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에 해당되는 글 26건

  1. 2015.09.14 이민자
  2. 2011.02.23 만추
  3. 2009.08.31 국가대표
  4. 2009.06.08 마더
  5. 2009.05.05 박쥐
  6. 2009.02.16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꺼꾸로 간다.
  7. 2009.02.09 워낭소리
  8. 2009.01.19 쌍화점
  9. 2009.01.02 벼랑 위의 포뇨
  10. 2008.10.08 럭키 넘버 슬레븐

이민자

2015. 9. 14. 10:57 from MoViE

대학 3학년때 교양으로 반학기 동안 중급 영어회화를 들었었습니다. 한 열 몇명 되는 사람들과 같이 강의를 들었었는데 거의 일정 주제를 놓고 토론하는 식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루는 애인이 자신 이외에 성경험이 있었던 편이 좋은가 아니면 없었던 편이 좋은 가하는 것이 토론의 주제였는데 아마도 강사는 (당시는 교수님이라고 했죠들..) 정말 미국인의 정서에서 성경험이 없으면 숙맥이고 매력도 없고 등등..의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의도였던 것 같습니다.
 
뭐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토론은 강사가 의도한 바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가 되었습니다. 평소에는 영어가 자신이 없어서 거의 입을 닫고있던 학우들도 (주로 남학생) 열을 내면서 의사를 개진했는데 남학생들의 의견은 요약하자면 여자는 혼전 순결을 유지해야되고 결혼 전에 다른 남자와 성관계가 있었다는 것은 상대방을 속이는 행위라는 식의 내용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여학생들도 발끈했었죠. 어떤 여학생은 남자들은 별 이상한 짓을 다하면서 여자들에게만 순결을 강요하는 것은 위선이고 역겹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지금도 기억 나는게 정말로 사랑하는 여자가 알고보니 전에 경험이 있었다고 헤어질 수는 없는거 아니냐고 말을 하자 한 남학생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를 보면서 그러면 다른 남자랑 잤던 여자랑 아무렇지 않게 계속 사귈 수 있냐고 반문하더군요.
 
생각해보면 성(性)을 선악과 결부시키는 것은 캐캐묵은 듯하지만 아직도 진행 중인 논란거리인 듯 합니다.
 
영화는 1차대전 이후인 1921년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있습니다. 전쟁 중에 눈 앞에서 부모가 군인들에게 참살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동생과 함께 새로운 삶을 찾아 이민을 하려 미국을 찾은 에바는 진퇴양난의 처지에 빠집니다. 동생은 입국심사에서 결핵이 들통나서 격리되고 자신은 이민선에서의 불미스런 일로 인해 강제 추방될 위기에 처합니다. 이때 브루노라는 남자가 그녀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밉니다. 입국심사관들에게 뇌물을 써서 그녀를 빼돌리고는 쉽지는 않겠지만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서 동생도 입국시킬 수 있을거라며 그녀를 안심시킵니다. 잠자리를 제공하고 일자리도 마련해주겠다고 안심시킵니다. 하지만 세상에 조건 없는 도움이란 없는 법이죠. 실상 포주였던 브루노는 에바에게 동생을 생각해서라도 돈을 벌어야되지 않겠냐며 그녀를 매춘의 길로 몰아넣습니다.
 
영화 중간에 에바는 브루노에게 벗어나 뉴욕에 도착하면 찾으려던 이모의 집으로 탈출합니다. 하지만 이모부의 신고로 에바는 밀입국자 신세가 되어 격리 당합니다. 에바의 이모부가 그녀가 경찰에게 연행되는 순간 그녀가 배에서 몸을 더럽혔다며 가문의 수치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정신대로 끌려갔던 여인들은 마을에서 왜놈에게 몸 팔다 온 창녀라며 멸시당했습니다. 병자호란 때 청나라 병사들에게 강간 당하고 끌려갔다 탈출한 여인들은 화냥년 소리를 들었습니다.
 
