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nOvEl'에 해당되는 글 38건

  1. 2009.01.15 콜레라 시대의 사랑
  2. 2008.11.13 The Road
  3. 2008.11.03 아메리카
  4. 2008.08.05 남쪽으로 튀어!
  5. 2008.04.23 공중그네
  6. 2008.04.21 홍루몽
  7. 2007.09.05 성채
  8. 2007.08.16 오 자히르
  9. 2007.08.14 그 남자네 집
  10. 2007.08.09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콜레라 시대의 사랑

2009. 1. 15. 11:55 from BoOk/nOvEl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을 읽었습니다.

뭐랄까. 좀 차별화가 되는 Love Story이기는 합니다. 대부분의 Love Story가 한참 젊은 20~30대의 주인공들을 내세우는 반면에 이 소설은 10대에 만났던 두 연인이 70대가 될 때까지, 그리고 70대가 되어서야 연결이 되는 것으로 그려지니까요.

플로렌티노 아리사는 우체국에서 읽하던 젊은날 우연히 페르미나 다사를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지지만 페르미나의 느닷없는 변심으로 둘은 헤어지게 되고 그로부터 정말 기나긴 기다림이 시작되게 됩니다. 소설은 크게 플로렌티노, 페르미나 그리고 그녀의 남편인 우르비노 박사의 일상을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뭐 내용이야 소설을 읽어보면 되는거지만 굉장히 지루하게 읽은 소설이라는게 솔직한 인상입니다. 남미 사람들을 만나본 적도, 아는 사람도 없으니 선입견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뭐랄까. 남미형 마초의 일대기라고 해야되나, 그런 생각도 들었고요. 누구에게는 지고지순의 기다림으로 보일 수도 있었겠지만 글쎄... 그러면 플로렌티노가 거쳐간 그 수많은 여인들의 불행은 어떻게 받아들여야되나 라는 생각도 들고, 마침내 이루어진 페르미나와의 사랑도 이건 사랑이라기보다 마침내 달성한 고지 점령이라고 해야되지 않나... 뭐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여자를 마침내 정복했다, 라는 식의 해석말이죠. 페르미나가 유배 이후에 고향으로 돌아와 플로렌티노를 시장에서 다시 만나고 뭔가 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일방적으로 감정이 변하여 이별을 통보하는 것도 남성이 가지고 있는 여성에 대한 여러가지 편견 중의 하나를 나타낸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고요. (여자는 원래 그래. 변덕이 심하잖아. 이러쿵 저러쿵...)

뭐 암튼 개인적인 생각이 그랬습니다. 누구는 '독일인의 사랑'을 읽으면서 지고지순의 무결점, 청정 사랑을 보았는지 몰라도 제 눈에는 잔인하기 짝이 없는 변태적인 묘사로 보인 것 처럼요.

Posted by Tony Kim :

The Road

2008. 11. 13. 13:21 from BoOk/nOvEl

'The Road'라는 책은 작년 이맘때쯤 처음으로 알게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는데 어떤 신문에 추천도서로 나와서 수첩에 메모를 해놓았었다. 하지만 작년말은 홍루몽의 바다에 빠져있던 참이라서 뭐 다른 책에 손이 가지도 않았고 자연히 우선 순위에서 밀리게 되었다.

금년 들어서도 작년에 너무 소설만 읽은 거 아닌가 싶어서, 뭐 다른 종류의 책에 손이 먼저 가서 등등의 이유로 계속 인연이 없다가 카프카 책 읽고 나니까 막상 손이 가는 책이 없어서 조금 주저주저 하다가 (롯데마트에서는 카트에 집어넣었다가 반품하기도 했다.) 사서 읽었다. 뭐랄까... 다른 책은 그런 경우가 별로 없었는데 'The Road' 같은 경우는 그랬던게 책 Cover에 대문짝 만하게 '감히 성서에 비견될 만한...' 어쩌구 저쩌구 써놓은게 뭐랄까 신뢰감을 떨어뜨렸다고 해야되나. 암튼 그 표지는 계속 눈에 거슬려서 책을 조금 읽다가 벗겨내서 책을 읽은 동안은 치워두었었다. (잘은 몰라도 읽어본 바로는 성경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다.)

