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에 해당되는 글 132건

  1. 2015.03.27 강철도시
  2. 2015.03.16 파운데이션
  3. 2014.07.07 헤이케 이야기
  4. 2014.07.04 얼음과 불의 노래
  5. 2014.03.28 블랙스완그린
  6. 2013.07.19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7. 2013.07.10 형제
  8. 2013.01.29 넘버 나인 드림
  9. 2012.04.04 화차
  10. 2012.02.22 숨그네

강철도시

2015. 3. 27. 16:08 from BoOk/SF

파운데이션 7권을 읽고 나서 내친 김에 아이작 아시모프의 "강철도시" 읽었습니다.

 

구글 Play Book에서 무료도서로 읽었는데 상당히 금방 읽을 있는 분량. 하지만 싼게 비지떡인지 아니면 전자책으로 나오기 전에 이미 그랬는지 암튼 번역이 엉망입니다. 원문을 보지 않아서 내용에서도 잘못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를테면 동일인들끼리 대화를 하는 같은 대목에서 처음에는 존대말을 하다가 중간에는 반말이 나오던지, 아니면 처음에는 안그렇던 것이 중간에 돌연 말투가 여성적이 된다던지… 대화 부호도 중간에 사라졌다, 나타났다 해서 지금 이게 대화문인지, 아니면 설명문인지, 대화문이라면 누가 하는 대화인지 등등 암튼 번역의 수준이 조악.

 

내용은 그리 대단할 것은 없습니다. 자연이 파괴된 지구에 고립되어있던 지구인들이 우주로 진출하게된 계기를 설명하는 에피소드라고 할까? 파운데이션을 읽었던 독자라면 주인공을 돕던 로봇 형사가 "파운데이션과 지구" 마지막에 달에서 만나게되는 다니엘로 다시 나타나게 된다는 점에 주목할 수도 있다는 . 오로라 행성도 책에 모두 소개되는데 크게는 파운데이션과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다시 얘기하지만 내용은 그리 대단할 없다는 . 그보다 느끼게되는 점은 잘못된 번역은 읽는 감동을 대폭 감소시킬 있다는 점 정도?

 

Posted by Tony Kim :

파운데이션

2015. 3. 16. 18:30 from BoOk/SF

파운데이션 7권을 읽고 나서 처음 들었던 생각은…? 처음 1권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 도서관에서 1권을 읽고 나서 2권부터는 e-book으로 7권까지 사서 봤는데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이 1권을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이 들다니.. 1권도 사서 봐야 되나?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은 지금으로부터 까마득히 훗날 은하제국 말기를 시작으로 500 간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인데 워낙에 시간을 배경으로 해서인지 주인공이 이야기를 끌고가는 통상적인 다른 소설과 달리 여러 인물들과 시대적 배경을 가지는 연대기 적인 성격을 가지고 이야기가 전개된다. 크게 보면 아래의 4부분으로 나뉘어진다는 게 본인 생각.

 

  1. 은하제국의 파멸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깨달은 심리역사학자 해리 셀던이 은하제국 외곽에 파운데이션을 설치하고 파운데이션 초기 악조건 하에 파운데이션이 자리를 잡아가는 시기
  1. 예측하지 못한 돌연변이 뮬의 출현으로 파운데이션이 위기에 처하지만 과학기술 기초의 1파운데이션 외에 해리셀던이 심리역사학자 중심으로 세운 2파운데이션에 의해 위기를 벋어나게 되는 시기
  2. 1파운데이션과 2파운데이션이 격돌하게 되는 가운데 1파운데이션의 상원의원이 은하제국의 기원인 지구를 찾아 나서는 시기
  1. 시간을 거슬러 해리 셀던이 어떻게 심리역사학을 수립하고 미래를 준비하게 되었는지를 다루는 부분 

 

여러 의견이 있을 있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작품 자체는 크게 문학성이라던가 그런 것을 기대하기 힘들고 이야기 자체도 독자를 정신없이 빨아들이는 것은 아니었던 같다. 그런데 7권이나 되는 소설은 돈을 10만원 가까이 들이면서 읽었단 말이지? 돈과 시간이 남아서? 아시모프의 소설은 첨이니까 암튼 그리고 유명한 소설이니까 하나쯤은 완독하자는 뜻에서? 기왕에 시작한 끝은 보자는 생각에서?

