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민이와 경복궁

2009. 5. 10. 19:40 from FaMiLy
주말에 처갓집에 갔다왔는데 하루내 TV만 보고 있으려니 답답해서 수민이 꼬셔서 경복궁에 갔다왔다.


교보 근처에서 버스를 내려 걸어갔는데 첨에는 다리 아프다고 투덜거리더니 막상 도착하니까. 신나하더군.

수민이는 양띠. 근정전에서 양을 발견하고 흐믓한 포정으로 사진을 한방 찍어달라고 했다.
사정전에서 죽이는 용 걸게 그림도 보고.
여기저기 둘러보았는데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그닥 많지는 않았다. 그리고 거의 30% 정도는 외국인들. 나중에 경회루 앞에서 잠간 앉아서 쉬었었다. 


수민이는 내가 앉아서 쉬는 동안에 여기저기 사진을 열심히 찍고 다니는데 뭐 내 등판을 찍기도 하고 물통을 찍기도 하고.. 아래는 수민이가 찍은 경회루 근처 길가에 핀 민들레 입니당.
Posted by Tony Kim :

박쥐

2009. 5. 5. 13:52 from MoViE

박쥐
감독 박찬욱 (2009 / 한국)
출연 송강호, 김옥빈, 신하균, 김해숙
상세보기


연휴 전에 부서 회식하고 2차까지 하고 집 근처에 와가는데 시계가 11시가 다 되어 가더군요.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극장에 들렀는데 마침 20분 뒤에 영화가 시작하려고 해서 보고 들어갔습니다. Running Time은 약 2시간. 집에 돌아가니 2시가 다 되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받은 느낌은 박찬욱 감독은 나름 자신의 작품 중에 최선이었다는 표현을 하였지만 아무래도 '금자씨' 때에도 그랬고 '올드보이'가 워낙에 쎘던 터라 아무래도 아주 Good은 ....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랄까... 자꾸 비교를 하게된다고 해야되나요. 의식 중이던 아니던 간에 '아무래도 올드보이 보다는 ...'이라는 생각이 저는 들었습니다. 몇일 뒤에 와이프도 영화를 보고 왔는데 속이 메슥거려 혼났다고 하더군요. 그건 뱀파이어 영화를 (아니면 슬러셔 무비) 보지 못했던 사람에게는 당연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잔인하고 징거럽지 않은 뱀파이어물은 .....) 오히려 현실적인 묘사와 몽환적인 장면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영화 중반을 넘어가며 번갈아가며 바뀌어되서 의도된 연출일지는 몰라도 다소 혼동스러운 감은 있었습니다.

스토리 자체의 완성도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 않을까 싶지만 오히려 영화보다 깜짝 놀란 건 김옥빈이라는 배우였습니다. 사실 김옥빈은 그냥 얼굴 좀 예쁘고 (아주 눈이 번쩍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냥 뭐랄까 요즘 흔하게 얼짱 출신으로 얼굴 비추는, 그런 배우 중의 하나 정도로 인식이 되어있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너무나도 폭발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바람에 심지어 어안이 벙벙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실 '박쥐'를 보다보면 어느 정도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를 연상하게도 하는데 특히 김옥빈의 역은 크리스틴으로 분한 Kirsten Dunst을 상당 부분 연상시킵니다. 하지만 다시 '뱀파이어'를 보더라도. No Way! 김옥빈이 훨씬 인상적입니다.

김옥빈이 분한 태주는 어려서 고아가 되어 태주(신하균분)의 집에 얹혀살다 결국은 조금은 지능이 떨어지는 그와 사랑없는 결혼을 하는 인물입니다. 부모가 결핍된, 어려서부터 애정을 받지못한 태주는 상현(송강호분)의 배려와 애정에 그동안 억눌려왔던 감정이 한순간에 폭발하게 됩니다. 마치 남에 집에 잠간 맞겨져 주눅들어있던 아이가 부모가 다시 찾아오자 떼를 쓰듯 그녀는 사랑을 받고 느끼는 순간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떼를 쓰는 아이와 같이 변해버립니다. 폭주하는 태주를 제어하려는 상현에게 목을 쥐어잡힌채 상현을 바라보던 태주의 모습은 혼이 나면서도 싱글거리는 영악한 아이의 그것과 다를바 없어보입니다.

순진함과 천진함에 가려진, 아니 그로 인해 더욱 거칠 것 없이 폭력적이 되어가는 태주를 김옥빈은 마치 태주가 되어버린 것과 같이 연기합니다. 어쩌면 굉장히 짧은 필로모그라피에서 이만한 연기자를 발견해낸 것도 박찬욱 감독의 역량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영화 자체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있을지 모르지만 제 2의 강혜정과 같았다는 감독의 찬사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않을가 하는 생각입니다.

