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도덕경 24장

2021. 6. 21. 15:20 from BoOk/pHiLoSoPhY

企者不立 跨者不行

기자불립 과자불행

自見者不明

자견자불명

自是者不彰

자시자불창

自伐者無功

자벌자무공

自矜者不長

자긍자불장

其在道也 曰餘食贅行

기재도야 왈여식췌행

物或惡之 故有道者不處

물혹오지 고유도자불처

 

24장의 첫 두 문구는 많은 경우 "발돋움을 하고 있으면 (오래) 서있지 못하며, 보폭을 넓게 걷는 사람은 (오래) 걷지 못한다" 해석하고 있습니다. 저도 다른 이견은 없습니다. 이 두 문구는 나를 돋보이게 하려는 행동을 비유적으로 표현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단상 위의 사람에게 나를 드러내려고 까지발을 하고 서있거나, 아니면 마라톤 시작과 동시에 사람들의 시선을 독차지 하기 위해 전속력으로 먼저 치고 나가는 모습을 연상하게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는 오래 가지 못하죠.

 

다음 문구들은 나 혼자 나서는 행동이 얼마나 부질 없는지를 설명합니다. 自見者不明 나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사람은 실상 명철하지 못하며, 自是者不彰 혼자 옳다고 하는 사람은 바른 길을 제시하지 못하며, 自伐者無功 혼자 전장에서 싸우려는 사람은 공을 이루지 못하고, 自矜者不長 스스로를 잘낫다 여기는 이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말을 합니다. 요약하자면 34장에서 노자는 너 혼자 살겠다고 그리고 너 혼자 돋보이겠다고 하는 행동들은 결국 별볼일 없게 될거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其在道也 曰餘食贅行라는 그 다음 말로 이 모든 행위가 결론적으로 대단찮은 것에 불과하다 말하는데, 풀어 이야기하자면 “이런 류의 (基在) 방안 (道)은 먹다 남은 요리 (餘食)와 같아 별 쓸모없는 행위라 (贅行) 한다” 이야기 합니다. 이를 테면 근본적 해결 방안을 내기 위한 중요한 내용이 아니라 그냥 겉치장이나 말단의 내용에 그치게 된다는 이야기죠. 物或惡之 그런 사람이나 행동 (物)들은 타인들에게는 통상 의혹의 대상이 대거나 (惑) 아니면 아예 미움을 받게 되므로 (惡), 방안을 만들어내려는 자는 (有道者) 이러한 방식을 택하지 않는다 합니다. (不處)

 

조금 더 추가해서 말하자면 기본에 충실하라는 의미도 될 것 같습니다. 제품이 아무리 예쁘면 뭐하겠습니까? 기본적으로 기능이 안되면 소비자에게 외면받게 되는거죠. 알맹이 없이 겉모습만 번드르한 경우 사람들의 이목을 잠간 끌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은 외면당하게 됩니다.   

 

다소 반대 입장에서 저만의 사족을 달자면 위의 내용은 당시 군주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야기라는 점을 감안하고 들어야 된다고 생각됩니다. 그야말로 큰 그림을 생각해야되는 사람이 국가 백년지대계는 생각하지 않고 나만 인기영합하려고 해서는 큰일 난다는 그런 의미라는 점이죠. 평범한 일반인에게 이런 이론이 적합한지는 의문입니다. 내가 말하지 않고, 튀지 않으려 가만 있으면 누가 나의 능력을 알아서 써주겠습니까? CF에서 “말 하지 않아도 알아요”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말하지 않으면 정말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더군요. 그냥 사족으로 이야기 합니다.

Posted by Tony Kim :

노자도덕경 23장

2021. 6. 4. 14:06 from BoOk/pHiLoSoPhY

希言自然
희언자연
故飄風不終朝
고표풍불종조
驟雨不終日
취우부종일
孰爲此者 天地
숙위차자 천지
天地不能久
전지상불능구
而況於人乎
이황어인호
故從事於道者
고종사어도자
道者同於道
도자동어도
德者同於德
덕자동어덕
失者同於失
실자동어실
同於道者 道亦樂得之
동어도자 도역락득지
同於德者 德亦樂得之
동어덕자 덕역락득지
同於失者 失亦樂得之
동어실자 실역락득지
信不足焉 有不信焉
신부족언 유불인언
 
