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도덕경 39장

2023. 8. 31. 14:51 from BoOk/pHiLoSoPhY

昔之得一者

석지득일자

天得一以淸 地得一以寧 神得一以靈 谷得一以盈 萬物得一以生 侯王得一以爲天下貞

천득일이청 지득일이령 신득일이령 곡득일이영 만물득일이생 후왕득일이위천하정

其致之一也

기치지일야

天無以淸 將恐裂 地無以寧 將恐發 神無以靈 將恐歇 谷無以盈 將恐竭 萬物無以生 將恐滅

侯王無以貞 將恐蹶

천무이청 장공열 지무이령 장공발 신무이령 장공헐 곡무이영 장공갈 말물무이생 장공멸

후왕무이정 장공궐

故貴以賤爲本高以下爲基 是以後王自謂孤寡不穀 此非以賤爲本邪 非乎

고위이천위본고이하위기 시이후왕자위고과불곡 차비이천위본사 비호

故致數輿無輿 不欲琭琭如玉 珞珞如石

고치수여무여 불욕록록여옥 락락여석

 

 

 

昔之得一者

과거로부터 무언가 하나를 얻게된다.”

 

우리 모두는 시간이 흐르면서 변합니다. 외모적으로 변하는 것 뿐만 아니라, 많건 적건 다양한 경험을 통해 가치관이나 생활습관 그리고 특정 상황에 대한 대응력 등도 변하게 됩니다. 그렇게 지금의 내가 만들어지게 되는 거죠. 생각해보면 초등학교 1학년의 나와 6학년때의 나는, 그리고 중학교 때의 나와 고등학교 때의 나는, 대학생 때의 나와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서의 나는, 같은 나이지만 동일한 나일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시간을 보내며 그것이 사람 간의 관계에 의해서건, 공부를 통해서건, 여행을 통해서건 아니면 홀로 사색을 통해서건 하나씩 하나씩 경험과 지식이 쌓이게 되고, 이를 통해 과거보다는 지식이 늘어날 수도 있고 아니면 잘못된 사실에 집착할 수도 있고, 사고가 유연해지거나 아니면 편협해질 수도 있으며, 타인과의 관계를 확대할 수도 아니면 더 고립되어 버릴 수도 있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누구도 그냥 과거의 모습 그대로 머무를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시간을 통해 무언가 “하나”씩은 얻게되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 얻을 것을 어떻게 취사 선택하느냐에 따라 모두의 미래는 조금씩 변하게 됩니다.

 

天得一以淸 地得一以寧 神得一以靈 谷得一以盈 萬物得一以生 侯王得一以爲天下貞, 其致之一也

하늘은 이렇듯 얻은 하나 하나가 모여 청명하게 되며, 땅은 안녕되고, 정신은 영험해졌으며, 계곡은 내려오는 모든 것을 보듬어 담고, 만물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며, 후왕은 천하를 바르게 만들려 하게된다. 이를 이루는 것은 (과거로부터 얻어낸) 개별의 하나 하나로부터 이다.”

 

노자는 모든 것은 이렇듯 과거의 하나, 하나가 누적되어 현재의 모습이 이루어진 것이라 이야기 합니다. 하늘이 저토록 맑고 푸른 것도, 땅이 탄탄하게 이루어져 발 밑이 불안치 않게 됨도, 정신이 만들어져 모든 것을 생각하고 판단하는 그 영험함을 보이는 것도, 계곡이 위에서 흘러내린 모든 것들을 담아내는 것도, 만물이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는 것도, 그리고 제후와 군왕이 천하를 바르게 만들려 하는 그 수많은 판단과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되는 것도 모두 과거의 경험과 학습에서 얻어진 것들의 총합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많은 비유들이 이 단락에서 나오지만 이를 테면 하늘의 경우 (노자가 물리학을 알고있었을리는 없지만) 하나 하나의 원자들이 모여 현재의 대기를 이루고 있습니다. 지구가 처음으로 생성되었을 때는 현재와 같은 대기는 만들어지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소행성과의 충돌과, 지구 생성 당시의 불안정성이 누그러지고, 원시생명체들의 생겨나 대사들을 통해 산소와 이산화탄소들을 내뿜으면서 현재의 대기가 생성되고, 결국 우리 지금 숨 쉴 수 있는 하늘이 만들어지게 된 겁니다.  땅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지구행성의 많은 원소들은 우주가 생성되고 난 후, 수많은 항성이 나고 죽으면서 만들어진 원자들이 우주를 떠돌다 결국 하나로 모여 지금의 토양을 이루게된 것입니다.

 

정신이라는 것도 단순한 원시 생명체의 본능적 대사행위에서 현재의 인류의 고도의 사고 체계로 발달된 것은 진화의 과정에서 수많은 생명체의 경험과 생존을 위한 처절한 투쟁의 결과들이 누적되었기에 가능하다는 생각입니다.

 

군왕의 통치는 수많은 판단의 연속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그 판단 하나에 수혜를 입을 수도 재앙을 맞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면 이렇듯 중요한 의사결정은 어떻게 이루어지게 될까요? 결국 학습과 경험과 그리고 본인 기준에 신뢰할 수 있는 주변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天無以淸 將恐裂

 하늘이 그 맑음을 구성하는 것을 잃는다면, 장차 파열될 것을 두려워할 것이다.”

