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에 해당되는 글 132건

  1. 2012.02.09 클라우드 아틀라스
  2. 2011.12.07 십자군 이야기
  3. 2011.05.26 노르웨이의 숲
  4. 2010.08.28 1Q84 (Book 3)
  5. 2010.07.18 빼앗긴 자들 (The dispossessed)
  6. 2010.02.22 크리스탈 나흐트
  7. 2010.01.29 공무도하
  8. 2009.12.14 플루터 8권
  9. 2009.10.10 1Q84
  10. 2009.09.28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1

클라우드 아틀라스

2012. 2. 9. 13:37 from BoOk/nOvEl

클라우드 아틀라스 1
국내도서>소설
저자 : 데이비드 미첼 / 송은주역
출판 : 문학동네 2010.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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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서로 다른 주인공과 시대적 배경을 가진 6개의 에피소드가 느슨한 연결 고리를 가지고 이어지는 구조로 작성되어 있습니다. 6개의 에피소드가 한 작품 안에 들어가려니 사실 부피가 만만치 않은 소설인데 그렇다고 읽기에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닙니다. 사실 어느 정도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서 후반부로 가면 읽기에 속도가 붙을 정도죠. 작품 구조가 매우 독특한데 처음 에피소드가 약 19세기를 배경으로, 다음 에피소드는 20세기초, 그 다음은 1970년대, 그 다음은 근미래 ( 2050년 정도?) 그 다음은 조금 멀리 떨어진 듯한 미래, 그 다음은 정말 언제인지 알 수 없는 아주 먼 미래를 배경으로 이어지는데 이게 마지막 6번째를 제외한 나머지에서는 절반 정도만 이야기가 전개되다 다음 에피소드로 넘어가는 식으로 1권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섯번째 에피소드 이후 2권부터는 다시 순차적으로 시간을 거슬러 이전에 마무리되지 못한 이야기의 나머지 반이 다시 이어져 마무리되는 식의 구조인데 독자 입장에서는 1권에서 다소 어중간하게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했던 전 에피소드의 결말을 알고 싶어서라도 계속 끝까지 읽게 되는 구조라고 할까요?

 

작품을 아우르는 주제는 탐욕과 차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 에피소드에서 약탈적인 개척기 미국을 배경으로 노예제에 대한 언급이 그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유명 작곡가와 그 견습생 간의 불평등한 관계에 기인한 파멸적 결말로 연결됩니다.

 

'손미451의 오리즌'은 이러한 인간의 탐욕으로 인한 그로테스크적인 디스토피아 세계를 극단적인 모습으로 보여주는 에피소드입니다. 복제인간들이 평생을 약탈 당하다가 결국은 처참한 최후를 맞게되는 이 이야기를 통해 차별은 어떠한 모습으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됩니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도입부의 첫번째 에피소드에서는 다소 지루한 감이 있지만 두번째 에피소드로 넘어가게 되면서부터는 재미있게 읽히는 책입니다. 데이비드 미첼의 소설은 우리나라에는 별달리 번역이 많이 되어있지 않은데 책을 읽다보면 정말 세상은 넓고 강호에는 고수들이 가득하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Posted by Tony Kim :

십자군 이야기

2011. 12. 7. 12:27 from BoOk/hIsToRy
십자군 이야기 2
국내도서>역사와 문화
저자 : 시오노 나나미(Nanami Shiono) / 송태욱역
출판 : 문학동네 2011.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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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 이야기는 전 3권으로 구성될 예정이며 현재 2권까지 출간이 된 상태. 1권에서는 1차 십자군 원정의 배경 및 예루살렘 왕국 설립까지의 역사에 대해 다루며 2권은 살라딘의 등장으로 예루살렘 왕국이 100년만의 역사를 뒤로 하고 몰락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3권은 총 8차에 걸친 십자군 원정 중 나머지 역사를 다루겠지만 주로 살라딘과 3차 원정대 사이의 이야기가 주가 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다.