 

작품이 크게 매력적이지는 않지만, 상상력도 놀라울 것이 없고 반전도 아주 대단한 수준은 아니지만 연대기적 SF 처음이고 나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하고 ( 수작은 아니지만 평작 이하라고 폄홰라고 수도 없는) 그러저러한 사유로 완독을 했다. 그래서 책을 읽고 후에 가장 인상에 남는 부분이 어디었는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결론은 1에서 2권으로 이어지는 파운데이션 초기 이야기. 뒤의 부분은 사실 연대기의 일부이긴 해도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 연대기 장편소설이 끼워져있는 듯한 느낌이다. 실마릴리온 중간에 호비트나 반지의 제왕이 떡하니 박혀있는 느낌이랄까.

 

나중에 1에서 2권을 암튼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Posted by Tony Kim :

헤이케 이야기

2014. 7. 7. 19:11 from BoOk/hIsToRy

겐지모노가타리를 언젠가 읽어보려다 그 방대한 부피에 기함하여 포기하였는데, 우연히 도서관에 들렀다가 두 권으로 번역된 헤이케 이야기를 발견하게 되었다는 말씀. 이 정도는 괜찮다 싶어 읽어보게 되었다. 헤이케 이야기에서 헤이케는 平氏 家門이라는 의미의 平家인데 말 그대로 일본 헤이안 시대 때 권력을 잡았던 다이라 일가의 성쇠를 다룬 소설. 작품 자체가 승려들 사이에서 구전되어 오던 작품인지라 작가 미상인 고전인데 (마치 니벨룽겐의 이야기 같다.) 남들은 어떨지 몰라도 나름 재미있게 읽었다.

 

절대권력을 유지하던 다이라 일가가 리더 기요모리와 나름 합리적이었던 이인자 시게모리의 사망을 기점으로 겐지 일파의 저항에 점차 세력을 잃어가다 단노우라 해전을 마지막으로 완전히 몰락하게 되고 마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사실 단노우라 해전의 내용은 전에 코스모스에서도 언급된 내용이어서 아, 그 이야기가 이 시대적 배경을 가진 내용이었구나’,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단노우라 해전은 일본 역사에서도 나름 의미가 있는 것이 다이라와 겐지 가문, 두 세력이 맞서는 가운데 다이라 가문이 수도에서 퇴각하면서 삼종신기와 함께 가운데 안토쿠 천황을 수도를 떠나 피난지로 데리고 가게되고 이후 천황이 없는 수도를 장악하던 겐지 일파 또한 정통성 확보를 위해 새로운 천황을 옹립하게 되면서 두 명의 천황이 각 진영 별로 세워지는 전대 미문의 상황이 발생되었다는 점인데. 결국 단노우라 해전에서의 패배로 안토쿠 천황이 바다에 몸을 던져 자살하게 되면서 겐지 일파가 정국을 장악하게 된다.

 

헤이케 이야기는 기요모리의 전횡과 폭정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이야기를 끌고가지만 세력을 잃고 탄압 받는 측은 어느 편이라도 시종 동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작품의 기조는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권선징악 적인 측면이 강하지만 사실 이러한 고전은 내용에 앞서 작품 전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나 문체에서 더 많은 감동을 받는 것은 아닐까? 아래 안토쿠 천황의 마지막을 다룬 장면과 같이.

