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도덕경 43장

2024. 1. 9. 11:32 from BoOk/pHiLoSoPhY

天下之至柔 馳騁天下之至堅

천하지지유 치빙천하지지견

無有入無間

무유입무간

吾是以知無爲之有益

오시이지무위지유익

不言之敎 無爲之益 天下希及之

불언지교 무위지익 천하희급지

 

 

天下之至柔 馳騁天下之至堅

세상에서 가장 유연한 것으로 세상에서 가장 견고한 대상에 치달린다.”

 

첫 문장은 柔와 堅이라는 두 단어가 양끝에서 대치하는 모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柔라는 단어는 Flexibility, 즉 융통성을 이야기한다 볼 수 있으며, 堅이라는 단어는 견고하고 변하지 않으려는 기존 질서를 의미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문장이 융통성이 항상 견고한 기존 질서를 대체할 수 있는 방도라는 이야기를 뜻하지는 않는다 생각합니다. 馳騁, 말을 치달린다는 이 단어는 도전 혹은 시도를 해봐야된다는 뜻으로 읽혀집니다. 견고하게 자리잡힌 질서나 법칙이 모두들 이제 무언가 부족하다던가, 아니면 이제 효용성을 다해간다는 생각이 들면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융통성을 최대한 발휘해 해결책을 찾아봐야된다는 의미로 생각됩니다.

 

無有入無間

“(견고한 질서에) 들이밀려는 시도가 없다면, (개선의) 틈새 또한 찾지 못할 것이다.”

 

실행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문구로 해석됩니다. 누군가 이야기하지 않읍니까. 복권을 사야 당첨을 기대할 수 있다고요. 기존의 체계나 방식 등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말고 지속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다보면 대안을 찾아낼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합니다.

 

吾是以知無爲之有益

나는 이러하여 무위가 유익하다는 것을 안다.”

 

여기에서 노자에서 이야기하는 무위의 의미를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앞의 두 문구에서 노자는 柔 즉 Flexibility라는 도구로 堅 즉 견고한 것처럼 느껴지는 기존 질서를 계속해서 개선하려 시도해야된다. 하지않으면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즉, 노자의 무위는 단순히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상태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무위는 오히려 Flexxibility를 확보하기 위한 주요한 방법이라고 이해해야되지 않나 싶습니다. 무언가를 리더가 규정하고 방향성을 가이드 하기보다, 그리고 특정 대상만을 위하는 방식보다 정말로 전체적인 측면에서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이 어떤 것일까를 열린 마음으로 구성원들과 소통하여 다양한 가능성을 찾기 위한 방법이라는 거죠. 그리고 이러한 자세야 말로 정말 유익하게 된다라고 이야기합니다.

 

不言之敎 無爲之益 天下希及之

말하지 않는 가르침은 무위의 유익함이다. 천하에 여기까지 미침이 드물다.”

 

무위는 不言의 가르침, 즉 나만의 의사를 고집하지 않는 가운데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교훈을 얻어내는 또는 방법을 찾아내는 과정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 과정은 매우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리더들은 무언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신의 생각과 의견과 사항을 설파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이 자칫 구성원들의 입을 막아버리고, 활발한 소통을 차단하며, 아집과 독선으로 흐르게될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더 나은 방향이 없을까, 내가 지금 추진하는 것은 어쩌면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더 나은 방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한된 성과만을 아니면 오히려 현상을 악화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고민해야된다는 거죠.

 

이러한 접근은 사실 매우 많은 자원과 노력 그리고 시간을 필요로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지난한 과정을 그래서 사람들은 선뜻 택하기 힘든 것임니다. 천하에 이 경지에 다다르는 사람이 드물게 되는거죠. 하지만 그래야 된다, 그리야 발전이 있게되고 개선을 이룰 수 있게된다고 노자는 이야기합니다.

 

Posted by Tony Kim :

'23년 독서 목록

2024. 1. 2. 13:36 from BoOk

1. 기적의 뇌과학 (리사 제노바)

    - 뇌과학이 궁금한 이들이라면 후회없을 선택. 인간의 사고와 인식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2.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카를로 로벨리)

    - 그나마 너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양자역학 

3. 2차 세계대전사 (존 키건)

    - 방대한 페이지 수 보다도 너무 개별 전쟁 묘사에 치우쳐 전체적인 흐름을 알기 어렵게 설명하고 있다.