33장의 내용은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과 일을 도모하여야 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내용을 처음부터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希言自然이라는 문구는 이런저런 해석들이 있으나, 저는 “말을 아낌이 자연스럽다”로 해석하였습니다. 때로 리더가 말을 아끼면 (간섭이 없으면) 일은 저절로 돌아간다던지 하는 해석이 있던데, 지금까지 살면서 그런 경우를 본 적이 없습니다. 내버려두면 많은 경우 갈팡질팡하게 되거나 내팽겨져 아무 진전이 없는 경우가 발생되게 되죠. 따라서 希言自然이라는 이야기는 독단을 부리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서두를 꺼낸 것이지, 아무 관여도 하지 말라는 의미는 아닌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 뒤의 두 문구는 리더가 아무리 잘나더라도 혼자 일을 독려할 수 없음을 비유적으로 설명합니다. 故飄風不終朝  표풍도 아침 내내 불지는 못하며, 驟雨不終日 소나기도 하루 종일 내릴 수 없다. 孰爲此者 天地 이렇게 하는게 누구인가? 거룩한 하늘과 땅이다. 天地不能久 이 대단한 하늘과 땅도 길게 못하는 것을 而況於人乎 사람이 어쩌 하겠는가? 라고 이야기 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회오리 바람과 소나기를 비유로 들었다는 점입니다. 바람에도 여러 바람이 있으며, 비가 오는 방식도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회오리와 소나기는 그중 어쩌면 극단적인 경우를 가르키는 것일 수 있습니다. 마치 리더가 구성원들을 몰아붙이는 것과 같은 상황을 비유한 것 처럼요. 그리고 노자는 이런 다그침은 오래 갈 수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려 한 것 같습니다. (뭐 태풍은 오래 불긴 합니다.) 希言에서의 言은 아래사람을 닥달하는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그런 상황을 적게해야 일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라고 해석하였습니다. 
 
또한 앞에서도 많이 이야기하였으나, 노자는 리더 혼자의 독단에 치우치지 말 것을 반복하여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능력이 탁월한들 천지에 비할 것이며, 천지도 못하는 것을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의미죠. (천지의 비유를 뒤에 들 것을 염두에 두고 첫 문장에 自然이라는 단어를 사용된 듯도 합니다.)
 
그럼 리더는 대안으로 어떤 자세를 가져야될까요?
 
故從事於道者 즉, 道者에 따라 일을 도모하라고 합니다. 그럼 道者라는 말은 무엇일까요? 道者同於道, 즉 같은 道를 가진 사람들 혹은 같은 道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道者라 한다고 설명합니다. 앞에 말한 바와 같이 道는 방안이나 Solution이라고 한다면, 德은 가치관이 투영된, 즉 선택에 관련된 이야기이고, 이 장에서 새로이 나오는 失이라는 단어는 德에 대치되는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덜어내야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로 저는 해석하였습니다.
 
즉, 뒤의 두 문구 중 德者同於德는 어떤 가치가 더 나은 것인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가르키며, 失者同於失은 덜어내야할 것이 어떤 것인지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을 이야기 합니다.
 
우리가 집단을 만들어 공통적으로 적용될 제도를 만들고, 프로세스를 개선하며, 일을 추진하는 것은 같은 지향점을 가진 사람들이 이를 통해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예를 들면 회사에서 최고경영자로부터 현장 노동자까지 많은 사람들은 수많은 토론과 회의 그리고 조사를 통해 회사의 주요 추진과제를 선정하며 그 목표를 다하기 위해 매진합니다. 사람들이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는 것은 수립된 방향으로 일을 하면 회사나 구성원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렇게 같은 지향점을 가지고 있어야 同於道者 道亦樂得之 수립된 방안을 기꺼이  받아들이게 되며, 同於德者 德亦樂得之 추진하는 방향성을 기쁘게 받아들으며, 同於失者 失亦樂得之 혹여 희생하거나 줄여야되는 부분도 이견없이 추진하게 됩니다. 뜻을 달리하는 경우, 아무리 강압적으로 행동을 강요한들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에 대비해 일의 효율은 떨어지게 되며, 성과 또한 낮게 될 것입니다.
 
信不足焉 有不信焉 대치되는 이 마지막 문구는 언뜻 말장난처럼 느껴지지만,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구성원 간에 리더와 실행 인원들 간에 신뢰가 부족하면, 앞으로 해야되는 일들에 대한 근본적 불신이 일게된다는 의미입니다. 이러면 더 이상 이들은 같은 목적을 가진 집단이 아니게 됩니다. 같은 철학과 목적과 지향점을 가지지 않고되는 거죠.
 
33장에서 노자는 첫머리에 말을 아끼라 조언합니다. 나만 떠드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거죠. 대신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찾던지 아니면 사람들과 협의를 통해 같은 뜻을 가지도록 하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것이 전제가 되어야 일이 무릇 이루어질 것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Tony Kim :

노자도덕경 22장

2021. 5. 7. 14:18 from MeDiTaTiOn

曲則全
곡즉전
枉則直 窪則盈 敝則新 少則得 多則惑
왕즉직 와즉영 폐즉신 소즉득 다즉혹
是以聖人抱一 爲天下式
시이성인포일 위천하식
不自見 故明
부자견 고명
不自是 故彰
부자시 고창
不自伐 故有功
부자벌 고유공
不自矜 故長
부자긍 고장
夫唯不爭 故天下莫能與之爭
부유부쟁 고천하막능여지쟁
古之所謂曲則全者 豈虛言哉
고지소위곡즉전자 기허언재
誠全而歸之
성전이귀지


상기하자는 차원에서 다시 말하자면 지금 다루고 있는 책의 제목은 노자 道德經 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道는 방법을 가르키는 단어이며, 德은 지향하는 방향을 이야기 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람들은 방법을 만듭니다. 그런데 무언가 눈 앞의 상황을 다루기 위한 방법을 만들려고 할 때 어떤 방식을 취하려고 할까요? 그리고 그에 앞서 방법을 만들기 위한 마음을 먹는 것은 언제일까요?

