週期

2018. 8. 29. 15:12 from MeDiTaTiOn/pOeM

문득 그녀가 머무는 곳을 찾아가고 싶어졌다. 여름은 마지막 더운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고, 바람이 습했다. 불 꺼진 어두운 방으로 들어서자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내려보았다. 이런 그녀의 태도는 다소 의외여서 쓴웃음이 났다. 하기사 나에게도 달리 할 말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마주 보다 잠간 손을 내밀어 쓰다듬었다. 어쩌면 지금 그녀의 모습은 그냥 아무 것도 아닐지 몰라. 그녀는 지금 바람이 되어 구름 위에 떠있을 수도 있고, 흙이 되어 사람들의 움직임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개울가 물이 되어 수초 사이를 흐르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녀의 얼굴을 마주했다. 마지막을 이렇게 서로 확인하는 과정도 필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돌렸다. 바람이 꽤 강했고, 사람들이 천천히 발길을 옮기고 있었다.

Posted by Tony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