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사기 세가'를 드뎌 마무리를 했는데 다 읽고 난 다음의 소감은,
'무리해선 안된다.'
였습니다. 사기 본기를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그냥 쭉 나가자는 심정으로 사서 읽었는데 비슷한 논조에 글을 연달아 세권 읽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암튼 쉽게 뭐 읽을 수 있는 책이 없을까 해서 고른 책이 이 책입니다.
한비야씨는 뭐 많이 알려진 분이지만 사실 월드비젼 후원 가입하기 전까지는 그닥 관심이 없었습니다. '아 뭐 그런 사람 있구나.'정도. 그러다 월드비젼 후원 맺고 또 최근에 방송 출연도 하는 것도 보고 해서 알겠되었죠. 암튼 그래저래해서 사서 읽었습니다.
뭐 찾았던 것처럼 어렵지 않게 읽어내려갈 수 있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1권에서는 한비야씨가 15년 전쯤에 아랍과 아프리카를 여행했었던 내용들이 담겨져있습니다. 총 3권의 책으로 구성되어있는데 뭐.. 다른 책은 당분간 사서보지는 않아질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책의 내용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고 그냥 확 끌어당기는 것은 없다는 거죠.
사실 여러가지 유용한 점들이 많은 책입니다. 어쩌면 그렇게 쉽게 자신의 자리를 접고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용기도 부럽고 세계 각국의 구석구석의 사람들이 어떻게 지내고 생활하는지를 말해주는 것도 그리고 대신 그것을 접하는 것도 큰 재미입니다.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빈국의 모습은 어쩌면 자극적인 요소들로만 가득해서 마치 우리보다는 다소 열등하고 뒤떨어진 존재라는 식의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합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이 나름의 가치관을 가지고 나름의 행복을 추구하며 나름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는 그런 생각을 갖지 못하게 말이죠.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라는 말이 있는데 모두에게 공감할 만한 점을 주는 격언이 아닐까 싶습니다. 누가 더 나은 것이라고 말하기도 힘들 수 있고요.
'BoOk'에 해당되는 글 133건
- 2009.09.28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1
- 2009.08.05 협상의 10계명
- 2009.05.26 추억의 학교
- 2009.04.19 사다리 걷어차기
- 2009.02.23 사기본기
- 2009.01.15 콜레라 시대의 사랑
- 2008.12.02 Watchmen
- 2008.11.13 The Road
- 2008.11.03 아메리카
- 2008.10.01 부의 미래
사실 내가 찾아서 읽은 책은 아니고 상무님이 우리 파트원들에게 읽어보라고 몇권을 사주셔서 뭐랄까... 거의 회람하는 분위기에서 읽게된 책이다. 이름도 거창한 IGM 세계경영연구원 협상스쿨의 강의 내용을 첵으로 묶어서 낸 것이라고 하는데 우리회사 CEO께서 권장하시는 코스에 아무래도 다녀오셔서 읽어보라고 주신 듯하다.
요약하면 아래의 내용이 협상의 10계명인데...
제1계명 요구에 얽매이지 말고 욕구를 찾아라
제2계명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는 창조적 대안을 개발하라
제3계명 상대방의 숨겨진 욕구를 자극하라
제4계명 윈윈 협상을 만들도록 노력하라
제5계명 숫자를 논하기 전에 객관적 기준부터 정하라
제6계명 합리적 논거를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라
제7계명 배트나를 최대한 개선하고 활용하라
제8계명 좋은 인간관계를 협상의 토대로 삼아라
제9계명 질문하라, 질문하라, 질문하라
제10계명 NPT를 활용해 준비하고 또 준비하라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뭐 다 좋은데 10개는 안되더라도
1번 : 세상 일이 그렇게 책과 같이 간단히 진행되는 건 아니다.
2번 : 그리고 Win Win이라는 말을 자주는 쓰지만 그렇다고 상대방 잘 되는 것 사실 좋아하는 상사는 별로 없다.
3번 : 합리적 논리도 사실 비슷한 위치에서나 들어먹지 차이가 많이 나면...
4번 : 질문하고 질문하고 질문하면 사람들이 짜증낸다.
5번 : 숫자 없는 객관적 기준은 좋아하지도 않고 나 혼자 그렇다고 우길 수는 없다.
6번 : 암튼 우리나 딴 놈이나 힘 센 놈이 장땡일 경우가 많이 있다.