 

예전에 킹덤 오브 헤븐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었다. 살라딘이나 문둥이 왕 보두앵 4세에 대해서도 그때 알게 됐었는데 그 전까지 십자군 원정을 통해 예루살렘 왕국이 세워졌었다는 사실을 몰랐어서 흥미롭게 봤던 기억이 있다. 십자군 이야기 2권은 그런 이유로 (물론 영화에는 영화적 Fiction이 많기는 했지만) 자연스럽게 영화에서 본 것들이 연상이 되어 책을 읽으면서도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추후에 이루어질 십자군과 비잔틴 제국간의 문제도 단초가 어디에 있었는지 가늠할 수 있게 되고 실상 십자군 원정의 시작은 유럽 내부의 교권과 왕권과의 갈등에 기인한 것 등의 많은 사실들을 알 수 있었다.

 

創業易 守成難이라는 말이 있는데 예루살렘 왕국의 경우도 이런 Case가 아닐까 싶다. 물론 머나먼 유럽에서 온갖 역경 속에 세워진 나라를 창업이 쉬웠다고 말하는 것은 어폐가 있겠지만 이렇게 힘들게 세운 나라를 근 100년 만에 무너지기는 또 얼마나 허무할 정도로 쉬운지가 2권에 생생하게 담겨져 있다. 작가는 초기 십자군 구성 인원 대비 2에서 3세대로 세대 교체가 진행되면서 발생된 지도층의 역량차를 주요한 이유로 들고 있지만 사실 몰락의 징조는 처음부터 안고 시작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새로운 국가를 세워 운영함에 있어 기존 구성원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끌어안는 방식이 아니라 박멸해야될 악의 무리로 규정하고 새 판을 짜려 하는 것은 어떻게든 무리수를 동반하기 마련이고, 이런 상태에서 국가를 정상적으로 운영한다는 자체가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똘똘 뭉쳐도 대응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국가 안에 원한을 가진 구성원을 만들어내는 환경을 근본적으로 안고 있다는 것은 어떻게 생각해도 문제가 있다. 게다가 다른 이유도 아닌 종교적인 이유 때문이라면 더더욱 일은 힘들어지게 되고 만다.

 

종교는 없지만 그 신이 어느 신이든 바글거리는 하늘 아래의 인간들이 유적이 남아있는 땅을 차지하겠다면 신의 이름을 파는 것이 자기 뜻이라 하지는 않을 것 같다. 대의는 어떨지 몰라도 결국은 자기가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 죽고 죽이는 전쟁에 내몰리는 불행한 역사를 인간들이 반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진짜 전쟁이던 아니면 생활하는 중에서라도 말이다.

Posted by Tony Kim :

노르웨이의 숲

2011. 5. 26. 12:26 from BoOk/nOvEl
노르웨이의숲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지은이 무라카미 하루키 (열림원, 199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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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십 몇 년이 지나 다시 꺼내 읽었습니다. 책 자체는 97년 판인데 늦어도 98년을 넘기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창원에 있을 때 서울 올라오는 기차에서 읽으려고 마산역 근처의 서점에서 사서, 기차로 오가며 이틀 만에 다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만큼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죠. 책이 가진 여러 미덕 중에는 재미도 무시할 수 없는데 사실 재미있는 책을 찾기도 좀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책 자체도 재미있어야 되겠지만 읽는 사람과도 Code가 맞아야 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점이니까요. 아무튼 당시에는 그렇게 재미있게 읽었던 책인데 그래도 시간이 한참 지나 다시 읽으려니 절반은 새 책을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대략적인 이야기와 인물들만 기억 속에 뿌옇게 남아 오랫동안 헤어졌던 친구의 추억을 듣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실 노르웨이의 숲은 여타 하루키의 소설과는 형식이나 스타일에서 확연하게 차이를 보이는 소설입니다. 전으로도 그렇고 후로도 이와 비슷한 작품을 하루키의 소설 중에서는 찾기 힘듭니다. “1Q84”에서는 전작 대비 다소 느슨해진 측면이 있지만 하루키 소설에 일관되게 형성되는 구도는 현실과 이에 대비되는 초현실적인 다른 차원의 양분된 세계의 모습인데 이러한 구도를 통해 혹은 잠재의식에 내재된 갈등을 표현하기도 하고 다른 측면에서 사건을 조망하기도 하는 도구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소설에 익숙해진 독자들은 사실 이런 묘사에 당황하기도 하는데 심한 경우는 황당무계하다는 반응도 본 적이 있습니다. “노르웨이의 숲에서는 사실 이런 식의 초현실적이라던지 사이킥한 표현은 찾아볼 수 없는 그래서 오히려 다소 하루키의 소설로는 의외라고 할 정도로 일상적이고 평범한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습니다. (주인공들은 좋게 표현하면 개성이 굉장히 강한 사람들이지만)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노르웨이의 숲도 이분화된 세계의 구조를 가지고는 있습니다. “마의 산을 연상시키는 나오코의 요양소는 역에 내려 시골버스로 한참을 들어가 걷기를 한참인, 그렇게 세상과 너무나도 단절되어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현실과 대비해 너무나 평화롭고 아름다운 장소라는 점을 보면 말이죠.