나약한 여인으로서 살기위해 에바는 막다른 골목에서 몸을 써서 돈을 벌었습니다. 폐허가 된 나라를 떠나 동생과 같이 새로운 삶을 찾으려 탔던 짐승우리 같던 배에서 강간당했습니다. 나라가, 공동체가, 집안이 지켜주지 못해서 그녀들은 머나먼 이국 땅에서 점령군의 병사들에게 강간 당했습니다. 그런 그녀들이 왜 손가락질 받아야할까요? 왜 교회에서 에바는 자신은 지옥에 떨어질거라며 자책할까요?
 
영화를 보며 어떠한 행위 그 자체만으로 선악을 평가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만신창이가 되어 브루노는 모든 사실을 털어놓습니다. 마리옹 꼬띠아르가 “You are not nothing.”이라고 말하던 순간 어느 영화의 여주인공이 이렇듯 아름답게 한 남자를 보듬어 안았던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햇살이 맑고 가을이 어느덧 다가오고 있습니다.
 


Posted by Tony Kim :

만추

2011. 2. 23. 22:01 from MoViE
만추
감독 김태용 (2011 / 홍콩,한국,미국)
출연 현빈,탕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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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주말 근무와 야근으로 심신이 피폐해짐을 느껴가고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에는 동기모임도 있어서 새벽2시 넘게까지 술을 마셨죠.

 

일요일 아침에 일어났는데 집사람과 애들은 처가집에 있어서 피곤에 지친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고 있었습니다.

너무 피곤하면 잠도 잘 안온다고 저녁에 집에 들어가기는 새벽 3시가 넘어서였는데 9시에 눈이 떠지는 건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습니다.

 

암튼 오전을 그렇게 괴로워하면서 보내다가 영화나 보자고 해서 컴퓨터를 켰습니다. 영화 시작까지는 40분여. 빨리 예약을 하고 나오니 마침 버스 도착. 영화관에는 시작 10분 전에 도착했습니다.

 

만추는 탕웨이가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탕웨이의 필로모그라피는 얼마되지 않는데 그 얼마 안되는 그녀의 작품 중에는 .라는 인상 깊은 영화가 있습니다. 사실 .가 베드신이 대단했던 영화로만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건 영화로서나 탕웨이라는 배우에게 있어서도 섭섭하기 짝이 없을 일입니다. 요즘과 같이 넘쳐나는 야동의 세상에서 .의 베드신이 그렇게 화재가 되는 것도 다소 의외고요. 오히려 저런 듣도보도 못했던 배우가 저런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다는 점이 상당히 저에게는 인상적이었습니다.

 

만추에서 애나로 나온 탕웨이는 .의 그녀가 맞을까 싶을 정도로 또 다른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에서 사명감 넘치는 투사의 이미지에 반해 애나는 세상의 상처에 시달려 너무나도 안으로 침잠해버린 모습을 보여줍니다. 영화는 거의 대부분의 상황을 그녀의 표정으로 설명합니다. 애나는 내성적이며 자기 자신을 잘 표현하지도 그녀의 감정도 표정에 잘드러나지 않습니다. 잠간동안의 흔들리는 표정, 높낮이 없는 대구의 반복, 머뭇거리는 몸짓으로 하지만 그녀가 느끼는 상처와 아픔 그리고 조금씩 열리는 마음이 관객들을 흔들리게 합니다.

 

“You don’t need to pay me back.”이라며 차갑게 응수하던 그녀가 시애틀의 거리를 같이 걸으며 “Yes, you do.” “No, I don’t”을 반복하는 것을 보며 사람들은 애나가 이미 훈에게 마음을 열었음을 알게됩니다. (개인적으로도 그 장면이 가장 맘에 들었습니다.)

 

시애틀의 거리는 비가 내리고 회색빛의 우울한 모습이었지만 애나는 상처를 씻어냅니다. 카페에서 찻잔을 만지작거리며 “…been a long time...”이라고 말할 때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피곤에 지친 마음을 달래주던 좋은 영화였습니다.