그리고 책에 대해서는 정말 딱 한마디만 하고 싶다.
너무 날로 먹으려고 하지마세요.
"You can negotiate anything."을 넘어서는 협상책은 정말 찾아보기 힘든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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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반니 모스카의 "추억의 학교"를 읽었습니다.
이 책은 사실 이번에 첨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중학교 때 쯤에 읽고 다시 찾아 읽는 책입니다. 당시에 집에 어머니가 ABE 전집을 사오셔서 "나의 학교, 나의 선생"라는 제목으로 엮어져서 재미나게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몇몇 기억 나는 책들 중의 하나가 이 책이었습니다.
뭐 중학교 때니까 하도 오래 전의 일이고 새까맣게 잊고 있다가 불현듯 몇 달 전에 이 책을 포함해서 몇 권 전에 읽었던 생각이 나더군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인터넷을 뒤졌는데 다른 책들은 찾기가 힘든 상황에서 이 책은 아직도 다른 출판사를 통해서 판매되고 있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워낙에 재미있게 읽었던터라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주문했습니다.
뭐 결론을 말하자만 아니 읽으니만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그렇게 예뻐보이던 여자애가 마치 너무 촌스러워진 것처럼 책을 읽는 내내 너무나도 가벼운 감상과 감성에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이었습니다. 결코 두꺼운 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책 한 권 읽는데에 한달이 넘게 걸렸습니다.
어쩌면 '어린아이일 때는 말하는 것도 어린아이와 같고, 생각하는 것도 어린아이와 같으나 어른이 되고 나면 어린아이 때의 일을 잊는다.'는 성서의 구절이 연상되기도 하더군요.
나이가 들기는 들은 것 같습니다.
장하준 교수의 책은 처음으로 읽어봤는데 흠 뭐... 일종의 역사적 사례에 입각한 경제 비판서 쯤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책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크게 법제도, 경제정책 적인 측면에서 지금의 선진국들이 미처 선진국이 되기 이전 그러니까 Under Develped Country 수준이었을 때 펼쳤었던 각종 경제 정책이나 사회제도, 법제도 등이 지금의 후진국의 그것에도 크게 미치지 못했었거나 아니면 도입을 꺼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선진국이 되고 난 상황에서는 (다소 위선적이게도) 지금의 후진국들에게는 강요, 설득하고 있다는 것이 대략적인 내용입니다.
대학원에 가기 전까지는 뭐 공대 출신이었던 관계로 전혀 그런 이론이나 학습을 받은 적이 없었는데 대학원에 진학한 이후로 첫학기에 경제학을 배우면서 인상 깊었던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자유무역이론이었습니다. 다수의 경제 주체가 시장을 개방하게 되면 비록 한 경제주체가 다수의 생산 활동에서 상대방에 비해 절대 우위의 위치를 가지지 않더라도 비교 우위를 갇게되면 비교 우위를 가지는 산업에 집중함으로서 시장 개방에 참여한 일원들의 시장 규모가 커지는 Win-Win 상황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론인데 첨에 내용을 듣고있자면 눈이 번쩍 뜨일만큼 매혹적인 내용이라지만 바로 뒤따라오는 의문은 어쩔 수가 없더군요.
단순히 Tom과 John의 결정이라면 뭐 Tom은 비교 우위를 가지지 않는 토마토 재배를 그만 두고 돼지사육에만 집중하면 되겠죠. 그렇지만 사실 국가 단위로 그 내용이 확대하게 되면 경우가 틀리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게됩니다. 그러면 미국하고 시장을 개방하기로 했다면 우리는 비교 우위가 없는 사업은 모두 그냥 포기하고 사다가 써야된다는 얘기인데 (아니면 규모를 현저히 줄이던가.) 그러면 평생 그 일만 하던 사람들은 갑자기 어디로 가야되지? 소 치던 사람들을 전부 갑자기 반도체 공장에 가서 일하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되더군요. 그리고 경제 인프라가 미쳐 가춰지지 못한 국가들의 경우 비교 우위를 가지지도 않고 있고 앞으로도 왠만해서는 가지기 힘든 뭐 중화학이나 기타 초기 투자가 장기적이고도 전략적으로 이루어져야될 그런 대형 산업들은 애시당초 포기하고 앞으로도 수백년 동안 뭐 그냥 지금까지 해왔던 것 같이 저부가가치 사업에나 몰빵해야된다는 건가 하는 의문 말이죠.