 

하지만 노르웨이의 숲은 어찌되었든 스타일리쉬한 글 쓰기라기보다 스토리텔링에 더 무게 중심이 가 있는 소설입니다. 나오코와 와타나베, 그리고 미도리 세 명이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사이를 좁히고 어떻게 아프고 사랑하는지가 이 소설의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사랑은 너무도 압도적인 감정이어서 항상 기쁨의 모습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는 점을 새삼 되뇌이게 되더군요. 대부분 책을 읽다보면 같은 경우는 많지 않겠지만 자신들의 예전 아픔과 추억이 투영되는 것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하던 사람은 여기서처럼 죽음으로 헤어지는 경우는 흔하지 않더라도 오해로도, 변심으로도, 나약함으로도, 비겁함으로도 아니면 시기의 모습으로도 상실되어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내가 할 수 있었는데 안했던 것과 내가 막으려해도 막을 수 없는 것들로 좌절하고 힘들어하던 그러면서도 그녀를 보면 마음이 설레는, “노르웨이의 숲은 그렇게 옛 친구의 사랑 이야기처럼 다시 읽혀졌습니다.


Posted by Tony Kim :

1Q84 (Book 3)

2010. 8. 28. 09:27 from BoOk/nOvEl
1Q84.310월-12월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지은이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동네,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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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3권은 700 Page가 넘는 상당한 분량의 책입니다. 하지만 거의 모든 하루키의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부피가 부담으로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상당한 흡인력을 가지죠. 어느덧 읽다보면 마지막 Page에 도달하게 되고 맙니다. 가히 Story Telling에 있어서는, 독자들의 눈을 끌어당겨 몰입하게 하는데는 하루키는 천부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거의 최고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죠.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건 그래서 작가는 무엇을 얘기하고자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사실 3권을 읽기 전까지 다소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던게 "해변의 카프카"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와 같이 기존 하루키의 소설들에 나오는 세계는 완전히 구분된 두개의 세계로 이루어져있었는데 그 경계가 완전히 무너진 듯한 느낌이 들어서였습니다. 지금 세계에서 갑자기 없던 달이 하나 더 생겨버렸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거죠.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아오마메와 덴코는 비상계단을 통해 달이 하나뿐인 세계로 넘어오게되고 지금까지 "그쪽" 세계에서 있었다는 쪽으로 이야기가 일단 정리됩니다.

그러면 두개의 달은 뭐였을까죠? 리틀피플은? 공기번데기는? 소리는 어떤 의미였죠?

