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도덕경 11장

2020. 2. 20. 16:21 from BoOk/pHiLoSoPhY

三十輻共一穀, 當其無有車之用 삼십폭공일곡  당기무유차지용

埏埴以爲器, 當其無有器之用. 연식이위기  당기무유기지용

鑿戶牖以爲室, 當其無有室之用. 착호유이위실  당기무유실지용

故有之以爲利, 無之以爲用. 고유지이위리   무지이위용

 

11장은 해석에 큰 논란이 없으므로 우선 원문의 해석부터 기술합니다.

 

서른 개의 바퀴살을 바퀴통에 모으는 것은 마땅이 그 빈 공간을 통해 차를 사용하려 하기 위함이요,

찰흙을 이겨 그릇을 만드는 것은 당연히 그 빈 공간을 만들어 활용하기 위함이다.

창과 방을 이용해 집을 짓는 것도 당연히 빈 공간인 방을 만들어 활용하기 위함이니,

이와 같이 있음(有)이 이로운 것은 無를 이용하는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노자의 無爲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좀 더 명확해지지않나 생각됩니다. 얼핏 無爲라는 말은 그냥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말로 이해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말은 바퀴도 만들지않고, 그릇도 만들지않으며, 집도 만들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사람이 좀 더 수월하게 물자와 사람을 나르려면 차를 만들어야 됩니다. 물건을 담기 위해서는 그릇도 만들어야되고요. 휴식을 취하며 가족들과 함께 하려면 집도 있어야 합니다. (이런 행위조차 하지않는 것은 야만으로 돌아가겠다는 것 밖에는 안됩니다.)

 

노자는 10장부터 어떻게 하는 것이 더 좋은 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이런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리고 11장에서는 無爲에 대해 비유를 들어 설명하고 었습니다.

 

바퀴에 살이 없이 한 덩어리로 이루어져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바퀴의 중량이 더 나가게되어 차를 움직이기 더 힘들어질 것이고, 바퀴에 받는 중량을 효과적으로 분산시키지 못해 더 파손에 취약해질 겁니다. 진흙을 빗었는데 물건이나 음식을 채울 빈 공간이 없다면 그것은 그냥 진흙 덩어리일 뿐입니다. 무엇을 담아내는 그릇이라고 할 수 없겠죠. 집을 만들었는데 방이 없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성벽이라면 몰라도 그런 건축물을 집이라고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無爲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무언가 일을 도모함에 있어 간섭을 최소화하고, 구성원들의 의견을 담는 것에 집중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으면 합니다.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일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며, 엄정하게 그 성과는 포상하고, 문제점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는 것이 지도자의 일입니다. 하지만 숨이 막히도록 모든 것을 만기친람하고, 자신의 의견만을 고집하여 진행되도록 한다면 문제가 해결되기보다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될 수 있습니다. 물론 나의 의견이나 생각이 전혀 들어가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Leader는 사람들의 의견이 자유롭게 개진되고 그중 가장 나은 방안을 도출해내어 담아내는 과정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에서 이런 비유를 든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11장의 내용은 다른 방식으로 이해될 수도 있지않을까 생각됩니다. 마지막 문장의 내용에 대한 이야기인데,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할 때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구성원들이 나름 분석하여 구체화시킨 기존의 제도나 절차를 이용하여, 새로운 Process나 Solution을 도출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德)이라는 뜻으로도 이해될 수 있지않을까 합니다.  

 

無爲를 이야기한 것이던,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한 방법론을 이야기하는 것이던 두가지 모두 의미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합니다.

Posted by Tony Kim :

노자도덕경 10장

2020. 1. 20. 12:22 from BoOk/pHiLoSoPhY

載營魄抱一  能無離乎  재영백포일 능무리호
專氣致柔  能嬰兒乎  전기치유 능영아호
滌除玄覽  能無疵乎  척계현람 능무자호

愛民治國  能無爲乎  애민치국 능무위호
天門開闔  能無雌乎  천문개합 능위자호
明白四達  能無知乎  명백사달 능무지호

生之畜之  生而不有  생지축지 생이불유
爲而不恃  長而不宰  위이불시 장이부재
是謂玄德  시위현덕

10장의 해석에 있어서는 논란이 분분합니다. 이는 다른 어느 장보다 더욱 은유적이며 함축적 표현이 많이 사용된 것이 큰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위의 한자 원문 구성을 보면 마치 한시를 보는 듯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논어"나 다른 경전과 차이가 있는 이런 문장 작성법도 아마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10장은 또한 단지 문장 작성법 뿐 아니라 사용된 단어의 해석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10장의 마지막에 德이라는 단어가 최초로 언급되었다는 점은 주목해야될 것 같습니다. (是謂玄德)

앞에서 이야기 한 바와 같이 道가 Solution이며 善이 여러 Solution 중의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라면, 德은 이렇게 선택된 道를 수행하는 바람직한 방법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아무튼 이런 점을 감안하여 10장을 이해해보려 하였습니다.