저자는 자기들도 저개발국가였었을 때 보호 무역정책, 관세정책 등등의 정책적인 수단과 방법들을 총동원해서 전략산업을 유치 발전시키려고 했던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에 와서 (뭐 우리가 잘먹고 잘살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그게 너희들에게 더 나은 방법이라면 사실을 호도하지는 말자고 합니다. 물론 책을 읽다보면 몇몇 사례에 있어서는 다소 억지스럽지 않나라는 생각도 없지않았습니다. 이를테면 17세기 18세기에 이러저러한 정책들을 사용했었다, 아니면 그런 정책을 도입하지 않았다 라는 건 뭐랄까 암튼 2~300년이라는 시간 전에 누가 봐도 명백한 오적용 사례를 그럼 그냥 니들도 그때 그랬잖아라는 식으로 지금 적용해도 되냐는 거죠. 시행착오나 잘못된 정책들에 대해서는 지금의 시점에서 동일한 문제를 반복해서는 안된다는 건 누가 봐도 당연한 얘기니까요.
기득권이라는 건 무시무시해서 사실 이렇게 글을 쓰는 내 자신도 내가 몸 담고 있는 조직의 상품이 이를테면 중국에서 짝퉁이라도 만들어서 팔아된다던가 아니면 무역 규제를 통해 통체로 시장이 사라졌다는 얘기를 듣게되면 그로 인해 나의 소득이 감소하거나 일자리가 위태로워진다면 열을 내게될 것은 분명합니다. 너 지금 받는 연봉이 그 나라 사람의 몇배라느니 라는 소리를 듣게되면 뭐라고 할까요? So What? 어쩌라고? 세계 경제는 이미 WTO니 뭐니 하는 여러 조약과 기관들로 이미 개방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문제가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북한의 사례를 보더라도 Closed economy는 답이 아니라는 것도 어느정도 공감대를 형성한 사항이고요. 하지만 전략적인 선택의 여지마저도 박탈해버리는 강대국의 횡포가 자유무역 정신의 기초가 되어서는 않된다는 것을 저자는 강조하고 있습니다. "니들도 예전에 그랬잖아."라면서 말이죠
사마천의 사기는 본기, 열전, 세가, 표, 서 다섯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최근에 본기 번역본을 찾게되서 사보았다. 연달아 읽기는 뭐해서 다른 책 한권 읽고 다음에 세가를 사서 볼까 생각 중이다.
사기 본기는 인물 위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열전이나 세가와 달리 오제 때부터 시작해서 한무제까지 제왕 중심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구성되어 있다. 오제본기, 하본기, 은본기 등의 내용은 아무래도 오랜 시간이 지나 집필이 되서인지 내용이 단편적이어서 마치 삼국사기를 읽었을 때의 느낌이 드는데 진시황본기로부터는 사마천이 생존하던 시기와 아무래도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은 이유에서인지 상세하고도 치밀하게 기술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초한쟁패의 역사를 재미있게 읽었던 사람이라면 본기도 재미있게 볼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초한쟁패의 사서나 소설이 아무래도 진시황 말기로부터 시작되던 것을 생각하면 훨씬 전의 역사로부터 이해가 가능하게 되며 또한 한고조 이후의 여태후까지의 역사의 흐름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소설만큼 세세한 묘사는 아닐지라도 나름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해준다. 열전의 내용을 다시 꺼내어 봐도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사실 열전만을 볼 때는 역사적인 전후 관계에 대한 이해나 지식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놓칠 수 있었던 의미들을 다시 곱씹어 볼 수도 있지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기의 우수함은 역사의 나열에 그치지않은 사마천의 문학성에 있지않나하는 생각이다. 사실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비교를 하자면 삼국사기의 내용은 부끄러울 정도로 부실하다. 삼국사기의 단순한 사건의 나열과 그나마도 부족한 내용을 보면 작가의 역량 또한 영향을 미치지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大風起兮雲飛揚 큰바람 불어 구름 흩날리고
威加海內兮歸故鄕 위세가 해내에 떨쳐 고향에 돌아왔네
安得猛士兮守四方 어떻게 하면 맹사를 얻어 사방을 지키게 할까
유방이 천하를 평정하고 고향인 패현에 들러 잔치를 열면서 아이들에게 부르게하였던 '대풍가'로 사기 내의 기록에 의하면 유방은 이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촌구석 건달 출신이었던 유방이 천하를 평정하여 천자가 되었을 때의 감회를 이만큼이나 공감할 수 있게 묘사할 수 있는 것은 사마천이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사기의 우수함을 논하는 자체가 사기에 대한 모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을 읽었습니다.