 

 

주상은 올해 겨우 여덟 살이 되셨으나 그 연세 또래보다 한층 점잖으시어 용모 미려함이 주위조차 환하게 비추더라. 머리채는 검게 늘어져 허리까지 출렁이는구나. 망연자실 어찌할 줄 모르는 기색으로 "아마님,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 하시오" 하고 여쭈시는지라 어리신 왕을 마주보며 눈물을 억누르고 말씀하시기를 "왕께서는 아직 알지 못 하시오이까. 전생에 십선 계율을 지키신 공덕이 있어 금세에 만승천자로 태어나셨으나 악연이 원인으로 이미 그 운도 다하셨나 이다. 우선 동쪽을 향하시어 이세 대신궁에 작별의 말씀 올리시고 그런 후에 서방정토의 마중을 받잡자 생각하시어 서쪽을 향하시고 염불을 올리소서. 이 나라는 숙산변토로 마음도 불편하실 것이니 극락정토 좋은 곳에 함께 가시지요" 하고울며불며 말씀을 올리시니, 산 비둘기 빛 어의에 머리는 좌우로 갈라 빗어 올리고 눈물로 얼굴을 적시며 작고 어여쁜 손을 합장하시고 우선 동쪽을 우러러 절하여 이세 대신궁에 작별의 말씀 올리시고 그 후에 서쪽으로 향하여 염불을 외셨는지라, 이위 마마는 그대로 주상을 품에 안고 말씀하시기를 "바다 물결 아래에도 왕궁이 있나이다" 하고 위로하시고천길 물 속으로 가라앉으시었다.

 

Posted by Tony Kim :

얼음과 불의 노래

2014. 7. 4. 17:35 from BoOk/fAnTasy

 


[합본] 드래곤과의 춤 : 얼음과 불의 노래 시리즈 제5부

저자
조지 R. R. 마틴 지음
출판사
은행나무 | 2013-09-30 출간
카테고리
장르소설
책소개
‘미국의 톨킨’ 조지 R. R. 마틴 일생의 대역작[얼음과 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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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의 게임 시즌 3의 피의 결혼식 장면을 보고는 더 이상 1년에 한번씩 나오는 시즌을 참을 수 없어 책으로 읽기 시작. 작년 말부터 금년 초까지 거의 이 책에 빠져들었었는데 (책은 2권부터 읽기 시작) 사실 책의 내용과 드라마는 크게는 아니더라도 다소 차이가 있다. (뭐 이를 테면 하운드가 브리엔한테 살해 당하는 것 같이) 드라마와 책의 내용을 비교하면서 서로를 보는 것도 재미 중의 하나. 얼음과 불의 노래라는 원작은 우리나라는 그다지 크게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지만 한번 읽어보면 정말, 진정, Really 최고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적당한 말이 없는 작품이 되시겠다. 이 엄청난 세계관과 무수한 등장 인물들의 사연들 그리고 얽히고 섥힌 사연. 혼자서 이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는 마틴 옹은 정말 천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된다. 작품 중에 용이나 화이트 워커 같은 비현실적 판타지 요소가 들어가 있다고 이 작품을 폄훼하려 하지 말 것. 호비트나 엘프가 나온다고 톨키엔을 비하하려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뭐 그러면 김용은 황당한 무협지 작가일 뿐인가?)

 

얼음과 불의 노래의 미덕은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선과 악은 명확하게 구분되어질 수 있는지, 선의가 항상 좋은 결과만을 만들어낼 것인지, 정의는 정말 언젠가는 승리하는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작품 전체에 녹아져 있다는 점이다. 물론 조프리 같은 절대 악인도 작품에서 등장하지만 (그리고 처참하게 살해 당하지) 선량함의 화신인 듯한 대너리스의 모든 행동들은 선의에서 비롯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좋게 결론이 나지는 않는다. 정의와 원칙을 따르려했던 네드 스타크는 또 어떤가. 그의 선택이 결국은 본인의 가문과 진영을 몰락시킨 것은 아니었을까? 명분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 명분을 뒷받침할 힘이 없다면 공허한 외침이 되어 무참히 짓밟히며 공감받지 못하는 진심은 굴레와 멍에가 되어 집요하게 앞을 옭아맨다.