각설.

코맥 매카시의 소설인데 작가는 뭐 우리나라에서는 그닥 흥행에 성공하지는 않았지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영화의 원작자로 더 알려져 있다. (나는 영화도 첨에 좀 보다 말았다. 한 10분?) 'The Road'는 읽는 사람에 따라서는 굉장히 불편한 소설이 될 수 있다. 우선은 다루고 있는 내용의 비참함은 차치하더라도 작가는 어떠한 이유로 세상이 황폐해졌는지 소위 식인종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그러저러한 배경에 대해 전혀 설명이 없다. 단지 모든 것이 파괴되어 지상에는 새 한마리 날지 않을 정도로 철저하게 파괴되고 난 후를 배경으로 해서 어딘가 있을지 모를, 정상적인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을 찾아가는 아버지와 아이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특히 그 나이쯤의 아이를 가진 부모들이라면 감정 이입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 빨리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거칠고 아이는 부서질 듯 연약한데 어디에 있을지 자신조차 확신할 수 없는 희망을 찾아 떠나는 이러한 악몽 같은 여정은 책을 읽는 내내 독자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다. 어떤 면으로 보면 이 책은 마지막에 마음의 상처를 받는 대상이 아이라는 점이나, 그 이외에는 아무 의지할 곳이 없었던, 모든 희망을 기대할 수 있었던 그러한 대상을 마지막에 상실하게된다는 점에서 상당 부분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마지막 소년이 숨진 아버지 옆을 떠나지 못하고 우는 모습에 거실에서 혼자 책을 읽으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참기 힘들었다. 극한적인 상황을 그렸지만 모든 사람들이 결국은 험한 세상에서 가족들을 위해 때로는 양심에 어긋나는 짓을 해가면서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기도 하고.

Posted by Tony Kim :

아메리카

2008. 11. 3. 11:38 from BoOk/nOvEl
아메리카 (밀레니엄북스 60)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프란츠 카프카 (신원문화사, 2006년)
상세보기


한때 카프카에 푹 빠진 적이 있었다. 창원에 있었을 때 쯤으로 생각되는데 그때는 카프카 책이라면 뭐 일단 읽고 보자라는 식이어서 많이 사서 읽었었는데 카프카 단편집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지금도 그 책이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단행본 책 안에 '변신','유형지에서' 같은 단편들이 통째로 모여있는데 그 중에서도 '시골 의사'를 읽고서는 완전 뻑이 가버렸었다. 세상에 이런 환상적인 묘사라니. 그런데 문제는 카프카가 워낙에 빨리 요절을 해서 인지 작품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에 있다. 카프카의 장편도 단지 세편뿐인데 그나마도 2편은 미완이라는 평가를 받고있다. 한 10년 전쯤으로 기억하는데 암튼 '심판'하고 '城'도 그때 읽었었다.

나머지 미완성 소설인 '아메리카'는 일단 정말 심하게 미완성이라는 평도 있었고 해서 '城'을 읽고서의 그 찜찜함에, 그리고 뭐 다소 손이 안가는 제목 때문에도 읽지않고 있었다. 그러고 있었는데 10월 초에 갑자기 카프카 소설이 읽고 싶어지는게 아닌가. 그러고 보니 집에 남아있는 카프카의 책은 첨에 읽은 그 단편집이 유일했다. 도대체 결혼전에 내가 사서 봤던 그 많은 책들은 어떤 놈이 다 들고 간거냐. 암튼 생각난 김에라고 뭐 크게 고민할 필요없이 읽지않고 남겨두었던 '아메리카'를 사서 읽었다.

뭐 카프카의 평에 빠지지않고 언급되는 것처럼 카프카는 개인적인 환경에 영향을 크게 받은 작가였다.

독일인도 아닌데 독어로 소설을 썼으며
유태인이지만 유대교도는 아니었으며
소설가였지만 이러저러한 주변 여건 때문에 보험회사 사무실에서 일을 했으며
많은 여성들과 결혼 직전까지 교제했으면서도 결국은 파혼을 거듭하여 독신으로 지냈었다.