뭐랄까. 좀 차별화가 되는 Love Story이기는 합니다. 대부분의 Love Story가 한참 젊은 20~30대의 주인공들을 내세우는 반면에 이 소설은 10대에 만났던 두 연인이 70대가 될 때까지, 그리고 70대가 되어서야 연결이 되는 것으로 그려지니까요.
플로렌티노 아리사는 우체국에서 일하던 젊은날 우연히 페르미나 다사를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지지만 페르미나의 느닷없는 변심으로 둘은 헤어지게 되고 그로부터 정말 기나긴 기다림이 시작되게 됩니다. 소설은 크게 플로렌티노, 페르미나 그리고 그녀의 남편인 우르비노 박사의 일상을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뭐 내용이야 소설을 읽어보면 되는거지만, 굉장히 지루하게 읽은 소설이라는게 솔직한 인상입니다. 남미 사람들을 만나본 적도, 아는 사람도 없으니 선입견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뭐랄까. 남미형 마초의 일대기라고 해야되나, 그런 생각도 들었고요. 누구에게는 지고지순의 기다림으로 보일 수도 있었겠지만 글쎄... 그러면 플로렌티노가 거쳐간 그 수많은 여인들의 불행은 어떻게 받아들여야되나 라는 생각도 들고, 마침내 이루어진 페르미나와의 사랑도 이건 사랑이라기보다 마침내 달성한 고지 점령이라고 해야되지 않나... 뭐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여자를 마침내 정복했다, 라는 식의 해석말이죠. 페르미나가 유배 이후에 고향으로 돌아와 플로렌티노를 시장에서 다시 만나고, 뭔가 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일방적으로 감정이 변하여 이별을 통보하는 것도 남성이 가지고 있는 여성에 대한 여러 편견 중의 하나를 나타낸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고요. (여자는 원래 그래. 변덕이 심하잖아. 이러쿵 저러쿵...)
뭐 암튼 개인적인 생각이 그랬습니다. 누구는 '독일인의 사랑'을 읽으면서 지고지순의 무결점, 청정 사랑을 보았는지 몰라도 제 눈에는 잔인하기 짝이 없는 변태적인 묘사로 보인 것 처럼요.
살면서 이렇게 힘들게 읽은 만화책은 첨이다. (그래픽 노블이라고 해야 하나?)
Watchmen.
Time 선정 100대 영문소설에 유일하게 포함된 DC Comics의 장편 만화다. 당최 Story telling도 난해해서 (중간 중간에 끼어드는 해적 얘기는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건가?) 책을 덮고나니 한번 더 봐야겠구나,라는 생각 뿐. Watchmen에서의 Hero들은 여타 DC Comics의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과 같이 특이한 초능력의 소유자라기보다 그냥 영웅심에 아니면 재력을 바탕으로 코스튬을 걸치고 행동하는 자경단 같은 수준이다. (닥터 맨허튼 빼고) 거기에다 이야기는 킨법령 제정 이후 로어쉐크를 제외하고는 거의 은퇴하고 난 상황에서 전개되는지라 나이트 아울 같은 경우는 배 나온 중년 아저씨, 우리가 기대하는 영웅의 이미지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게 묘사된다.
Hero 중의 하나였던 코미디언의 죽음으로 시작되는 Watchmen은 그 어떠한 가치도 폭력에 의존해서는 참담한 결과만을 초래할 뿐이라는 점을 이야기하고져 한 것 같다. 뉴욕 시민의 1/3을 희생시킨 거짓 평화를 지지하거나 눈 감는 영웅들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무기력하게만 느껴진다.
지금 뭐 영화화되고 있다고는 하는데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도 관전 Point.
'The Road'라는 책은 작년 이맘때쯤 처음으로 알게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는데 어떤 신문에 추천도서로 나와서 수첩에 메모를 해놓았었다. 하지만 작년말은 홍루몽의 바다에 빠져있던 참이라서 뭐 다른 책에 손이 가지도 않았고 자연히 우선 순위에서 밀리게 되었다.
