면 플로렌티노가 거쳐간 그 수많은 여인들의 불행은 어떻게 받아들여야되나 라는 생각도 들고, 마침내 이루어진 페르미나와의 사랑도 이건 사랑이라기보다 마침내 달성한 고지 점령이라고 해야되지 않나... 뭐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여자를 마침내 정복했다, 라는 식의 해석말이죠. 페르미나가 유배 이후에 고향으로 돌아와 플로렌티노를 시장에서 다시 만나고, 뭔가 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일방적으로 감정이 변하여 이별을 통보하는 것도 남성이 가지고 있는 여성에 대한 여러 편견 중의 하나를 나타낸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고요. (여자는 원래 그래. 변덕이 심하잖아. 이러쿵 저러쿵...)

뭐 암튼 개인적인 생각이 그랬습니다. 누구는 '독일인의 사랑'을 읽으면서 지고지순의 무결점, 청정 사랑을 보았는지 몰라도 제 눈에는 잔인하기 짝이 없는 변태적인 묘사로 보인 것 처럼요.

Posted by Tony Kim :

파시즘에 대하여..

2009. 1. 11. 22:33 from MeDiTaTiOn

우리가 흔히 듣는 파시즘의 어원은 이탈리아어 fascio라는 단어에서 유래하며 이 단어의 의미는 묶음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좀 더 확대된 의미로 결속, 단결이라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유래된 단어의 의미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결국 국가 이념 등의 전체 집단 이익을 위해 소수의 희생은 감래해야하고 하나의 이념이나 목표 아래 단결하자는 식으로 이해될 수 있다. 세계 2차 대전 동맹국이었던 독일. 이탈리아, 일본에서 이러한 파시스트 정권 수립을 목격할 수 있는데 일본의 경우는 역사적, 문화적 배경의 차이로 전체주의 국가로 진행된 이력이 여타 동맹국이었던 독일이나 이탈리아와는 달랐지만 이들 유럽 동맹 2개국의 파시스트 정권 설립 배경은 상당한 유사점을 지니고 있다.

다른 무엇보다도 경제공황이 파시즘 정권이 들어서게되는 계기로서 크게 작용하게 된다. 1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의 대공황에 이은 파탄난 독일 경제의 모습은 문학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에리히 케스트너의 '파비안'을 보면 대전 이후 패전국으로서의 멍에에 시달리며 비참한 삶을 누리던 당시의 독일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평범한 사람으로서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복한 생활마저 사치로 여겨질 정도로 처참했던 당시 독일 일반 대중들의 처절한 모습이 에리히 케스트너의 작품에 묘사되고 있다.

국민들 대다수의 찬성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자발적으로 제한받는 경우를 상상할 수 있겠냐마는 당시의 문명화된 독일 시민들은 투표에 의해 자발적으로 민주 정부였던 당시의 바이마르 공화국을 버리고 인종주의, 전체주의를 내걸었던 나치당을 선택하게된다. (당시 독일 정치권의 명분 없는 이합집산도 큰 영향을 미쳤다.) 민주적인 기본권과 절차들은 헌신짝 같이 버려지고 이후 광적인 민족주위와 전쟁의 소용돌이에 독일의 젊은이들은 희생당하고 민중은 고통받게된다. 독일인의 생활에서 검열, 사회운동 금지, 정치적 박해, 정치적 살해는 일상이되었다. 먹고사는 것만 해결되면 그 어떤 권리도 사치라고 그전에는 생각했었는지 모르지만 기본권의 상실은 인간다움을 빼앗기는 것이고 잉게 숄의 '백장미 수기'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나치의 전체주의 광풍 아래에서 고통 받게되는 것은 당시의 일반 독일인 대중들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이탈리아에서의 파시즘의 등장도 독일의 그것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차이점이 있었다면 독일에서의 경우와 달리 1차대전 승전국의 일원이었던 이탈리아는 승전국으로서의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불만이 일반 대중들 사이에 팽배해 있었고 취약한 재정에 불구하고 참여한 1차대전의 여파로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된 이탈리아 일반 대중은 독일과 같은 투표에 의한 형식은 아니었다고 할지라도 무솔리니의 무장세력인 '블랙셔츠단'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동조를 통해 파시즘 정권의 탄생에 기여하게 된다. 