실존이라는 명제를 소속됨에서 찾으려했고 평생을 프라하에서 벋어나지 못했을만큼 정적인 삶을 살았으나 어디에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던 인생을 살았었던 카프카의 소설에는 특유의 몽환적인 묘사 가운데 홀로 떨어진 주인공들의 비참한 외로움이 일관되게 자리잡고 있다. 이 소설에서도 주인공 카를은 끊임없이 그의 주변 인물이나 환경에 적합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며 안착하려 하지만 불합리한 이유로 안정적인 상황에 머무르지 못하고 추방을 반복하여 당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미국에서 만난 외삼촌의 집에서도, 첫 직장인 호텔에서도 카를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았지만 불안하게 남아있던 이런저런 이유들 때문에 뭐라 제대로 변명조차 못하고 쫓겨나 방황하게 된다.

막연한 불안감이 현실화되어 주인공을 좌절시키고 파멸시키는 중에 여느 카프카의 소설에서와 같이 끊임없이 막연한 기대감과 우연한 만남에 기대서라도 정착하려는 주인공을 보면 안정을 희구하지만 언제던 타인의 그리고 외부적인 여건으로 삶의 기반이 전부 흔들릴 수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 반영된 것 같다는 생각이 떨쳐버리기 힘들다.

소설 자체만을 놓고 보면 '아메리카'는 심하다 싶을 정도의 미완성 작품이다. '城'과 같이 마무리가 되지않은 결말 뿐 아니라 마지막 단원과 이전 단원 사이의 시,공간적인 흐름의 단절은 통채로 몇 단원이 누락되었다는 생각까지 들게한다. 연표로만 봐서는 세 장편 중에 가장 먼저 집필이 시작되었던 작품임에도 마지막이 너무나도 불완전한 모습으로 마무리된 이 소설은 그래서인지 오히려 독자들로 하여금 일종의 열린 결말의 형태를 가진, 다른 카프카의 비극적인 결말과는 다른 희망적인 결말을 기대하게 만드는 소설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카를은 그 숱한 방황에 고난의 시간들을 뒤로 하고 결국은 미국 어딘가에서 그의 어릴적 여자친구인 '파니'와 함께 웃는 모습으로 남게되지 않았을까하는 그런 기대를.

Posted by Tony Kim :

남쪽으로 튀어!

2008. 8. 5. 15:33 from BoOk/nOvEl

 

남쪽으로 튀어! 세트
국내도서
저자 : 오쿠다 히데오(Hideo Okuda) / 양윤옥역
출판 : 은행나무 2006.07.15
상세보기

 

날씨도 덥고 뭔가 재미있는 책을 읽고 싶던 차에 '공중 그네'의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다른 작품인 '남쪽으로 튀어!'를 읽었습니다. 뭐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많이 읽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공중 그네'를 재미있게 읽었던 독자라면 이 작품도 충분히 재미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입니다.

'남쪽으로 튀어!'는 우에하라 이치로의 아들 우에하라 지로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다소 황당, 성장 소설입니다. 뭐 책 소개를 읽어보면 대략 짐작이 되겠지만 '공중그네'에서 이라부라는 못말리는 능글맞은 의사가 있었다면 여기에는 '우에하라 이치로'라는 대략 난감 무한 폭주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평범하게 살고싶은 지로에게 있어서 누가 일본 국민한다고 했냐는 식으로 세금이나 국민연금 거부는 물론이고  아이들 등교 거부 (정확하게는 등교방해)까지 불사하며 문제를 일으키는 아빠가 어떤 존재일지는 안봐도 상상이 됩니다. 분위기는 글쎄 뭐 아주 똑 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영화 '기쿠지로의 여름'과 같은 느낌이랄까요?

