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TaTiOn'에 해당되는 글 26건

  1. 2017.12.23
  2. 2017.11.02 소리
  3. 2017.09.12 학교에서
  4. 2017.08.29 안녕
  5. 2015.10.25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퇴행성에 대해
  6. 2015.08.07 노동 개혁 좋아하시네
  7. 2015.02.09 寄銀協律
  8. 2014.07.17 불신지옥?
  9. 2009.05.24 근조
  10. 2009.02.24 공중도덕은 지난 설날에 떡국 말아먹었냐?

2017. 12. 23. 08:03 from MeDiTaTiOn/pOeM
마을에 눈이 가득 내렸다

나는 한껏 웅크린 모습으로 길을 걷다 다쳤던 발목이 아파 잠시 나무를 의지하고 멈춰선다

개울가에 살얼음이 얼었고
머리 위 텅 빈 공간으로는 바람이 날랬다.

겨울이 차다.
버스 속 사람들은 핸드폰을 내려보느라 눈치를 못챘겠지만 그들의 열기가 구름처럼 버스 안을 가득 채우고 하얀 입김을 창 밖으로 쉴 새 없이 내뿜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앞길이 걱정되어 잠시 난감해한다
개울가 돌다리 위에는 송사리 한마리가 얼음으로 집에 가는 길이 막혀 답답해하며 한숨을 쉬고 있었다 (지나가는 나를 보는 표정이 공허하다)

나는 어쩔 수 없다
집으로 돌아가야하고 송사리 따위에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는 일이다, 눈의 무게에 나무 가지가 내려앉고 무릎까지 파묻히는 길을 헤쳐 지나간다.

여중생 무리들이 소근거리며 내 곁을 지나친다, 집에 도착하면 따뜻하게 술을 데워 마셔야겠다
Posted by Tony Kim :

소리

2017. 11. 2. 13:55 from MeDiTaTiOn/pOeM

공감하기 어려운 말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있다
받아들이지 못할 말을 당연하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공간은 주장에 뒤덮이고 확성기처럼 쏟아내는 말들에 잠시 멍한 상태가 된다

말을 못 찾아 허둥대는 사람들, 얼굴을 붉히지만 설득을 포기하는 순간


주장과 선택은 각자의 몫이라지만, 강요와 방관의 경계는 어떻게 구분되는가

Posted by Tony Kim :

학교에서

2017. 9. 12. 14:05 from MeDiTaTiOn/pOeM

오랜만에 학교에 들리니 많은 것이 변해있었다.

 

목을 틀어 본관 쪽을 보고 앉은 비룡은 더 녹이 슬어있었고,

공대 옆 스카이라운지 옥상은 깔끔한 카페가 되어있었다.

새 건물들이 예전 가건물들 자리에 우뚝 서있었고,

로케트 옆 비석은 비바람에 씻겨 내용을 알아보기 힘들게 마모되어 있었다.

 

하지만 예전 모습도 많이 남아있었다.

 

왠지 더 낡아보였지만 비행기는 그 자리에 남쪽을 바라보며 서있었고,

녹조가 가득 낀 인경호 위에는 새 몇 마리가 한가로이 떠있었다.

학생회관도 칠은 새로 했다지만 그 자리 옛 건물 그대로 였고

 

발목까지 오는 청바지에 하얀색 운동화

짧은 단발머리에 작은 눈

 

어쩌면 처음 그 모습은 시간이 지났어도 이렇게 생생할까

 

 

 

나는 학생회관 4층을 바라보며 한참을 그렇게 서있었다

이제 너는 아무 상관 않겠지만 

Posted by Tony Kim :

안녕

2017. 8. 29. 11:19 from MeDiTaTiOn/pOeM

그날

분주히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속에서 가볍게 어깨를 치며 너를 보냈었다.


너는 

버스 정류장을 향하며 나에게 손을 흔들었지.