 

무수한 군상들과 나라들의 방대한 사연들을 품은 얼음과 불의 노래는 현대의 고전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단지 이제 두 권을 남겨둔 지금 마틴 옹이 장수하여 무사히 작품이 마무리 되기만을 걱정할 뿐이라는.

 

Posted by Tony Kim :

블랙스완그린

2014. 3. 28. 13:48 from BoOk/nOvEl

 


블랙스완그린

저자
데이비드 미첼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3-12-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청소년기를 그린 소설 가운데재미로는 [호밀밭의 파수꾼] 이후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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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이 아름다웠다고 누가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을까. 돌이켜 보면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게 추억이라고는 하지만 나의 중고등학교 시절은 열등감을 떨쳐내려고 힘겨워하던 시기이자 진저리 나는 폭력에 시달리던 시간이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서 어머니께서 들려주신 선생님들의 이야기는 (들어내고 돈을 요구하고, 가식적인 애정을 과시하는) 그나마 남아있던 좋은 기억들도 착각이었다는 생각을 들게했다. 중학교 2학년 때 교생선생님이 내가 너희들 나이라면 어쩌고 하면서 중학교 시절의 무한한 가능성과, 미래를 결정지을 중요한 시기라는 등등의 얘기들을 늘어놓았다. 웃기는 소리다. 나이를 꺼꾸로 먹을 수도 없지만 다시 돌아간들 더 나아길거라고 그리 자신만만하게 얘기하는 것은 어이없다. (지금 다시 대입시험 보면 그때보다 잘 볼 자신있나?) 아직 닥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과거에 대한 미련은 보잘 것 없는 자기 변명에 불과하다.

 

제이슨 테일러는 포틀랜드 전쟁이 일어나던 1982년 블랙스완그린이라는 작은 동네에 살고있는 13살 소년이다. 아마 69년이나 68년생일 것이고 나하고 비슷한 또래라서 책을 읽다보면 귀에 익은 팝송이나 가수들이 언급되기도 한다. (언제적 가수냐.. 도나 섬머) 제이슨은 정말 생생하게 그 나이 또래의 아이가 가질 수 있는 모든 고민거리를 안고있다. 아버지는 권위적이고, 부모는 얼굴만 마주치면 으르렁대고, 누나는 히스테릭하다. 어느 순간 말더듬증까지 생겨 친구들에게 들킬까 안절부절하며, 딱히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어떻게 보면 남쪽으로 튀어의 지로가 연상되는데 (하긴 그쪽 가족들은 대책없이 사이가 좋지만) 심각한 학교 폭력에 왕따까지 소설 중반부가 넘어가면 시달리게 된다. 소설을 읽다보면 이런 지긋지긋했던 너의 과거가 기억나지 않냐?’라고 작가가 옆에서 얘기하는 듯한 생각이 들 정도다. 하긴 그렇다고 어른이 된 지금의 상황이 더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겠냐만서도... 나이가 많고 적고를 떠나서, 1980년대냐 2010년대냐를 떠나서 결국 생활은 지속적인 폭력으로부터의 저항과 자존감 쟁취의 연속이라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소설인 것 같다.

 

데이비드 미첼의 성장소설인 블랙스완그린은 분명 전작들의 독특한 구성과 다르게 완전히 평이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전작들과 연관된 인물들은 역시나 나온다는 것. 제이슨을 집요하게 괴롭히다가 나중에 호된 반격을 받게되는 닐 브로즈는 미첼의 데뷔작 "유령이 쓴 책"홍콩편에 나오는 영국인 변호사였고, 교구목사의 부인인 정신 사나운 그웬돌린 벤딩크스는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티머시가 갇히게 되었던 강제 요양원의 입주자 위원회 대표였었다. 상당히 비중있게 나왔던 마담 크롬린크는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작곡가 비비언 에어스의 딸로 등장했었다. 여기서는 우아 그 자체인 노부인이 되어 제이슨에게 시와 불어를 가르쳐준다. 그녀와 제이슨이 로버트 프로비셔가 작곡한 《클라우드 아틀라스 6중주》를 듣는 장면을 읽고 있노라면 작가는 다른 방식의 헤인 시리즈를 생각하는가 싶은 생각도 들게된다. (마담 크롬린크는 르 귄이 도대체 누구야?라는 식이었지만.)