소설은 크게 도쿄에서의 생활이 그려진 1권과 오키나와에서도 한참 떨어진 이리오모테 섬에서의 2권으로 나누어집니다. (이리오모테 섬. '아즈망가 대왕'이 생각나는 군요. ㅋㅋ) 소설을 읽다보면 마치 박완서의 소설을 읽을 때처럼 어떻게 초등학생의 생활을 이렇게 생생하게 묘사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 감탄하게 됩니다. 사실 재미를 떠나서 책을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지로가 불량학생 가쓰에게 시달리며 친구들과 마치 세상의 마지막이라도 된 것 같이 고민하는 모습이라던지 생전 본 적이 없던 외할머니가 찾아오자  지로의 동생이 흥분하는 모습들을 보자면 정말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의 머리 속에 퐁당 들어갔다 나온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생생한 묘사에 감탄하게 됩니다.

사실 별 것도 아닐 수도 있는데 라는 생각이 들고, 나이 들고 돌아보면 웃을 수 있는 추억이야,라고 간단하게 얘기할 수도 있지만 정작 나이가 들어서 지금 아웅다웅하고 머리를 싸매는 고민들도 그럼 대단한 건가,라고 책을 읽다보니 자신에게 되뭇게됩니다.

'남쪽으로 튀어!'를 위시해서 다소 황당하고 엽기스러운 케릭터들이 일본 영화나 소설에 심심치않게 나오는 건 우리나라도 그런 경향이 있지만 빡빡한 일본 사회에서 소설에서나마 이런 주인공을 만들어내어 어떤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싶어서인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osted by Tony Kim :

공중그네

2008. 4. 23. 13:00 from BoOk/nOvEl
공중그네 상세보기
오쿠다 히데오 지음 | 은행나무 펴냄
131회 나오키상 수상작 뾰족한 물건만 보면 오금을 못 펴는 야쿠자의 중간 보스, 공중그네에서 번번히 추락하는 베테랑 곡예사, 병원 원장이기도 한 장인의 가발을 벗겨버리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는 젊은 의사, 그들을 맞이하는 '엽기 정신과 의사' 이라부와 사계절 핫팬츠 차림의 간호사 마유미…. 이들이 별난 정신과 병원을 배경으로 벌이는 기상천외한 사건들을 담은 작품으로, 한국 독자에게는 다소 생소할 오쿠다 히데오

★★★☆☆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 중에 '남쪽으로 튀어!'라는 책이 그렇게 재미있다고 하더군요.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습니다. 뭐 담에 한번 읽어볼까 생각 중입니다. 다른 작품들을 읽어보지를 않아서 작가의 성향이랄지 뭐 그런 것에 대해 딱히 뭐라 얘기하기는 그렇지만 '공중그네'는 정말 그 한작품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굉장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책입니다.

분위기는 글쎄... 굳이 비유를 하자면 키타노 다케시 영화 같다고 할까요? 갱 영화 말고 '기쿠지로의 여름' 같은 좀 정신 나간 듯한, 황당한 인물들이 시리즈로 나와서 생각치 못한 장면에서 웃음이 튀어나오게 합니다. 모두 6개의 짤막한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6개의 에피소드에 모두 환자가 상담하러 오면 두 눈을 반짝이며 우선 주사부터 맞고 보자며 달려드는 정신과 의사 '이라부'와 엽기적인 간호사 '마유미'는 고정출현합니다. 뾰족한 물건만 보면 식은 땀을 흘리는 야쿠자 보스, 공중그네에서 계속 해서 떨어지는 곡예사 등이 환자로 각 편마다 나오시고요.

뭐 약간 결말은 감동을 이끌어내려는 식으로 마무리를 한다지만 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할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퇴근 버스 안에서 '장인의 가발' 마지막을 읽는데 정말 웃음을 참느라 죽는 줄 알았습니다. 책 읽는 재미 중에는 이렇게 낄낄거리며 웃는 것도 있어야되지 않을까요? 