 

지나는 차들의 불빛이 눈을 어지럽히고

멀어져 가는 너를 잠시 바라보다 나도 뒤돌아섰었다.

 

그날 

날씨가 어땠었는지, 어디를 갔었는지,

우리가 무슨 이야기들을 나누었는지 기억은 없지만

 

너를 보낼 때 나를 바라보던 너의 그 작은 눈빛과

어깨를 두드릴 때 손끝의 감촉은 아직도 생생한데

 

 

안녕.

 

 

선물처럼 그렇게 나란히 걷던 너와의 마지막 시간을 

오랫동안 잊기 힘들 것 같구나

 

Posted by Tony Kim :

학교 다닐 때 소위 운동권 학생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얘기 중에 당시 북한 관련 얘기들도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다른 많은 부분에서도 의견이 갈리기는 했지만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그분의 김정일 세습 체제의 불가피성에 대한 주장이었습니다. 그분 말인 즉은 김정일이 후계자가 된 것은 김일성의 아들이어서가 아니라 김정일이 북에서 가장 우수한 인물로 검증이 되어서라는 논리였는데요, 그 얘기를 듣고 그냥 벙 쪘었습니다. 그런 말도 안되는 논리가 어디 있냐며 어처구니 없어했는데, 무슨 플라톤의 이데아적 인물 같은 것이 실제로 현현한 것도 아니고, 북한의 모든 사람들보다 어떤 능력이나 인격에 우선하고 우위에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는 사실 자체에 어의없어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경우는 그냥 초월적 인간이니까 神 정도 되는 거죠.)


개인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는 것들 중의 하나가 북한이 공산주의 국가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북한은 어찌보면 표면적으로는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나라입니다. (국명부터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그냥 전체주의 독재국가일 뿐이죠. 그리고 최근에는 왕조국가의 면모까지 완비하시는 듯하니 그냥 왕조전제국가라고 하는게 가장 걸맞지 않을까 합니다. 공산주의에 대해서는 공부를 안해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아마 막스가 지하에서 현재의 북한이 공산국가라는 소리를 들으면 엄청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요? 북한에도 일부 제정신 박힌 사람들은 회의적이겠지만 북한 정권은 (예전의 운동권 그분이 그러했듯이) 백두혈동의 유일무이함과 완전무결함 등을 들어 현 체제의 정통성을 강조하며, 미제가 주도하는 외부로부터의 위기를 강조하며 이러한 위기상황을 극복할 때까지 위대한 수령과 당 아래 결집하여 단결된 하나의 생각과 자세로 조국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한다는 그런 파시즘적 이론을 주구장창 반복하여 체제를 유지하려는 그런 독재국가에 불과합니다. 


세상에 절대선이 있다는 사고는 고대 그리스 때에나 어울리는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물도, 현상도, 사건도, 문제도, 모두 처한 위치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며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서는 선택과 책임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생각하고요.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하여 논점은 친일미화와 독재찬양이 우선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도 중요한 주제이긴 하지만 이건 어쩌면 本이 아니라 末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거죠. (아니면 本과 末의 중간쯤?) 제 생각에 더 심각한 문제는 국가만이,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보수정권만이 소위 말하는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리고 그렇게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문제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 국가의 핵심가치인 다양성을 거부하고 정부 주도로 하나의 가치를 강요하는 것은 전체주의 국가의 사고로나 (아니면 종교국가) 어울리는 것입니다. 국가가 올바른 역사관을 심기 위해 단일화된 국정교과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좀 더 나가면 소위 그 올바르다는 미명하에 정권의 입맛에 맞는 국민 여론을 만들기 위해 모든 방송국을 없애고 국영방송국만 남겨야겠다고 하는 논리와 무엇이 다를까요? 북괴의 침략과 경제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기 위해 총화단결의 자세로 바른 생각만을 해야될 국민들에게 예술활동도 악형향을 미치는지 사전에 정부가 우선 심의해서 걸러내야 하겠다는 발상과 무엇이 다를까요?