상징으로 받아들이기에 힌트가 적고 쫓고 쫓기는 추격전에서 아오마메와 덴코가 마침내 만나게 되었지만 이들 주인공들이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될지, 달이 하나뿐인 이쪽 세계에서 둘은 결국 행복해졌을지, "선구"로부터 도망가는 것이 그들의 운명이었는지, 아니면 맞서게될지 모든 것이 아직은 빈칸이 느껴집니다.
Posted by Tony Kim :

체제에 대한 고민을 담고있는 SF 소설이다. 어슐러 K. 르귄의 이 소설은 이른바 헤인 시리즈로 일컬어지는 연작 중의 하나로 '엔서블'이라고 불리게 되는 통신 장치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쉐벡이라는 물리학자의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SF 소설이라고 하면 우주선이 날아다니는 우주전쟁이나 외계인들과의 충돌 혹은 최첨단 과학 기술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야기를 떠올리게 되는데 '빼앗긴 자들'은 비록 먼 외계의 떨어진 두 행성에 대한 이야기라지만 그러한 상상력의 산물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사회 체제에 대한 논의에 Focus를 맞추고 있다.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까마득한 시간이 지난 미래에 아나레스와 우라스라는 두 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아나레스의 사회적 모순에 저항하던 아니키스트들이 위성인 우라스로 집단 이주를 하여 새로운 세계를 마련하고 150년의 세월이 지난 시점의 이야기로 아나레스에는 아직도 전체주의적 자본주의 사회와 공산 독제체제가 충돌하고 있고 우라스로 이전한 사람들은 나름의 별도의 언어까지 만들어내 무정부 상태의 공동주의 사회를 만들고 서로 간의 교류를 닫고 있었다.

1973년이라는 이 책이 쓰여진 시기를 생각하면 이러한 소설의 주제는 결국 당시에 세계가 고민하던 문제가 녹아든 것으로 저자는 당시의 냉전의 절정을 이끌어낸 양대 세력의 모순과 히피문화로 논의되던 아나키즘까지 먼 미래의 외계를 배경으로 현실화하여 체제와 이론이 사람을 구원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독자들에게 던져주고 있다.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끊임없이 결국 어떤 체제이냐도 중요할 수 있지만 나름의 가치나 기득권을 만들어내기 마련이고 이것을 지키기 위한 세력과 불만을 가지는 세력 간의 투쟁이 만들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어느 한 때의 역사적 사건이 그 후의 모든 문제를 풀어줄 수는 없는 일이다. 사람들은 그렇게 믿고싶어하지만 인생이 그렇듯이 어느 하나를 이루고 나면 그 다음 문제가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고 사람이 존재하고 집단이 존재하고 사회가 존재하는 한은 인류는 끊임없이 문제를 풀기위해 대립하고 화합하고 고민해야된다는 단순한 사실을 이 책은 일깨워준다.

헤인 시리즈는 처음으로 읽었는데 앞으로 한 두권은 더 찾아볼까 생각 중이다. 즐기기 좋은 훌륭한 책이다. 

Posted by Tony Kim :

크리스탈 나흐트

2010. 2. 22. 22:50 from BoOk/hIsToRy
크리스탈나흐트
카테고리 역사/문화
지은이 마틴 길버트 (플래닛,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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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11월 7일 프랑스의 젊은 유태인 헤르셀 그린스판은 파리의 독일 대사관에서 외교관 폼 라트에게 총격을 가했다. 그리고 이후로 독일로부터 광기 어린 폭력이 시작되었다. 유대인 상점의 유리창이 박살이 나던 그날 밤을 사람들은 크리스탈 나흐츠, 수정의 밤이라 일컬었다. 전후 사정은 필요도 없었고 굳이 알려들지도 않았다. 이제까지 수백, 수천년을 그들과 같이 지내던 공동체의 역사는 하루 아침에 머리 속에서 지워져 이미 전체주의 파시즘에 발을 들인 그들은 천인공노할 유태놈들이 우리의 동포에 테러를 가한 것으로 상황을 단순화시켜 버렸다.

쇼비니즘, 파시즘, 제노포비아.