4. 진령군 (배상열)

    - 싸구려 소설책

5. 작별인사 (김영하)

    - 다른 AI 소설과 차별점을 찾기 힘든 

6. 파친코 (이민진)

    - 시대의 야만과 폭력을 온 몸으로 겪어낸 여인의 이야기. 감동적이고 우아하다. 

7. 신, 만들어진 위험 (리처드 도킨스)

    - 그냥 없다고 하면 되지, 적대적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들고....

8. 베트남전쟁 (박태균)

    - 전쟁사라기 보다는 작가의 주관적 의견 비중이 높았던 작품.

      한국전쟁을 다루었던 작가의 전작에 대비해 몰입도가 낮다.

9. 거의 모든 전쟁의 역사 (제러미 블랙)

    - 어수선하다. 

10.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 흥미로울 수도 있는 소재이나 개인적으로는 흥미가 떨어지는 내용들...

11. 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 짧지만 너무나 아름답고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걸작.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도 여운이 길게 남는다.

12. 대위의 딸 (알렉산드르 푸시킨)

    - 글쎄... 별 감흥이 없다. 

13. 러시아 역사 다이제스트 100 (이무열)

    - 러시아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

14.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 (데이비드 이글먼)

15. 중력에 대한 거의 모든 것 (마커스 초운)

16.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 (정지아)

    - 너무 재미있음. 낄낄대며 읽을 수 있는 에세이집.

17. 무엇이 우주를 삼키고 있는가 (폴 데이비스)

18. 러시아 혁명사 강의 (박노자)

    - 러시아 혁명사라기 보다는 유럽 좌파에 대한 박노자의 개인적 생각과 역사가 뒤죽박죽으로 나열된 책 

19. 신은 성서를 쓰지 않았다 (카럴 판스하이크, 카이 미헬)

    - 무신자라면 흥미를 가지고 읽어볼 만한 책

20. 알기 쉽게 풀어 쓴 신곡, 지옥편 (단테 알리기에리)

    - 이 책을 고른 건 실수다. 쉽게 풀어 쓴다며 들어낸 내용이 많아 감흥이 떨어진다. 

21. 검은꽃 (김영하)

    - 가슴 아픈 우리 민족의 근대사는 어찌 이리도 많은가.

22.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 (쇼팬하우어)

    - 아무리 100년 가까이 예전에 쓰여졌다지만, 인종주의 / 여성혐오 / 계급우월 / 쇼비니즘의 범벅

      나만 옳다는 독선적 시선도 만연. 강력하게 비추!

Posted by Tony Kim :

노자도덕경 42장

2023. 12. 4. 16:16 from BoOk/pHiLoSoPhY

道生一 一生二 二生三 三生萬物
도생일 일생이 이생삼 삼생만물
萬物負陰而抱陽 沖氣以爲和
만물부음이포양 충기이위화
人之所惡 唯孤寡不穀 而王公以爲稱
인지소오 유고과불곡 이왕공이위칭
故物或損之而益 或益之而損
고물혹손치지익 혹익지이손
人之所敎 我亦敎之 强梁者不得其死
인지소교 아역교지 강양자불득기사
吾將以爲敎父
오장이위교부
 
 
道生一 一生二 二生三 三生萬物
도가 하나 생겨나면 이 하나는 둘을 낳고, 둘은 셋을 만들어내고, 셋은 만물을 만들어 낸다.”
 
무언가 하나의 새로운 방안이나 방도를 만들어지면  이를 이용한 새로운 방안이나 방도가 나오게 됩니다. 그 하나로 고정되지 않는거죠. 그것이 경제학이 되었건, 물리학이 되었건 아니면 교통 법규가 되었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다양한 시도가 더해지게 됩니다.
 