Posted by Tony Kim :

홍루몽

2008. 4. 21. 13:03 from BoOk/nOvEl
 홍루몽 4 상세보기
조설근 지음 | 청계 펴냄
1900년대 이전에 나온 중국 고전 소설 중에서 최고의 걸작으로 일컬어지는 『홍루몽』 제4권. 1754년 필사본이 처음 세상에 나온 이래 100여 종의 간본과 30여 종의 속작이 나왔으며, 세계적으로 수천 명에 달하는 전문가 집단이 '홍학(紅學)'이라는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분야를 형성하고 있을 정도이다. 소설은 '여와보천'이라는 신화에서 시작된다. 갑자기 하늘이 무너져 내려 세상이 혼란스러워지자, '여와'라는 신이 오색의

홍루몽은 꽤 긴 호흡을 두고 읽은 것 같습니다. 거의 반년 정도 읽은 것 같으니까요. 작년 9월말에 1~3권을 처음으로 사서 읽기 시작해서 정말 딱 반년이 지났습니다. 12권에 달하는 긴 이야기를 오랜 시간에 걸쳐 읽어서인지 책 속의 등장인물들과도 정이 든 것 같아 마지막 12권을 마무리 할 때는 다소 섭섭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홍루몽은 청나라 때 조설근과 고악의 작품이고 총 120장으로 이루어진 소설인데 이중 80편까지는 조설근이 집필했고 조설근의 사후에 고악에 의해 마무리가 된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서유기,삼국지,수호전과 더불어 사대기서로 알려져있는데 중간 중간에 몽환적이고 신화적인 장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4대기서 중에서 가장 현실적인 내용을 다룬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책을 읽어보면 되지만 홍루몽의 주된 이야기는 가씨 부중에서 일어나는 일상들입니다. 소설을 읽는 여러가지 재미가 있겠지만 홍루몽을 읽다보면 다른 사람의 일상을 옅보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당시로서는 범접하기 힘든 세도가의 화려했던 규중의 일상이 다양한 인물들에 의해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큰 이야기의 기둥은 가보옥과 임대옥의 비극적인 사랑이라고 하지만 크게 금릉십이채로 대표되는 12명의 미인들과 그 외 수많은 인물들이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어느 한명도 어설프거나 서투르지 않게 이야기의 한 부분 씩을 차지하고 생동감 있게 이야기의 한 부분씩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홍루몽은 작가 조설근의 자전적인 요소가 투영된 작품이라고 합니다.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세도가의 일상이 결국은 세습 장원의 평민들에 대한 착취에서 비롯된 것임을, 그리고 영원할 것 같던 영화로운 생활도 한번의 어명에 의한 몰수로 기반이 송두리체 흔들리는 허망한 것이었음을, 수많은 인연들도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결정되어지는 것을 보면 홍루몽이 단순히 규중의 사치로운 일상을 늘어놓는 신변잡기식의 소설만은 아닌 것을 알게 됩니다. 청문이의 어이없는 죽음이나 영춘의 마지막을 보자면 왕조시대 여인들의 수동적인 인생과 주종관계의 폭력성에 대해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결국 겉으로 드러난 화려함은 누군가의 희생에 의한 것일 수 밖에 없고 언제든지 남에 의해 주어진 환경은 남에 의해 유린되고 강탈당할 수
있는 것이라는 당시의 사회상이 적나라하게 반영된 소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습인이라는 인물에 많은 애착이 갔었습니다. 다정하고도 헌신적은 모습은 어떤 남자라도
거부하기 힘든 애착을 느끼게 될 것 같았고 그래서인지 설보채보다도 마지막이 다소 안스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작가도 몇 안되는 Happy Ending 중에 습인의 일화를 마지막에 할당해주었습니다.
그것이 정말 Happy Ending인지는 다소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말이죠.

조금 시간이 지나면 다시 한번 읽어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긴 모택동이 그랬다고 하는 군요.
모름지기 홍루몽은 적어도 다섯번은 읽어봐야 한다고요.

Posted by Tony Kim :

성채

2007. 9. 5. 16:19 from BoOk/nOvEl


성채(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47-1)

저자
A.J. 크로닌, 크로닌 지음
출판사
범우사 | 1999-11-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주인공인 앤드루 맨슨은 가난하지만 의사로서의 사명감에 충실한 재...
가격비교

 