국정교과서에 공영방송, 언론은 사전 검열에 영화와 노래도 사전 심의를 거쳐 선별된 목소리와 의견만이 배포되던 사회. 어떻게 많이 듣던 언젠가 경험했던 사회였지 않나요?


그 시대에는 그 체제가 맞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지금 시대에 그 체제가 맞다고 생각하나요? 조그만 구멍가게는 사장님 혼자서 이끌어도 됩니다. 중소기업에는 몇몇 기능들이 통폐합되서 운영하는 것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요. 하지만 글로벌 기업이나 대기업을 그렇게 운영하면 어떻게 될까요? 경영이 어렵다고, 좀 안된다고 기업 초창기의 체제로 돌아가자고 하면 그 회사는 망할 일만 남지않았을까요? 


우리의 퇴행이 이대로 굳어지는 것은 아닐까 입맛이 씁쓸해집니다.    

Posted by Tony Kim :

노동 개혁 좋아하시네

2015. 8. 7. 17:13 from MeDiTaTiOn

이 정권은 정말 Framing의 천재들인 것 같다. 그리고 언론들도 그 틀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게 논점을 맞추면서 정권의 논리를 합리화 시켜준다. 급식 논란 때도 그랬다. 전체 복지 규모나, 복지 비용의 사용 적정성에 관해서는 거의 언급없이 급식비로 논점을 한정해서 그 규모가 얼마나 어마어마한 수준이며, 부자들도 공짜로 먹는 그 급식비용이면 가난한 아이들에게 더 좋은 쪽에 쓸 수 있다는 쪽으로 이야기를 해댔다. (정말 우리가 복지가 넘쳐서 포퓰리즘을 걱정할 정도의 수준이라고 생각하나? 우리나라 복지 예산 비중은 7.5% OECD 평균 19.3%에 훨씬 못 미친다. 복지 후진국인 미국도 16%가 넘는다.) 노동 유연성이라고? 우리나라 고용 안정성이 OECD 내에서 어느 정도 수준인지 몰라서 저러는 건가? (평균 근속년수로 보는 고용 안정성은 OECD에서 당당히 꼴찌다.) 공무원 연금 관련해서도 그렇고, 작금의 소위 노동시장 4대개혁 운운하는 것도 결국은 양질의 일자리를 줄이는 것에만 Focus를 맞추고 있다. 연장자들이 희생해서 젊은이의 일자리를 만들어줘야 된다느니, 미래 세대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 연금 규모를 줄여야한다느니. (정말로 해고를 쉽게 하면 청년 일자리가 늘어날거라고 착각하게 만들어주신다.) 무슨 以夷制夷도 아니고 이러면서 중산층 내에서 서로 싸우게 논점을 꾸며낸다. 꼼짝없이 40, 50대는 집단 이기주의로 청년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을 저해하는 악덕집단으로 매도된다.이러시는 와중에 내수 진작을 위해 명품가방이나 귀금속 세금은 덜내게 해주신다니...

 

암튼 정말계속 이러셔도 되는건가

Posted by Tony Kim :

寄銀協律

2015. 2. 9. 16:09 from MeDiTaTiOn/pOeM

五歲優游同過日, 一朝消散似浮雲

다섯해를 넉넉히 즐기며 같이 하루를 보냈는데, 하루아침에 뜬 구름과 같이 흩어져버렸습니다.

 

琴詩酒伴皆抛我, 雪月花時最憶君

거문고와 시와 술을 같이 하던 이들이 모두 나를 떠나, 눈과 달과 꽃이 아름다울 때면 그대가 가장 그립습니다.

 

幾度聽雞歌白日, 亦曾騎馬詠紅裙

몇번이나 황계를 듣고 백일을 불렀던가요, 또 말을 타면 미인을 노래했었죠.

 

吳娘暮雨蕭蕭曲, 自別江南更不聞

오나라 아가씨가 소소히 밤비 내릴 때 부르던 그 노래를. 강남 떠난 후 다시 듣지 못했답니다.