Posted by Tony Kim :

국가대표

2009. 8. 31. 12:55 from MoViE
국가대표
감독 김용화 (2009 / 한국)
출연 하정우, 성동일, 김지석, 김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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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에서 네오가 오라클을 첨으로 만나고 집에 가려고 계단을 오르면서 하는 말이 있다.

"Deja Vue."

뭔 뜻이냐 하면 이미 봤다는 말씀이다. 뭔가 이미 한번 언젠가 본 듯한 느낌.

그렇다 스포츠 영화의 단골 메뉴.

어영부영한 애들 모아서 정말 안될 것 같았는데 각고의 노력 끝에 보는 사람 입이 쩍 벌어지게 성공하고 말았다는 야그.
쿨러닝, 으라차차 스모부, 스윙걸스, 킹콩을 들다, 우생순 ... 뭐 너무 많아서 전부 예를 들기도 힘들다.

뭐 실화에 바탕을 두었기에 망정이지 안그랬으면 지금만큼의 성과는 대충 기대하기 힘들었을 거라는게 내 생각이다.

영화. 그럭저럭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뭐 이것저것 얘기할 수 있겠지만 인상 깊었던 것은...

첫번째 이은성이 맡은 홀라당 깨는 캐릭터. 나는 정말 아픈 줄 알았다. 그리고 만일에 정말로 아팠었더라면 영화가 심각한 신파로 흘렀을텐데 뭐 대단하지는 않더라도 그건 뻥이었다는 골이 띵해지는 반전.

두번째 OST와 마지막 Jump Scene의 Match 100%!

러브홀릭스의 Butterfly가 없는 국가대표는 참기름 빼고 비빔밥 만들어먹는 거나 마찬가지다.

나중에 엄마 기둘려, 징징~~ 장면은 나름 지겨운 신파로 느껴졌지만 암튼 뭐 그런 것들을 감안해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랑 같이 봤냐고? 우리 파트원들끼리 우루루 시커멓게 몰려가서 오산극장에서 봤다. ㅠㅠ
Posted by Tony Kim :

마더

2009. 6. 8. 22:34 from MoViE
마더
감독 봉준호 (2009 / 한국)
출연 김혜자, 원빈, 진구, 윤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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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던 마더를 드디어 보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박쥐보다 더 아니 최근에 본 어떤 영화보다도 월등히 훌륭한 작품입니다. 김혜자 선생님의 (보고 나면 선생님이라고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연기는 '뭐 김혜자 연기에 뻑 간 적이 한 두번이었던가.'라고 하겠지만 원빈은 또 어쩌면 저럴 수 있단 말인가,라고 감탄하게 됩니다.

돌 던지고 안절부절하는 연기도 인상 깊었지만 마지막에 침통을 건내면서 '이런 걸 아무데나 흘리고 다니면 어떻게 해.'라고 하는 장면에서는 소름이 끼치더군요. 무슨 오멘의 데미안이 되살아온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영화의 내용이 이랬네 저랬네 하는 얘기는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냥 출연진들의 연기만으로도 뭐 시사인에서 나온 영화평처럼 저에게 있어서는 버즈 두바이 꼭대기만큼 가졌었던 기대감을 200% 충족시켜주는 영화였습니다. 

김혜자 선생님, 당신을 지존으로 인정합니다. 존경합니다. 뭐 화장장에서 눈 까뒤집는 장면이야 예고편에서 봤었다지만 정말 몽키 스페너를 들고 “우리 아들 발톱의 때만도 못한 새끼가…”라고 중얼거리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탄식이 나오더군요.


마지막의 버스신도 명장면 중의 하나로 꼽고 싶습니다. 남미풍의 기타 연주 OST가 석양이 눈을 어지럽히는 춤사위와 어울어져 영화의 모든 감정을 압축하게 하여 느끼게 해주는 듯했다고 할까요?