 

Posted by Tony Kim :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3-07-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지금, 당신은 어느 역에 서 있습니까?모든 것이 완벽했던 스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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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니 오행이 사용된 것 같아 다소 흥미로웠습니다. 그런 점이 눈에 들어오다 보니 읽는 내내 그런 쪽으로 해석을 하게되더군요. 하루키의 이 신작은 다자키 쓰쿠루라는 주인공이 고교 시절 이후 절친이었던 5명의 모임에서 대학 입학 후 영문도 모르는 채 절교를 당하게 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이 모임은 주인공을 포함한 남자 3명과 여자 2명으로 이루어졌었는데 주인공인 다자키 쓰쿠루는 하루키 소설의 남자 주인공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다소 소극적이고, 내성적이지만 맡은 일에는 철두철미한 성격을 지닌 반면에 자기에게 닥친 사건은 타자화하는 듯한 성격을 가진, 극중 주인공 본인의 표현에 따르면 텅 빈 그릇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행에 연관되 생각하기 시작한 건 주인공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이름에 전부 특정 색의 한자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였는데요 주인공의 남자 친구 2명은 각각 청색과 적색을 의미하는 아오, 아카를 포함하고 (아카마쓰 게이 赤松 /오우미 요시오 青海 ) 여자 친구는 흰색과 검정색을 뜻하는 시로, 구로라는 한자를 이름 안에 가지고 있습니다. (시라네 유즈키 白根 柚木/구로노 에리 黒埜 ) 오방색으로 분류하면 청색과 적색은 양의 성격을 가지며 각각 동쪽과 남쪽을 상징합니다. 또한 를 뜻하기도 하고요. 백색과 흑색은 반면에 음의 성격을 가지며 서쪽과 북쪽을 상징합니다. 오행에서는 를 뜻하고요. 양의 성격을 가진 이름은 남성, 음의 성격을 가진 이름은 여성으로 분류가 되며 여기서 남는 것이 중앙을 의미하는 황색, 오행으로는 인데요. 비록 쓰쿠루가 이름에 색을 의미하는 한자를 포함하고 있지는 않지만 오행으로는 의 위치에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쓰쿠루라는 이름이 한자로 인데 만물을 키워내고 만들어내는 것은, 그리고 앞의 사행을 품어내는 것은 결국 의 역할이니까요. 쓰쿠루가 모든 물류와 이동의 연결점인 기차역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어느 정도 관련성을 가지게됩니다. (음양오행도에서 는 정중앙에 위치하여 나머지 사행을 연결하여 주는 위치에 놓여있습니다.)

 

나고야의 고교시절에 형성된 우정은 책 속의 묘사에 따르면 거의 완벽한 관계를 유지합니다. 주인공은 개성이 넘치는 네 친구들 가운데에서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이렇게 무미건조한 위치라는 생각을 가지지만, 본인이 이런 그룹에 속하게 된 것은 대단한 행운이라는 생각을 가지며 어울리게 되고요. 대학에 진학을 하게 되면서 나머지 친구들은 고향인 나고야 근처의 학교로 진학하지만 주인공은 기차역과 관련된 전공을 공부하기 위해 도쿄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을 하게됩니다. 그리고 얼마가 지나 영문도 모르는 채 나머지 네 명의 친구들에게서 절교를 당하게 되고요.