범우사에서 나왔고 오옷 이제보니 초판이다. (초판1쇄) 뭐 아시는 분들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 나오고 얼마 안지나서 MBC에서 약간 각색해서 드라마로도 나왔었다. (드라마 제목은 까먹었다.) 요즘 디카 사서 돈도 없고 ㅠ.ㅠ 그래서 그냥 예전에 읽던 책들 중에서 골라서 다시 읽자고 생각해서 첨엔 삼국지를 읽기 시작했는데 오호 통재라. 5권 분실이다. (마지막 한권) 눈물을 머금고 한질 다서 사서 보기로 하고 황석영 삼국지 주문. 그 사이에 읽자 생각하고 성채를 뽑아들었다. 이 책은 고등학교 때 읽었었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니 전혀 내용들이 새롭게 읽힌다. (사실 기억이 전혀 나질 않는다.) 책 내용은 정말 드라마 소재로 적합한 가난한 의대생이 온갖 역경을 거쳐서 훌륭한 의사가 된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책 읽은 사람이 해서는 안되는데... 그렇게 설명하면 이 세상에 읽을 만한 책이 어디있겠으며 볼만한 영화가 어디 있겠는가? "태극기 휘날리며"를 보고 나서 "응 형제가 있었는데 전쟁 중에 형이 죽는다는 얘기야."라고 한다면... 물론 말이야 틀린건 아니지만 너무 심한 압축이 아닐까?

 

그래서 다시 설명.

 

총 4개 Chapter로 나눠지고 첫째 단원은 주인공이 의대를 졸업해서 보조로 탄광촌에 취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여기서 배우자가 될 크리스틴을 만나 사랑에 빠지기도 하지만... 주는 그게 아니고 막상 졸업하고 취업을 해보니 주변의 여건은 온갖 불합리와 부조리로 가득 차 있다. 주변의 기득권층들도 사사건건 곧이곧대로 일을 하는 주인공이 눈에 거슬리고, 이러저러한 상황 때문에 기득권층의 총공세가 이루어져서 주인공을 위기로 몰아넣으려지만 정의는 승리하는 법. 주인공은 멋지게 설욕을 하고 제발 남아달라는 사람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더 좋은 조건을 내세운 곳으로 옮긴다. 크리스틴과 결혼하는 것으로 1부 끝.

 

2부는 그래서 옮긴 곳도 가보니 불합리하기는 마찬가지. 그런데 암튼 주인공은 바쁜 와중에도 쌍코피 터지게 열심히 공부해서 의학박사 학위와 학회에도 가입을 하게되고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으려 했던 사람들을 멋지게 설욕하고 제발 남아달라는 사람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런던으로 진출.

 

3부는 좀 쉬어가는 분위기. 공사 같은데 취업을 하는데 공무원들 시간 까먹는거 보다가 열이 터져서 주인공은 사표쓰고 개업을 결심.

 

4부에서 이렇게 앞에서 고생하시던 주인공이 점차 이름이 알려지면서 돈과 명예를 거머쥐지만 점점 속물이 되어간다. 마누라 크리스틴은 그런 주인공에 불만이지만 말려도 주인공은 이미 돈 맛을 본터라 어찌 하지도 못하고. 그러다가 어떤 계기로 주인공 대오각성하여 그 모든 악행을 거두고 과거의 순수했던 모습으로 돌아가려하나 오호통재라 그러고 얼마 안되어 크리스틴이 너무 좋아서 촐삭대다가 버스에 직통으로 받혀 죽게된다. 암튼 주인공은 반성해서 좋은 의사가 된다는 말씀.

 

여기까지가 대강의 스토리다. 뭐 한참만에 책을 보니 사실 첨에 읽을 때에는 상당히 감동도 받고 좋은 책이었던 것 같은데 어째 그냥 평범한 스토리인 것도 같고 내용도 틀에 박힌 듯하고 ... 뭐 그렇다. 저자는 사실 원래 의사. 그래서 생활속의 소재를 책으로 옮긴 것도 있을 것이고... 다시 읽어본 느낌은 그냥 시간 죽이면서 보기에는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Posted by Tony Kim :

오 자히르

2007. 8. 16. 16:25 from BoOk/nOvEl

 

오 자히르
국내도서
저자 :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 / 최정수역
출판 : 문학동네 2005.07.11
상세보기

 

이 책은 영식이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친구들이 오기 전에 GS25에서 사서 스타벅스에서 커피 마시면서 보려고 샀던 책이다. 그리고 다 읽기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다. 어렵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다소 손에 잡히지가 않는 류라고 할까? 