Posted by Tony Kim :

사다리 걷어차기

2009. 4. 19. 13:32 from BoOk/sOcIaL

장하준 교수의 책은 처음으로 읽어봤는데 흠 뭐... 일종의 역사적 사례에 입각한 경제 비판서 쯤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책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크게 법제도, 경제정책 적인 측면에서 지금의 선진국들이 미처 선진국이 되기 이전 그러니까 Under Develped Country 수준이었을 때 펼쳤었던 각종 경제 정책이나 사회제도, 법제도 등이 지금의 후진국의 그것에도 크게 미치지 못했었거나 아니면 도입을 꺼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선진국이 되고 난 상황에서는 (다소 위선적이게도) 지금의 후진국들에게는 강요, 설득하고 있다는 것이 대략적인 내용입니다.

대학원에 가기 전까지는 뭐 공대 출신이었던 관계로 전혀 그런 이론이나 학습을 받은 적이 없었는데 대학원에 진학한 이후로 첫학기에 경제학을 배우면서 인상 깊었던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자유무역이론이었습니다. 다수의 경제 주체가 시장을 개방하게 되면 비록 한 경제주체가 다수의 생산 활동에서 상대방에 비해 절대 우위의 위치를 가지지 않더라도 비교 우위를 갇게되면 비교 우위를 가지는 산업에 집중함으로서 시장 개방에 참여한 일원들의 시장 규모가 커지는 Win-Win 상황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론인데 첨에 내용을 듣고있자면 눈이 번쩍 뜨일만큼 매혹적인 내용이라지만 바로 뒤따라오는 의문은 어쩔 수가 없더군요.

단순히 Tom과 John의 결정이라면 뭐 Tom은 비교 우위를 가지지 않는 토마토 재배를 그만 두고 돼지사육에만 집중하면 되겠죠. 그렇지만 사실 국가 단위로 그 내용이 확대하게 되면 경우가 틀리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게됩니다. 그러면 미국하고 시장을 개방하기로 했다면 우리는 비교 우위가 없는 사업은 모두 그냥 포기하고 사다가 써야된다는 얘기인데 (아니면 규모를 현저히 줄이던가.) 그러면 평생 그 일만 하던 사람들은 갑자기 어디로 가야되지? 소 치던 사람들을 전부 갑자기 반도체 공장에 가서 일하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되더군요. 그리고 경제 인프라가 미쳐 가춰지지 못한 국가들의 경우 비교 우위를 가지지도 않고 있고 앞으로도 왠만해서는 가지기 힘든 뭐 중화학이나 기타 초기 투자가 장기적이고도 전략적으로 이루어져야될 그런 대형 산업들은 애시당초 포기하고 앞으로도 수백년 동안 뭐 그냥 지금까지 해왔던 것 같이 저부가가치 사업에나 몰빵해야된다는 건가 하는 의문 말이죠.

저자는 자기들도 저개발국가였었을 때 보호 무역정책, 관세정책 등등의 정책적인 수단과 방법들을 총동원해서 전략산업을 유치 발전시키려고 했던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에 와서 (뭐 우리가 잘먹고 잘살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그게 너희들에게 더 나은 방법이라면 사실을 호도하지는 말자고 합니다. 물론 책을 읽다보면 몇몇 사례에 있어서는 다소 억지스럽지 않나라는 생각도 없지않았습니다. 이를테면 17세기 18세기에 이러저러한 정책들을 사용했었다, 아니면 그런 정책을 도입하지 않았다 라는 건 뭐랄까 암튼 2~300년이라는 시간 전에 누가 봐도 명백한 오적용 사례를 그럼 그냥 니들도 그때 그랬잖아라는 식으로 지금 적용해도 되냐는 거죠. 시행착오나 잘못된 정책들에 대해서는 지금의 시점에서 동일한 문제를 반복해서는 안된다는 건 누가 봐도 당연한 얘기니까요.

기득권이라는 건 무시무시해서 사실 이렇게 글을 쓰는 내 자신도 내가 몸 담고 있는 조직의 상품이 이를테면 중국에서 짝퉁이라도 만들어서 팔아된다던가 아니면 무역 규제를 통해 통체로 시장이 사라졌다는 얘기를 듣게되면 그로 인해 나의 소득이 감소하거나 일자리가 위태로워진다면 열을 내게될 것은 분명합니다. 너 지금 받는 연봉이 그 나라 사람의 몇배라느니 라는 소리를 듣게되면 뭐라고 할까요? So What? 어쩌라고? 세계 경제는 이미 WTO니 뭐니 하는 여러 조약과 기관들로 이미 개방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문제가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북한의 사례를 보더라도 Closed economy는 답이 아니라는 것도 어느정도 공감대를 형성한 사항이고요. 하지만 전략적인 선택의 여지마저도 박탈해버리는 강대국의 횡포가 자유무역 정신의 기초가 되어서는 않된다는 것을 저자는 강조하고 있습니다. "니들도 예전에 그랬잖아."라면서 말이죠    

Posted by Tony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