광기는 모든 논리를 뒤흔들었고 기존의 가치를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렸다. 수용소로 끌려가 학살 당한 유태인 중에는 1차 대전 참전용사들도 있었으며 이전까지 나라를 위해 희생하였다는 자부심에 철십자 훈장을 자랑스러워 했던 이들도 있었다. 어떤 가치가 5살 먹은 아이들을 수용소로 끌고가 살해하는 것을 정당화시킬 수 있을까. 저자는 수백의 사례와 탄압의 기억들을 인터뷰를 통해 때로는 직접 보내온 편지나 인용을 통해 당시 문명화된 20세기 유럽. 독일의 악몽 같았던 역사를 나열해내고 있다. 어떤 사람은 폭력에 가담하고 어떤 사람들은 폭력의 피해자가 되었으며 어떤 사람들은 도움을 주려했었고 어떤 사람들은 방관하며 물러나있기만 했다. 피해자들에게 소극적이지만 혐오감을 들어내는 사람들도 있었으며 자신의 노력이 미미함에 안타까워하던 이들도 있었다. 도움을 주려다 희생당하는 사람도 있었고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람이 근본적으로 선하다고 누가 말하겠는가. 영원한 피해자도 가해자도 역사 속에서는 기나긴 시간의 흐름 앞에서는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돌아보고 성찰하지 않으면 문명의 파괴자는 우리 스스로가 될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된다.
Posted by Tony Kim :

공무도하

2010. 1. 29. 12:32 from BoOk/nOvEl

공무도하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김훈 (문학동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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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작가마다 나름의 분위기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마련인데 김훈 작가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공무도하'를 읽다보면 전작에서와 같이 작품 안의 사람들의 피로한 일상이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읽는 사람의 마음을 답답하게 억누르고 있다.

계속되는 전쟁과 임금의 시기에 힘들어하는 이순신처럼, 사방이 틀어막혀 항복 밖에는 길이 없어졌는데 명분에 매달려 오도가도 못하는 인조처럼, '공무도하'에서는 기자인 문정수도, 그의 애인인 노목희도, 전직 소방관이었던 박옥출도 그리고 작품 안의 다른 모든 사람들도 그저 살아가기 위해 아둥거리는데 삶의 무게가 그처럼 녹녹치는 않아 비극이 눈 앞에 보여도 피하지 못하며 어두운 고통의 시간은 언제가 끝인지 가이없다.

이 피로한 일상을 건너 벋어나려는 사람들과 건널 수 없는 비극을 예상하며 쓰디쓴 숙명에 울부짖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수천년 전 여옥이 울부짖던 시의 제목 속에 스며들어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선도 악도, 아름답고 추함도, 산 사람과 죽음도 안개처럼 모호하게 바닷가 마을 해망을 배경으로 담아내었다.
Posted by Tony Kim :

플루터 8권

2009. 12. 14. 13:02 from BoOk/cOmIc

플루토 8권을 사서 봤습니다.
 
8권은 완결편. 반년만에 한권씩 나왔으니 8권을 다 보기까지 약 4년이 걸렸습니다.
무슨 로마인 이야기도 아니고... 만화책을 이렇게 악착같이 찾아서 보기는 첨입니다.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게 아무튼 마무리가 됩니다. 아톰을 제외한 고성능 로봇들은
다 파괴당하고 마지막에 플루토도 보라와 맞서다 파괴되는 것으로 그려지니까요.

 

어떻게 보면 아쉬운 마음에 급히 용두사미가 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지만
상당히 재미있게 읽은 것 같습니다.