 

지금까지 3권의 책을  읽어봤는데 (연금술사/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오 자히르) 어쩐지 조금은 나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연금술사"를 읽을 때는 뭐 라틴 계열의 작가니까 분위기가 역시나 라틴틱하구나 라는 생각이였고 "베로니카…" 도 지루한 면이 없지는 않았고 또 마지막이 다소 황당스럽기는 했지만 "그래 정말 그렇기도 하지…" 라는 공감대가 아주 없지는 않았었는데 이 책은 뭐랄까… "베로니카…"에서 다루었던 그런 소재들에 초현실적인 그런 내용들이 뒤섞여있고 또 거기다가 너무 감정적이고 뭐랄까 들떠있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런 식이어서 책을 읽는 자체가 다소 불편했던 것 같다. 거의 마지막 쯤의 연회장에서 주인공과 연회 참석자들의 논쟁 장면에서는 그 정도가 지나친 수준이 되어 이건 돈 자랑을 하자는 건지 아니면 우리는 숨길 것 없는 끈끈한 사이로 가야한다는 건지 아니면 그도 저도 아니라 인생 쿨하게 살자는 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초반을 지나 중반쯤에 위태위태하던 소설이 그런대로 종반쯤에 길을 잡아서 마무리가 되는 것은 같은데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에 호감은 고사하고 공감이 형성되지 않는 소설이었다.     

 

글쎄… 클린턴은 휴양지에서 코엘류의 책을 잔뜩 쌓아놓고 읽어보는게 소원이었다지만 나로서는 이제 당분간은 코엘류의 소설이 손에 잡히지가 않을 것 같다.

Posted by Tony Kim :

그 남자네 집

2007. 8. 14. 09:31 from BoOk/nOvEl

 


그 남자네 집

저자
박완서 지음
출판사
현대문학 | 2004-10-23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낙서없는 상태 양호한 책 입니다. (책띠 그대로 )한국 현대소설...
가격비교

박완서의 "그 남자네 집"은 어떻게 보면 "그 많던 싱아를 누가..."와 "그 산이 정말...."를 이어주는 삼부작의 마지막 같은 소설이다. (누구도 그렇게 말한 적이 없지만 내 느낌이 그냥 그렇다.) "..싱아.."에서의 유년기를 거쳐 "그 산이..."에서 처절했던 청년기를 지난 그 다음 이야기가 여기서 펼쳐진다.

 

책이 시작되는 시점은 현대로 올라가서 이미 노년이 된 "나"가 돈암동으로 이사를 간 후배의 집에 찾아가서 "그 남자네 집"을 찾아가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전작에서와 달리 지금의 "나"와 과거의 "나"가 시대를 번갈아가며 때로 그 당시에서, 때로는 그때를 돌아보며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전작들을 돌이켜보면 삼부작 중 첫번째라고 할 수 있던 "싱아"에서 더욱 그런 느낌이 강하지만, 과거에 대한 강한 향수와 "맞아 그때는 그랬었지 그런데 지금은 그런게 없어."라고 말하게 되던 좋았던 옛날에 대한 향수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된다. 마치 눈 앞에서 요리를 하는 것을 보는 것처럼 묘사된, 묘기 수준인 시어머니의 요리도 그래서 그것이 좋았다기보다는 "내 생전에 도저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시집의 식도락에 절망감을 느끼게 되었다."라고 혐오의 감정을 숨기지 않으며, "그 남자"와의 연애질도 결국은 이 지긋지긋한 현실을 외면하기 위한 현실도피임을 숨지지 않는다.

 

너무나 아름다웠던 유년시절이었다지만 국군과 인민해방군이 번갈아오가던 서울에서 전쟁시절을 보내고 그토록 사랑하던 오빠마져 잃고나서 이젠 모든 구닥다리 방식들이 혐오스럽도록 싫어졌던 것은 아니었을까?

 

크게는 "나"와 "그 남자"의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전후 우리들이 어떻게 그 시대를 지내왔는지를 주변의 인물들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양갈보가 된 춘희도, 지나칠 정도로 답답한 엄마도, 아들만 위해하고 무당 이야기라면 껌벅 넘어가는 시어머니도 여기서는 주변 인물이 아니게되고 그리고 그렇게 볼 수도 없게 한다.