 

寄銀協律 (은협에게 보내는 율시) - 白居易 (백거이)

Posted by Tony Kim :

불신지옥?

2014. 7. 17. 14:48 from MeDiTaTiOn

근 몇 년간 전철을 타면 거의 매일 아침마다 듣게 되는 목소리가 있다. (얼마 전에는 퇴근하는 전철 안에서도 봤었다 @.@~~) 70쯤 되어 보이는 할아버지인데 쏜살같이 객실을 지나치면서 교회 나가 예수 믿고 구원받으세요. 절간에 나가면 죽어 유황불에 떨어지게 됩니다. 제사 지내면서 조상 차례상에 절 하면 지옥불에 떨어집니다.”라고 외치고 지나간다. 아마 그러면서 첫칸부터 마지막 칸까지 가는 것 같은데, 사시사철, 날씨가 좋으나 나쁘나, 그리고 오후에 봤던 것을 보면 어쩌면 하루 종일 (크아…) 대단한 정성이라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참 ….

 

정말 고명한 교회 목사님을 알게되서 만날 기회가 생기면 한번 물어보고도 싶다. “정말 유황 지옥이 있다고 믿으세요?” 애들 겁 주는데는 효과적일지는 모르지만 정말 지옥 갈까봐 교회다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지금 교회 안다니다가 지옥 갈까 무서워서 교회에 가는 사람들이 정말 있기는 한 걸까?

 

교회에 왜 다니세요?”라는 질문에 죽어서 지옥 갈까봐요.”라는 대답이 나오는 건 글쎄.. 뭐 좀 종교인이라면 쪽 팔리는 대답 아닐까?

Posted by Tony Kim :

근조

2009. 5. 24. 03:27 from MeDiTaTiOn





노무현 대통령 각하 천국에서 평안하십시오. 삼가 명복을 빕니다.






Posted by Tony Kim :
개인적으로 나 자신도 그닥 100% 바른 생활맨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있다. 차도 없고, 사람도 다니지 않는 곳에서는 눈치 보다가 신호 무시하는 것도 심심찮고, 정말 세상 살면서 손에 꼽을 정도지만 객기에 공공장소에서 소란스럽게 떠들었던 적도 없지않아 있었다. 하지만 요즘 정말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어제는 퇴근버스를 탔는데 사방에 DMB TV 본다고 핸드폰들을 손에 들고들 있는데, 뭐 좋다. 자기 핸드폰 가지고 본다는데 뭐랄 사람 없다. 하지만 정 그렇게 보고 싶으면 이어폰이라도 끼고 보던지. 자기집 안방도 아니고 이건 볼륨 만땅으로 키워놓고 버스 안에서 뭐하는 건가? DMB 신호 수신 환경 때문인지 뭐 이거 주인공 목소리가 버스 여기저기서 메아리를 쳐대는데 속이 부글부글 거리다가 결국은 욕이 입에서 튀어나오고 말았다.

"아이 C8. 졸라 시끄럽네."

내딴에는 혼자말로 한다고 말한건데 어느 정도 소리가 되었는지 한두명은 주섬주섬 기계를 끄는 것 같았다. 뭐 그렇다. 나이 40이나 되서 버스에서 쌍욕이나 하고. 나도 다 잘했다고는 말하지는 않겠다. 인생 둥글게 살지 뭐 그렇게 까칠하게 구냐고 하면 그럴수도 있겠다. 하지만 정말 그 사람들은 무슨 생각으로 세상을 사는 건가? 할 수 있으면 뚜껑 열고 머리 속에 들어가서 어떤 사고방식들을 가지고 살고 있는지 한번 들여다 보고 싶다. 뭐냐. 나만 재미있으면 다른 사람들은 불편하던 뭐하던 상관없다는거냐? 도대체 초등학교 도덕시간에 뭐 배운건가?   
Posted by Tony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