사람들은 무언가 문제가 있을 때 방법 (道)를 고민하며, 德은 결국 그중 어느 것이 더 나은 방법인가에 대한 선택을 가르키는 용어로 사용되었다고 봅니다.

曲則全이라는 첫문구는 德에 대한 대전제를 제시합니다. 왜곡된 것이 있다면 온전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일부에서 말하듯 구부러져 있으면 온전할 수 있다라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장자 산목편에 나온 이야기를 들어 이런 방식으로 해석하고는 합니다.)

그러면 어느 것이 문제이고 그에 대한 해결방향은 무엇일까요?

枉則直
굽은 것은 바르게 펴주어야 합니다. 이 말은 어느 한편으로 치우친 것이 없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누구에게 더 유리하고 누구에게는 부당하게 불리하게 통용되는 것이 없는지 살펴 이를 치우침이 없이 바르게 해야합니다. 또는 복잡한 절차나 관습으로 인해 불필요한 일을 추가로 하는 효율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라고도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窪則盈
비어있는 것은 채워줍니다. 길을 가다보면 움푹 패인 곳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불합리한 제도나 관습, 모호한 규정, 곳곳에 숨겨져 있는 함정과 같은 것을 메워주어 안정되고 예측 가능하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또한 중요합니다.

敝則新
낡은 것은 새것으로 바꿉니다. 영원한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옷이 낡으면 새것으로 바꿔야 하듯. 우리가 가진 관습이나 제도, 기술과 방식 등도 더 나은 방법이 없는지 고민하여 새로이 바꾸는 것을 습관처럼 실행해야 합니다.

少則得
모자란 곳을 채워줍니다. 예를 들어보도록 하죠. 고등학생이 있는데 수학은 잘하는데 국어는 점수가 부족하다고 한다면 이 학생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나에게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우리 조직에서 모자라는 점이 어떤 것인지, 더 나아가 우리 지역에, 우리나라에 어느 집단이나 계층이 소외되고 부족한 점이 있는지를 모니터링하고 이를 보완해주는 것은 시험을 앞둔 학생이 어느 과목에 더 시간을 투자할지 결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사항입니다.

多則惑
남아도는 곳은 덜어냅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됩니다. 지나침은 때로는 혁신을 이끌기도 하지만 동시에 불평등과 갈등을 유발합니다. 회사의 어느 조직에 너무 많은 권한과 자원이 부여된다면 적절한 견제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고 이로인한 잘못된 판단과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위의 다섯가지를 보면 모두 균형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구성원 모두의 생각을 들어 이를 한 방향으로 추진하기 위해 반드시 공평무사함을 생각하라는 노자의 말이 아닐까 합니다. (是以聖人抱一 爲天下式)

여기까지가 일을 추진함에 있어, 방안을 수립함에 있어 지향점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를 이야기 한 것이라면 다음에 이어지는 말은 이후 리더의 자세가 어떠해야하는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不自見 故明 리더가 일을 추진함에 나만을 돋보이게 하려 하지 않아야 일이 공정정대해지며
不自是 故彰 또한 리더가 자신의 의견만이 맞다 고집하지 않아야 만들어진 방도가 뚜렷해집니다.
不自伐 故有功 일을 진행함에 남을 공격하고 질책하지 않아야 공이 수립되며,
不自矜 故長 리더가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것만 생각하고 일을 추진하지 않아야 그 성과가 오래 가게 됩니다.

夫唯不爭이라는 말은 이미 8장에도 한번 나온바 있습니다. 그 때 해석한 것처럼 나만이 옳다고 다투지 않아야 된다라고 해석하고자 합니다. 뒤에 따르는 故天下莫能與之爭은 천하의 모든 사람들과 다툴 수는 없다라고 해석이 되는데, 이 두 문구는 붙여서 풀어 해석하면, “나만이 옳다고 우기지 말아라, 세상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그 사람들과 모두 논쟁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나의 의견을 버리라는 이야기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나만이 옳다는 생각으로 일을 추진하려 하면 아무 것도 이루어질 수 없다”라는 이야기 이해하였습니다.

나머지 문구는 강조하는 문구로 보아 한번에 해석하도록 하겠습니다.

古之所謂曲則全者 豈虛言哉, 誠全而歸之

예로부터 리더는 소위 왜곡된 것을 바로잡는 자라 하였으니, 이 어찌 쓸모없는 말이겠는가. 정성을 다해 바로잡도록 하며 이를 마친후에도 돌아와 부족함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

Posted by Tony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