흥행성이 다소 전작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들이 있던데 '마더'는 그러길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흥행성을 신경 썼더라면 지금 보았던 영화를 못볼 수도 있지 않았을테니까요.
Posted by Tony Kim :

박쥐

2009. 5. 5. 13:52 from MoViE

박쥐
감독 박찬욱 (2009 / 한국)
출연 송강호, 김옥빈, 신하균, 김해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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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전에 부서 회식하고 2차까지 하고 집 근처에 와가는데 시계가 11시가 다 되어 가더군요.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극장에 들렀는데 마침 20분 뒤에 영화가 시작하려고 해서 보고 들어갔습니다. Running Time은 약 2시간. 집에 돌아가니 2시가 다 되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받은 느낌은 박찬욱 감독은 나름 자신의 작품 중에 최선이었다는 표현을 하였지만 아무래도 '금자씨' 때에도 그랬고 '올드보이'가 워낙에 쎘던 터라 아무래도 아주 Good은 ....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랄까... 자꾸 비교를 하게된다고 해야되나요. 의식 중이던 아니던 간에 '아무래도 올드보이 보다는 ...'이라는 생각이 저는 들었습니다. 몇일 뒤에 와이프도 영화를 보고 왔는데 속이 메슥거려 혼났다고 하더군요. 그건 뱀파이어 영화를 (아니면 슬러셔 무비) 보지 못했던 사람에게는 당연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잔인하고 징거럽지 않은 뱀파이어물은 .....) 오히려 현실적인 묘사와 몽환적인 장면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영화 중반을 넘어가며 번갈아가며 바뀌어되서 의도된 연출일지는 몰라도 다소 혼동스러운 감은 있었습니다.

스토리 자체의 완성도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 않을까 싶지만 오히려 영화보다 깜짝 놀란 건 김옥빈이라는 배우였습니다. 사실 김옥빈은 그냥 얼굴 좀 예쁘고 (아주 눈이 번쩍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냥 뭐랄까 요즘 흔하게 얼짱 출신으로 얼굴 비추는, 그런 배우 중의 하나 정도로 인식이 되어있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너무나도 폭발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바람에 심지어 어안이 벙벙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실 '박쥐'를 보다보면 어느 정도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를 연상하게도 하는데 특히 김옥빈의 역은 크리스틴으로 분한 Kirsten Dunst을 상당 부분 연상시킵니다. 하지만 다시 '뱀파이어'를 보더라도. No Way! 김옥빈이 훨씬 인상적입니다.

김옥빈이 분한 태주는 어려서 고아가 되어 태주(신하균분)의 집에 얹혀살다 결국은 조금은 지능이 떨어지는 그와 사랑없는 결혼을 하는 인물입니다. 부모가 결핍된, 어려서부터 애정을 받지못한 태주는 상현(송강호분)의 배려와 애정에 그동안 억눌려왔던 감정이 한순간에 폭발하게 됩니다. 마치 남에 집에 잠간 맞겨져 주눅들어있던 아이가 부모가 다시 찾아오자 떼를 쓰듯 그녀는 사랑을 받고 느끼는 순간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떼를 쓰는 아이와 같이 변해버립니다. 폭주하는 태주를 제어하려는 상현에게 목을 쥐어잡힌채 상현을 바라보던 태주의 모습은 혼이 나면서도 싱글거리는 영악한 아이의 그것과 다를바 없어보입니다.

순진함과 천진함에 가려진, 아니 그로 인해 더욱 거칠 것 없이 폭력적이 되어가는 태주를 김옥빈은 마치 태주가 되어버린 것과 같이 연기합니다. 어쩌면 굉장히 짧은 필로모그라피에서 이만한 연기자를 발견해낸 것도 박찬욱 감독의 역량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영화 자체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있을지 모르지만 제 2의 강혜정과 같았다는 감독의 찬사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않을가 하는 생각입니다.