금년 들어서도 작년에 너무 소설만 읽은 거 아닌가 싶어서, 뭐 다른 종류의 책에 손이 먼저 가서 등등의 이유로 계속 인연이 없다가 카프카 책 읽고 나니까 막상 손이 가는 책이 없어서 조금 주저주저 하다가 (롯데마트에서는 카트에 집어넣었다가 반품하기도 했다.) 사서 읽었다. 뭐랄까... 다른 책은 그런 경우가 별로 없었는데 'The Road' 같은 경우는 그랬던게 책 Cover에 대문짝 만하게 '감히 성서에 비견될 만한...' 어쩌구 저쩌구 써놓은게 뭐랄까 신뢰감을 떨어뜨렸다고 해야되나. 암튼 그 표지는 계속 눈에 거슬려서 책을 조금 읽다가 벗겨내서 책을 읽은 동안은 치워두었었다. (잘은 몰라도 읽어본 바로는 성경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다.)
각설.
코맥 매카시의 소설인데 작가는 뭐 우리나라에서는 그닥 흥행에 성공하지는 않았지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영화의 원작자로 더 알려져 있다. (나는 영화도 첨에 좀 보다 말았다. 한 10분?) 'The Road'는 읽는 사람에 따라서는 굉장히 불편한 소설이 될 수 있다. 우선은 다루고 있는 내용의 비참함은 차치하더라도 작가는 어떠한 이유로 세상이 황폐해졌는지 소위 식인종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그러저러한 배경에 대해 전혀 설명이 없다. 단지 모든 것이 파괴되어 지상에는 새 한마리 날지 않을 정도로 철저하게 파괴되고 난 후를 배경으로 해서 어딘가 있을지 모를, 정상적인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을 찾아가는 아버지와 아이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특히 그 나이쯤의 아이를 가진 부모들이라면 감정 이입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 빨리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거칠고 아이는 부서질 듯 연약한데 어디에 있을지 자신조차 확신할 수 없는 희망을 찾아 떠나는 이러한 악몽 같은 여정은 책을 읽는 내내 독자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다. 어떤 면으로 보면 이 책은 마지막에 마음의 상처를 받는 대상이 아이라는 점이나, 그 이외에는 아무 의지할 곳이 없었던, 모든 희망을 기대할 수 있었던 그러한 대상을 마지막에 상실하게된다는 점에서 상당 부분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마지막 소년이 숨진 아버지 옆을 떠나지 못하고 우는 모습에 거실에서 혼자 책을 읽으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참기 힘들었다. 극한적인 상황을 그렸지만 모든 사람들이 결국은 험한 세상에서 가족들을 위해 때로는 양심에 어긋나는 짓을 해가면서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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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카프카에 푹 빠진 적이 있었다. 창원에 있었을 때 쯤으로 생각되는데 그때는 카프카 책이라면 뭐 일단 읽고 보자라는 식이어서 많이 사서 읽었었는데 카프카 단편집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지금도 그 책이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단행본 책 안에 '변신','유형지에서' 같은 단편들이 통째로 모여있는데 그 중에서도 '시골 의사'를 읽고서는 완전 뻑이 가버렸었다. 세상에 이런 환상적인 묘사라니. 그런데 문제는 카프카가 워낙에 빨리 요절을 해서 인지 작품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에 있다. 카프카의 장편도 단지 세편뿐인데 그나마도 2편은 미완이라는 평가를 받고있다. 한 10년 전쯤으로 기억하는데 암튼 '심판'하고 '城'도 그때 읽었었다.
나머지 미완성 소설인 '아메리카'는 일단 정말 심하게 미완성이라는 평도 있었고 해서 '城'을 읽고서의 그 찜찜함에, 그리고 뭐 다소 손이 안가는 제목 때문에도 읽지않고 있었다. 그러고 있었는데 10월 초에 갑자기 카프카 소설이 읽고 싶어지는게 아닌가. 그러고 보니 집에 남아있는 카프카의 책은 첨에 읽은 그 단편집이 유일했다. 도대체 결혼전에 내가 사서 봤던 그 많은 책들은 어떤 놈이 다 들고 간거냐. 암튼 생각난 김에라고 뭐 크게 고민할 필요없이 읽지않고 남겨두었던 '아메리카'를 사서 읽었다.
뭐 카프카의 평에 빠지지않고 언급되는 것처럼 카프카는 개인적인 환경에 영향을 크게 받은 작가였다.