 

소설은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고 한참이 지나 주인공이 36이 된 시점에서 시작하게 됩니다. 한때 큰 충격을 받았던 주인공은 어떻게든 그 시절을 극복해냈고, 36의 나이에 이르러서야 새로운 애인에게 과거 친구들로부터 절교를 당했던 경험을 고백합니다. 그리고 애인의 충고에 따라 이미 십수년이 지난 그 사건에 대해 이유를 찾게되는 긴 순례의 과정을 시작하게 됩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소설은 하루키의 다른 작품보다는 대표작인 노르웨이의 숲을 많은 점에서 연상하게 합니다. 다른 작품에서 보이던 이분법적인 세계관 구도가 없어졌고 (아니면 굉장히 완화되었고) 비록 애인 관계는 아니지만 시로가 혼돈 속에 죽는 점도 노르웨이의 숲의 나오코를 연상시킵니다. 책의 마지막에 애인인 기모토 사라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것도 노르웨이의 숲의 미도리를 찾는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사람들이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에 열광했었던 많은 이유들이 있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마지막에 주인공이 미도리에 대한 사랑을 깨닫게 되는 과정이 인상 깊었었습니다. 이 작품에서도 쓰쿠루는 사라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것으로 작품을 마무리합니다. 돌이켜보면 거절 당하는 것이 두려워 진심을 표현 못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인생을 살며 두고두고 후회할 점을 남기게 되죠. 그녀가 그의 사랑을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누구든 인생에 시련을 겪으면서도 소중한 것을 찾고 지키는 것처럼 중요한 것은 없으니까요.

Posted by Tony Kim :

형제

2013. 7. 10. 15:34 from BoOk/nOvEl

 


형제

저자
위화 지음
출판사
X휴머니스트출판그룹(구)휴머니스트_강남 | 2007-07-02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한국인이 가장 열광한 대륙의 작가 위화의 장편소설 [형제]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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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의 형제는 총 3권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의붓형제인 이광두송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1권이 문혁을 전후한 시기의 소년기가 중심이라면 2권과 3권은 개혁개방 이후 현재에 이르는 중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세권의 책을 모두 읽고 나서의 느낌이라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2권 정도의 시기에서 이야기가 마무리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형제” 1권을 읽기 시작하면 정말 대단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됩니다. 두 의붓형제의 부모가 되는 이란송범평의 이야기가 1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작가는 읽는 이가 때로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게 하다가도 한편에서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게하는, 글을 읽는 내내 독자가 소설 속의 내용과 주인공에 공감하게 만드는 놀라운 글쓰기를 보여줍니다. 주인공 이광두의 어머니인 이란의 이야기는 어쩌면 이 소설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이끌어가는 기둥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은데 가난하며 보잘 것 없던 미망인인 그녀가 기적처럼 송범평과 인연을 맺고, 그녀는 송범평에게서 평생 느껴보지 못한 사랑을 받게됩니다. 문혁의 광기에 송범평은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지만 그녀 평생에 잠시나마 누릴 수 있었던 사랑의 기억은 피도 섞이지 않은 두 남자를 형제로 강하게 엮어주며 1권 마지막에 송강이 이란의 무덤가에서 홀로 엄마 안심하세요. 밥이 한 그릇 밖에 없으면 꼭 광두를 먹일게요. 옷이 한 벌 남으면 꼭 광두를 입힐게요.”라며 맹세하게 되는 바탕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권을 시작으로 두 형제의 삶은 전혀 다른 괘적을 따릅니다. 이광두가 개방개혁의 시기에 때로는 인맥으로, 때로는 사업가적 Mind로 승승장구하며 부를 쌓은 반면에 송강은 사랑하는 부인을 맞이하여 소박한 가정을 꾸리지만 점점 도태되어 생활 자체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몸 마져도 돌보지 못하는 상황에 빠지게 되고맙니다.