載營魄抱一  能無離乎  재영백포일 능무리호

載라는 글자는 "싣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 營이라는 글자는 "경영하다, 추구하다"라는 동사로 해석될 수 있으며 다르게는 병영, 진영이라는 단어에 쓰일 때와 같이 "무리"라는 명사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저는 무리라는 의미가 여기서는 더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장에서 설명하였듯 어떤 방안을 만들거나 의사결정을 할 때는 그에 따른 영향을 받게될 집단의 합의 과정을 중시하는 내용이 있었으니까요.  이렇게 해석하여 첫 문구는 "집단의 뜻을 하나로 모아 담아서 채택한 원칙에서 멀어지지 (離)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해석하였습니다. 

모두의 뜻을 모아 원칙을 정했으면 그 원칙에서 벋어나지 않아야 된다는 말로 저는 해석하였습니다. 중간중간 이러저러한 사정에 의해, 자신의 편의를 위해, 특정 세력과의 관계를 감안하여 원칙에서 벋어나는 일이 일상에는 허다합니다. 많은 문제가 이런 행동의 야기되므로 경계해야 된다는 문구가 아닐까 합니다.

專氣致柔  能嬰兒乎  전기치유 능영아호

2번째 문구는 과정의 단순화에 대해 이야기한 것으로 이해하였습니다. 여기서 "氣"를 앞 구절의 "魄"과 같은 의미로 본다면 구성원의 뜻을 하나로 모아 과제의 수행을 물 흐르듯 유연하게 만들어야 한다, 지극히 매우 어렵지않게 운영해야 한다는 의미이며, 그렇게 과제를 수행하려면 절차나 Process를 단순화하여 어린아이 (嬰兒)도 익힐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한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많은 기업들은 기업내 절차를 단순화하는 것에 주력합니다. 두사람이 할 일은 한사람이 하도록 하고, 숙련공이 맡아서 하던 업무를 비숙련공도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죠. 

또한 이 단원은 모든 사람들의 중의를 모아 무언가를 수행한다면, 과정 상에 잡음이 없어 그 진척현황을 어린아이들까지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지않을까 합니다. 

 

한글 창제가 그 좋은 예가 아닐까 합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소수의 엘리트 계층만이 익힐 수 있었던 문자를 단순화하여 많은 사람들이 쉽게 배울 수 있도록 하여, 정보의 독점 및 업무 추진의 밀실화 등에 따른 부작용를 피하자는 거죠.  

滌除玄覽  能無疵乎  척계현람 능무자호

여기서 "滌除"라는 단어는 씻어서 없앤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玄覽"이라는 단어는 사물의 진상을 꿰둙어 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요. 

모든 일은 수행함에 있어 절차상의 문제점이 없는지, 더 나은 방안은 없는지, 무언가 이상점이 발생되고 있지는 않은지 수시로 면밀한 점검이 필요합니다. 

다시 정리하자면 첫 세문장은 업무수행과정에서 1) 구성원의 중의를 모아 만든 원칙에서 벋어나지 않도록 해야하며 2) 그 과정은 모든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또는 원활한 수행을 위해 최대한 단순화하며 3) 수시로 문제가 없는지, 더 개선할 사항이 없는지 점검해야된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愛民治國  能無爲乎  애민치국 능무위호

"無爲"에 대해서는 이미 앞장에서 설명한 바가 있습니다. 지도자로서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다스리는 것에 있어, 개인적 선입견이나 방향성을 미리 정해놓고 추진하지 말아야 한다. 편향되지 않도록 통치하여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하였습니다.

天門開闔  能無雌乎  천문개합 능위자호

이 문구에 대해서도 많은 논란이 있습니다. (뭐 여기서 그 많은 다른 의견들을 일일히 언급하는 것은 무리이며, 또한 별 의미가 없을 것으로 생각되서 언급하지는 않도록 하겠습니다.) "天門開闔"이라는 말은 문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하늘의 문을 열고 닫는다는 말입니다. 이것은 아주 상식적인, 이 이상 논란의 여지가 없는 절차, 정의를 수행한다는 과정을 말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아니면 일을 추진함에 있어 큰 줄기를 언급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 다음 "雌"라는 단어가 사실 여러 논쟁의 단초가 되는데요. 앞장의 여러 여성성을 대표하는 단어 (母, 牝) 등과 유사한 의미를 가진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만들어내고, 생성해낸다는 의미죠.

저는 단순하게 의미를 해석하였습니다. 이미 구성원들 간에 합의를 통해서던 아니면 전통적으로 내려오든 절대적인 의미를 가진 내용에 대해서는 굳이 Leader의 생각만으로 무리하게 새로운 절차를 만들어내지 말라는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아니면 이미 추진되고 있는 일의 큰 줄기를 바꿔서는 안된다고 해석할 수도 있고요.

明白四達  能無知乎  명백사달 능무지호  

여기서 明白이라는 첫 두글자는 대학 1장의 시작은 "大學之道 在明明德"이라는 말을 연상시킵니다. (대학의 길은 상식적인 덕을 밝힌다는 것에 있다) 상식에 기초한 개선활동이 빈틈없이 모든 곳에 다다르도록 하며 (四達), 이런 활동에 개인의 설익은 지식을 개입시키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하였습니다. 