Posted by Tony Kim :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꺼꾸로 간다.'는 166분 Running Time의 굉장히 긴 영화입니다. 저녁 10시 20분에 보러 갔는데 영화가 끝나서 문을 나서는데 거의 새벽 1시 반이더군요. 불꺼진 거리에서 차를 몰고 오는데 기분이 묘했습니다. 암튼 상당히 긴 영화입니다.
 


이미 많은 예고편과 기사들이 얘기하는 것과 같이 '벤자민'은 늙은이로 태어나 시간을 거슬러 점점 젊어지는 운명을 가진 '벤자민 버튼'의 일생에 대해 이야기 하는 환타지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고등학생 때 읽었던 소설 하나가 생각이 나더군요. 로버트 네이선의 '제니의 초상'이란 작품인데 한참 감수성이 예민하던 고등학생 시절이어서였는지 몇번을 다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시대적 배경도 '벤자민'과 비슷합니다. 1차대전이 끝난 대공황 때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니까요. 여기서 '제니'는 뭐랄까요 '벤자민'이 시간을 꺼꾸로 먹는 'Time Reverser'라면 시간을 건너뛰는 'Time Skipper'라고 해야되나요. 가난한 화가 '이벤'이 저녁에 공원을 지나다 혼자 놀고있는 소녀를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10살 남짓한 이 소녀는 유행에 한참을 지난 옷을 입고 처음 보는 낮선 '이벤'에게 스스럼 없이 대하며 헤어지는 순간에는 자신을 기다려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무슨 이야기인지 어리둥절해하는 그에게 얼마간의 시간을 두고 나타나는 제니는 갑자기 중학생 정도로 훌쩍 커져있다가 다음 순간에는 고등학생 정도로 급격하게 성숙해지며 나타납니다. 전쟁을 거치고 집으로 돌아온 '벤자민'의 모습에 놀라던 '데이지'의 모습에서 스케이트 장에서 훌쩍 커버린 '제니'를 보며 본인의 눈을 의심하던 '이벤'의 모습이 연상되더군요.


주인공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라는 점도 눈에 익은 형식입니다. 가깝게는 '포레스트 검프'도 있었고 약간 멀게는 '마지막 황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배경음악도 어째 '마지막 황제'를 연상시키는 건 나만의 생각이였을까요? '벤자민'의 차별점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세월을 꺼꾸로 먹는 주인공이라는 아이디어에 있다고 보면될 것 같습니다. 피츠제랄드의 단편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온 이 영화는 10년 전이나 그 전이라면 화면 상에 구현하기는 상상하기조차 힘들었을 것을, Voila! CG의 힘을 빌어 전혀 비현실적인 이야기임에도 관객들이 공감하며 몰입할 수 있게합니다.


'벤자민'을 그렇지만 빛나게 해주는 일등공신은 특수효과였다기 보다는 브래드 피트라는 배우의 힘이 크다는 것은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수긍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70대 노인이면서도 마음은 10대에 불과한 인물의 내면을 그와 같이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또 어디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누군가 말하는 바와 같이 단순히 얼굴만 잘생긴 줄 알았던 그가 놀랄만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상을 탈지는 모르겠지만 아카데미에 노미된 것만으로도 그의 연기력은 이미 인정 받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기술적인 면에서든 배우의 연기를 보든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꺼꾸로 간다.'는 근래에 보기 드문 걸작이라는 생각입니다. 안보면 후회할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꺼꾸로 간다.'는 인생을 되돌아보게하는, 포기, 편견을 반성하게 하는, 훌륭한 영화입니다.

 

Posted by Tony Kim :

워낭소리

2009. 2. 9. 10:58 from MoViE

토요일 아침에 눈이 일찍 떠졌습니다. 경민이는 학교에 가는 날이고 어차피 집에 있어야 시간만 죽이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주섬주섬 옷을 입으니까 은랑께서 부시시한 얼굴로 물어보더군요. "뭐해?" 영화 보러 간다고 했더니 뭐 같이 안가고 어쩌고 잔소리가 시작되었습니다. 결국 같이 나가기로 하고 경민이는 알아서 학교 가라고 하고 수민이 데리고 집을 나섰습니다.