 

2권까지는 그랬다고 하더라고 3권에서의 Episode는 어안이 벙벙하게 합니다. 전국처녀대회니 인공 처녀막이니 하는 내용도 어안이 벙벙해지는데 송강은 동업자의 꼬임에 빠져 인공가슴 수술까지 받아 몸을 망치는 설정부터 이광두와 송강의 처인 임홍의 불륜에 이르게되면 작가가 나름 현대 중국의 성공의 이면에 발생되는 인간성 상실과 심각한 빈부차로 인한 도덕적 병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1권과 2권까지 이어지던 공감대가 한 순간에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한 상황에 엉켜버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3권에서의 과장된 전개에도 불구하고 형제1권만의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소설이라는 느낌입니다. 이란이 송범평과 함께 주위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시내를 걷던 그 내용만으로도 말이죠.

Posted by Tony Kim :

넘버 나인 드림

2013. 1. 29. 19:31 from BoOk/nOvEl


넘버 나인 드림

저자
데이비드 미첼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2-10-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필립 K. 딕의 [블레이드 러너]가 잭 케루악을 만났을 때 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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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상상력의 표현에 치우치다보니 혼란스러우면서도 방향성을 잃어버린 소설이 되어버렸다는 느낌. 데이비드 미첼의 소설은 이편을 포함, 현재까지 3권이 번역되어 있다.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독창적인 방법으로 옵니버스화하던 다른 두 편에 비해 본 작품은 구성이 다소 다른데 주인공의 기준에서, 때로는 상상으로, 때로는 읽고 있는 소설이나 편지로 프레임을 나누어 구성했다는 차이점이 있다. 문제는 이러한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이 그 나름의 연계성을 가지지 못한 것 같다는 점이며 이로 인해 독자들과의 공감대를 쉽게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갑자기 야쿠자의 잔인한 폭력을 다루다가 일제 자살특공대의 일화를 들고 나오고 그러다 염소작가의 모험기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이야기 각각도 나름의 독창성을 확보했다기보다 가끔은 지루했으며, 왜 이런 이야기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나 이해하기가 어려웠다는 점이 문제.

 

야쿠시마 출신의 미야케 에이지는 누나인 안주와 같이 야쿠시마 외가에 청소년 시기를 보내다 아버지를 찾아 도쿄로 온다. 사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는 것이 남매는 사생아로 어릴적부터 아버지에게서 버림받았기 때문. 무절제한 생활을 하던 어머니는 계속되는 시련에 알코올 중독으로 병원을 들락여 남매만이 서로 의지하며 친척들 손에 맞겨져있었는데 그 와중에 누나마저 자살하게 된다. 주인공은 다른 이유보다 생부를 한번이라도 보고 싶다는 마음에 무작정 도쿄로 상경하는데, 아버지를 만나려는 과정 중에 여러 사건들에 휘말리게 된다. 결국 여러 어려움과 곤경이 있었지만 미야케는 애인도 만들고, 아버지와 스치듯 만나며, 어머니와는 화해하게 된다.

 

나름 작품에 대한 이런 평가가 올바르지 않을 수도 있다. 이를테면 이 작품이 집중하는 것은 독창적이고 환상적인 구성에 있는 것이지 개연성이나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한 숨은 코드가 있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지루했다. 책을 다 읽기까지 두달이 넘게 걸렸다. 몰입하여 빠져들기에는 너무 산만하고 일관성 없는 작품이었다는 느낌.

Posted by Tony Kim :

화차

2012. 4. 4. 07:03 from BoOk/nOvEl


화차

저자
미야베 미유키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2-02-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현대사회의 맹점과 어둠을 그려낸 미야베 미유키의 대표작!일본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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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돌아보면 살면서 가장 혼돈스러웠던 순간은 대학 다닐 때였던 것 같습니다. 미래는 불확실하고 뭐 하나 분명한게 없었던 그때가 당시에는 정말 참기 힘들게 느껴졌었습니다. 어떻게든 빨리 안정이 되고 싶었다고 할까. 빨리 직장도 결정이 되고 반려자도 결정되고 모든 것이 눈 앞에 확실해지는 순간이 어서 와서 그리고는 더 이상 모호할 것도 없는 상황에서 주어진 상황에 집중할 수 있기를 바랬었죠.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과연 인생에 그런 순간이 있기는 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불확실성은 모든 욕망에서 비롯되는 번뇌로 비롯되는 건 아닌가, 안정은 결국은 신기루 같은게 아닌가하고 말이죠.