결국 뒤따르는 세 단원의 내용은 일을 수행함에 있어 Leader의 불필요한 개입을 최소화하라는 내용을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편견을 개입하거나, 억지로 나의 주관 내세우거나, 설익은 절차를 만들어내거나, 좀 안다고 내 말이 맞다고 내세우지 말라는 의미로 말이죠.

사실 Leader는 자신의 판단 하에 구성원들의 도움을 받아 무언가를 추진해내야하며, 그 결과에 대표적으로 책임을 받게되는 위치입니다. 책임이라는 압박에 구성원들의 의견이 정말 맞는지 의심하고 더 나은 방법이 없는지 고민하는 것은 당연하고도 마땅한 태도입니다.

하지만 그 새로운 더 나은 방안이라는 것이 Leader 개인의 주관에만 의존한다면 실패할 확률이 더 높아질 뿐이죠. 내가 대표적으로 책임을 지더라도 결국 피해는 모두가 나누어받게 됩니다. 이 세문장은 결국 Leader들이 독단으로 흐르지말라는 경고를 한 것으로 저는 이해하였습니다.

生之畜之  生而不有  생지축지 생이불유
爲而不恃  長而不宰  위이불시 장이부재

Leader는 과정을 만들어내고 완성해가는 사람입니다. 다만 이렇게 만들어진 성과는 모두의 것이지 자신의 것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구성원들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이지, 구성원들에 기대어 일을 하여서는 안되며, 내가 이끄는 단체를 성장시키는 것에 주력하되 나의 아랫 사람들로 여겨 군림하여 통치만 하려는, 지시만 하려는 자세를 가져서는 안된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是謂玄德  시위현덕

그리고 이러한 것이 가장 근본이 되는 덕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정리하여 이야기하자면,


무언가 방향성을 정하여 일을 하기로 하였다면, 최초 방향 설정시 고려된 사항들이 과정중 무관심이나 합당하지 않은 이유로 누락되거나 건너뛰는 일이 없도록 하며, 과정은 가능한 단순화하며, 문제점이나 개선사항이 없는지 수시로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며, 나라를 다스리고, 법이나 관습과 같은 절차를 수행하고 또한 그 과정이 빈틈없이 전영역에 미치도록 함에 있어 Leader의 개인적인 편견이나 설익은 지식을 개입시키는 일이 없도록 경계해야 되고, 기본적으로 Leader는 조직을 육성하고 키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소유물로 여겨 독단적으로 지시만 내리면 되는 위치는 아니라는 것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일을 추진합에 있어 바람직한 태도인 덕이라고 말합니다.

Posted by Tony Kim :

노자도덕경 9장

2019. 11. 22. 15:22 from BoOk/pHiLoSoPhY

持而盈之 不如其已  지이영지  불여기이
揣而銳之 不可長保  췌이예지  불가장보

 
金玉滿堂 莫之能守  금옥만당  막지능수    
富貴而驕 自遺其咎  부귀이교  자유기구


功遂身退 天之道  공수신퇴  천지도


8장이 좋은 방안을 수립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라면, 
9장에서는 그렇게 만들어진 방안도 영구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持而盈之 不如其已  지이영지 불여기이    

揣而銳之 不可長保  췌이예지 불가장보 

문구 그대로 해석하면 "지키고 채우는 것은 그만 둠만 못하다. 끝단까지 세밀하게 만들어도 길게 보존치 못한다" 라고 이해 되었습니다. 이야기한 바와 같이 고생하여 어떤 방법을 만들어도 거기에 집착해서는 안된다는 의미입니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게으릅니다. 노력해서 어떤 방안을 만들어 내고, 특히나 그를 통해 성공사례가 만들어지면 많은 경우 사람들은 그것에 안주하게 됩니다. 그냥 큰 틀은 바꾸지 않고 내용을 보충하거나 약간 부족한 부분만 보완하려고 하게되죠. 모호했던 항목을 더 자세히 규정하고 기법을 고도화하는 방향으로도 개선하려 합니다. 그런데 노자는 그래봐야 길게 가지 못한다. 그만 두고 원점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이야기 합니다. 

金玉滿堂 莫之能守  금옥만당 막지능수   

富貴而驕 自遺其咎  부귀이교 자유기구

개인에 비유하자면 엄청난 성공을 거둬 집안에 돈이 넘쳐도 많은 경우 몇 세대를 거치치 못하고 무너지게 됩니다. 내가 가진 것에 자만하는 순간 주변의 원망하는 소리가 생기게 되고요.

성공 뒤의 재물과 같이, 지금 금과옥조로 알고있는 절차와 해결방안은 시간이 지나면 결국 사라지게 됩니다. 과거의 성공에 연연해 변화를 거부하고 기득권에 집착하게 되면 구성원들의 원성이 생겨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죠.

功遂身退 天之道   공수신퇴 천지도

그러므로 이 문구는 공을 이루었으면 물러나라는 단순한 의미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 무언가를 이룩하거나 만들더라도 거기에 집착하고 정체하지 말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이것이야말로 天之道, 곧 바탕이 되고 모든 것에 앞서는 기본 원칙라고 이야기합니다.

Posted by Tony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