새벽에 안개가 다소 끼었습니다. 얼마간 따뜻하던 날씨가 안개 때문에 햇볕이 가려 들이쉬는 숨 속에 습기를 머금은 서늘함이 느껴졌습니다. 동수원 CGV에는 8시 10분 도착. 같은 영화를 볼줄 알았더니 두분께서는 과속 스캔들을 보시겠다고 하셔서 저 혼자 '워낭소리'를 봤습니다.

영화는 뭐 글쎄요. 신문에서 보는 것처럼 펑펑 우는 사람은 없어보였습니다. 그런 것을 기대하고 영화관을 찾은 사람들에게는 다소 실망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소 일상적인 웃음과 짠함을 주는 영화였다는게 제 생각이었습니다. 그 연세 때에 고집 세고, 무뚝뚝하고, 말없는 할아버지와 잔소리 많고 수다스러운 할머니의 사시는 모습이 어떻게 보면 슬픔보다는 웃음을 더 많이 주는 영화였다는 생각입니다. (사진관에서 '웃어!'는 정말 웃겼습니다.) 저예산의 독립영화인지라 다소 화면이 거칠고 세련되지 못한 느낌이 있지만 볼만한 가치는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니 아직도 공기가 차더군요. 토요일 오전 10시. 아직도 문을 열지않은 점포들과 토요일 오전인지라 차도 많지 않은 거리에서 문을 연 카페를 찾아서 커피 한잔을 사고 빵집에서 샌드위치 사서 영화관 로비에서 은랑하고 수민이 영화 다보기를 기다렸습니다. '과속스캔들'은 10분 늦게 시작했는데 꽤 기다렸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온 둘을 태우고 오는데 영화가 재미있었다고 뒤에서 계속 재재거리더군요.  안개가 걷힐 생각이 없었고 차 유리에는 습기가 가득했습니다.

Posted by Tony Kim :

쌍화점

2009. 1. 19. 13:22 from MoViE

은랑 여사께서 하도 보고 싶다고 하셔서 어제 처갓집에 갔을 때 둘째를 장모님한테 맡겨놓고 봤습니다. 신촌 아트리온에서 봤는데 주말인데도 극장이 거의 텅텅 비었더군요. 군데군데 연인들만 자리를 잡고 앉아서 보는 한적한 분위기였습니다. 뭐 개봉한지가 좀 되서 그런건지 생각보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암튼 의외더군요.

영화 내용은 뭐 간단합니다. 호모 섹슈얼이었던 고려왕이 성적 취향 상의 이유로 2세를 못보게되어 권력 기반까지 위태로워지니까, 내가 하기는 싫고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하다가, 맞다 그렇게 하면 되지,라는 생각에 섹스 파트너였던 호위무사 홍림을 왕비하고 연결해줍니다. 첨에는 그런 생각이었겠죠.



'나랑 마찬가지로 너도 별로 내키지는 않겠지만 넌 암튼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내가 어려운 걸 도와줘야되지 않겠어?'

그리고 같은 취향이라고 생각했을테니 나중에 서로 눈이 맞는 의외의 사태로 일이 벌어지지도 않을거라 생각했을테고요.

그런데 이런. Wrong Idea!

둘이 붙여놨더니 홍림군께서 그만 이성이 눈을 뜨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지게됩니다. 호모라고 믿었던 홍림은 그러면 바이섹? 아니면 사실은 호모를 가장한 헤테로? 그 뒤는 예상된 수순.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힌 (사실 단초는 자기가 다 제공한 거지만.) 고려왕은 질투에 눈이 멀어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는다는 얘기입니다.