그렇지만 결론은? 중학교 당시에 읽었었던 조반니 모스카의 '나의 학교, 나의 선생'에서 묘사된 것과 같이 파시즘은 그 존재 자체가 초등학생들에게조차도 우스꽝스럽게 받아들이지는 체제였었다. 모든 것의 시작은 그러했다. '먹고 살기도 힘든데 머리 아프게 민주주의니 인권이니 그런게 다 무슨 소용이냐. 그런건 전부 몇몇 잘난 척하는 먹물들이나 정치인들이 들고 싸우는 주제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우리나라가 세계의 강대국이 되어 주변국들이 우리나라의 눈치를 보고 우리 먹고 살기만 편하게 된다면 나는 상관없다. 나는 모르겠다 그런 거창한 주제는.' 이라는 단순 명료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세상에 예외없는 법칙은 없다고 때로는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도 이와 같이 역사 속에서는 반드시 정답이 아닐수도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뉴타운으로 우리동네 아파트 가격이 올라가게 해주면, 대운하라도 파서 일자리를 만들어주면, 뒤에 일이야 어떻게 되던 단지 내 주식, 펀드만 까먹지 않으면, 내가 사놓은 땅값만 올라가게 되면, 언론의 자유니 뭐니 상관없다. 그런 건 다 잘난체 하는 시민단체 놈들이나 좌파 빨갱이 놈들이나 떠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정말 우리나라 대다수의 지난 표심이 아니기를 그래서 나는 간절하게 기원한다. 

아무튼 성공한 파시즘에 대해서는 들어본 바가 없으니까.

Posted by Tony Kim :

벼랑 위의 포뇨

2009. 1. 2. 11:53 from MoViE
만화 영화는 애들이 보는 영화라는 특성 때문에 그런지 암튼 다소 정신 사납게 본 영화였습니다. 

뒤에 앉은 할머니는 손자에게 영화 초반 내내 계속 이것 먹어라 저것 먹어라 하며 수다를 떨어대고 뒤쪽 어디에 앉은 여자애 하나는 영화 내내 "다음에 뭐 나온다. 다음에 어떻게 된다."하면서 김을 빼놓는 통에 정말 중간에는 한 대 때려주고 싶더군요. 브루스 윌리스는 귀신이였다. 이후로 가장 열받는 순간이었습니다.   


뭐 그러저러한 열악한 환경에서도 영화 자체는 정말 볼만합니다. 그렇게 떠들어대던 사람들도 중반 이후는 영화에 몰입이 되서 고요하게 영화를 보더군요. '벼랑 위의 포뇨'를 보신 분들은 느끼셨겠지만 다섯살 아이들이 주인공인 이 영화는 정말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단색의 만화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게 합니다. 배경도 케릭터 만화에서와 같이 단순화된 모습이고요. 이렇게 단순화된 작화에서도 유치하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않고 포근함을 느끼게하는 하야오의 능력은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박진감 넘치는 추격 장면도 과연이라는 탄성을 나오게 합니다. 이러한 추격장면은 어쩌면 하야오 애니의 일관된 특징으로도 볼 수 있는데 키키와 붉은 돼지의 비행장면, 원령공주의 전쟁 Scene, 센의 목욕탕 추격장면에서 보여주던 내공이 단순화된 작화에서도 더 손에 땀을 쥐게합니다. (어머니 운전 살살 하세요. ㅠ.ㅠ) 


'포뇨'는 조금 비틀어놓은 안델센의 인어공주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동화에서 왕자님을 구해주고 사랑에 빠진 공주와 달리 포뇨는 위기의 순간에서 자신을 구해준 소스케에게 반해 인간이 될 결심을 하게됩니다. 원작에서 무시무시한 악당이었던 마녀는 푸근하고 자애로운 바다의 여신으로 영화에서는 나옵니다.


다섯살 꼬마들의 포근하고 순수한 사랑 이야기. '포뇨'는 가족들과 같이 해도 후회없을 영화입니다.
Posted by Tony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