화차는 생전에 악업을 저지른 자들을 지옥으로 실고 가는 불수레라고 책 서두에 밝힙니다.

그녀는 단지 행복하고 싶었을 뿐이었죠. 평범한 행복을 느끼고 싶었는데 세상은 그녀를 달콤한 미래라며 유혹하며 지옥으로 끌고 내려갔었습니다. 작품의 마지막에 교코를 쫓던 혼마는 이 얼마나 작고 가냘픈 여인인가라고 속으로 되내입니다.

잔혹한 살인범인 교코에게 우리가 동정을 하고있다면 결국은 우리의 삶도 언제든 유리와 같이 쉽게 부서질 수 있다는 불안안 현실에 대한 공감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책을 읽고 들었었습니다.
Posted by Tony Kim :

숨그네

2012. 2. 22. 12:02 from BoOk/nOvEl
숨그네 (양장)
국내도서>소설
저자 : 헤르타 뮐러(Herta Muller) / 박경희역
출판 : 문학동네 2010.03.31
상세보기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는 굳이 나누자면 수용소 문학으로 분류가 될 수 있는 작품인데요 수용소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솔제니친의 수용소 군도’, ‘이반 데이소비치의 하루같은 작품들도 여기에 나뉘어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조금 이 작품이 특이하다고 굳이 말을 하자면 기존의 수용소 문학 작품은 공산독재국이나 (중국이나 소련 치하의) 파시스트 정권하에서 탄압받던 자국민이나 피지배민 (주로 유태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다면 이 작품은 이차대전 이후 공산화된 루마니아 정권 하에서 소련으로 강제 소집된 독일계 루마니아인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고보면 우리나라는 정말 착한 국민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해방 이후 식민지 시대에 있었던 과거사에 대해 이런 보복적인 조치는 거의 없었던 것 같으니 말입니다. 5년 만에 바로 전쟁이 터진 것도 이유가 될지 모르겠지만 일본인에 대한 보복은 고사하고 자국의 매국노에 대해서도 관대하기 이를 데 없었으니 선한 건지 배알이 없는 건지 가끔 헥갈리곤 합니다. (누구는 이웃나라에 남아있던 독일인도 아니고 독일계까지 강제 수용소에 쳐넣어서 보복을 하는데 말이죠.)

 

작품의 취지와는 좀 동떨어진 Comment였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전쟁범죄와는 아무 상관없던 독일계 루마니아 인들을 노동수용소에 강제 소집하여 학대하는 것은 정의와는 아무 상관없는 집단의 폭력에 불과하니까요. 작품은 사실에 기조하여 작성된 작품입니다. 저자와 지인관계이던 오스타 파스티오르라는 여성의 경험담에 기초한 작품인데 주인공은 17세의 게이 소년 레오로 설정하였습니다.

 

작품은 시간의 흐름으로 전개되지만 구조는 Episode식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Episode Episode간의 연속성이 다소 느슨하여 사실 작품에 몰입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고통스러운 상황이 모호하면서도 자기 중심적인 묘사로 나열되어 독자의 마음까지도 무겁게 짖누르는 것 같더군요. 아무튼 꽤 오랜 시간에 걸쳐 읽었습니다.

 

주변의 사람들이 하나둘 희생 당하는 중에도 레오는 결국 살아남아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상처 받은 영혼은 장소만 바뀌었을 뿐 계속 고통 받게 되죠. 폭력은 아무 정당성도 주지 못한다는 것을 새삼 되뇌이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Posted by Tony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