사실 좀 어이없는 스토리 아닌가요? 나는 호모 섹슈얼은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자신의 섹스 파트너를 다른 사람과 공유한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동성애자 사이에서도 어이없는 상황일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쪽 Inner Circle에서의 사연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지만 그래도 영화 보고 나중에 생각해보니 이건 뭐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이나 몰이해도 반영된 그런 영화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영화를 보는 내내 사실 별관계는 없는데도 이병헌 주연이었던 '달콤한 인생'이 많이 연상되더군요. 보스에게 버림받는 거라던지, 그 모든 사태의 원인이 보스의 여자였다는 것부터 그리고 사실 보스가 만들어놓은 문제 때문에 아니면 충성을 시험해보기 위해 맡긴 일 때문에 부하가 보스에게 버림받고 복수를 준비하는 것 등등... 마지막에 홍림이 고려왕에게 울분을 표하던 장면에서는 "개처럼 부려먹던 나를!"이라며 분을 참지 못하던 이병헌의 모습이 오버랩되더군요.


뭐 사실 그닥 인상 깊은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조인성의 베드신은 너무 자주 나와서 나중에는 조금 식상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화제가 된 조인성과 주진모의 베드신도 사실 키스만 열심히 하는 수준이었고요. 스타일과 미술도 눈이 피로하다는 생각이 들게 지나치게 번잡스럽다는 인상이었습니다. 화젯거리를 위해 베드신에 스토리가 죽어버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느껴지던 유하 감독의 박력이 어디론가 다 사라져버린 것 같아서 다소 실망해다고 해야될까요?

암튼 여자분들은 좋아하는 것 같더군요. 은랑 여사께서 영화가 끝나고 화장실에서 듣기로는 조인성의 다수의 노출신에 여자분들께서 굉장히 흐뭇해하더라는 후문입니다. (아유 지금 실컷 봐야지 언제 또 그런게 나오겠어 호호홍~~~ ㅡ.ㅡ;;) 송지효가 열받을 일 아닌가요? 어떻게 남자배우 노출신이 더 화제가 되니 말입니다. ^^ 

 

Posted by Tony Kim :

벼랑 위의 포뇨

2009. 1. 2. 11:53 from MoViE
만화 영화는 애들이 보는 영화라는 특성 때문에 그런지 암튼 다소 정신 사납게 본 영화였습니다. 

뒤에 앉은 할머니는 손자에게 영화 초반 내내 계속 이것 먹어라 저것 먹어라 하며 수다를 떨어대고 뒤쪽 어디에 앉은 여자애 하나는 영화 내내 "다음에 뭐 나온다. 다음에 어떻게 된다."하면서 김을 빼놓는 통에 정말 중간에는 한 대 때려주고 싶더군요. 브루스 윌리스는 귀신이였다. 이후로 가장 열받는 순간이었습니다.   


뭐 그러저러한 열악한 환경에서도 영화 자체는 정말 볼만합니다. 그렇게 떠들어대던 사람들도 중반 이후는 영화에 몰입이 되서 고요하게 영화를 보더군요. '벼랑 위의 포뇨'를 보신 분들은 느끼셨겠지만 다섯살 아이들이 주인공인 이 영화는 정말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단색의 만화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게 합니다. 배경도 케릭터 만화에서와 같이 단순화된 모습이고요. 이렇게 단순화된 작화에서도 유치하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않고 포근함을 느끼게하는 하야오의 능력은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박진감 넘치는 추격 장면도 과연이라는 탄성을 나오게 합니다. 이러한 추격장면은 어쩌면 하야오 애니의 일관된 특징으로도 볼 수 있는데 키키와 붉은 돼지의 비행장면, 원령공주의 전쟁 Scene, 센의 목욕탕 추격장면에서 보여주던 내공이 단순화된 작화에서도 더 손에 땀을 쥐게합니다. (어머니 운전 살살 하세요. ㅠ.ㅠ) 


'포뇨'는 조금 비틀어놓은 안델센의 인어공주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동화에서 왕자님을 구해주고 사랑에 빠진 공주와 달리 포뇨는 위기의 순간에서 자신을 구해준 소스케에게 반해 인간이 될 결심을 하게됩니다. 원작에서 무시무시한 악당이었던 마녀는 푸근하고 자애로운 바다의 여신으로 영화에서는 나옵니다.