독일인도 아닌데 독어로 소설을 썼으며
유태인이지만 유대교도는 아니었으며
소설가였지만 이러저러한 주변 여건 때문에 보험회사 사무실에서 일을 했으며
많은 여성들과 결혼 직전까지 교제했으면서도 결국은 파혼을 거듭하여 독신으로 지냈었다.
실존이라는 명제를 소속됨에서 찾으려했고 평생을 프라하에서 벋어나지 못했을만큼 정적인 삶을 살았으나 어디에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던 인생을 살았었던 카프카의 소설에는 특유의 몽환적인 묘사 가운데 홀로 떨어진 주인공들의 비참한 외로움이 일관되게 자리잡고 있다. 이 소설에서도 주인공 카를은 끊임없이 그의 주변 인물이나 환경에 적합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며 안착하려 하지만 불합리한 이유로 안정적인 상황에 머무르지 못하고 추방을 반복하여 당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미국에서 만난 외삼촌의 집에서도, 첫 직장인 호텔에서도 카를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았지만 불안하게 남아있던 이런저런 이유들 때문에 뭐라 제대로 변명조차 못하고 쫓겨나 방황하게 된다.
막연한 불안감이 현실화되어 주인공을 좌절시키고 파멸시키는 중에 여느 카프카의 소설에서와 같이 끊임없이 막연한 기대감과 우연한 만남에 기대서라도 정착하려는 주인공을 보면 안정을 희구하지만 언제던 타인의 그리고 외부적인 여건으로 삶의 기반이 전부 흔들릴 수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 반영된 것 같다는 생각이 떨쳐버리기 힘들다.
소설 자체만을 놓고 보면 '아메리카'는 심하다 싶을 정도의 미완성 작품이다. '城'과 같이 마무리가 되지않은 결말 뿐 아니라 마지막 단원과 이전 단원 사이의 시,공간적인 흐름의 단절은 통채로 몇 단원이 누락되었다는 생각까지 들게한다. 연표로만 봐서는 세 장편 중에 가장 먼저 집필이 시작되었던 작품임에도 마지막이 너무나도 불완전한 모습으로 마무리된 이 소설은 그래서인지 오히려 독자들로 하여금 일종의 열린 결말의 형태를 가진, 다른 카프카의 비극적인 결말과는 다른 희망적인 결말을 기대하게 만드는 소설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카를은 그 숱한 방황에 고난의 시간들을 뒤로 하고 결국은 미국 어딘가에서 그의 어릴적 여자친구인 '파니'와 함께 웃는 모습으로 남게되지 않았을까하는 그런 기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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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미래"라는 제목은 다소 책 내용과도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원제는 "Revolutionary Wealth".
제 3의 물결등으로 유명한 앨빈 토플러의 글입니다. 발간되고 2년이 지나서 읽는다는 점이 조금은 후회가 되더군요. 사실 그전에도 몇번 사서 볼까 하는 생각은 있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주저하다가 이제야 사서 읽었습니다.
처음 몇 챕터의 내용을 읽다보면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인지 모르겠지만 어쩐지 상식적으로 이미 알려져있는 내용들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게됩니다. 하지만 중간을 넘어가게되면서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책의 내용은 2차 산업 시대에 아직도 기반을 두고있는 여러 제도와 사회 구조로부터 해석되는 부의 개념이 3차 산업과 지식기반 활동에 따라 어떤 모습으로 변모하고 변모할 것인지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프로슈머, 세계적 관점에서 바라본 자산의 폭발적 증가, 극빈 계층의 현저한 감소등을 근거로 앨빈 토플러는 미래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낙관하고 있습니다.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현재의 미국발 경제 위기를 보고있자면 이 책에서 다루고있는 내용이 어느 정도까지는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또 완전히 전적으로 옳다고 보기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린스펀 시대에 모두가 손을 모아 합창하며 칭송하던 탈규제 세계화의 성과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니까요. 또한 미국의 제국주의적 활동에 대한 저자의 항변에 대해서는 미래학자이자 일부 경제적 측면만을 고려한 것이었겠지만 그러한 언급만으로도 책의 가치가 손상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책에서 언급되는 2차 산업 시기에 제도화되고 이미 기득권을 가진 낡은 제도의 개혁 방향에 대해서는 진지한 고민과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할 수 밖에 없지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소 많은 분량의 내용에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최근의 독서 중에서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