 

여기서 無라는 단어는 앞서서 언급된 하나하나의 축적된 구성 요소가 없어지는 상황을 이야기한 것으로 해석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우리의 대기가 어떤 영향에 의해서 모두 아니면 대부분이 우주로 날아가 버린다면 지금과 같은 하늘일 수는 없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地無以寧 將恐發 神無以靈 將恐歇 谷無以盈 將恐竭 萬物無以生 將恐滅 侯王無以貞 將恐蹶

땅이 그 안녕됨을 구성하는 것을 잃는다면 장차 폭발할 수 있음을 걱정해야 될 것이다, 정신이 그 구성되는 것을 잃어버린다면 장차 그 영험함을 잃어버릴 수 있음을 걱정해야될 것이다. 계곡을 구성하는 것이 없어지면 그 수용함이 고갈됨을 걱정해야될 것이고, 만물이 그 구성하는 것을 잃어 버린다면 생명을 다하여 소멸됨을 걱정해야될 것이다. 후왕이 그 통치의 근간을 잃어버리면 장차 몰락할 수 있음을 걱정해야될 것이다.”

 

앞의 天無以淸 將恐裂와 비슷한 의미이므로 반복적인 설명은 하지않으려 합니다. 노자가 하늘과 땅, 정신과 계곡, 만물 등의 비유를 한 것은 어쩌면 侯王無以貞 將恐蹶 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어떤 조직의 리더라면 자신의 위치는 조직 구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해야되지 않나 싶습니다. 이를 망각하면 리더들은 구성원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대상으로 착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구성원 없는 조직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상대가 없는 나 또한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서 도움을 주고 받는 이익을 공유하는 사이입니다. 내가 남에게 명령을 내리고 최종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은 모두의 이익을 극대화하기에 당신이 적임자라는 공감대에서 시작하는 것이고, 구성원들이 그렇지 않다고 판단하면 당신을 떠나거나 아니면 당신을 끌어내리려할 것입니다. 하나 하나가 모여있는 조직의 리더라는 역할을 가진 하나의 구성일 뿐이다. 내가 리더라고 내가 전체라고 생각하지 말아라, 라는 것이 노자가 말하고자 한 것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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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貴以賤爲本高以下爲基

이러한 이유로 귀함은 천함을 그 근본으로 삼으며, 높은 것은 아래 것을 기본으로 삼는다.”

 

보잘 것 없어보이는 하나들이 모여 우리 모두를 만들었다는 것을 안다면 얼핏 천해보이는 직업이나 사람들도 그 사회에 그리고 조직에 꼭 필요한 그리고 중요한 근간이 된다는 것을 알게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를 보아도 소득수준 구성은 피라미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수억, 수십억 연봉을 받는 사람들은 그리고 자산이 수십/수백억을 가진 사람은 전체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죠. 회사에서도 임원과 리더는 소수에 불과합니다. 나 이 모든 역경을 거쳐 내 혼자의 힘으로 이 자리에 올랐다, 이 조직은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니다. 그러하기에 더욱 모두에게 더 나은 것이 어떤 방향일지를 고민해야된다. 그리고 구성원들의 만족이 그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한다 이야기 합니다.

 

 

是以後王自謂孤寡不穀

이러한 이유로 후왕은 자신을 작고, 부족하며, 착하지 않다 이야기 한다.”

 

後는 候의 오타가 아닐까 싶습니다. 나 자신 잘나서가 아니라, 그냥 전체 집단의 한 위치일 뿐이다. 겸손해야된다, 라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此非以賤爲本邪 非乎

이것이 천한 것으로 근본을 삼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지 않겠는가.”

 

邪는 감탄사로 사용된 것으로 보입니다. 추가로 이야기 할 내용은 없습니다.

 

 

故致數輿無輿

고로 수레를 하나 하나 부품으로 나누면 더 이상 수레일 수 없게된다..”

 

우리 속담에도 “구슬도 꿰어야 서말”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수레에서 어느 부품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 없습니다. 나 혼자 잘났다고 손잡이가 떨어져 나가면 수레의 손잡이가 아닌, 그냥 나무조각에 불과해지게 됩니다. 다시 말하지만 나의 위치와 지위는 그냥 큰 집단의 기능적으로 필요해서 잠시 부여받은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라는 의미로 읽힙니다.

 

不欲琭琭如玉 珞珞如石

옥과 같이 희귀한 것을 탐내지 말아라, 돌을 모아 구슬목걸이를 만들 일이다.”

 

인생이란 장기 레이스는 한순간의 대박으로 결정될 단순한 게임이 아닙니다. 조금씩이라도 성과를 만들어 그것이 누적되어 그것으로 비롯한 탄탄한 업적이 되어야 하는 거죠. 모든 일에서 그리고 관계에서 한방의 대박을 노릴 것이 아니라, 돌과 같이 주변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어떻게든 조합하여 그리고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고민하여라. 그리고 그러한 노력을 지속해야한다, 라며 39장을 마무리 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Tony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