 

 
뭐 이러저러한 내용들을 떠나서 만화라는 속성 상 단 한컷의 장면만으로도 강한
느낌을 받게도 됩니다. 마지막 편에서는 플루토의 최후나 절규보다, 아톰의 각성보다,
고지 박사의 최후보다 헬레나와 아톰의 만남이 저에게는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몬스터'만큼은 아니지만 '21세기 소년'보다는 나았던 '플루토'였습니다.
Posted by Tony Kim :

1Q84

2009. 10. 10. 16:11 from BoOk/nOvEl

1Q84. 2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동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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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분량이 만만치 않은 두권의 책을 읽고 나면 어리둥절한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는게 마치 산을 오르다가 아직 정상은 (내려 오는 길은 차치하고) 더 가야할 것 같은데 길이 끊어진 듯한 생각을 받기 때문이다. '뭐야 끝난거야?' 이런 느낌이라고 할까? 아오마메는 이렇게 길 중간에 내팽겨쳐지는 것도 그녀답지 않고 (아니면 하루키답지 않고.) 덴코도 이제 단서를 잡은 홈즈와 같아서 흐릿한 모습으로 모든 것이 불분명하게 물음표를 하나씩 머리 위에 달고서 책 주위에 모여앉은 듯한 당황스러움이 편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하루키는 하루키.
 
무슨 느낌인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 건지 도대체 갈피를 못잡는 상황에서도 내용의 흡입력에 빠져들게된다. 다른 누군가가 하늘에 달이 두개 떠있는 소설을 썼다면 어떤 반응들이 돌아왔을까?

아무튼 첫번째 걱정은 끝. 하루키의 최근 인터뷰 내용에 의하면 소설은 계속 이어질 것이고 다음 편이 아마 내년 중순쯤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역시 그건 아니었다.) 아무튼 비정상적인 세상에서 비정상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진행이 될 것인지 기대가 된다. 아무리 자기 합리화를 해도 연쇄 살인범에 분명한 아오마메와 결국은 '나라면 할 수 있어'라는 의식이 기저에 깔려 대필작업에 말려든 덴코의 모습은 다소의 차이가 있어도 정상과는 거리가 있는 케릭터들이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도 범죄자가 되거나 자신의 재능을 낭비한 두 주인공의 삶의 이유가 될 수는 없었다.

어떻게 그리고 어떤 식으로 또한 그 수많은 의미가 모호한 소설 속의 장치들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건지를 궁금해하면서 다음 편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Posted by Tony Kim :

얼마전에 '사기 세가'를 드뎌 마무리를 했는데 다 읽고 난 다음의 소감은,

'무리해선 안된다.'

였습니다. 사기 본기를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그냥 쭉 나가자는 심정으로 사서 읽었는데 비슷한 논조에 글을 연달아 세권 읽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암튼 쉽게 뭐 읽을 수 있는 책이 없을까 해서 고른 책이 이 책입니다.

한비야씨는 뭐 많이 알려진 분이지만 사실 월드비젼 후원 가입하기 전까지는 그닥 관심이 없었습니다. '아 뭐 그런 사람 있구나.'정도. 그러다 월드비젼 후원 맺고 또 최근에 방송 출연도 하는 것도 보고 해서 알겠되었죠. 암튼 그래저래해서 사서 읽었습니다.

뭐 찾았던 것처럼 어렵지 않게 읽어내려갈 수 있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1권에서는 한비야씨가 15년 전쯤에 아랍과 아프리카를 여행했었던 내용들이 담겨져있습니다. 총 3권의 책으로 구성되어있는데 뭐.. 다른 책은 당분간 사서보지는 않아질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책의 내용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고 그냥 확 끌어당기는 것은 없다는 거죠.

사실 여러가지 유용한 점들이 많은 책입니다. 어쩌면 그렇게 쉽게 자신의 자리를 접고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용기도 부럽고 세계 각국의 구석구석의 사람들이 어떻게 지내고 생활하는지를 말해주는 것도 그리고 대신 그것을 접하는 것도 큰 재미입니다.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빈국의 모습은 어쩌면 자극적인 요소들로만 가득해서 마치 우리보다는 다소 열등하고 뒤떨어진 존재라는 식의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합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이 나름의 가치관을 가지고 나름의 행복을 추구하며 나름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는 그런 생각을 갖지 못하게 말이죠.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라는 말이 있는데 모두에게 공감할 만한 점을 주는 격언이 아닐까 싶습니다. 누가 더 나은 것이라고 말하기도 힘들 수 있고요.

Posted by Tony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