 

마지막 춘희와의 전화통화 장면을 통해 작가가 얘기하고자 했던 것이 그때는 그렇게 엉망으로 망가졌다지만 결국은 우리가 이만큼 해냈다라는 것을 말하고자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세월이 그랬었고 주변환경이 그랬다지만 어차피 사람이 타락해가는 건 "그 남자"에게 악담을 퍼부었던 것처럼 어차피 모든 건 내가 만들어놓은 결과일 뿐이고, 우리는 자부심을 느낄 정도로 잘된 것도, 자괴감을 느낌 정도로 망가진 것도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아직도 끝이 나지는 않은 과정 중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Posted by Tony Kim :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국내도서
저자 : 박완서
출판 : 웅진지식하우스 1995.12.15
상세보기

 

오래간만에 소설이나 한번 읽어보자 생각을 하고 이책 저책 보다보니 박완서의 그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요즘 주로 Yes24에서 책을 사는데.... 구매액이 5만원이 넘으면 배송료가 안붙는 관계로 왠만하면 보고싶은 책들은 한방에 사고는 한다. 싱아하고 뭐하고 해서 한 6권 샀다. 그리고 책을 받았지.

 

싱아는 굉장히 쉽게 읽히는 책이다.
주로 나는 퇴근버스에서 책을 읽는데... 사흘만에 다 읽어버렸다. 그런데 오호 통재라. 이건 연작 소설이다. 이걸로 끝나는게 아니다. 미리 알았으면 같이 사는건데 이제는 나머지 5권을 다 읽고서야 살 수가 있지않은가... 암튼 근 한달이 지나서야 책 5권을 읽을 수 있었고 그 담에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를 사서 읽었다. 책은 꼭 사기전에 이런 사항들을 알아둬야 할 것 같다. (임꺽정 10권 읽고 나서 미완성이라는 걸 알아봐라. 거이 돌아버린다.)

 

박완서 자신도 얘기를 하듯이 이 책들은 소설이 아니다. 오히려 자서전이나 뭐 그런 종류의 글이라고 생각을 하면 된다. 싱아는 박완서의 유년시절부터 20살까지의 시기를 다루고 있으며 그산은 6.25 전쟁부터 박완서가 결혼하기까지의 시기를 다루고 있다. 총 3부작으로 계획이 되어있다는데 아직 3편은 나오지 않았다.

 

글을 읽다보면 작가의 놀라운 기억력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 70을 넘긴 노작가는 유년시절의 세세한 부분까지 기억하고 있다. 개풍에서의 유년시절을 보면 마을의 풍경이나 동네의 모습 사람들 살던 모습들이 마치 손에 잡힐 듯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많은 부분은 작가의 상상력에 의존할 수도 있겠지만 또한 많은 부분들이 기억에 의존했던 것을 생각하면 놀랄 수 밖에 없다.

 

이 두 연작은 당시의 보통 한국인들이 어떤 삶을 꾸려가고 있었고 어떤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해방과 6.25라는 격변기를 살아가는지도 보여주고 있다.

 

이 두 글에서 가장 급격한 변화를 보이는 인물은 박완서의 오빠이다. 박완서의 말을 빌리면 과묵하고 이상적이며 모든 부분에 합리적인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던 오빠가 전쟁을 맞으면서 정말로 믿을 수 없을 정도록 심하게 변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병으로 죽은 전처의 처가에 새로 맞이한 처와 가족들을 끌고 가자며 우기는 오빠의 모습을 보면 극한에 내몰린 인간이 어떻게 변할 수 밖에 없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사마천의 말대로 재물이 있고서야 예의가 있을 수 있고 친구도 있을 수 있다는 말이 실감이 가는 부분이다.

 

결국 권력의 공포는 이렇듯 평범하고 평온한 사람들을 인간성마져 처참하게 파괴하는 것에 있지않을까 싶다. 결국 현대사에서 전쟁과 군사독재를 거치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또 무너져갔을까를 생각하면 송연한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Posted by Tony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