이 첫 문구는 무언가 하나의 Idea가 생성되면 기존의 생각들이 더해져 수만가지 Idea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萬物負陰而抱陽 沖氣以爲和
이렇듯 만들어진 수많은 Idea들은 Negative한 면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혹은 Positive한 면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렇듯 상충되는 수많은 방안들이 상호보완하여 새로운 방안을 이루게 된다.”
 
이 문구에서 정/반/합의 원리가 연상된다고 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것이 Idea가 되었건, 법칙이 되었건 아니면 규율이 되었건,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기존 방식의 부족한 부분이 시간이 지나며 부각되기 때문이고, 이런 이유로 개선의 필요성이 공감대를 형성하기 때문입니다. 벤치마킹을 통해서건, 새로운 Idea를 찾건, 부족한 부분을 메우거나, 장점을 더 살리는 방향으로 변화를 추진하게 되는거고요. 음과 양으로 설명되는 노자의 이 문구는 근대의 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人之所惡 唯孤寡不穀 而王公以爲稱
사람들이 싫어하는 부분은 오직 고립되거나 모자라거나 좋지 않은 것들이다. 이러하여 왕과 상공들이 자신을 칭함에 이런 단어를 사용한다.”
 
위의 이야기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기존의 방식에서 부족하거나 모자라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리더들이 항상 관심을 가지고 개선할 부분이 없는지 찾아야한다는 이야기이며, 이전 왕조시대의 지배층이 왜 “과인이…” 이라는 식으로 자신을 칭했는지 이유가 나와있습니다.
 
내가 부족한 사람임을 기본 전제로 하고 신하와 백성들이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를 직언하고 개선될 수 있도록 하자는 이야기입시다.
 
故物或損之而益 或益之而損
고로 모든 일은 혹은 손해가 이득이 되기도하고 이득을 보는 것이 손해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중국의 많은 문건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유명한 새옹지마의 고사도 그러하고 주역에서 기본적으로 깔고있는 사상도 현 상황이 지속되지는 않는다는 점에 있습니다. 앞에서 여러 번 이야기되었지만 현재의 성공사례가 내일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은 효과가 없다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빛을 보는 경우도 종종 목격할 수 있고요.  
 
人之所敎 我亦敎之 强梁者不得其死
사람들이 가르침을 나누려는 부분에 대해서는 나 또한 그를 가르치려 한다. 횡포한 이는 자신의 생각이나 위치를 희생하여 이러한 가르침을 얻지못한다.”
 
이 문구가 다소 해석하기에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人之所敎라는 문구는 사람들이 가르치고자하는 바로 해석될 수 있는데, 앞의 내용과 연결성을 생각하여 사람들이 자신의 지식을 나누고자 하는 바, 즉 앞의 이야기와 같이 正과 反이 대립하는 지점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나의 생각과 다른 사람의 생각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합의점을 찾는, 즉 合을 도출하는 과정을 敎 즉 가르친다로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결국 협상과 합의의 과정이 중요할 것입니다. 나의 것만을 강요해서는 合을 이루기 힘들겠죠. 그래서 마지막의 强梁者 즉 횡포한 사람은 자신의 고집을 죽이는 과정을 통해 (其死) 새로운 것을 얻지 못한다 (不得) 라고 해석한 것이죠.
 
종종 횡포한 자는 좋게 죽지 못할 것이다, 라는 식의 저주의 문구로 해석하곤 하는데 다소 앞뒤 연결이 되지않는 듯하다는 생각입니다.
 
吾將以爲敎父
나는 (이를) 장차 가르침의 바탕으로 하려한다.”
 
敎父는 종교나 특정 학문의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가르키는 의미로 많이 통용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父는 근원 즉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한 마중물이 되는 사항이나 상황으로 사용된 단어로 이해했습니다. 이러한 바탕에서 敎父라는 단어는 가르침의 바탕으로 이해했습니다.
 
이번 장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모든 현상이나 Process에는 만족스러운 점이 있는 반면에 부족한 면도 같이 내포하고 있으며,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부족한 점을 채우고, Plus가 되는 부분은 공유하여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을 지속해야된다, 독불장군처럼 나 혼자 옳다고 고집을 피워서는 아무런 것도 더 나아지지 않는다는 점을 이야기 하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Posted by Tony Kim :