다섯살 꼬마들의 포근하고 순수한 사랑 이야기. '포뇨'는 가족들과 같이 해도 후회없을 영화입니다.
Posted by Tony Kim :

럭키 넘버 슬레븐

2008. 10. 8. 13:02 from MoViE
가끔 생각치도 않게 이런 재미난 영화를 보게된다. 뭐 스니치를 봤었을 때의 느낌 같다고 할까?
캐스팅만 봐도 화려하지 않은가. 브루스 윌리스, 조쥐 하트넷, 루시 리우, 모건 프리먼... 이름만 들어도 포스가 느껴지는 배우들이 무더기로 출연하신다.

영화는 다소 황당하게 시작한다. 어떤 멀쩡한 청년이 공항 대기실에서 앉아있는데 휠체어에 앉은 왠 아저씨(브루스 윌리스)가 오더니 생뚱맞게 캔사스 시티 셔플 게임을 아냐고 물어본다. 그러더니 끔찍하기 짝이 없는 느와르풍의 가족 비극사를 얘기하는거다. 끔찍한 얘기를 들은 청년이 "Oh Shit!"하는 와중에 앉은뱅이인줄 알았던 휠체어 아저씨 뒤로 와서 애꿎은 청년 목을 사정없이 꺾어버렸다. (아니 왜? @@ ~~ )

 
그리고는 장면전환. 슬레븐 아자씨(조지 하트넷)의 슬픈 이야기를 듣게된다. 회사 쫓져나서 집에 오니 아파트가 폐기처분되고 울적한 마음에 찾아간 여자친구는 언놈하고 신나게 붕가붕가 중이셨다. 인생은 덧없구나 생각한 슬레븐 엉아 친구 찾아 뉴욕에 왔는데 뉴욕에 오자마자 퍽치기 당해서 지갑도 잃어버리고 친구 실종된 아파트에 혼자 앉아있다가 친구로 착각한 조폭들에게 끌려가서 돼지게 얻어터진다. 그것도 돌아가면서 두 조직한테. (하나는 흑인 조폭단. 하나는 유태인 조폭단.) 거기다가 두 조폭들은 서로 원한관계에 이빨가는 사이신지라 거의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인데. 두 조폭단 두목께서는 상대방 복수는 하고 싶지만 자기들 손을 더럽히기는 싫으신지 슬레븐 형아가 직접 정리하시라는 건데. "나는 걔가 아닌데요." 해봐야 또 뒤지게 얻어터지기만 하고 첨에 보고 있노라면 정말 불쌍한 엉아 얘기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된다. 단지 눈에 거슬리는거라면 이거 뭐 너무 긍정적이고 이런 곤경에 빠지신 분이 너무 분위기가 밝은거 아니냐라는 생각이다. 


뭐냐. 영화 분위기가 약간 코믹하자는 건가? 아니다. 결론은 슬레븐 엉아가 윌리스 엉아와 같이 꾸민 무시무시한 복수극이다. 마지막에 브루스 윌리스가 차를 타고 떠나는 장면에서 "캔사스 시티 셔플 게임"이 배경음악으로 나오는데 정말 소름이 쫙쫙 끼치는 느낌이다. (뭐야 정말 이런 노래가 있었단 말인가?) 


암튼 코믹,액션,느와르,반전 영화라는 총평. (여기서 반전은 전쟁을 반대한다는 뜻이 아닌...) 암튼 영화의 결론은 착하게 살자라는 것이었다. 루시 리우. 누구는 이 아줌마 안어울리게 여기 왜나오냐라는 사람도 있지만. 글쎄... 내가 봤을 때는 아주 귀엽게 나온다.

Posted by Tony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